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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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의 좀비들에게 고(告)함 !


                                                                                  펑 !   대한민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그때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야구 경기에서 8회'가 끝났을 때 대한민국은 7 : 0 으로 이기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대한민국이 9회초에 8실점을 하면서 경기를 내주기란 쉽지 않다니까 !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마무리 투수가 마지막 9회'에 올라 첫 타자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을 때만 해도 승리의 여신인 나이키'는 대한민국을 향해 웃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한시름 놓을 수밖에. 캔맥주를 비울 수록 방광은 가득 차길 마련이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 일 > 이 묘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연속 안타를 내주면서 차곡차곡 점수를 잃더니 결국에는 역전을 허용했다.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야구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김영삼이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수의를 입힐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무난하게 안착될 것처럼 보였다. 맨주먹으로 칼을 앞세운 군인의 강철 군화를 벗겼으니 말이다. " 칼국수의 힘 " 이라고나 할까. 칼국수1가 칼을 이기다니. 남은 이닝을 김대중과 노무현이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무난하게 경기를 이끌어 갈 때까지만 해도 민주주의는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마무리는 불펜 투수 이명박이었다. 믿을 만한 구석은 별로 없는 선수였다. 철쭉도 아니면서 들쭉날쭉한 실력을 보여서 믿음이 가는 투수는 아니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투수...... 와인드업 ! 던졌습니다 !!!  와와. 대중은 환호했다. 7점 차 앞선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가 첫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잡은 것이다. " 웬일이니, 쭉정이인 줄 알았더니 알맹이였네...... "

하지만 이명박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이후 홈런 포함 10안타를 두들겨맞으며 강판되었고,  박근혜는 고의적으로 타자에게 헤드샷을 날려 퇴장당했다. 그리고 다음 불펜 투수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9수 끝에 사법 고시를 통과한 엘리뜨 윤석렬 선수는 똥볼을 남발하다가 역전을 허용했다.  혼이 나간 표정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제가 잘못 던져서 졌습니까 ? 이게 다 전 선수들이 잘못해서 진 경기입니다. 에이, 시발. 압수수색해 !!!! "  " 분홍분홍 " 했던 장미빛 미래는 어느새 " 부들부들 " 한 헬조선으로 변했다. 일찍 터뜨린 샴페인은 < 민주화 > 와 < 민주주의 > 를 혼동한 결과였다. << 민주화 >> 는 과정일 뿐이지 완성이 아니지 않은가. 개천에서는 용 대신 이끼벌레가 창궐했다. 흙수저가 땅을 파서 십 원짜리 동전을 긁어모을 때 금수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전망 좋은 방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좋은 것만 먹고 좋은 것만 보다 보니 금수저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박찬욱 감독은 부자들이 마음씨도 착하다며 설레발을 까기도 했다. 

그들은 항상 웃었다. 웃을 때 고른 치아가 반짝거렸다. 금수저와 흙수저를 구별하는 표시는 샤넬이나 루이비통'이 아니었다. 그 옛날, 자가용 뒷자리에서나 볼 수 있었던 뤼비똥'은 이제는 아침 8시 지옥철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웃을 때 하얗고 고른 << 치아 >> 가 금수저와 흙수저의 << 차이 >> 를 만들었다. 수정하겠다, 흙수저에게 " 치아 " 라는 낱말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였다. 금수저에게는 없지만 흙수저에게는 있는 것.  그것은 바로 " 고르지 않은 누런 이빨 " 이었다. 금수저는 치아를 가지고 태어나고 흙수저는 이빨을 가지고 태어난다. 


들어가는 말풍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 롱 워크 >> 는 훌륭한 소설이다. 킹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가 고등학교 졸업반일 때 이 소설을 썼다면 대한민국 소설가는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 목 메 죽어야 한다는 소리'다. 심하다고 ?!  내가 한 소리가 아니다. 비난의 화살은 모두 장정일에게 ! 장정일이 독서일기이 적어놓은 표현이니까. 경기 룰은 간단하다. 10대 참가자 100명이 오래달리기(걷기)를 한다.  최종 우승자 1인이 모든 부와 명예를 차지한다. 단, 걷기를 멈추면 죽는다. 대회를 진행하는 군인이 그 자리에서 총으로 즉결처형하는 방식이다. < out > 이 아니라 < kill > 이다. 이 죽음의 레이스'에 참가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  물어볼 필요도 없다. 아메리칸 금-포크 자식들이 상금을 노리고 목숨을 담보로 죽음의 레이스 경기에 뛰어들 놈은 없으니깐 말이다. 흙-포크'들이 한탕을 노리고 이 경기에 뛰어든다. 생존 확률은 1/100이지만,        어쩌라고 ?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깜짝 놀랐던 것은 킹이 선보이는 " 디스토피아적 우화 " 의 우아한 상상력 때문이 아니었다. 이 소설은 우화가 아니라 현실을 냉정하게 반영하고 있었다. 롱 워크 게임은 스포츠 파시즘과 연결되어 있다. 승자독식, 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반영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스포츠 파시즘이 일상 생활 곳곳에 침투되어 있다. 탕 !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첫 번째 총성( 주 : 여기서 총성은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 신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총살을 의미한다)이 울렸을 때( 총성이 울렸다는 것은 누군가가 낙오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오는 곧 죽음이다)  그 게임의 승자는 99명이었고 패자는 1명이었다. 탕 ! 다시 총성. 두 번째 총성이 울렸을 때 승자는 98명으로 줄어들었고, 패자는 한때 승자 중 1명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한때 승자였으나 패자가 된 사람이 하나둘 사라지게 된다.

즉결 처형'은 조용하게 진행된다. 킹은 < 헝거게임 > 이나 < 베틀로얄 > 처럼 야단법석을 떨며 경기를 진행하지 않는다. 바로 그 점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품격'이다. 이 소설은 킹의 기존 소설에 비해 재미는 1/2로 줄어들었지만 메시지는 강력하다. 만약에 이 경기'가 헬조선에서 벌어진다면 참가하는 사람이 있을까 ? 상금을 노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하는 경기에 말이다. 헬조선에서 하루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는 대략 40명. 그들은 대부분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다. 1년이면 15,000명이 자살을 하는 사회.  어디 그뿐인가 ? 죽지 못해 사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사업에 실패해서 빚더미에 오른 자도, 비정규직 노동자도, 갑질에 분노하는 을도 이 경기에 뛰어들 것이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걷기만 하면 된다. 멈추지 않으면 된다. 상대방과 경쟁할(싸울) 필요는 없다. 상대가 지쳐서 쓰러지기를 바랄 뿐이다. 타인의 고통이 나에게는 기회가 되는 사회. 경주마에게 씌우는 눈가리개를 사람에게 씌우는 사회. 옆사람의 손을 잡으며 " 연대" 를 이야기하면 " 고대" 를 무시하냐며 좌빨로 모는 사회. " 이대 " 로는 살 수 없다고 거리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면 공공질서를 " 숙대(쑥대) " 밭으로 만들었다며 손가락질하는 사회.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말했다가 눈알이 파이고 입이 찢어졌다는 서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사회.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이라고 주장하는 사회. 티븨만 돌리면 먹방만 방영되는 사회. 흙수저 자식새끼들은 굶어죽는데 금쪽이들만 부탁한다고 신소리만 하는 사회. 이 삭막한 도로 위에 흙수저와 흙포크가 출발선에 서 있다. 앞은 볼 수 있으나 옆은 볼 수 없는 말 눈가리개를 쓰고 초조하게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신호가 떨어지면 걷기 시작한다.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다. 생존확률은 1/100 % 내가 잘한다고 우승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흙수저로 태어나 할 일도 많지만 오늘도 걷는다. 탕 !  생존확률 1/99 %  탕 !  다시 울리는 총성. 생존확률은 1/98 % 앞만 보고 가련다. 탕 !  ■

 









 






 

  1. 김영삼의 상징적 오브제는 칼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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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1-23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는, 지금˝을 적나라하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셨네요. 정리의 힘! 배우고 싶사옵니다. Winner takes it all. 정말 소름끼치는 말이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8   좋아요 0 | URL
조지오웰이 동물농장에서 이런 소릴 했죠. 과거를 조종하는 사람은 미래를 조종한다. 뭐 이런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니다. 1984인가 ???!! 하튼. 박근혜 보니 저 문장이 느닷없이 생각나더라고요...

