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몰라요 !



 

 

 

 

 

 

 

 

 

 

 

 

 

 

 

1.

십대가 범죄를 저지르면 " 무서운 10대 " 라는 기사 제목을 단다. 하지만 이십대 이상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 무서운 20대, 무서운 30대, 무서운 40대 " 라는 제목을 달지는 않는다. 명백한 계층 차별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 그래요, 불륜입니다. ​요즘 10살짜리 아이가 쓴 시집 << 솔로 강아지 >> 가 논란이란다. 시집 전체가 논란이라기보다는 < 학원 가기 싫은 날 > 이라는 시'가 문제가 된 것. 詩 때문에 회자 膾炙 와 구설 口舌 에 오르는 경우는 김지하와 박노해 혹은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문학평론가들이 입만 열었다 하면 극찬했던 미래파 시인이 이룩하지 못한 지점을 열 살 아이가 해낸 것이다. 어른들 세계에서는 이 시집이 논란이 되어 시집을 전량 폐기하고 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 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핧아 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이 詩가 어른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 거짓 > 이 아니라 < 진실 > 이라는 데 있다. 애써 외면하려고 했던 사실을 아이'가 폭로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른이 요구하는 캐릭터를 거부한다. 이 시'가 끔찍하다며 전량 폐기 처분을 주장했던 사람은 손에 가슴을 얹고 생각해 보자. 당신은 그 나이 때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한 적 없었나 ? 지금 당신은 한 아이가 진실을 담아 내놓은 시'를 나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아이에게 쓰디 쓴 진실'보다는 달달한 거짓'을 말하라고 강요하는 중이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남자답게 태어날까 ?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성답게 태어날까 ? " ... 다움 " 을 강요하는 것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폭력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에게 무조건 " 아이다움 " 을 강요하면 안 된다.

고통은 나이를 불문하고 동일하다. 열 살 때 겪은 아픔과 서른 살 때 겪은 아픔은 동일하다. 만약에 당신이 열 살 아이의 고통과 불만을 단순히 성장통으로만 이해한다면 똑같은 잣대로 60대 노인은 실연 때문에 죽을 것 같은 당신의 고통 앞에서 똑같은 말을 해줄 것이다. 아이는 작은 어른이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따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아이는 완전한 인격체를 갖춘 being 이라는 말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동시에는 " 쟁반 같은 둥근 달 " 같은 달달한 표현만 떠오르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시는 아이가 어른을 속이기 위한 거짓 시'다. 1일1식하는 중이라 사실 이 시간대가 가장 배가 고픈데 이런 기사 읽으니 뚜껑이 열린다. 하여튼, 좆같은 어른들. 심장은 안 크고 좆대가리만 컸어.





2.

자칭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거지반 목에 핏대를 세우며 양성 평등을 주장은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다. 양성 평등 실천에 있어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 (가사) 노동 분담'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부모는 극히 드물다. 양성 평등은커녕 입시 자녀 시중 드는 꼴이다. 결국 양성 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식에게만큼은 양성 평등을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전업 주부'인데 두 아들에게 철저하게 가사 노동을 분담시킨다. 음식 만들기 이외에는 남편, 아들1, 아들2가 방 청소와 설겆이를 한다. 놀라운 점은 수험생인 데도 철저하게 이 룰을 지킨다는 점이다. 그녀 왈, 내 아들이 설겆이 따위로 공부 시간을 빼앗겨서 좋은 대학을 갈 기회를 놓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저 그런 대학을 나와 그저 그런 직장에 취직해도 괜찮아요. 다만, 그 아이가 신부를 얻어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게 될 때 지금처럼 똑같이 가사 노동을 분담한다면 저는 아들이 큰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하렵니다.  






3.

박진영이 << 식스틴 >> 이란 배틀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JYP 연습생 가운데서 헛똑똑이와 똑똑이를 분류해서 똑똑이를 모아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취지. 진행 방식은 기존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보다 자극적이다. 메이저나 마이너로 분류한 뒤 헛똑똑이 부류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 예를 들면 똑똑이 그룹은 준연예인급 대우를 해준다. 좋은 차에 쾌적한 숙소를 제공하는 것. 반면 헛똑똑이 그룹에는 일반 버스에 눅눅한 숙소가 제공된다. 방송을 잠시 보니 방에 똥이 있더라 ! 더욱 놀라운 점은 똑똑이 그룹은 안무실을 오전 9시에서 밤 9시까지 사용할 수 있고, 헛똑똑이 그룹은 밤 9시에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룰을 정한 것. 가뜩이나 뒤쳐진 아이들에게는 더욱 치명적인 세계'다. 박진영과 방송국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차별화된 설정을 통해서 헛똑똑이가 우뚝 솟을 수 있는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자는 속셈. 속이 뻔히 보이는 터라 그닥 새롭지 않다. 아마, 기-승-전-결'에서 < 전 > 에 해당될 때 박진영은 헛똑똑이를 향해 이렇게 소리칠 것이 분명하다. 똥 ! 덩 ! 어 ! 리 ! << 위플래시 >> 라는 영화가 있다. 미친 선생이 평범한 학생을 미친듯이 자극시켜서 천재 학생으로 만든다는 설정. 이 영화가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흥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오죽 신기했으면 미국 언론에서도 이 현상을 다뤘다나 ?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서사'다. << 베토벤 바이러스>> 에 열광했던 나라이니 말이다. 박진영을 보고 있자니 이명박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아무리 자극적 설정을 원한다고 해도 못난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지는 못할망정 乙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게임의 법칙일까 ? 패널티'는 대부분 乙와 상권과 경쟁을 위해 甲에게 패널티를 부과한다. 골목 상권의 경쟁을 위해 기업형 마트'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듯이 말이다. 어찌 보면 박진영은 신자유주의자의 현현인 이명박보다 더한 인간이다. 에라이, 이 인....

