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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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하다 :










책에 대한 독자의 절대적 신뢰성에 대한 생각







빌 게이츠가 이 책을 격찬했다, 버럭 오바마도 이 책을 격찬했다, 스티븐 핑커도 이 책을 겨, 겨겨겨겨겨겨겨격찬했다 !!! 미국 지성을 자지우지(좌지우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하는 3인의 초신성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책을 칭찬을 하니 진실 게임따윈 하나 마나 파나 마나. 그러나 나는 어머나, 이를 어쩌나. 나머지는 모두 합죽이가 됩시다, 합 ! 


한스 로슬링의 << 팩트풀니스 >> 이야기'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책이기에 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일까 ? 개인적으로 이 책은 혹하는 마음에 읽었다가 욱하는 마음 금할 길 없던 경험이 선물한 책이다.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을 통해서 인류는 옛날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는 통계 값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는 만족할 만한 생활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불만은 배부른 투정이라는 소리를 한다.  이것이 다 극단적인 세계관을 선호하는 인간의 편견 때문에 발생한 오류이지요. 허허허허허허허허. 할렐루야, 아멘 !


그는 인간의 편견을 부각하기 위해 <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객관식 삼지 선다형 문제 13개 > 를 14개국 12000명에게 풀어보도록 한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평균 정답률 16%, 침팬지는 33% ! 아, 원숭이보다도 못한 인간의 지적 우월성, 그 오만과 편견 ! 이 사실에 독자는 멘붕에 빠진다. 더군다나 교양서를 읽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춘 인간일 테니 멘탈 붕괴의 속도는 광탈 수준이 붕가붕가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왜, 침팬지의 정답률은 33.3333333%일까 ?  답은 매우 간단하다. 문제가 삼지 선다형( 한 문제에 대하여 세 개의 항목 가운데 정답 또는 가장 적당한 항을 고르게 하는 문제 형식) 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지선다형이라면 침팬지의 정답률은 25%로 떨어질 것이고, 오지선다형이라면 20%에 불과하다. 한스 로슬링은 침팬지의 정답률을 높이기 위해서 삼지 선다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침팬지의 교양 수준은 정답률과 연관이 전혀 없다. 침팬지가 아닌 아메바를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다고 해도 아메바의 평균 정답률은 33%다. 우리의 쇠똥구리는 어떤가 ?  내가 만약에 한스 로슬링이라면 아메바를 대상으로 이지선다형 문제를 출제해서 정답률을 50%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자극적인 문구로 책을 선전할 것이 분명하다. 아메바보다 못한 인간의 지적 수준 !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맹랑한 꼼수를 지적하는 독자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독자는 빌 게이츠, 버럭 오바마, 스티븐 핑커의 교양 권력과 권위에 주눅이 들어서 이 책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의 주장에 불합(不合)하는 통계는 제거하고 부합(附合)하는 통계만 제시한다. 전형적인 통계의 함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이비 과학자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만능 치트키'다. 한스 로슬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방사능 피폭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믿)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들랑요! "  


그는 방사능 피폭으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이 공포에 떨면서 피난 생활을 하다가 1600명이 사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방사능 피폭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마치 자기계발서의 여왕 린다 번이 << 시크릿 >> 에서 "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 때문에 비만이 된다 " 고 말했던 것과 일맹상통한다. 오, 린다 !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  << 팩트풀니스 >> 가 자기계발서였던가 ?  그는 핵 방사능이라는 실체 없는 공포보다는 차라리 교통 사고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어디서 많이 본 수작이다. 이 주장에 동의하시는 분 ? 이 주장이 맞다면 내 주장에도 옳다구나 _ 라고 맞장구를 쳐야 한다. 식인 상어에게 물려서 죽는 사망자보다 모기에게 물려서 죽은 사망자가 더 많기에 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한 동물이다. 모기에게 뜯기느나 차라리 식인 상어에게 뜯기세요. 안전합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오자. 한스 로슬링은 현대인의 소득 수준은 옛날에 비해 높아졌기에 세계는 좋은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구석기 시대는 무산 사회이기 때문에 현재를 옛날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이 책은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자기 주장에 유리한 사실에만 충실한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되는 것은 저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의 지식 권력에 주눅이 들어서 무조건 저자를 신뢰하다 보면 침팬지보다 못한 독자가 되기 쉽다, 진짜루. 






