사선에서    :   " 댁들은 이유

있어서 오리를 죽였나 ? "

                                 

                                   조용한 남자, 그가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서 사제 총으로 사격 연습을 한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는 오리 사냥꾼(들)이 총소리를 듣고 그에게 다가온다. 깃털처럼 가볍고 하얀 조약돌보다 반짝거리는 조립식 플라스틱 권총. 무엇에 쓰는 물건이냐고 묻자 조용한 남자는 심드렁하게 대통령을 암살할 생각이오, 라며 조용하게 대답한다. 오리 사냥꾼이 의아한 듯 묻는다. " 왜요 ? " 조용한 남자'가 말한다. " 댁들은 이유가 있어서 오리를 죽였나 ? " 주고받는 눈빛. 낌새가 이상하다 싶더니, 아니나 달라. 조용한 남자는 아무 이유없이 질문을 던진 오리 사냥꾼들을 죽인다. << 특전U보트 >> 에서 " 아날로그 - 사일런뜨 - 배틀 - 악숀 - 쓰릴러 " 를 선보여서 재능을 인정받은

볼프강 페터젠 감독이 만든 << 사선에서 / 1993  >> 라는 영화에서 꽤 인상 깊게 보았던 장면이다. 존 말코비치, 특유의 뚱한 눈빛'이 압권인 영화'였다.

 

 

 

 


원제는 << IN THE LINE OF FIRE / 1993 >> 인데 " 탄도 彈道 범위 안에서 " 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 사선 射線 " 을 의미이니 < 블레이드 러너 > 가 < 다이하드 > 하는 상황이다.  저잣거리 입말로 표현하자면 " 총알이 빗발치는 곳에서 " 다. 신파와 통속을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으로 간을 맞추자면 " 눈보리가 휘날리는 흥남 부두 같은 곳 " 이 바로 < line of fire > 이다. 무엇보다도 타이틀 네이밍'이 절묘한 구석이 있다. < 사선 > 은 < 사선 射線 : 쏜 탄알이나 화살이 지나가는 선 > 으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 사선 死線 : 죽을 고비 > 로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스릴러 영화에 딱 맞는 제목이다. 오리지날 제목을 그대로 살린다고 " 라인 오브 파이어 " 라고 했다가는 " 헬 오브 지옥 " 이 될 뻔했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 제목이 자꾸 < 사선 斜線 : 한 평면 또는 직선에 수직이 아닌 선 > 으로 읽히면서  그 옛날, 내가 군생활을 했던 부대의 야외 사격장'이 연상되는 것이었다. 사격장이라는 곳이 대부분 외진 산을 깎아 만들었기에 경사가 심한 곳이었으니, 야외 사격장은 사선 射線이면서, 사선 斜線이면서, 사선 死線이었다. 문제는 군내 모든 얼차려'는 이곳에서 벌어졌다는 점이다. 영내 : 부대 내 건물  와 떨어진 야외였으니 감시의 사각지대'였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얼차레는 일단 이단옆차기 공격으로 시작되었다. 상처 노출이 쉽게 되는 얼굴과 팔 다리를 제외하다 보니 주로 가슴이 표적이었다. 군홧발이 가슴을 향해 날아오면,  히마리없는 발차기'에도 예의상 뒤로 나뒹굴었다가 용수철처럼 되돌아와야 했다.

우리 모두 오뚜기'가 됩시다. 오 !  이 퍼포먼스야말로 밥풀때기 상사를 하늘 같이 섬겨야 하는 부하 된 도리였다. 한참 매타작을 하고 나면 다음은 대가리 박기'라는 얼차려'가 기다리고 있었다. 평지가 아닌 사선에서, 높은 경사면에 다리를 올리고 낮은 경사면을 향해 머리를 박는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체중이 온통 아래로 실리다 보니 머리통에 쏠리는 고통은 평지보다 3,4배 정도 가중되었다. 목이 부러지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부들부들 떨다가 피식 무릎을 꿇으면 팟, 군화로 무장한 군발의 우아한 로우킥이 가슴을 향해 날아온다. 최고참이 질펀하게 다구리를 놓고 그 자리를 떠나면, 얼차레를 받던 바로 아래 기수가 머리를 털며 일어난다. 호랑이 떠난 자리에는 늑대가 대빵인 것이다. 

그러니까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어서 더 심한 2차 다구리를 놓는 것이다. 1차 피해자가 떠나면 2차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2차 피해자가 떠나면 3차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방식. 호랑이가 떠난 왕좌는 늑대가, 개가, 고양이가, 너구리가 그 자리를 차지해서 오리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선에서 벌어지는 참극이었다. 결국 끝까지 남는 병사는 가장 계급이 낮은 두 부류였다. 당시 나는 계급 서열이 가장 낮은 신병이었기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바로 위 기수'가 내게 물었다. "  오늘 왜 집합(얼차레)이 걸렸는지 아나 ? " 이 질문에 답은 뻔했다. " 저희 기수가 군기가 빠져서 그렇습니다 ! " 하지만 바로  위 기수는 이렇게 말했다. " 이유가 있어서 집합을 걸지는 않아. 이유가 없으면 이유를 만들어서 집합을 걸지.

