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완 -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까마귀 노는 곳에 백조야 가지 마라



 

                                                     호숫가에 검은 새 한 마리가 도도한 자태로 둥둥 떠 있다. 머리는 작고 통은 좁으며 이목구비가 뚜렸하고 목이 길어서 전체적으로 우아한 생김새'로 보아 영락없는 백조'가 아니던가. 하지만 " 백조 " 라고 말하면 앙칼진 말방구가 되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 까마귀 " 라고 말하면 부피가 더 빵빵한 말풍선'이 당신 앞에 도착할 것이다. 만지면 빵, 터져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아, 어쩌란 말이냐. 문법으로 따지자면 " 검은 백조 " 라는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다. < 백조 : 白鳥 > 라는 이름에는 이미 흰 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니까. 검은 흰 새 ?! 그렇다고 " 하얀 백조 " 라는 표현도 자연스러운 조합은 아니다. " 하얀 ~ " 같은 표현은  의미가 중복되는 불필요한 수식'이다.  

같은 말이 겹쳐서 된 말을 겹말'이라고 한다. 겹말의 대표적 예가 < 새신랑 > 이다. 신랑은 新 : 새 신, 郞 : 사내 랑 으로 어우러진 낱말이니 직역하면 갓 결혼한 남자나 남편을 이르는 말. < 새신랑 > 에서 " 새- " 는 신랑 앞에 덧댈 필요가 없는 군말'이다. < 손수건 > 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겹말(들) : 손 + 수건 手 손 수, 巾 수건 건 이니 손과 手은 서로 겹친다. < 외갓집 > 은 (외)家 = 집이 겹치고 , < 처갓집 > 은 (처)家 = 집'이 겹쳐서 동의중복이 된다. < 생일날 > 은 (생)日 = 날, < 모래사장 > 은 모래 = 沙이 중복된다   사연이 이렇다 보니, 검은 백조라는 표현도 이상하고 하얀 백조라는 표현도 이상하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게 다 검은 백조'가 느닷없이 출몰한 까닭이다.

 

일단 검은 백조가 출현하면 조류학자'는 " 모든 백조는 흰 새 " 라는 < 팩트 > 가 < 픽션 > 이 된다는 사실을 (병아리처럼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사전을 편찬한 출판사는 백조'라는 단어가 삽입된 사전을 전량 폐기해야 할 위기에 봉착한다. 이 일로 인해 출판사는 망하고, 출판사 직원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사회에 앙심을 품은 전직 출판사 직원 k씨!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가 경호원의 제지에 넘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급기야 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은 하야를 하게 된다. 이 틈을 타 북한이 전쟁을 도발하고 미국이 개입하자 중국도 개입한다. 이에 뒤질쏘냐 ! 일본이 자위군 파견을 이유로 전쟁을 확장하는데, 한편 웅이네 가족은...... 


검은 백조는 < 극단값 > 이다. 과거 데이터'로는 그 존재(검은 백조)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으나 그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와 미래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검은 백조가 당신 앞에 < 뙇 ! > 하고 나타나면 어떻게 할껴 ? 검은 백조 현상은 잘 나가다가 어느 순간 꼬이게 되는 순간이다. 그것은 희귀성, 극도의 충격, 예상치 못한 반전, 예상 밖의 일, 예측 불가능성'에 해당된다. 쉽게 말해서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겟느냐 한치 앞도 모두 모를 뿐이다. 미극 입장에서 보면 뉴욕 맨해튼에 있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향해 달려든 거대한 새가 블랙 스완'이었다. 당신 눈 앞에 검은 백조가 뙇 !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근자감에 사로잡혀서 검은 백조가 없다는 가정을 하고 행동한다.

인간은 각 분야별로 " 전문가 " 를 내세워 모든 것을 예측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 인간은 헛똑똑이'인 셈이다. 니체'는 이런 전문가를 교양속물(buildingsphilister)이라고 불렀다. 교양과 천박한 지식을 겉치레로 추구하는 교양인에 대한 조롱이었다. 전문가의 미래 예측은 허구'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 블랙 스완 >> 은 바로 그 점을 폭로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9.11 사건이 블랙 스완이었다면, 대한민국은 97년 IMF사태가 블랙 스완이었다. 대한민국은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을 발판으로 샴페인 터트리며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IMF라는 이름을 가진 검은 백조가 뙇 ! 검은 백조를 예상한 전문가는 아무도 없었다.

이때부터 피도 눈물도 없는 전략적 딜'이 난무하기 시작했고, 평생 직장 개념은 하루아침에 언제 잘릴 줄 모르는 살벌한 일터가 되었다. 빳빳하고 꼿꼿했던 페니스는 어느새 물에 젖은 종이 방망이'가 되었다. 불알후드(BROTHERHOOD)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영화 << 실미도 >> 에서 정재영은 " 우린 죽지 않아 !!!! " 라며 물에 젖어 물빠따'가 된 불알후드를 위로했지만 실미도 대원은 모두 죽었다. 이때 등장한 방송 프로그램이 <<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 였다. 죽지 않고 성공한 이를 내세워 성공 비결을 묻는 방송이었다. 심형래도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는 신지식인 1호'라는 명예와 함께 승승장구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항상 같은 말을 하고는 했다. " 남들이 다 불가능해서 무모한 도전이라고 했을 때 밀어붙인 것이 성공의 요인입니다 ! "

티라노는 용가리가 되었고, 용가리는 디워가 되었다. 몸집이 커진 만큼 성공 파이'도 커졌다. 무모한 도전은 성공 비결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성공 가도'에 이상한 정체불명이 그가 달리는 가도 街道 를 막았다. 티라노보다도 작고, 용가리보다도 작고, 그러니까 디워보다도 작고...... " 누구냐, 넌 ? " 정체불명'이 말했다. " 검은 백조예염 ! " 검은 백조가 심형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심형래는 왜 실패했을까 ? 그가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던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아킬레스를 건드린 것은 아니었을까 ? 이러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 1957년 미국의 500대 우량 기업 중 이로부터 40년 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집계한 500대 기업 목록에 든 기업은 74개에 불과했다.