수다맨 2015-11-23 0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전직 대통령이 세상을 떴더군요. 사실 그와의 추억을 많이 공유하지 못한 저로서는 애보다는 증이 좀 더 큽니다. 저는 그의 민주투사 시절보다는 경제 위기 관리와 대처에 너무나도 무능했다는 점과, 노동법을 가장 반민주적인 방법으로 처리하고 수습에 미흡했다는 점만 생각나네요. 하지만 야당 정치가로서 그만한 배짱을 보여준 이도 드물었다 봅니다. 김 씨에 비하면 안철수/문재인 같은 사람들은 유약한 사람들이지요. 그의 명복을 늦게나마 빕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51   좋아요 0 | URL
저도 김영삼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뭐 말년에는 자식 농사 잘못 지어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시대적 인물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네요. 안철수와 문재인의 공통점은 사람은 좋아보이는데 히마리가 없어보인다는 점... 아쉽습니다.

기억의집 2015-11-23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맨 마지막 한 줄은 압권입니다. 아침부터 한참 웃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48   좋아요 0 | URL
유독 한국에서는 킹 할베의 인기가 별로 없어요. 순문학 애호가 강해서 그런가 보다 합니다.
욕이 많이 나와서 순수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ㅎㅎㅎ

재는재로 2015-11-23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짝짝~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6:46   좋아요 0 | URL
짝짝 하니 갑자기 짝짝짝 짝짝 ~ 응원 박수 박자가 생각났ㅅㅂ니다.

보슬비 2015-11-2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 이책을 읽지 않아서 곰발님 페이퍼를 읽지 않았어요. 다 읽은후에 그때 읽을겁니다. ^^
빨랑 도서관에서 책아 오너라~~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17:44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는 전혀 없습니다만, 책 읽기 전에 리뷰 먼저 보는 것은 재미를 반감시키기는 하죠.. ㅎㅎ

강가딘 2015-11-23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밀리언 셀러클럽말고 딴데서 스티븐킹 책을 출간했으면좋겠어요.
영어에서의욕설을 차라리 원문 그대로발음만 적어놓던지
완전히 한국식 쌍욕으로 바꿔놔서.. 특히 듀마키라는 책을 번역했던조영학이라고하는 번역가는
진짜 너무 싫습니다. 자기가 쓴책도 아니면서 왜 남의 책에다가 그짓거리를 하는지..
출판사가 하나 밖에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읽긴하지만..

기억의집 2015-11-24 09:17   좋아요 0 | URL
저도 이 분 말 공감해요. 제가 롱워크를영어로 읽었는데, 킹 작품이 번역된 다른 작품들처럼 싼티나지 않아요. 절대로.... 스탠 바이미도 그렇고. 제가 한때 청소년 소설은 영어로 읽었는데, 킹 문체가 생각보다 진중해요. 번역본처럼 싼티 절대 안 나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4 16:5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욕을 번역한다는 게...... ㅎㅎㅎㅎㅎ 번역가도 좀 난감할 겁니다. ㅎㅎ
밀리언셀러클럽이 제본에 신경을 안 씁니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읽다가 정말 뒤집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역대급 발번역...
번역가 님들 신경써주세요~~

기억의집 2015-11-24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는 젊어서부터 킹을 좋아해서 그의 책을 대부분은 아니더라도 신간은 나오면 대부분 사서 읽었는데, 예전에 고려원에서 킹 소설 많이 냈어요, 남자들이 무협지 보는 사람 취급하더라구요. 하하. 그래도 쟝르문학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껴져 가고 있긴 해요. 전 그래서 순문학에 대한 반감 혹은 반항심이 없지 않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4 17:04   좋아요 0 | URL
킹이 뭐 워낙에 학교 선생할 때 작문 선생이었으니 정통성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신기하죠 ? 왜 킹이 한국에서는 인기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킹은 일종의 소수 팬덤 문화일 뿐이지 대중적이지는 안잖아요. 한국 독자들이 너무 순문학에 집착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순문학 지지자들이 종종 하는 말이 장르 문학은 발로 뛰며 쓴 체험이 아니기에 형편없다고 말하는데, 전 순문학 대부분이(요즘 현대문학 순문학)에 발로 뛴 흔적을 찾질 못하겠습니다. 리얼리티가 문학의 모든 것으라고 착각하는 것을 보면 좀 그렇습니다. 하튼 이번 롱 워크 좋더군요. 재미는 1/2이지만 아.. 뭔가 깊이가... 전 이 소설을 굉장히 슬프게 읽었스비다.

비로그인 2015-11-2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지금까지 쓰신글 다듬어서 책좀 내주시면 안될까요 ? 이게 속모르고 하는 소리는 아닌지 걱정입니다만...출판업계 사정을 잘몰라서요...근데 매번 북플와서 읽기도 힘들뿐더러 곁에 두고 봤으면 하는 글이 너무 많아요. 아 그리고 책으로 나와도 각종 감칠맛나는 비속어들은 제발 무삭제로 나오기를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8 09:50   좋아요 0 | URL
이 댓글을 출판업자들이 보아야 할 터인데 말이죠.... ㅎㅎㅎㅎ
나중에 프린트로 뽑아서 묶어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속어는 삭제하면 맛이 안 나죠.. 후후...
 
롱 워크 밀리언셀러 클럽 143
스티븐 킹 지음,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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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워크 : 국토대장정, 오이디푸스 그리고 복면가왕




                                                                       해마다 여름이 되면 : 연중 행사'처럼 진행하는 퍼레이드가 있다. 동아제약에서 진행하는 << 국토대장정 >> 이다. < 박카스 > 가 대한민국 대표 자양강장제라면, < 국토대장정 > 은 < 지신밟기 > 의 20/21세기적 문화 행사'다. 마을 사람들이 집집마다 돌며 땅을 다스리는 신령을 달래고 안녕을 빌던 풍속은 지금에 와서는 기업 스폰서를 받아 글로벌하게 확장되었다. 해남 땅끝에서 서울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국토대장정은 일종의 답정굿'인 셈이다.  행사 취지는 분명하다.  맨발의 청춘들은 해남 땅끝에서 시작해 서울로 입성하는, 600km가 넘는 거리'를 밟으면서 나라의 안녕을 빈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평화통일 이뤄 주시고(할렐루야~), 부국강명 이뤄 주소셔(아멘~) ! "   이 퍼레이드가 성공하자 여러 단체에서도 희망원정대, 국토횡단모험단, 나눔로드 따위로 행사를 진행한다.