대가리 박아, 개새끼들아 ! "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이유없이 맞아야 할 때 느끼게 되는, 바짝 쪼그라드는 낭심이 내 전립선을 건드렸다. 사격장'이라는 사선에서는 늘 그 느낌이 들었다. 반성은 없었다. 나 또한 대가리에 밥풀때기'가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이유를 만들어서 집합을 걸고는 했다. 내 하이킥과 로우킥이 우아하게 어린 병사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이유는 없다. 이유는 만드는 것이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 영화 << 사선에서 >> 를 보다가 존 말코비치가 인적이 드문 호숫가에서 오리 사냥꾼에게 한 말'을 듣다가 느닷없이 옛 생각이 났다. 이이이이유가 있어서... 지지지지지지집합이 걸리지는느느느느느느느느... 않아... 이유유유유유유유율 만들면 되니까까까까까가가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먼저 원인과 이유를 찾는 데 골몰한다. 서사'를 기승전결로 매조지하려는 본능은 스토리텔러'인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습관이다. 그렇기에 " A 원인은 B 때문이다 " 라거나 " C의 이유는 D 라는 데 있다 " 라고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사'는 많은 수가 원인과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다양한 우연과 필연적 요소가 복잡하게 섞이다 보니 딱 꼬집어서 이것이 원인이다, 라고 하기에는 무리인 측면이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유가 불분명할 때에는 이유(원인)를 일부러 만들어낸다. 왜 ? 그래야 그 짓으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 비만 > 과 관련된 코칭 사업'이다. 비만 현상'은 간단하다. 많이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만을 단순하게 많이 먹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하면 돈벌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말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멘토, 힐링, 코칭 전문가는 당신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을 때에만 유지되는 직위'다. 그래서 비만과 관련된 멘토, 힐링, 코칭 전문가들은 온갖 잡다한 이유(원인)을 만들어내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 저녁 6시 이후에 밥을 먹기 때문에 체중이 늘고, 기름진 음식을 먹기 때문에 체중이 늘고, 과일 당도를 무시하다가 체중이 늘고, 트랜스 지방이 쌓이면 몸이 트랜스 지방을 원하게 되어 체중이 늘고, 과도한 음주 문화 때문에 체중이 늘고, 낮은 회식 자리 때문에 체중이 늘고, 좌식 문화가 체중을 늘린다며 전문가다운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내가 아, 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아아, 하시면 됩니다. 아셨죠 ?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먹은 만큼 찐다. 그러니 음식량을 줄이면 된다.  어떤 결과에 있어서 너무나 자명한 사실은 원인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당위 當爲 일 뿐이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원인을 수백 개로 늘려놓는다. 그래야 돈벌이가 가능하니까. 2015년 재보궐 선거에서 성완종 악재'에도 새누리가 대승을 거두고 새천년'이 전패를 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 언론은 민심의 냉혹한 심판이라며 원인과 이유를 찾느라 온갖 것들을 내놓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원인과 이유는 없다. 언론은 그럴싸한 원인과 이유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대한민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데 있다. 내가 보기엔 30도 정도 기울어진 운동장 같다. 아랫동네 팀원들은 노동자, 여성, 비정규직, 노인, 지방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염통이 아무리 쫄깃쫄깃하다 해도 체력 소모는 윗동네 팀원의 2,3배'다. 조금만 뛰어도 턱, 턱 숨이 막힌다. 이러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두고 전략 부재'라거나 체력 부족을 원인으로 뽑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대한민국은 사선 射線이면서, 사선 斜線이면서, 사선 死線인 곳이다. 이 탄도 彈道 는 술에 취한 운전자가 160킬로로 달리는 자동차이기도 하고, 사전 통보 없이 날아오는 해고(fire) 통지서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선에서 공을 차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곳에서 대가리를 박기도 한다. 낭심이 쪼그라들며 피가 쏠리지만 견딜 수밖에 !  호랑이가 없으면 늑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늑대가 없으면 너구리가 차지하고, 결국에는 고슴도치인 나도 참고 견디면 그 자리를 차지하리라. 그런 믿음으로 견딘다.

고슴도치가 너구리를, 늑대를, 호랑이를 비난하지 않는 것처럼, 오리는 오리 사냥꾼에게 투표를 한다. 내 머리를 털고 일어나면 토끼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대한민국은 분풀이 사회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차지한 불명예 1위는 총 46개이며 2위는 열 개 남짓이다. 이 정도면 OECD 회원국의 이디오피아'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몇몇 리스트만 소개하면서 끝내기로 하자. 대한민국이 왜 기울어진 운동장인가는 이 리스트를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자살률 1위,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가계부채 1위, 남녀 임금격차 1위, 노인 빈곤률 1위, 청소년 흡연율 1위, 저출산율 1위, 가장 낮은 최저 임금 1위, 저임금 노동자 비율 1위, 인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 1위, 어린이 교통 사망률 1위, 학업 시간이 가장 높은 국가 1위, 낮은 환경 평가 1위, 낮은 어린이 행복지수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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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5-0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출산율이 1위이니 고령화속도도 1위일테고, 학업시간이 가장 높은 국가이니 학업시간대비 학업성취 비효율도 1위에 근접했을테고. 아마 추정이지만, 최근 10년간은 지니계수 상승률도 1위일테고, 소득지니계수 대비 자산지니계수도 1위일테고...

`사선에서`의 오리 사냥 장면은 저에게도 정말 인상깊은 장면이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5:49   좋아요 0 | URL
골때리는 1위 중에는 결핵 환자 1위도 있습니다.
못 먹어서생기는 병이라는데 이거 참.....
결론은 많이는 먹는데 영양가는 없다는 소리겠죠 ?
말이 오이시디 국가이지 그냥 오이시디 국가 속 이디오피아인 것 같습니다.

cyrus 2015-05-08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마지막 문장이 의미심장하군요. 어제 《솔로 강아지》 논란이 자연스럽게 떠올립니다.

마립간 2015-05-08 19:34   좋아요 0 | URL
<솔로강아지>, 저는 오늘 알게 되었는데, 영화 <위플래쉬 Whiplash>와 <킬 위드 미 Untraceable, Kill With Me>를 섞어 놓은 현상이더군요.