 

 

 

 

 

 

덧대기

 

                   < 학원 가기 싫은 날 > 이라는 詩가 아이들이 보기에는 지나치게 잔인하므로 시집을 전량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논리는 엉터리'다. 그런 식이라면 어린이용으로 출간된 어린이용 설록홈즈'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셜록 홈즈 작품집에는 " 엄마, 미워 죽겠어 ! " 따위의 상상적 응징'이 아니라 수많은, 기상천외한 살인'이 있기 때문이다. 로렌스 블록의 제목을 패로디하자면 " 800만 가지 살해 방법 " 이 다 나오지 않은가 ?  당신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셜록 홈즈'를 읽으며 자란 어른이 아닌가 ? 이 시'는 추리소설과 호러엽기물를 좋아하는 취향을 가진 소녀가 장르적 변용을 통해 詩로 표현한 것일 뿐이다. 아동 도서가 반드시 해해해해해해해맑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권정생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면서 왜 이토록 분위기가 어두운가, 라는 질문에 대해 권정생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쓸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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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5-07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전 왠지 이 아이가 훗날에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좀 걱정이 되더군요.
자신의 시 때문에 좀 충격을 먹었을 것도 같구요, 왜 사람은 솔직하면 안 되는 것인지
그런 것 때문에 갈등할 것도 같고... 뭔가의 트라우마를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박진영이 좀 재수없어 지려고 하는군요. 물론 전 그를 좋아해 본적은 없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7   좋아요 0 | URL
박진영 노래 보면 뽕끼가 너무 작렬해서 듣기 불편한 경우가 많죠.

트롯을 교묘하게 다른 장르로 바꾼 듯한...
가사를 들어보면 그런 느낌 작렬합니다.

cyrus 2015-05-0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론이 ‘학원 가기 싫은 날’만 가지고 마녀사냥하듯이 선정성 논란을 자꾸 부채질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정작 이 문제의 결정적 원인을 모르거나 아예 무시하면서 팔짱 낀 채 지켜보고 있고요. 저는 <솔로 강아지>를 직접 읽어본 적은 없어도,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언론은 자극적인 요소를 좋아해서 유독 ‘학원 가기 싫은 날’만 알리니까 대중은 ‘<솔로 강아지>는 잔혹 동시집이다. 읽어서는 안 되겠어’라고 인식합니다. 저는 ‘학원 가기 싫은 날’이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전체를 보지 않고 무조건 까대는 비난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알라딘 서재는 평화로워요. 페이스북은 어제부터 동시집 전면 폐기 결정을 주제로 열띤 댓글 토론이 진행되었거든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7   좋아요 0 | URL
알라딘은 역시 뭔가 고즈넉한, 섬 같은 분위기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솔로강아지인가요. 아, 요 시는 참 좋더군요.

이뿌니 2015-05-08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 누군가를 진정으로 죽이고싶었냐는 질문에...대해...
부모가 한 아이를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고 구걸하게 한 돈으로 유흥을 즐기는 짓을 일삼고 집안 분위기를 공포로 몰아가는 가정파탄을 일으켰다면 자식이 부모 심장을 멈추게 하고싶을 분노에 공감한다.
그러나 예를 들면 애써 벌어온 돈을 쪼개어 자기 자식을 학원에 보내는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눈깔을 다 파일 정도가 되어야 하냐는 말이다. 머리를 뜯기고 심장을 뜯어먹혀야 하느냐 말이다. 공감할 수 없다.
나이 10살이 아니라 40살 장년층이 썼어도 전혀 공감이 안되는건 왜일까.
운율 살린답시고 먹어를 반복해 넣어놓았던데 정신병 있는 사람이고 이건 시가 아니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싶은 쓰레기이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8 10:46   좋아요 1 | URL
평화주의자 납셨구나. 비폭력주의자, 이뿌니여 !
당신의 비폭력주의에 내 염통이 쫄깃쫄깃하여 이뿌다.
하지만 이 글을 어쩌면 그 꼬마 시인이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정신병 있는 사람 운운하거나 이건 시가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너의 말이 오히려 더 폭력적이지는 않느냐. 이 덧글은 교육적인가 되묻고 싶다. 이뿌니여.

당신 같은 40살 장년층이 썼어도 전혀 공감이 안되는 것은 왜일까 ?

풀꽃놀이 2015-05-0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전면 회수 폐기로 결정이 났다고 합니다... 분명 이책은 문제가 있었어요...저자(삽화가)의 의도를 존중했다는 출판사의 설명이 있었지만...좀 과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러나...그렇다면 이책의 문제가 무엇인지...이책을 잉태한 우리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일단 책을 보고 토론이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못난 어른들이 한 어린 시인을 물먹인 사건이죠...어린이날에 말이예요...
아이가 받았을 상처가 걱정입니다..
문제의 시를 포함해 몇 편의 시를 읽어보니 아주 흥미롭더군요...그 시를 쓴 시인은 정당한 비평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9 09:03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삽화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나 그것은 어른의 실수이지 아이의 실수는 아니지 않습니까. 시집 출간에 하늘을 날 것 같았던 아이의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됩니다. 시가 잔인하다고 하는 데 솔까말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 동화 원전을 보십시오. 저 위의 댓글을 보세요. 정신이상자가 쓴 시라니...

adaptive 2015-05-18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해야 하나... 심정적인 회의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