▶ 덧대기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방사능 피폭)로 죽은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그대로 믿고 자신의 책에서 그것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발생 지역 주민 1368명이 사망(2107.10월 기준)했는데 그것은 대부분 대피소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이 단순한 스트레스와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망자 1368명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바타 지역 주민은 전체 사망자의 2/3인 856명이었다. 이 수치는 후바타군 지역 주민이 총 696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률이 대략 12%나 된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았던 피난민의 사망률은 얼마일까 ? 후쿠시마 전체 피난민의 사망률은 3%가 되지 못한다. 이 수치의 간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후쿠시마 의과대학은 원전 사고 이후 소장암 환자는 2010년 13명에서 2012년 52명으로 4배가 늘었고, 전립선암은 2010년 77명에서 2012년 231명으로 3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들은 모두 네이버 검색창이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 라고 입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한스 로슬링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양심이 없고 몰라서 몰랐다면 그 또한 양심이 없다. 문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책을 읽다가 의심이 들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백이나 하고 자빠졌다. " 으악, 내가 침팬지보다 정답률이 떨어지다니. 으아아아악,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모두 가짜라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알고보니 부자였다니.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악...... "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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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7   좋아요 1 | URL
그 문장 << 시크릿 >> 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문장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을 해서 살이 찐다네요. 그러니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라로 2020-12-07 1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그렇다고 해서 넘 읽고 싶었는데 다행이다요. 다른 책 사야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9   좋아요 1 | URL
이 책의 화룡점정은 ddt는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더 많은 화학제품이라네요. 이건 뭐, 레이첼 카슨 뺨을 천대 정도 때리는 꼴. 그렇게 디디티가 몸에 좋으면 아예 보양식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 아마도 저자는 자기 자식에게 디디티 뿌리는 거 극도로 싫어할 겁니다. 이 책은 자본의 논리, 기득권의 논리,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피폭 사망자가 없다는 소리도 개소리다. 온갖 방역복 입고 원전 사고 수습에 투입되었던 6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가슨의 < 침묵 봄 > 을 읽고 극찬을 했던 이가 이 책을 읽고도 극찬을 하던데.. 도대체 이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침묵의 봄은 ddt는 매우 나쁘다는 주장을 하고 이 책은 ddt는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를 하는데 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

cyrus 2020-12-07 19:00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제가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말할게요.

<침묵의 봄>과 <팩트풀니스> 중에 맞는 의견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침묵의 봄>을 고를 겁니다.

<팩트풀니스> 165~166쪽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2006년에 세계보건기구가 드디어 모든 과학적 검토를 마치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마찬가지로 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며, 많은 상황에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보고했다. DDT는 대단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찬반이 동시에 존재한다.”

저는 DDT가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이로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자의 의견에 저도 동의하지 않아요. 그래도 DDT가 조금이라도 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나 주장이 나오면 확실하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화학 살충제 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화학 물질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피력하는 과학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과학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반박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저는 과학도, 통계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몰라요.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습득하기 때문에 때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소극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입장이 나오는 주제, 특히 DDT 같은 경우 신중한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해요.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DDT가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도 들어보는 거죠. 하지만 저는 학자가 아니에요. 정말로 확실하게 따지려면 국외 학술 논문 같은 자료들까지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고 싶지만 능력이 안 되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결국에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게 됩니다.