 

 

몇몇 단체에서 진행하는 21세기 지신밟기 행사에는 참가비가 무료이지만 몇몇 단체는 참가비를 내고 참여해야 한다.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 딱 > 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는 21세기 지신밟기 풍속 서사'는 < 기-승-전-國 > 이 아니라 < 기-승-전-家 > 이다. 주최 측에서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 화려 강산 " 보며 자긍심을 가지라며 " 팔도 유람 " 시켜 줬으나 대원들 머릿속은 집 생각뿐이다. 당연한 결과'다. 지신밟기'란 원래 내 집의 안녕을 비는 기복신앙에서 파생된 풍속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 세상 모든 행사 취지는 " 좋은 취지 " 에서 시작하지 " 나쁜 취지 " 는 없다.  이명박(or 박근혜)은 항상 나쁘지만 취지는 항상 좋은 놈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취지와는 다른 놈이 얼굴을 드러내는 법이다. 국토대장정에 참여한 청춘은 모두 오이디푸스'다. 오이디푸스가 " 퉁퉁 부은 발 " 이란 점에서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오이디푸스'라는 말이다.

 

그들이 이 행사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극기나 애국 따위가 아니라 " 집 나가면 개고생 " 이라는 평범한 진리'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 돈 내고 집 나가서 개고생 하는 게 국토대장정이라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먼드라마의 주제'다. 아 !  쪽팔린 일이다, 이런 서사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그런데 좀더 비판적으로 접근하면 군사 문화의 잔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은 " 개인의 극기 " 를 다루는 게 아니라 " 집단의 극기 " 를 다룬다. 이 행사에 참가한 청춘은 독단적 주체가 아니라 조(組)의 일원'일 뿐이다. 그들은 팀의 일원으로서 팀워크를 강요받는다. 팀워크는 하나를 위한 전체의 희생을 강요한다. " 너만 힘드니? 나도 힘들거등 ! " 국토대장정이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는 것은 << 완주 >> 이지만, 팀원 중 낙오자가 없을 때에나 빛나게 되는 가치'다. 특정인의 낙오는 곧 그 특정인이 소속된 팀 전체의 낙오로 간주되어 얼룩이 된다.  

 

여기서 낙오된 자는 나쁜 신체'라는 멍에를 쓴다. 그러다 보니 도중에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국토대장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파시즘적 군국주의를 읽어낼 때, 스티븐 킹은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1966년에 << The Long Walk >> 라는 소설을 쓴다(여러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출판사는 모두 거절한다. 후에 스티븐 킹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출간하게 된다). 번역하자면 " 오래달리기 " 이지만 오래달리기'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자기계발서 제목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 차라리  " 국토대장정 " 이라는 이름이 그럴 듯하지 않을까 ? < 킹 > 은 오래 전에 이미 변방의, 어두컴컴한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한국판 국토대장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피력한 것이다. 이 소설에서 어린 청춘들은 국토대장정과 유사한 오래 걷기 대회에 참여한다.

 

 

< 룰 > 은 다음과 같다 : ㉠ 경기에 참여한 선수는 최저 제한 속도는 6.5km 이상으로 행군해야 하며, ㉡ 행군 중 최저 제한 속도 이하로 떨어지면 경고를 받는다. ㉢ 이 경고 횟수가 3회를 넘어 4회에 이르면 탈락된다. ㉣ 참가 인원은 100명이다. ㉤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게임은 지속된다. ㉥ 당연히 최후의 1인은 엄청난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 - 는 줄거리. 아참, 중요한 것 하나를 빼먹었다. ㉦ 경고를 4번 받아서 경기에서 탈락하게 되면 .......  총살(즉결 처형)을 당한다. " 어때요, 킹답죠 ? " 깊이 있게 이 소설을 이야기하고 싶으나 스포일러 대방출이라는 어쩔 수 없는 덫에 빠지기에 생략하기로 하자.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이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가명으로 내놓은 두 번째 작품이다. 쉽게 말해서 리처드 바크만은 스티븐 킹의 복면가왕인 셈이다. 킹이 바크만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이유는 문단의 홀대'에 있었다.

 

 

당시, 킹은 문단으로부터 대중에게는 인기가 높지만 퀄리티는 떨어지는 싸구려 대중 작가'라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킹 스스로도 실력보다는 운이 따른 영광이 아닐까 라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 된 복면가왕이 바로 리처드 바크만'이었다. 그가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고등학생 때 쓴 << 롱워크 >> 를 내놓자 평단은 호평 일색이었다. " 킹, 보고 있나 ?  장르 소설을 쓰려거든 바크만처럼 쓰시게나.  킹,  자네는 바크만의 발톱 때만도 못하다네...... " 장정일이 << 사계 >> 를 읽고 나서 이런 소리를 한 적 있다. " 스티븐 킹이 이 단편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 장정일이 이 소설을 읽는다면 똑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 "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을 쉬어가는 의미에서 고등학생 때 쓴 작품이라면 한국의 작가는 다 죽어야 한다. "

 

에둘러 말하지 말고 서둘러 말하자면 : << 롱 워크 >> , 쥑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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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1-22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사람은 참 이른 나이에 날아다니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6   좋아요 0 | URL
난놈은 난놈입니다. 1년에 장편(보면 페이지 수가 1000되는 게 만음) 2개씩 생산하는 거 보면
집단 창작 같기도 하고.... 미스테리한 인물입니다.

기억의집 2015-11-22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튼 글 참 재밌게 쓰심~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6   좋아요 0 | URL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지금 춤추고있슴돠

5DOKU 2015-11-22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스탠 바이 미>를 읽었습니다만, 소설 속 인물들의 이야기나 글로서 등장하는 단편들을 들여다보면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킹 스스로도 장르와 순문학 사이의 정체성에서 많은 고민을 한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킹의 존재 자체가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과연 킹 앞에서 플롯 중심이니 인물 중심이니 하면서 장르와 순문학을 구분할 자격이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요. 직접 발로 뛴 흔적이 문장에 없다면 킹처럼 서사적 즐거움이라도 주든지 대개는 순문학이라는 이름만 달았지 책상머리 앞에서 쓴 건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놈의 와닿지도 않는 주제의식 제대로 전달할 실력이 없으면 알레고리도 무의미할 뿐인데 말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3 00:35   좋아요 0 | URL
낮에 거의 7시간을 자버렸네요. 난감하네요.... ㅎㅎㅎㅎㅎ 5 님의 지적에 박수 4000번 때립니다. 말씀대로 발로 뛴 문장이 없다며 순문학은 지랄을 하던데, 솔직히 요즘 순문학 발로 뜁니까 ? 그냥 책상머리에 앉아서 모르는 것은 네이버 뒤지지요. 그럴 바에는 아예 킹처럼 읽는 맛이라도 주던지...만날 가족 얘기. 아빠는 항상 폭력적이야. 아빠 땜시 트라우마 생겼어. 엄마는왜 만날 아빠에게 맞아 ? 엄마도 싫어... 만늘 이런 이야기. 질렸습니다.
 