사라진 기업 가운데 합병된 것은 극소시일 뿐 나머지 대부분은 형편없이 쪼그라들거나 완전히 붕괴했다. ( 361쪽, 블랙 스완 中에서 ) "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성공한 500대 기업 리스트(1957년 작성)은 실패한 500대 기업 리스트'였던 셈이다. 요기 베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라고 말한 철학적 명제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짧게 보면 그때는 성공이지만 길게 보면 실패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당신이 성공 비결이라고 자신있게 말한 대목이 나중에는 당신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지적했듯이 성공은 우연의 산물이다(모두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저잣거리 입말로 말해서 아다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다 보니 성공한 것이다.

 

이 사실을 사람들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자신의 예지력'으로 돌린다. 성공한 사람들이 항상 하는 말이 미래를 내다보고 미리 준비를 했다는 말. 하지만 미래는 당신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당신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생각하는 미래에는 당신이 예측하지 못한 검은 백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검은 백조'라는 표현으로 미래의 무작위성에 대해 말했다면 버트런드 러셀은 닭을 예로 든다. << 철학의 문제 The Problems of Philosophy >> 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평생 동안 닭의 모이를 주던 농부가 결국에는 닭의 목을 비튼다(The man who has fed the chicken every day throughout its life at last wrings its neck instead).

 

 

 

 

닭 입장에서 보면 주인은 고마운 사람이다. 날마다 먹이를 주니 말이다. 하지만 299일째 자신을 찾아온 주인과 300일째  자신을 찾아온 주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전자는 고마운 사람이지만 후자는 자신을 죽인 사람이니까. 닭이 보기에 그는 예상 밖의 검은 백조'였다. 이처럼 미래는 무작위적이다. 니체가 교양속물이라고 경멸했던 전문가는 미래를 예측하기 좋아한다. 성공하면 내 덕이고 실패하면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외부 탓을 한다. 대표적 인물이 하, 하하하일성 야구 해설위원이다. 그는 항상 예측하기를 좋아한다. 야구 해설을 기상 예보'로 격상한 인물.  " 아, 이번 공은 변화구 던질 겁니다. " 라거나 " 아, 이번 공은 직구로 타자를 윽박지르겠죠 ? " 라고 말한다. 통하면 의기양양, 어긋나면 야구 몰라요, 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 야구 몰라요 > 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외부적 사건'이다. 그것은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 아무리 예측대왕 하일성'이라고 해도 신의 영역에서 부채를 펼칠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당신이 야구에 < 야 > 자'를 모른다고 해도 하일성처럼 말하면 맞출 확률은 50%에 달한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직구 아니면 변화구이니, 그 무엇을 말하든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50%의 오류는 통제 범위 바깥에 있는 신이 개입한 걸 가지고 나보고 어쩔 ? 이라며 설레발을 치면 끗? 이런 태도를 두고 " 확인 편향의 오류 " 라고 한다. 우리는 < 강박적 경험주의자 > 보다는 < 회의적 경험주의자 > 가 되어야 한다. 경험을 중시하는 사람은 늙으면 이명박처럼 된다.

그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윽박지른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반면 회의주의자는 자기 경험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덧대기

 

동의중복에 따른 군더더기 겹말 표현 : 기계적으로 쓰는 구 형태의 겹말은 '결실을 맺다→열매를 맺다’( 結 맺을 결 ), ‘간단히 요약하면→요약하면’( 要 요약할 요), ‘공감을 느끼다→공감하다’( 感 : 느낄 감 ) , ‘관점에서 보면→관점에서’( 觀 : 볼 관) , ‘더불어 같이 살다→같이 살다, 더불어 살다’( 더불어 = 같이 ), ‘다른 대안→대안’( 代 : 대신 대 ), ‘뜨거운 열기→열기, 뜨거운 기운’( 熱 : 더울 열 ) , ‘미리 예습하다→예습하다’( 豫 : 미리 예 ) , ‘먼저 선수를 치다→선수를 치다’( 先 : 먼저 선 ) , ‘시범을 보이다→시범하다’( 示 : 볼 시 ) , ‘이 기간 동안에→이 기간에’( 間 : 동안 간 ) , ‘오랜 숙원→숙원’( 宿 : 오랜 숙 ) , ‘8월 달→8월’( 月 : 달 월 ) , ‘8일 날→8일’( 日 : 날 일 ) , ‘집에 귀가하다→귀가하다’( 家 : 집 가 ) , ‘작품을 출품하다→출품하다, 작품을 내다’, ‘타고난 선천적 성격→타고난 성격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5-05-07 0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질문에 대한 답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05-07 10:06   좋아요 0 | URL
그리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