수다맨 2015-05-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발님, 제가 이번에 새로 나온 책 한 권을 기프티북으로 보냈습니다.
이오덕과 권정생이 오랫동안 서로 나눈 편지들을 모은 책인데, 원래는 한길사에서 출판되었다가 절판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두 저자들의 허락을 제대로 받지 않고 무단으로 출간되었던 탓에 절판의 운명을 맞이했던 것 같네요. 다행히도, 이번에는 제대로(!) 된 방식으로 출판된 것 같아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두 문학가의 우정과 인정, 감동과 배려가 묻어나는 글인데, 곰곰발님께서도 틀림없이 좋아하실 것 같아 기프티북으로 먼저 보냈습니다. 저 역시 (곰곰발님처럼) 이오덕의 생각과 고집을 그다지 인정하지는 않지만,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은 존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9 09:0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잘 읽도록, 꼭꼭 씹어 읽도록 하겠습니다. 이오덕 권정생 책은 잠시 나왔다가 권정생 뜻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를 해서 접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제는 정식으로 나왔군요. 당시 중고로 꽤 비싸게 나왔던 것 기억합니다. 이오덕 권정생 존경할 만한 분들이죠. 감사합니다.
 

 

 

 

 

 

 


어른(들)은 몰라요 !



 

 

 

 

 

 

 

 

 

 

 

 

 

 

 

1.

십대가 범죄를 저지르면 " 무서운 10대 " 라는 기사 제목을 단다. 하지만 이십대 이상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 무서운 20대, 무서운 30대, 무서운 40대 " 라는 제목을 달지는 않는다. 명백한 계층 차별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 그래요, 불륜입니다. ​요즘 10살짜리 아이가 쓴 시집 << 솔로 강아지 >> 가 논란이란다. 시집 전체가 논란이라기보다는 < 학원 가기 싫은 날 > 이라는 시'가 문제가 된 것. 詩 때문에 회자 膾炙 와 구설 口舌 에 오르는 경우는 김지하와 박노해 혹은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문학평론가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극찬했던 미래파 시인이 이룩하지 못한 지점을 열 살 아이가 해낸 것이다. 어른들 세계에서는 이 시집이 논란이 되어 시집을 전량 폐기하고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 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핧아 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이 詩가 어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 거짓 > 이 아니라 < 진실 > 이라는 데 있다.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사실을 아이'가 폭로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이 요구하는 캐릭터를 거부한다. 이 시'가 끔찍하다며 전량 폐기 처분을 주장했던 사람은 손에 가슴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그 나이 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 적 없었나 ? 지금 당신은 한 아이가 진실을 담아 내놓은 시'를 나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아이에게 쓰디 쓴 진실'보다는 달달한 거짓'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중이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답게 태어날까 ?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성답게 태어날까 ? " ... 다움 " 을 강요하는 것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폭력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에게 무조건 " 아이다움 " 을 강요하면 안 된다.

고통은 나이를 불문하고 동일하다. 열 살 때 겪은 아픔과 서른 살 때 겪은 아픔은 동일하다. 만약에 당신이 열 살 아이의 고통과 불만을 단순히 성장통으로만 이해한다면 똑같은 잣대로 60대 노인은 실연 때문에 죽을 것 같은 당신의 고통 앞에서 똑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는 완전한 인격체를 갖춘 being 이라는 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동시에는 " 쟁반 같은 둥근 달 " 같은 달달한 표현만 떠오르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시는 아이가 어른을 속이기 위한 거짓 시'다. 1일1식하는 중이라 사실 이 시간대가 가장 배가 고픈데 이런 기사 읽으니 뚜껑이 열린다. 하여튼, 좆같은 어른들. 심장은 안 크고 좆대가리만 컸어.





2.

자칭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거지반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양성 평등을 주장은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다. 양성 평등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 (가사) 노동 분담'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부모는 극히 드물다. 양성 평등은커녕 입시 자녀 시중 드는 꼴이다. 결국 양성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식에게만큼은 양성 평등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전업 주부'인데 두 아들에게 철저하게 가사 노동을 분담시킨다. 음식 만들기 이외에는 남편, 아들1, 아들2가 방 청소와 설겆이를 한다. 놀라운 점은 수험생인 데도 철저하게 이 룰을 지킨다는 점이다. 그녀 왈, 내 아들이 설겆이 따위로 공부 시간을 빼앗겨서 좋은 대학을 갈 기회를 놓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그저 그런 직장에 취직해도 괜찮아요. 다만, 그 아이가 신부를 얻어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게 될 때 지금처럼 똑같이 가사 노동을 분담한다면 저는 아들이 큰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하렵니다.  






3.

박진영이 << 식스틴 >> 이란 배틀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JYP 연습생 가운데서 헛똑똑이와 똑똑이를 분류해서 똑똑이를 모아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 진행 방식은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보다 자극적이다. 메이저나 마이너로 분류한 뒤 헛똑똑이 부류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 예를 들면 똑똑이 그룹은 준연예인급 대우를 해준다. 좋은 차에 쾌적한 숙소를 제공하는 것. 반면 헛똑똑이 그룹에는 일반 버스에 눅눅한 숙소가 제공된다. 방송을 잠시 보니 방에 똥이 있더라 ! 더욱 놀라운 점은 똑똑이 그룹은 안무실을 오전 9시에서 밤 9시까지 사용할 수 있고, 헛똑똑이 그룹은 밤 9시에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룰을 정한 것. 가뜩이나 뒤쳐진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세계'다. 박진영과 방송국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차별화된 설정을 통해서 헛똑똑이가 우뚝 솟을 수 있는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자는 속셈. 속이 뻔히 보이는 터라 그닥 새롭지 않다. 아마, 기-승-전-결'에서 < 전 > 에 해당될 때 박진영은 헛똑똑이를 향해 이렇게 소리칠 것이 분명하다. 똥 ! 덩 ! 어 ! 리 ! << 위플래시 >> 라는 영화가 있다. 미친 선생이 평범한 학생을 미친듯이 자극시켜서 천재 학생으로 만든다는 설정. 이 영화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오죽 신기했으면 미국 언론에서도 이 현상을 다뤘다나 ?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서사'다. << 베토벤 바이러스>> 에 열광했던 나라이니 말이다. 박진영을 보고 있자니 이명박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아무리 자극적 설정을 원한다고 해도 못난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乙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게임의 법칙일까 ? 패널티'는 대부분 乙와 상권과 경쟁을 위해 甲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 골목 상권의 경쟁을 위해 기업형 마트'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듯이 말이다. 어찌 보면 박진영은 신자유주의자의 현현인 이명박보다 더한 인간이다. 에라이, 이 인....