 

 

 

 

 

 

 

 

 

 

 

 

 

 

 

 


 

 

 

 

소음과 소리  

 

 

 


 

 

 

           

                                      ​볕에 바짝 마른 무명 라운드T를 입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청바지를 입고 밖을 나가면 몸가짐이 자유롭게 된다. 아무 바닥이나 풀썩 앉아서 잭 케루악 소설 << 길 위에서 >> 를 읽거나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 상실의 시대 >> 를 읽는다고 해서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청바지는 행동을 자유롭게 만드는 < 힘 > 을 가지고 있다. 먼지와 흙과 청바지는 친구요, 잭 케루악과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훌륭한 소품이다. 

 

반면,     양복을 입게 되면 행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정장 차림으로  길바닥에 풀썩 앉아서 잭 케루악과 무라카미 하루키 - 책을 읽다가는 행인들에게 미친놈이라는 소릴 듣기 딱이다. 그 장면은 마치 양복 입고 가야금을 타는 연주자 꼴이다(혹시 국정교과서라면 모르겠다. 양복 입고 길바닥에 앉아서 국정교과서를 읽는 모습은 왠지 근사해 보인다. 아저씨,  잘 어울리셔요). 어쩌면 인간의 행동을 조율하는 것은 < 마음 > 이 아니라 < 의복 > 인지도 모른다. 글씨체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시를 가르쳤던 시인은 신춘문예에 응모할 때 가장 명심할 사항은 " 글씨체의 종류 "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 모든 시는 < 명조체 > 로 쓰여져 있다고.  곰곰 생각하면 그 시인의 지적은 맞다. 현대시를 굴림체나 궁서체로 인쇄한 시집을 본 적이 없다.

 

고딕체가 박힌  기형도 시집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  시는 모두 명조체로 쓰여져 있었다.  하지만 명조체가 미학적으로 가장 뛰어나다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법정 출두 명령서가 명조체로 인쇄되어 있다면 끔찍할 것이다. 이처럼 때와 장소에 따라 서체도 다양한 법이다. 서체가 단 하나뿐인 국가는 불행한 국가'다. 글의 종류에 따라 서체가 다르듯이 날씨와 기분에 따라 그때그때 어울리는 서체'도 따로 있다.  개인적으로 오늘 같은 날은 맑은 고딕체'가 어울린다.  나는 얼굴보다는 목소리에 끌리는 유형이었다. 소리 중에서도 " 긁히거나 부딪치는 소리 " 를 유독 좋아했다. 내가 기계식 언더우드 타자기'에 끌리는 데'에는 팔 할이 < 소리 > 때문이었다.  월리엄 포크너, 스콧 피츠제랄드, 잭 케루악이 모두 이 타자기로 소설을 썼다.

 

- 영화 물랑루즈 오프닝

 

그리고 << 앵무새 죽이기 >> 에서 하루 종일 타자를 치는 캐릭터인 등장인물 이름이 언더우드 씨'였다. 하나 더 덧대자면 영화 << 물랑루즈 >> 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타자기 앞에서 타이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소품이 바로 언더우드 타자기다. 타자기 글쇠'가 잇달아 종이를 두들길 때 내는 소리는 한겨울에 마른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한여름에 씨알 굵은 빗방울이 바닥을 두들길 때 나는 투두두둑, 하는 소리 같기도 해서  볕 좋은 대낮에 타자를 쳐도 " 우중(雨中),  깊은 밤에 타자를 치는 기분 " 이 들어 좋았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는 그닥 듣기 좋은 청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취향이 다르다 보니 남들이 옥구슬 굴러가는 CD판'을 좋아할 때,  나는 독한 위스키와 담배로 숙성된 탐 웨이츠나 밥 딜런 노래와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모건 프리먼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들)을 좋아했다.  

 

맑고 고운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기에 이 후줄근한 늙다리 마초들의 목소리는 디지털이 만들어낸 소리'보다는 아날로그가 만들어낸 소음'에 가까웠을 것이다. 낡은 기계에서 쏟아내는 " 삐걱거리는 소리 " 말이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시장에서 축출할 때 내세웠던 전략은 " 소비자들이 아날로그적 소리'를 공해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전략 " 이었다.   기계 부속이 서로 맞물리면서 내는 소리는 어느 순간 < 소음 > 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디지털은 빠르게 소리를 제거하거나(무음)  소음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점령했다. 디지털은 이렇게 외쳤다. " 사물의 소리는 포스트모던의 적이다 ! " 그들은 시계 초침 소리'마저 비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물은 점점 소리를 잃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쫒아내자마자 그들은 자신들이 공격했던 아날로그적 소음을 흉내 내기 시작했다.  디지털 카메라가 만들어낸 < 찰칵 > 이라는 소리와 키보드를 칠 때 디지털 회로가 기계식 타자기 소리를 재현하는 기능을 선보일 때마다 조지 오웰의 << 동물농장 >> 에 나오는 일곱 계명'이 떠올랐다. < 두 발로 걷는 것은 모두 적이다 > 라는 계명은 어느새 <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 > 로 바뀌어져 있었다.  디지털이 처음에 아날로그를 공격할 때도 이와 같았다. < 소음은 나쁘다 > 라는 계명은 어느새 < 소음은 나쁘지 않다 > 로 전략을 바꿨다.   소비자는 처음에는 CD에 열광했지만 이제는 LP가 주는 따듯한 청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빛으로 소리를 읽는 방식보다 날카로운 바늘로 긁어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이 더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 디지털 ㅡ 소음 > 에 의해 사라진 < 기계식 ㅡ 소리 > 를 재현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재능있는 감독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몇 안 남은 기계식 타자기-몸'이다.  영화 << 용서받지 못한 자 >> 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독백으로 시작해서 독백으로 끝난다. 그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대사는 간결하다. 그의 영화가 무엇보다도 좋은 이유는 장황한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최고작이었다(물론 이 결정은 << 밀리언달러 베이비 >> 를 보면서 후회했지만 말이다). 21세기 소비-자본주의 사회는 " 긁히는 소리 " 를 촌스럽거나 나쁜 것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불협화음은 나쁘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가 그렇다. 부속과 부속이 맞물리면 소리가 난다.

 

아날로그 시계는 초침 소리가 들려야 정상이고, 아날로그 카메라는 셔터가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며, 기계식 타자기는 글쇠가 종이를 세게 두들겨야 글자가 새겨진다. 하물며 다양한 입장과 이해 관계로 뭉친 인간 사회'는 오죽할까. 민주주의는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만드는 과정을 존중하는 사회'다. 다시 말해서 화음은 불협화음으로 만들어졌다. 불협화음은 소음이 아니다. 박근혜는 이 사실을 모른다. 정말 무서운 사회는 시끄러운 사회가 아니다. 쥐 죽은 듯 조용한 사회가 비극적인 사회'다. 맞물리면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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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1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오늘 글 참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7 14:38   좋아요 0 | URL
요즘 이사하면서 조립 가구를 잔뜩 주문했더니 조립하는 맛에 그만 !
남자는 역시 조립인가 봅니다. 묘하게 짜릿한 구석이 있습죠....

stella.K 2015-11-18 13:55   좋아요 0 | URL
보여 주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9 14:17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포스팅했습니다. 한가할 때 올려야 하니 냉큼 올려야겠네요..