 

 

 

 

 

 

덧대기

 

                   < 학원 가기 싫은 날 > 이라는 詩가 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므로 시집을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논리는 엉터리'다. 그런 식이라면 어린이용으로 출간된 어린이용 설록홈즈'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셜록 홈즈 작품집에는 " 엄마, 미워 죽겠어 ! " 따위의 상상적 응징'이 아니라 수많은, 기상천외한 살인'이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블록의 제목을 패로디하자면 " 800만 가지 살해 방법 " 이 다 나오지 않은가 ?  당신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셜록 홈즈'를 읽으며 자란 어른이 아닌가 ? 이 시'는 추리소설과 호러엽기물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소녀가 장르적 변용을 통해 詩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아동 도서가 반드시 해해해해해해해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권정생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면서 왜 이토록 분위기가 어두운가, 라는 질문에 대해 권정생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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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전 왠지 이 아이가 훗날에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좀 걱정이 되더군요.
자신의 시 때문에 좀 충격을 먹었을 것도 같구요, 왜 사람은 솔직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런 것 때문에 갈등할 것도 같고... 뭔가의 트라우마를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박진영이 좀 재수없어 지려고 하는군요. 물론 전 그를 좋아해 본적은 없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7   좋아요 0 | URL
박진영 노래 보면 뽕끼가 너무 작렬해서 듣기 불편한 경우가 많죠.

트롯을 교묘하게 다른 장르로 바꾼 듯한...
가사를 들어보면 그런 느낌 작렬합니다.

cyrus 2015-05-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이 ‘학원 가기 싫은 날’만 가지고 마녀사냥하듯이 선정성 논란을 자꾸 부채질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정작 이 문제의 결정적 원인을 모르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팔짱 낀 채 지켜보고 있고요. 저는 <솔로 강아지>를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도,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론은 자극적인 요소를 좋아해서 유독 ‘학원 가기 싫은 날’만 알리니까 대중은 ‘<솔로 강아지>는 잔혹 동시집이다. 읽어서는 안 되겠어’라고 인식합니다. 저는 ‘학원 가기 싫은 날’이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체를 보지 않고 무조건 까대는 비난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알라딘 서재는 평화로워요. 페이스북은 어제부터 동시집 전면 폐기 결정을 주제로 열띤 댓글 토론이 진행되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역시 뭔가 고즈넉한, 섬 같은 분위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솔로강아지인가요. 아, 요 시는 참 좋더군요.

이뿌니 2015-05-0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누군가를 진정으로 죽이고싶었냐는 질문에...대해...
부모가 한 아이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구걸하게 한 돈으로 유흥을 즐기는 짓을 일삼고 집안 분위기를 공포로 몰아가는 가정파탄을 일으켰다면 자식이 부모 심장을 멈추게 하고싶을 분노에 공감한다.
그러나 예를 들면 애써 벌어온 돈을 쪼개어 자기 자식을 학원에 보내는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눈깔을 다 파일 정도가 되어야 하냐는 말이다. 머리를 뜯기고 심장을 뜯어먹혀야 하느냐 말이다. 공감할 수 없다.
나이 10살이 아니라 40살 장년층이 썼어도 전혀 공감이 안되는건 왜일까.
운율 살린답시고 먹어를 반복해 넣어놓았던데 정신병 있는 사람이고 이건 시가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싶은 쓰레기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6   좋아요 1 | URL
평화주의자 납셨구나. 비폭력주의자, 이뿌니여 !
당신의 비폭력주의에 내 염통이 쫄깃쫄깃하여 이뿌다.
하지만 이 글을 어쩌면 그 꼬마 시인이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정신병 있는 사람 운운하거나 이건 시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너의 말이 오히려 더 폭력적이지는 않느냐. 이 덧글은 교육적인가 되묻고 싶다. 이뿌니여.

당신 같은 40살 장년층이 썼어도 전혀 공감이 안되는 것은 왜일까 ?

풀꽃놀이 2015-05-0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전면 회수 폐기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분명 이책은 문제가 있었어요...저자(삽화가)의 의도를 존중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이 있었지만...좀 과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러나...그렇다면 이책의 문제가 무엇인지...이책을 잉태한 우리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일단 책을 보고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못난 어른들이 한 어린 시인을 물먹인 사건이죠...어린이날에 말이예요...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걱정입니다..
문제의 시를 포함해 몇 편의 시를 읽어보니 아주 흥미롭더군요...그 시를 쓴 시인은 정당한 비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9 09:03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삽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그것은 어른의 실수이지 아이의 실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집 출간에 하늘을 날 것 같았던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시가 잔인하다고 하는 데 솔까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동화 원전을 보십시오. 저 위의 댓글을 보세요. 정신이상자가 쓴 시라니...

adaptive 2015-05-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나... 심정적인 회의랄까?
 
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까마귀 노는 곳에 백조야 가지 마라



 

                                                     호숫가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도도한 자태로 둥둥 떠 있다. 머리는 작고 통은 좁으며 이목구비가 뚜렸하고 목이 길어서 전체적으로 우아한 생김새'로 보아 영락없는 백조'가 아니던가. 하지만 " 백조 " 라고 말하면 앙칼진 말방구가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 까마귀 " 라고 말하면 부피가 더 빵빵한 말풍선'이 당신 앞에 도착할 것이다. 만지면 빵, 터져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아, 어쩌란 말이냐. 문법으로 따지자면 " 검은 백조 " 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 백조 : 白鳥 > 라는 이름에는 이미 흰 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검은 흰 새 ?! 그렇다고 " 하얀 백조 " 라는 표현도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다. " 하얀 ~ " 같은 표현은  의미가 중복되는 불필요한 수식'이다.  

같은 말이 겹쳐서 된 말을 겹말'이라고 한다. 겹말의 대표적 예가 < 새신랑 > 이다. 신랑은 新 : 새 신, 郞 : 사내 랑 으로 어우러진 낱말이니 직역하면 갓 결혼한 남자나 남편을 이르는 말. < 새신랑 > 에서 " 새- " 는 신랑 앞에 덧댈 필요가 없는 군말'이다. < 손수건 > 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겹말(들) : 손 + 수건 手 손 수, 巾 수건 건 이니 손과 手은 서로 겹친다. < 외갓집 > 은 (외)家 = 집이 겹치고 , < 처갓집 > 은 (처)家 = 집'이 겹쳐서 동의중복이 된다. < 생일날 > 은 (생)日 = 날, < 모래사장 > 은 모래 = 沙이 중복된다   사연이 이렇다 보니, 검은 백조라는 표현도 이상하고 하얀 백조라는 표현도 이상하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게 다 검은 백조'가 느닷없이 출몰한 까닭이다.

 

일단 검은 백조가 출현하면 조류학자'는 " 모든 백조는 흰 새 " 라는 < 팩트 > 가 < 픽션 > 이 된다는 사실을 (병아리처럼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사전을 편찬한 출판사는 백조'라는 단어가 삽입된 사전을 전량 폐기해야 할 위기에 봉착한다. 이 일로 인해 출판사는 망하고, 출판사 직원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사회에 앙심을 품은 전직 출판사 직원 k씨!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경호원의 제지에 넘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급기야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은 하야를 하게 된다. 이 틈을 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고 미국이 개입하자 중국도 개입한다. 이에 뒤질쏘냐 ! 일본이 자위군 파견을 이유로 전쟁을 확장하는데, 한편 웅이네 가족은...... 


검은 백조는 < 극단값 > 이다. 과거 데이터'로는 그 존재(검은 백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으나 그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와 미래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검은 백조가 당신 앞에 < 뙇 ! > 하고 나타나면 어떻게 할껴 ? 검은 백조 현상은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꼬이게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상치 못한 반전, 예상 밖의 일, 예측 불가능성'에 해당된다. 쉽게 말해서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겟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모를 뿐이다. 미극 입장에서 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향해 달려든 거대한 새가 블랙 스완'이었다. 당신 눈 앞에 검은 백조가 뙇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근자감에 사로잡혀서 검은 백조가 없다는 가정을 하고 행동한다.

인간은 각 분야별로 " 전문가 " 를 내세워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인간은 헛똑똑이'인 셈이다. 니체'는 이런 전문가를 교양속물(buildingsphilister)이라고 불렀다. 교양과 천박한 지식을 겉치레로 추구하는 교양인에 대한 조롱이었다. 전문가의 미래 예측은 허구'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 블랙 스완 >> 은 바로 그 점을 폭로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9.11 사건이 블랙 스완이었다면, 대한민국은 97년 IMF사태가 블랙 스완이었다. 대한민국은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을 발판으로 샴페인 터트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IMF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 백조가 뙇 ! 검은 백조를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적 딜'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평생 직장 개념은 하루아침에 언제 잘릴 줄 모르는 살벌한 일터가 되었다. 빳빳하고 꼿꼿했던 페니스는 어느새 물에 젖은 종이 방망이'가 되었다. 불알후드(BROTHERHOOD)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영화 << 실미도 >> 에서 정재영은 " 우린 죽지 않아 !!!! " 라며 물에 젖어 물빠따'가 된 불알후드를 위로했지만 실미도 대원은 모두 죽었다. 이때 등장한 방송 프로그램이 <<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 였다. 죽지 않고 성공한 이를 내세워 성공 비결을 묻는 방송이었다. 심형래도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신지식인 1호'라는 명예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항상 같은 말을 하고는 했다. " 남들이 다 불가능해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을 때 밀어붙인 것이 성공의 요인입니다 ! "

티라노는 용가리가 되었고, 용가리는 디워가 되었다. 몸집이 커진 만큼 성공 파이'도 커졌다. 무모한 도전은 성공 비결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성공 가도'에 이상한 정체불명이 그가 달리는 가도 街道 를 막았다. 티라노보다도 작고, 용가리보다도 작고, 그러니까 디워보다도 작고...... " 누구냐, 넌 ? " 정체불명'이 말했다. " 검은 백조예염 ! " 검은 백조가 심형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심형래는 왜 실패했을까 ? 그가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던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아킬레스를 건드린 것은 아니었을까 ?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 1957년 미국의 500대 우량 기업 중 이로부터 40년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집계한 500대 기업 목록에 든 기업은 74개에 불과했다.

사라진 기업 가운데 합병된 것은 극소시일 뿐 나머지 대부분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거나 완전히 붕괴했다. ( 361쪽, 블랙 스완 中에서 ) "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성공한 500대 기업 리스트(1957년 작성)은 실패한 500대 기업 리스트'였던 셈이다. 요기 베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고 말한 철학적 명제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짧게 보면 그때는 성공이지만 길게 보면 실패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당신이 성공 비결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대목이 나중에는 당신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적했듯이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다(모두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저잣거리 입말로 말해서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다 보니 성공한 것이다.