samadhi(眞我) 2015-11-17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유시민과 조전혁 권희영 토론을 이제서야 봤는데요. 다행히 유시민 부분만 편집한 것으로요.
˝입헌공주제˝ 라는 얘기에 크하하 웃었습니다. 곳곳에 풍자와 해학이 숨어 있는 말들로 넘쳐났어요. 말도 안 되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 대화법. 완벽하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7 14:39   좋아요 0 | URL
입헌공주제... ㅎㅎㅎ 그냥 공주로만 남아 있으면 다행인데
확실히 간사한 정치가보다 무식한 정치가가 100배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amadhi(眞我) 2015-11-17 14:4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다른 사람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할 사람이 웃지 않는 공주인데요. 그런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이거 원.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7 15:03   좋아요 0 | URL
대가리가 멍청하니 꼬리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겁니다.

samadhi(眞我) 2015-11-17 15:10   좋아요 0 | URL
그러라고 뽑아놓은 꼭두각시 아니겠어요. 지들 맘대로 할 수 있어 참 좋겠지요. e편한세상 못지 않은 G편한세상.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7 15:35   좋아요 0 | URL
결국 꼬리들만 제일(J) 편한 세상이 되었군요....

수다맨 2015-11-17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색이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국가에 중대한 사건/사고가 있을라치면 외국에 나가 있더군요. 말씀하신 대로 무지한 데다가, 얍삽하기까지 하니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제로점에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9 14:18   좋아요 0 | URL
마오쩌뚱이 아마 책을 10만 권인가요 ? 그리 소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오쩌뚱은 똑똑한 정치인이었죠. 정말로 얍삽한 정치가보다 더 핵폭탄은 무식한 정치가죠. 얍삽한 정치가는 적어도 선악의 구별은 할 수 있는데 멍청하면 답이 없죠...

5DOKU 2015-11-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밤마다 머리맡에 자연의 소리를 `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켜놓고 잠을 청하는 제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지네요. 인간은 안락함과 깨끗함이라는 핑계로 온갖 괴상망측한 콘크리트 건물들을 세워 자연스러운 소리를 몰아냈지만 결국 그것들이 진정한 안락함이자 깨끗함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9 14:21   좋아요 0 | URL
자연의 소리... ㅎㅎㅎㅎㅎ. 왜 전화왔어여.. 이런 멘트 날리는 벨소리도 있잖아요. 고것도 일종의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소리. 별별 짓을 다하는구나 생각합니다.
 

 

 

 

 

 

 

 

 

 

 

 

 

 

 

 

 

 

 


 



 


 

                      

아이유 논란 : 내가 정리해 주마 !





http://blog.naver.com/bando05/220533729294


                                                          위에 걸린 링크'는 < 아이유 ㅡ 제제 > 논란에 대한 가장 명쾌한 글'이다. 너굴 님이 먼저 선수를 쳤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이다.  우선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아이유 앨범이 < 로리타 취향 > 이라는 대중의 지적과 < 예술적 취향 > 은 존중되어야 된다는 진중권 + 허지웅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일단, 대중의 지적은 지나친 과잉 해석이 아니다. 아이유 미니 앨범 chat-shire'가 겨냥한 과녁은 정확히 << 로리타 코스프레 >> 와 통한다. < 제제 > 라는 노래가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면, 앨범 전체 디자인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를 모방했다. 그렇기에 앨범 chat-shire : 그 유명한 체셔 고양이 이름에서 따온 제목이 아니었던가! 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빌려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루이스 캐럴이 소아성애자'라는 說이 파다하게 돌았다. < 소아성애자 > 라는 끈적끈적한 소문은 루이스 캐롤 사후가 아니라 생전에도 끊임없이 떠돌던, 당시 유명한 저잣거리 귀엣말'이었다. 이 자리에서 루이스 캐럴이 소아성애자인가 아닌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해석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분명한 것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가 " 로리타의 문화적 성전 " 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로리타 콤플렉스는 앨리스 콤플렉스와 통한다. < 록키 호러 픽쳐 쇼 > 가 컬트 영화의 성전이듯이 말이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ㅡ 코드 > 가 < 로리타 취향 > 과 맥을 같이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렇기에 chat-shire 앨범이 대중의 로리타 취향을 저격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중이 착각하는 지점은 앨범과 노래를 혼동한다는 것이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서둘러 말하자면   :   아이유가 < 노래 > 를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 앨범 > 을 만든 것은 아니다. 과연 제제에게 망사스타킹을 입힌 사람은 아이유일까, 아니면 앨범 제작자일까 ? 

다시 말해서 이번 논쟁은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코드 > 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리타) - 코드 >   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에서 발생한 소란'이다. 아이유가 지적한 대로 그녀는 아동성애를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 제제 > 라는 노래를 만들지는 않았다. 그녀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에서 영감을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 제작자는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라는 알맹이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포장지로 포장했다. 다시 말해서 책 커버는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인데, 책 커버를 벗겨내면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인 경우다.  겉과 속이 다른 경우다. 대중의 지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chat-shire 앨범이 로리타 콘셉트인 것은 사실이지만 << 제제 >> 라는 노래가 로리타 취향을 겨냥한 곡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제는 진중권과 허지웅이다. 평론가라면 교통 정리를 할 필요가 있는데 그들은 대중의 취향을 무작정 싸구려라고 폄하하며 조롱했지만, 정작 그들과 똑같은 우를 범한 꼴이 되었다.  진/허 또한 <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를 따로 구분하지 못했다.

아이유와 문근영은 서로 닮았다. 그들은 모두 어린 나이에 데뷔하여 대한민국 오빠와 삼촌들에게 국민 여동생이라 월계관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말하며 소녀에서 여성으로 독립하려는 순간 진입 장벽에 도달하게 된다. 대중은 그녀(들)가 영원히 여동생이기를 바랄 뿐이다. 말이 좋아 국민 여동생이지 사실은 로리타 취향의 소비 대상이었던 셈이다. 소설 속 늙은이 험버트 험버트'는 로리타가 영원히 열두 살 소녀에서 멈추길 바란다. 험버트가 나이 든 로리타(17살이었던가 ?!)와 다시 재회했을 때의 좌절과 비탄을 생각해 보라. 아이유는 성장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소녀에서 여성이 되는 순간, 대중적 매력은 상실하게 된다. 오빠와 삼촌이 열광했던 것은 여성이 아니라 소녀 이미지'였으니깐 말이다.

아이유의 딜레마는 바로 이 지점이다. 그녀는 12살과 23살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12살을 연기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그렇다고 23살 여성으로 독립하자니 대중적 외면이 두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로리타 컨셉트'다. 립스틱은 바르되 완벽하면 안 된다. 뭉개진 립스틱 이미지는 12살과 23살 사이의 간극이 만든 결과'다. 섹시하되 어설퍼야 한다. 아이유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뮤지션이다. 그녀는 소녀와 여성 사이에 놓여 있다. 여성이라고 하기에는 미성숙하고 소녀라고 하기에는 성숙하다. 대중이 착각하고 있는 것은 이미 당신들은 로리타 -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소비층이라는 사실이다. 일본 망가 속 여성 이미지는 대부분 로리타 캐릭터'다. 얼굴의 골격 비율을 보면 답은 뻔하다.

또한 어린이를 상품화한다는 측면에서 << 아빠 어디 가 >> 와 << 슈퍼맨이 돌아왔다 >> 또한 로리타 소비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한다면 과잉 해석일까 ? 로리타 컨셉트로 시작한 걸그룹 << 소녀시대 >> 에 대한 생각은 ? << 레옹 >> 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 지지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 이처럼 알게 모르게 대중은 로리타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라고 ?!  동녁 출판사는 아이유가 "  성적으로 학대받은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았다 " 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가해자는 아이유가 아니다. 성적으로 학대(고통)받는 어린 아이를 단순히 성적 대상으로 삼은 부류는 아이유가 아니라 교육부'가 아닐까. 성적이 행복 순은 아니잖아요 !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은 아이의 행복추구권에는 관심이 없다.

어린 아이는 오로지 성적으로 등급이 매겨질 뿐이다. 성적으로 고통받는 어린 아이는 아이유의 제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초중고'다. 책을 만들어 파는 회사인 동녁이 비판해야 될 대상은 불온한 해석이 아니라 나쁜 책이다. 아이유로 시작해서 국정화 교과서로 끝맺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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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 2015-11-09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여성 아이돌 그룹이 로리타를 간신히 벗어나거나 제대로 이용하는수준같은데 아이유만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네요 ^^ ˝아이유 너 마저!!!˝ 인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0 08:28   좋아요 0 | URL
아동성애와 로리타 문화를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이걸 그냥 하나로 묶어서 말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성패션잡지를 보세요. 립스틱 뭉개고, 롤리타 특유의 자세로 미성숙한, 삐삐 패션하는 것 흔하고 흔합니다. < 아이 > 와 < 소녀성 > 를 혼동한 거죠. 소녀성의 상업적 전술이라고 비판한다면, 아예 노골적으로 < 소녀시대 > 라는 타이틀을 단 소녀시대는 왜 비판하지 않는 겁니다. 이번 논란은 맥락을 잘못 짚은 것같습 니다.

stella.K 2015-11-10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문제가 되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유 저격은 좀 웃기긴 하죠.
이건 롤리타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험버트가 문제인 거 잖아요.
롤리타는 당연 여성이 되는 건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험버트가
저능인 거죠. 아니면 제2의 롤리타를 찾던가?
그런 의미에서 대중문화도 그런 거죠. 이번엔 아이유가 희생양이 된 것 같습니다만
아이유도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니라 언젠간 독립적 이미지를 쟁취해야 한다고 봐요.
제2의 아이유는 또 나올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듀사>에 나왔던 아이유는 좀 예언적이었네요.
전 지금까지 아이유가 연기를 잘 하나 싶었는데 그 드라마에선 정말 아이유를 보여 준 것 같았거든요.
거기서 나온 컨셉이 하나의 예고편이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글구 문근영은 이번에 드라마 <마을>에서 자기 이미지를 확 바꾼 거 같더라구요.
따지고 보면 문근영도 20대 중후반쯤 됐을 걸요? 더 이상 지금까지의 이미지 가지고는
버티기 어렵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0 13:54   좋아요 0 | URL
아역배우 때 잘나가던 스타가 성인이 되면 죽쑤잖아요.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중은 피터팬처럼 성장을 멈추기를 바라는데
어디 성장이 멈추나요. 문근영은 그 간극에서 잘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이유를 좋아하지 않아요.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심 없습니다.
꼴사나운 것은 로리타로 돈 좀 벌겠다고 젖병 물리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전 대중의 지적이 과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비판적 자세는 좋은데
굳이 발매 중지 운동을 펼쳐야 하는가의 문제는 생각해 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Clou:Do 2015-11-10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적과 성적의 괴리와 유사성ㅇ 놀랍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0 13:55   좋아요 0 | URL
성적으로 고통받는 것은 초중고죠... ㅎㅎㅎㅎㅎ 동녁에서 제공한 문장 읽다가 웃었씁니다. 아니 이거 학생들 얘기잖아요.

iforte 2015-11-10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흉~ 오랫만이여요. 전에 댓글 주셔서 답글은 달았는데, 포스팅 자체가 너무 실없어 삭제하면서 아차, 댓글` 싶었어요. 오해는 마시고요. 요새 도통 사는게 바쁜건지 서재활동은 거의 안하는 편이라. 그래도 드문드문 찾아올께용! 여전한 글`빨`아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1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포르테 님 ! ㅎㅎㅎㅎ. 국정원이나 댓글에 연연하지, 전 댓글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ㅎㅎㅎ. 이사한지3일째라 어수선한데 이렇게 포르테 님 안부인사를 접하니 반갑네요. 눙물이 ~

iforte 2015-11-13 04:53   좋아요 0 | URL
이힝... 자주 놀러오지도 못하고 가끔씩, 정말 가끔씩 찾아오는데도 이리도 반겨주시니 감동이 북받쳐 혼이 비정상이 될듯한 그런 기운이 옵니다. ㅎ 이사를 하셨군요. 좋은 터로 옮기셨기를 바랍니다. 전 이사한 후 지금까지 계속 집 수리로 견고생을 하는지라.. 모처럼 휴일인데도 여기저기 컨트랙터 알아보느라.. 어흑... 정말 무서운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ㅎㅎ
요새 무속인 풍으로 말하는게 국풍2015라길래 흉내 좀 내보았습니당. 그럼 잘 지내시고요, 계절바뀌면 (엉?) 또 찾아오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4 15:08   좋아요 0 | URL
요즘 짐 정리 때문에 저도 자주 들어오지 못하고 있슴니다.
가구를 diy로 구입했는데 조립 설명서 보고 조립해야 하는데 안 보고 조립했다가 다시 뜯고, 다시 조립했다가 다시 뜩고 드디어 조립설명서 보고 조립했습니다. 정말 뼈저리게 조립설명서의 중요성을 깨닫네요.. ㅎㅎㅎ

집수리라.... ㅎㅎㅎㅎㅎㅎㅎ, 가장 멋진 수리는 야생 수리`죠 ! 독수리 !!

계절마다 오실 때는 안부나 전해주십시오.
 

 

 

 

 

 





신의 개는 안녕하십니까 : 집주인과 히틀러  





                                                                                   이사를 했다. 전에 살던 빌라는 반년을 채 채우지 못했다.  정확히 5개월(이사 온 지 3개월 만에 다른 집을 샀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3개월만 산 꼴이다)을 살다 떠나게 되었다. 이사 시 비용과 절차에 소요되는 허드렛일을 생각하면 낭비에 가깝지만 어쩔 수 없었노라고 스스로 자위해 본다. 지금 키우는 개는 골든 리트리버'다. 산책을 시키다 보면 늘상 듣는 소리가 " 황소 만하다 " 는 말이다. 몸무게가 30kg이 넘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덩치가 크고 위협적으로 보일 것이다. 이사를 오기 전에 살던 곳은 넓은 마당과 터앝이 갖추어진 주택이었다. 문제는 평수를 절반으로 줄여서 마당이 없는 빌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흙냄새를 맡아야 괄약근과 방광을 풀었던 개'는 그 버릇을 버리지 못했다. 배변 시트에 배변 촉젠 물약을 뿌려도 이게 뭥미 ??!  나는 근심에 쌓였다. 개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 괄약근이 찢어지고 방광이 터지는 한이 있어도 똥개처럼 방안에서 똥오줌을 쌀 수는 없제 ! 내가 누구여. 스코트랜드, 그 넓고 넓은 광야에서 새 잡고 연어 잡던 놈이여. " 개는 자신의 화려한 족보를 내세우며 천한 것들이나 하는 짓은 할 수 없다고 당당하게 외쳤다. 사나이답게 흙에다 쌀 수 있는 자유를 달라. 괄약근은 인권이다, 괄약근은 인권이다, 나에게 괄약권( - 權) 을 다오 !  어쩔 수 없이 개를 끌고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가야 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은 온동네의 구경거리였다.