 

이 사실을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자신의 예지력'으로 돌린다. 성공한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를 했다는 말. 하지만 미래는 당신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당신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는 미래에는 당신이 예측하지 못한 검은 백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검은 백조'라는 표현으로 미래의 무작위성에 대해 말했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닭을 예로 든다. << 철학의 문제 The Problems of Philosophy >> 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생 동안 닭의 모이를 주던 농부가 결국에는 닭의 목을 비튼다(The man who has fed the chicken every day throughout its life at last wrings its neck instead).

 

 

 

 

닭 입장에서 보면 주인은 고마운 사람이다. 날마다 먹이를 주니 말이다. 하지만 299일째 자신을 찾아온 주인과 300일째  자신을 찾아온 주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전자는 고마운 사람이지만 후자는 자신을 죽인 사람이니까. 닭이 보기에 그는 예상 밖의 검은 백조'였다. 이처럼 미래는 무작위적이다. 니체가 교양속물이라고 경멸했던 전문가는 미래를 예측하기 좋아한다. 성공하면 내 덕이고 실패하면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외부 탓을 한다. 대표적 인물이 하, 하하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다. 그는 항상 예측하기를 좋아한다. 야구 해설을 기상 예보'로 격상한 인물.  " 아, 이번 공은 변화구 던질 겁니다. " 라거나 " 아, 이번 공은 직구로 타자를 윽박지르겠죠 ? " 라고 말한다. 통하면 의기양양, 어긋나면 야구 몰라요, 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 야구 몰라요 > 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외부적 사건'이다. 그것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 아무리 예측대왕 하일성'이라고 해도 신의 영역에서 부채를 펼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당신이 야구에 < 야 > 자'를 모른다고 해도 하일성처럼 말하면 맞출 확률은 50%에 달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직구 아니면 변화구이니, 그 무엇을 말하든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0%의 오류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신이 개입한 걸 가지고 나보고 어쩔 ? 이라며 설레발을 치면 끗? 이런 태도를 두고 " 확인 편향의 오류 " 라고 한다. 우리는 < 강박적 경험주의자 > 보다는 < 회의적 경험주의자 > 가 되어야 한다.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은 늙으면 이명박처럼 된다.

그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윽박지른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반면 회의주의자는 자기 경험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덧대기

 

동의중복에 따른 군더더기 겹말 표현 : 기계적으로 쓰는 구 형태의 겹말은 '결실을 맺다→열매를 맺다’( 結 맺을 결 ), ‘간단히 요약하면→요약하면’( 要 요약할 요), ‘공감을 느끼다→공감하다’( 感 : 느낄 감 ) , ‘관점에서 보면→관점에서’( 觀 : 볼 관) , ‘더불어 같이 살다→같이 살다, 더불어 살다’( 더불어 = 같이 ), ‘다른 대안→대안’( 代 : 대신 대 ), ‘뜨거운 열기→열기, 뜨거운 기운’( 熱 : 더울 열 ) , ‘미리 예습하다→예습하다’( 豫 : 미리 예 ) , ‘먼저 선수를 치다→선수를 치다’( 先 : 먼저 선 ) , ‘시범을 보이다→시범하다’( 示 : 볼 시 ) , ‘이 기간 동안에→이 기간에’( 間 : 동안 간 ) , ‘오랜 숙원→숙원’( 宿 : 오랜 숙 ) , ‘8월 달→8월’( 月 : 달 월 ) , ‘8일 날→8일’( 日 : 날 일 ) , ‘집에 귀가하다→귀가하다’( 家 : 집 가 ) , ‘작품을 출품하다→출품하다, 작품을 내다’, ‘타고난 선천적 성격→타고난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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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5-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질문에 대한 답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7 10:06   좋아요 0 | URL
그리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
 

 

 

 




홈런과 볼넷  : 새누리는 왜 항상 이길까 ?



 

홈런 한 개는 안타(단타) 열두 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안타(단타) 세 개를 묶어 1점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 그랜드슬램(만루 홈런) 한 방은 안타 열두 방'과 같은 가치'라는 계산이 나온다. 스즈키 이치로는 타격-머신'이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1년 타율 0.350, 242안타 8홈런 69타점 56도루의 충격적인 성적을 남긴 그는 2004년 시즌에 메이저리그 100년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안타(262개)를 남겼다. 그는 통산 타율 0.317, 2844안타, 717타점, 487도루를 기록한 가장 완벽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스즈키 이치로가 기록한 대기록에 비해 야박한 대우를 하는 것 같다.  < 와 > 도 아니고 < 와와와와와 > 도 아닌 < 와와 > 정도 ?!  외국인 타자에 대한 차별'이 작용하기도 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내가 보기엔 야구에서 안타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편의상, 그랜드슬램이 단타 열두 개와 동일한 값을 가진다고 했을 때 262개 안타는 만루 홈런 21개를 때려낸 것과 같다. 우우, 하지 마시라.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따져보자는 의도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더 현실 가능한 계산으로 셈을 해보자.  보통 홈런 한 방에 평균 2점을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2점은 안타 6개와 같은 값이니 홈런 44개와 안타 262개는 동일하다. 만약에 당신이 구단주라면 타율 0.250에 홈런 44개를 기록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아니면 타율 0.350에 홈런 8개를 기록한 선수를 영입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 각자의 셈법이 있겠으나 내가 구단주라면 같은 값이라면 단타를 많이 생산하는 선수보다는 타율은 낮더라도 홈런을 생산하는 선수를 선택할 것이다. 6안타를 때렸으나 완봉패 당하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스즈키 이치로'는 2001 시즌에 안타를 242개나 생산했으나 타점은 고작 69점을 만드는 데 그쳤다(1번 타자가 타점보다는 득점을 위한 순번'이라는 점은 인정한다고 해도 안타 생산력에 비해 타점 생산력은 미흡하다). 2점 홈런을 꾸준히 치는 타자가  35개의 홈런으로 만든 타점보다 적다. 야구에서는 점수를 뽑지 못한 안타'는 아무 의미가 없다. 경기당 잔루가 많은 팀은 좋은 팀이 아니다. 잔루가 많다는 것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장타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홈런 타자가 부재하는 소총 부대'는 좋은 팀이 아니라는 점이다. 엘지가 좋은 예이다. 팀 홈런은 바닥을 맴돌고 잔루는 그만큼 늘어난다. 1점을 얻기 위해서는 1이닝에서 안타 3,4개를 몰아쳐야 하는데 이게 어디 쉬운가 ? 경기당 팀 평균 안타 생산력이 9개이니 1이닝당 안타 1개를 생산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1이닝에 안타 3,4개를 때려야 1점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니 점수를 얻는 과정이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반면 홈런은 사사구로 집 나간 자식(타자) 허리춤을 쥐어틀고 집으로 끌고 올 수 있다. 안타(홈런) 하나로 말이다. 야구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기'다. 10명 가운데 7.5명은 잡고 2.5명'은 놓친다. 타자 입장에서 보면 7.5번 죽고 2.5번 산다( 7번 죽고 3번 사는 타자는 실력이 좋은 타자이고, 7.5번 죽고 2.5번 죽는 타자는 실력이 보통이며, 8번 죽고 2번 사는 타자는 실력이 평균치를 밑도는 선수다).  만약에 투수가 투 아웃을 잡고 나서 세 명 연속 안타를 내주는 경우와 투 아웃을 잡고 세 명 연속 볼넷을 내주는 경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3연속 안타를 내준 상태에서 다음 타자와 겨루는 게 유리하다.