" 어머, 어머어머머머머 ! 저 사람 좀 봐. 장대비가 내리는데 개를 끌고 산책을 다니네. 비 맞은 뭣같네. 광남(狂男) 아니야 ? " 그러던 어느 날,  집주인이 사전 약속도 없이 찾아왔다.  일요일 아침 정각 10시였다.   주인은 당당하게 등산을 마치고 오는 길에 들렸단다.  세입자가 집을 잘 사용하고 있나 들어와서 집을 구석구석 살펴보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교사가 학생에게 숙제 검사를 하겠다는 소리였다. 신종 갑질인가 ?  기분이 나빠진 나는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사전에 약속을 정하고 오라고 했다. " 그게 예의입니다. "  나는 입국 허가를 불허했다. 그렇게 현관문 앞에서 실랑이를 펼치고 있을 때 개가 나타나 컹, 짖었다.  우렁찬 개소리.  " 개를 키우세요 ? " 집주인의 안색이 180도 달라졌다.

다음날, 여자가 복덕방으로 나를 불러냈다. " 개를 키우면 집에서 냄새가 나요. 이사하실 때 장판과 도배를 하셔야 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기하세요. 다시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  살다 살다 살다 살다가 그런 소리는 처음 들었다. 개를 키운 대가로 이사 갈 때 세입자가 장판과 도배를 해놓고 가야 한다 ?  바닥에 이태리 대리석을 깔았다면 이해는 간다만 이 세상에서 가장 싸구려 비닐 장판을 깔고 나서 그리 말씀하시니 어이가 없었다. 심사가 뒤틀린 나는 이렇게 말했다   :   나는 주인의 위압적인 말씀에 감읍하야 계약서를 다시 작성할 만큼 어리석은 백성은 아니며 집주인이 갑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세입자가 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거지같은 집구석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내 집을 내 몸 같이 알뜰히 챙길 마음은 추호도 없다.

와일드하게 살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와일드하게 떠나겠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모든 행위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당하며 그 권리는 세입자에게 있다. 내가 당신에게 지불한 전세금은 그 기간 안에 그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임을 이 자리를 통해 밝히는 바이다 ㅡ 뭐, 이런 내용이었다. 여자는 계약 위반이라고 했다. 집 계약을 할 때 개를 키운다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또박또박 반박했다. 그 사실을 숨긴 적은 없다. 집주인이 개를 키우냐는 소리를 한 적이 없기에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 비트겐슈타인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질문을 하지 않는 이상 말 할 필요 없다 ! "  여자가 흥분해서 말했다. " 저 개, 당장 처분하세요 !!! " < 처분 > 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박히자,

나는 그만 이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 처분 " 이라는 단어는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할 때 쓰던 관청용어'였다. 이 단어는 아이히만이 재판을 받을 때에도 즐겨 사용하던 낱말이었다. 그는 < 학살 > 을 < 처분 final solusion > 이라고 순화했다. 육두문자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 처분 ??! 야, 오호츠크 시밤바 새우젓 같은 *아 !   내 집 현관문 벨을 누르는 순간부터 무단 주거 침입으로 간주해서 경찰에 신고할 테니 알아서 해라. 너는 숨탄것에게 그렇게 쉽게 처분이라는 소리가 나오냐 ? 오냐. 개똥으로 벽을 바르고 바닥은 개 오줌으로 방수를 하마. 이 개#$%#^%&&%& ! "  여자가 협박죄와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하자, 나는 살인 교사 강요죄로 맞고소하겠다고 했다. 나는 카프카의 << 심판 >> 에 나오는 k처럼 말했다 :  

재판장 나으리 ! 저 고상하고 아리따우신 중년여성이 살인을 교사 및 강요하였습니다요. 나으리가 보시기에 저 여자 입술이 앵두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제 눈에는 닭 똥구멍 같습니다. 처분이라니요, 처분이라니요 ! 내 식구나 다름없는 자식에게 처분이라니요.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 ! 누군가 여러분 자식에게 처분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저, 오호츠크 시밤바를 정의의 이름으로 처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


복덕방을 나와 씩씩거리며 씩씩하게 거리를 걷고 있는데 우연히 전에 살던 집 매매로 알게 된 B복덕방 주인과 마주쳤다. " 곰곰발 씨, 안색이 무지개 색이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 " 나는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골든 리트리버, 찢어질 괄약근, 곧 터질 방광, 괄약권, 집주인, 처분, 오호츠크 시밤바, 똥으로 벽을 세우고 오줌으로 방수를 하마........  복덕방 주인이 듣다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 내가 지금 막 집을 내놓은 집을 다녀오는 중입니다.  급하게 집을 내놓는 바람에 3,4천은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집은 다음날이면 바로 나갑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 전세금에 몇 천 더 얹으면 집을 살 수 있어요. 우선 넓은 테라스가 있어서 개를 키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한번 가 보실래요 ? " 

홧김에 가겠다고 길을 나섰지만 집을 살 마음은 1%도 없었다.  남편과 대판 싸운 아내가 설겆이를 내팽개친 채 대낮에 백화점 아이쇼핑을 하는 심리와 유사하다고나 할까 ? 이사 온 지 3개월 만에 무슨 얼어죽을 이사냐. 집주인이 아무리 지랄을 해도 그 집(계약 기간)에 대한 권리는 법적으로 내게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냥, 기분 전환이나 할겸 집 구경이나 하자. 그런데 웬걸 ?! 1%의 가능성이 99%를 이겼다. 테라스 공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터앝을 만들고 넓은 평상을 놓아도 좋을 공간이었다. 이곳에 개를 키우면 안성맞춤'이었다. 다음날, 계약을 했다. 집을 중개한 사람은 B복덕방 L씨였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봉달 씨'였다. 괄약권을 스스로 해결한 것이다. 사연을 알고 있는 복덕방 L씨는 매매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돈으로 개에게 소고기를 사줬다.

히틀러가 키우던 개 이름이 블론디'였다. 세퍼트 종이었다. 히틀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 처분 " 이라는 관용어를 사용했지만, 자신이 키우는 개에게는 단 한번도 그 단어를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한다. 전운이 기울자 히틀러는 독약 캡슐을 블론디'에게 먹인다. 회한이 섞인 히틀러의 오열이 벙커에 울려퍼졌다. 애견에 대한 슬픔과 자신에 대한 연민이 섞인 울음이었으리라. 그리고 자신과 아내도 이 캡슐을 먹고 자살한다. 벙커에 있던 사람들은 히틀러의 죽음보다, 에바의 죽음보다, 개의 죽음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처분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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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1-09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괄약근은 인권이 아니라 견권이 아닐까요?
무튼 이사하고 곰발님 개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습니다. 불쌍해라...
근데 읽고 있으려니 오래 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올 때 마당에서 키우던 개를
데려오지 못한 아픈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금의 집은 공동주택이고 조그만 마당이 있긴 하지만 말 들을 게 무서워
이모네 집에 넘겨 줬는데 빼꼼히 열려진 대문 사이로 도망쳐 다시 돌아오지 못했죠.
모르긴 해도 그 길로 우리 식구를 찾으러 나갔을 겁니다.