한 이닝에서 2아웃 이후 연속 4안타가 생산되는 경우는 통계와 확률이라는 점에서 보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세 명 연속 볼넷으로 타자를 내보내면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맞을 확률은 높아진다. 왜냐하면 공격팀은 한 이닝당 평균 1안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비 실책이 나중에는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이와 같다. 그렇기에 투수에게 제구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술'이다. 안타를 맞더라도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최근 새천년민주당은 안타'가 무서워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가 포볼을 남발하는 꼴을 연출한다. 극성스러운 것으로 유명한 좌파 팬들을 의식하다 보니 안타에 따른 비난을 두려워서 정면승부를 피하게 되는 것. 하지만 그 안이한 판단'이 다시 포볼을 내주고, 또 다시 포볼을 내줘서 포볼로만 만루가 된 상황'이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새천년민주당은 연속 3안타로 만루를 만드는 상황보다 연속 3포볼로 만루가 되는 상황이 확률상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위기인 줄도 모르고, 투수 새천년민주당 씨'는 3타자 연속 무 안타'라는 점에 큰 위안을 삼는 모양이다. " 엄마, 나 잘하고 있지 ? " 그렇다면 새누리당이 공격력이 뛰어나서 항상 이기는 경기를 하는 것일까 ? 그렇지는 않다. 새누리당 소속 타자들은 다른 팀 공격력과 다를 바 없다. 그저 1이닝에 1안타를 때렸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새천년민주당 씨'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상대팀 4번 타자 이완구'가 돌아오자 우는 선수'도 있었다. 북풍이 무서워서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란다. 이명박 정권 때만 해도 천안함 좌초설에 힘을 실어주던 야당이 하루아침에 180도로 달라진 것이다.

누가 봐도 눈에 보이는 전략인 셈이다. 집 나간 토끼를 잡아보겠다고 보수층에게 꼬리를 살살 쳐서 점수를 좀 얻자는 속셈인데, 오히려 이 우왕우왕(우왕좌왕이 아니라)하는 태도 때문에 집토끼'마저 집을 나가고 있다. 모든 것 다 용서하마. 엄마가 병상에 누워서 애타게 기다린다, 라고 담벼락에 가출 신고 전단지'를 붙인다고 집나간 토끼가 쉽게 집에 들어올 리는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연패가 계속되면 홈구장으로 가는 발길이 뜸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어차피 질 거라면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방망이에 잘 맞은 타구가 반드시 안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뭐, 남의 팀 걱정할 때는 아니다. 엘지는 7연패 중이다. 시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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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연패가 아니라 6연패란다. 뭐 수정할 생각은 없다. 오늘 지면 7연패이니 ....

돌궐 2015-05-06 15:10   좋아요 0 | URL
너무 그러지 마세요.ㅎㅎ 야구 모르지 않습니까.
먼 옛날 엘지의 전신 MBC청룡과 삼성의 프로야구 첫 경기에서 터진 이종도의 만루홈런 끝내기를 기억해 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5:49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이번 시즌은 싹수가 글렀습니다. 홈런 최저, 출루률 바닥.... 봉중근 산사태, 그렇다면 선발투수진이 뛰어나냐. 그것도 아니고. 선수는 늙어서 이젠 리빌딩할 기회도 없고. 그동안 신인 키우지도 못했고.....
루카스는 말이 메이저이지 마이너보다 못하고 한나한은 아프다는 핑계도 10억 먹고 고향 돌아갈 테세고...
아휴... 한숨만 나오는군요. 그냥 이번 시즌 꼴찌 했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5-06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경기 니퍼트 선발이던데 LG가 이기기에는 힘들 것 같아요. 지금 야구 중계 보고 있는데 점수가 4대 1이네요. LG가 두산을 잡아줘야 삼성과 게임 격차를 벌릴 수 있는데 내일은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7 07:43   좋아요 0 | URL
불행히도 제 예상이 맞군요. 오늘도 예상 함 해볼랍니다. 8연패 갑니다 !

cyrus 2015-05-07 18:39   좋아요 0 | URL
오늘 두산 선발 진야곱인데 이 선수의 공이 긁기지 않는다면 엘지도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제발 오늘 한 경기는 엘지가 이기기를.
 

 

 

 

 




왜 이래, 나 쉬운 말 아니야



김혜수가 영화 << 타짜 >> 에서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 " 라고 말했을 때, 이 말속에 숨겨진 행간은 " 나, 쉬운 여자 아니거덩. 내가 그렇게 만만하니 ?  " 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 배울 만큼 배웠기에 갈 때까지 가는 여자는 아니라는 말.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처럼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잘해주거나 해맑게 웃어주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깻잎오소리입말사전 > 에 의하면 쉬운 여자와 쉬운 말은 홀아비와 과부 사이다. 쉬운 말처럼 보이지만 쉬운 말이 아니라는 말. 쉬운 말'이라고 해서 우습게 보다가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 되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쉬운 표현을 낮잡아 본다. 그래서 배운 사람일수록 쉬운 말을 어렵게 말한다. 대표적 지식인이 정성일과 신형철'이다. 이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뭔가 배운 티가 팍팍 묻어나서 느끼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정성일이 쓴 글은 영화 평론가 아니랄까봐 영화 평론가 티'가 나고, 신형철 또한 문학 평론가 티'가 난다. < -척을 하기 > 와 < -티를 내기 > 는 사소한 차이'는 있으나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 - 척 > 과 < - 티 > 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 부풀리는 성향이 있다. < - 답게 > 과 과도한 방향으로 빠지면 < - 티 > 가 되는 법이다. 예를 들어 교수가 < 교수답게 > 행동하지 않고 훈계질을 하면 < 교수티 > 를 내게 된다. 철학 책이나 학술 서적을 쉽게 쓰라는 주문이 아니다. 철학 책은 어렵게 기술되어야 한다. 만약에 쉽게 쓰여진 철학 책이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철학 책이 아니다. 과학이 형이하학을 다룬다면 철학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을 다루는 학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평론집'이라면 어느 정도는 쉽게 써야 할 의무가 있다. 대중이 이해할 정도로 쓰여진 평론집은 과연 깊이가 없을까 ?  독자는 자신이 이해를 못하는 문장은 자신의 얕은 교양을 탓한다.

" 당신에게는 무아경의 자기통제와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리오타르적 숭고의 의지가 있는가 ? " 라는 문장 앞에서 (독자) 거지반은 무릎 탁, 치며 아, 한다. 무슨 뜻인지도 모른면서 일단 아, 라는 감탄사 하나 발사한다. 배운 만큼 배운 사람이 틀린 말을 썼겠어, 라는 노예 근성이 튀어나오는 순간'이다. 그러다 보니 배운 사람은 일단 어렵게 쓰고 본다. 손해볼 것 없기 때문이다. 알면 내 덕, 모르면 네 탓 !  하지만 저 위의 문장을 쉽게 풀어서 쓰면 당신은 우, 하게 된다. " 이런 글은 나도 쓰겠다, 쓰벌 ! " 내가 보기에는 < 당신에게는 무아경의 자기통제와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의지가 있는가 > 라는 문장을 내 스타일로 표현하면 < 할껴, 말껴 ? > 라는 문장이다.

더 줄인다면 < 할껴 ? > 다. 할껴, 라는 두 음절 속에는 " 거... 참, 말 많네. 그러니께, 말만 나불거리지 말고 용기 내서 함께 할 생각이 있는감 ? " 이 숨겨져 있다. 이 말을 가지고 무아경의 자기통제라느니, 복종을 통해 일상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리오타르적 숭고한 의지 따위로 포장하는 것이다.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어려운 말 쓰며 배운 티 팍팍 내는 놈은 거지반 사기꾼'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쉽게 말하고, 어렵게 말해야 되는 것은 쉽게 말하도록 노력하는 게 지식인의 몫이다. 쉬운 말이라고 해서 반드시 쉬운 말은 아니다. 다음은 상대하기 쉬운 말(실력이 없는 말)이 결코 쉬운 말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 기사'다.


  

을(乙)들의 희망’으로 불리는 경주마 ‘차밍걸’이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가 생긴 이래 최다연패 신기록을 세웠다. 2005년 태어난 8세 암말 차밍걸은 26일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6경주에 출전해 11마리 중에서 9번째로 골인했다. 이로써 2007년 데뷔, 7년간 96번 경주에 출전한 차밍걸은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하며 자신과 당나루(1995년 기준)가 갖고 있던 95연패 기록을 넘어섰다. 차밍걸은 다른 경주마보다 몸무게 100㎏이 덜 나가는 430㎏의 왜소한 말. 1등은 못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뛰는 ‘소시민’ 또는 성실한 ‘을’로 비유되며 서울 경마공원의 ‘화제마’로 부상했다. 차밍걸이 96연패 기록을 세운 26일, 1등 기수보다 더 조명을 받은 기수가 있다. 차밍걸의 기수 유미라(29)씨다. 2008년 6월 기수로 데뷔한 유씨는 같은 해 8월 차밍걸을 처음 타 12두 가운데 6위를 한 이래 차밍걸이 출전한 96회 경주 중 75번을 함께 달렸다.유 기수는 “오늘도 레이스 중반까지 꼴찌로 처졌다. 하지만 끝까지 열심히 달려 직선주로에서 두 마리를 제쳤다. 1등을 못하지만 어지간해서는 꼴찌도 안 하는 투지 있고 열심히 뛰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신문에서 기사 발췌,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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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쌩 2015-05-05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삼느냐에따라 글쓰기가 달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물들이 심미적인 글을 추구하는것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지나친 감정과잉이나 의식과잉이 글맛을 떨어뜨리고 책을 덮게 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6 12:49   좋아요 0 | URL
영화 평론이라면 영화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가끔은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작 철학 개론을 읊습니다.
오이지의 맛에 대한 글을 쓰라고 원고지 내줬더니 쓴다는 게 고작 < 피클의 맛 > 에 대해서 쓰는 꼴이라고 할가요 ? 둘 다 채소절임이니 다 그게 그거다 ?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