사실 이건 갑질 논란이라기 보단 이해의 문제는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네요.
집주인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 입장도 전혀 이해 못할 건 아닌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다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요. 더구나 덩치 큰 개는 문제가 더 크게 보였을 거예요.
그래도 곰발님이 개를 위해 큰 결단을 내리셨네요.
또 얼마 안 있으면 이사를 하셔야겠지만 고생은 되도 정말 마음 편한 게 좋지
그러고 어찌 살겠습니까? 잘 하셨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1-09 16:19   좋아요 0 | URL
저는 이해를 못하는 게 개를 싫어한다면 계약 시 미리 언급이 있었어야 합니다. 혹시 개 키우시나요 ? 요렇게 말이죠. 말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이 성립된 이상, 이래라저래라 할 자유는 전혀 없습니다. 하튼 처분하라는 말이 빡이 돌아서리...ㅎㅎㅎㅎㅎㅎ... 어차피 2년 후에 갈 거 미리 갑니다. 그리 생각하니 편합니다. 야외 테라스가 꽤 넓어요. 봄 되면 텃밭 가꿔야겠습니다.

2015-11-09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09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11-1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발님도 이제 집주인 되셨군요. 저도 빚쟁이 하우스푸어인데요. 평생을 집 따위는 사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제 맘대로 안 되더라구요. 전에 살던 집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다가 일주일(?)이 못 되는 날짜를 두고 세입자가 들어온대서 급하게 전세를 알아보다가 전세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살 수밖에 없었죠. 집은 작정하고 사는 것보다 어쩌다가(?) 사게 되는 경우가 많은 가봐요. 공항 근처라 날이면 날마다 비행기 소음에 시달리고 베란다 앞이 바로 기찻길이고 그 앞이 큰 도로라 저같은 예민이한테 아주 죽을 맛이지만 보금자리다운 맛은 있네요. 넓디너른 마당(? 테라스) 있는 집으로 이사간 거 축하드려요. 언제 놀러가야지. ㅋ

2015-11-19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11-19 14:31   좋아요 0 | URL
인천에서 이사간 건데 다시 인천이겠습니까. 광주예요. 광주 정말 좋은 동네예요. 음식도 맛있고 사람들이 착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19 14:47   좋아요 0 | URL
내 첫사랑이 광주 여자였습니다. ㅎㅎㅎ.
저도 여건만 되면 당장 서울은 떠나고 싶습니다. 제 체질에 서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주도 꽤 좋더군요. 여건되면 전주 내려가고 싶네요. 음식이 맛있더라고요... 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11-19 14:48   좋아요 0 | URL
내려오면 ˝사는 맛˝이 있어요. 몸도 마음도 편해서 살이 찐다는 부작용이 있지요.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6:36   좋아요 0 | URL
내려가면 살이 찐다는 데 격하게 공감을 표합니다. ㅋㅋㅋㅋㅋㅋ 살찜 안찔수가없습니돠.

samadhi(眞我) 2015-11-20 16:38   좋아요 0 | URL
서울의 달 노래는 정말 명곡이죠. 어쩜 그렇게 가사를 딱 떨어지게, 찰지게 지었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6:44   좋아요 0 | URL
노래 좋죠. 정말 그 노래 듣고 있으면 봉천동 옥탑방에 앉아서 담배 피우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옥탑방.... 문학 작품이나 티븨에서는 낭만적으로 묘사하던데 실제로는 최악입니다.
여름에는 무지 덥고 겨울에는 어찌나 춥던지.....

samadhi(眞我) 2015-11-20 16:47   좋아요 0 | URL
서울 아해들은 그 느낌 모를 거예요. 돌아갈 고향이 없으니. 물론 수맥 흐르는 반지하방에서 사는 인생들이야 고달프긴 매한가지라 비슷한 느낌으로 살아가겠지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6:55   좋아요 0 | URL
사실. 전 고향이 서울입니다. 서울 토박이.
돌아갈 고향이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살이 참을 만큼 참았는데... 아주 지겹죠..

samadhi(眞我) 2015-11-20 16:59   좋아요 0 | URL
재력이 되면 제주도 참 좋은데... 추위 많이 안 타시면 강원도도 좋고요. 숱한 이름 모를 ˝그 섬˝도 좋구요. 물론 전국을 쓸고(?) 다니신 역마^^ 곰발님 이실테니 안 가본 데 별로 없으시겠지만. 어디, 누군가에게 연연하지 않아도 된다면 살고 싶은데서 살면 되죠 뭐. 진도에서 사는 게 꿈인데 언제 그 곳에서 살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7:37   좋아요 0 | URL
저도 진도 같은 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강원도도 좋고.... 진도가 좋아요 ! 진아 님 언젠가는 진도에 정착하십셔.. 저도 언젠가는 진도에 내려가 살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5-11-20 17:38   좋아요 0 | URL
그럼 늘그막에 이웃사촌 되는 거네요. 그때 봅세 이웃녕감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7:43   좋아요 0 | URL
눙물이.... ㅎㅎㅎㅎㅎ. 확실히 서울의 이웃하고 진도의 이웃은 차이가 있겠죠 ? 서울에서는 이상하게 이웃을 사귈 마음이 없습니다. 진도 내려가면 진아 님과 이웃이나 해야겠어요. 옆집 할멈.. ㅎㅎㅎㅎ 정감있고 좋네요..ㅎ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5-11-20 17:45   좋아요 0 | URL
멋째이 할머니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 멋없는 넝감과는 안 놀아줄랍니다. 멋있어 지셔서 내려오세요 ㅋㄷㅋㄷ.
채현국 아저씨같은 멋째이 말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17:56   좋아요 0 | URL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누군가 하고 봤더니.. 아, 꼰대 조까라 했던 그 할베 말씀이시군요. 이야, 멋있죠. 제 로망이 숱 많은 백발입니다.

samadhi(眞我) 2015-11-20 18:00   좋아요 0 | URL
이런 분들이 대다수 어르신들이라면 울나라가 어찌 입헌공주제가 됐겠어요. 귀닫고 사는 갸스통(송곳 푸르미 점장 ㅋㅋ) 할베들이 이 분 얘기 좀 듣고 귀가 열린다면 살 만 한 세상 올 텐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1-20 20:45   좋아요 0 | URL
어른 되면 다 얍삽해지나 봅니다. 정치가들 보면 진짜 천박의 극치를 달리는 걸 보게 되는데 아찔합니다.

samadhi(眞我) 2015-11-20 20:48   좋아요 0 | URL
그리 잘난 의원나리들이 어쩜 그리 못나게 구는지 끔찍해요. 교육이 너무 구려서 인간들이 그 모냥인 것 같아요. 학습중심이 아닌 인간중심 교육이 이뤄진다면 좋겠어요. 교육의 근본 목표가 어차피 사람 만드는 건데. 죽을 때까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이 인간으로 태어난 이유임을 가르치는 교육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