최근에 <팩트풀니스>를 비판한 독자 서평을 읽었어요. 아마도 곰발님도 그 서평이 뭔지 잘 아실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글이 비판을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난달에 <팩트풀니스> 독서 모임을 했는데요, 그때 모임에 참석한 분들도 책을 비판적으로 봤거든요. 제가 봤던 비판적인 서평 내용과 비슷한 의견을 밝힌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팩트풀니스>를 너무 좋게 봤던 것을 반성했어요. 그래서 곰발님이 말한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말했던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18   좋아요 2 | URL
DDT는 사용하면 안되는데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말라리아로 죽는 인구가 5억 명이어서 차라리 DDT를 사용해서 말라리아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 이 행위가 DDT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죠. DDT는 여전히 금지된 살충제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광고를 하죠. 이게 전형적인 기업가의 변명을 닮았습니다. 이런 책은 분석의 대가인 사이러스 님이 조목조목 비판을 해야 제맛인데.... ㅎㅎ

cyrus 2020-12-08 09:32   좋아요 2 | URL
저도 “해로워도 DDT를 써도 괜찮다”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싶은데,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한 자료를 못 찾았어요(“못 찾겠다”가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DDT 논쟁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학술논문이나 통계 자료를 봐야지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팩트풀니스>의 저자가 DDT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기업가의 변명’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저도 공감해요.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이 책을 소개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이 책에 기업에 유리한 입장만 골라 환경 운동과 반핵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비판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13:35   좋아요 0 | URL
미국 내 로비 단체가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 농축산물 단체라고 하죠 ? 우리는 흔히 군수업체라 생각하지만 농축산물 협회입니다. 이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로비로 씁니다. 왜 그럴까요 ? 화학제품, 즉 사료, 비료 따위로 식물과 동물을 키우기 때문.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들 로비 집단의 돈으로 연구를 합니다. 로비 단체가 이들 과학자에게 투자하는 것은 뻔하죠. DDT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그 반대 증거를 과학자를 통해 집요하게 주장합니다. 결국 결론은 찬반양론이 있으므로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정의된 바는 없다고 하죠. 무승부가 되는 거에요. 담배만 해도 그렇잖아요.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런 식이죠.

han22598 2020-12-0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미 부여된 지적 권위에 눌려버리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항상 비판적인 사고 ㅋㅋㅋ 붙들어 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언급하신 인간의 평균 정답률과 침팬지의 정답률 비교는 상식적으로도 그리고 통계학적으로 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이러한 비교불가능 대상을 통계학적 숫자로 비교하는 일들을 통해 사람을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는 일상 생활에 널려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와 관련된 글도 한번 적어 볼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20   좋아요 1 | URL
통계학자가 평균값을 가지고 눈속임을 한 것인데...
이 태도가 그 통계학자의 지적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99%가 극찬을 한다는 사실에 충격 먹었습니다..
 
엄마의 뜰 - 포토 에세이
김살로메 지음 / 문학의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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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뢰 지 만   사 생 활 치 매 거 든 요  :










좋은 사람이 좋은 칼럼을 쓴다









문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옛날에는 글쟁이만이 문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으나 지금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문장을 사회 관계망 속에 드러내야 한다. 비록 그것이 20자 내외이든, 140자 내외이든, 400자 이내이든 말이다. 현대인은 카톡, 댓글, 쪽지, 메일,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와 같은 소통 창구를 통해 글을 쓴다. 


누군가는 현대 독서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독서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이도 있으나 사실 현대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문장을 읽고 쓰고 있는 중이다.  현대는 문자 홍수의 시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맞춤법은 그 사람의 교양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아무리 멋진 남자라 해도 " 사생활 침해 " 를 " 사생활 치매ㅡ " 라거나 " 실례하지만 " 을 " 신뢰하지만 ㅡ" 이라고 쓰면 대략 난감 ! 그런데 섣불리 타인의 틀린 맞춤법을 지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칫, 지적질 하는 꼰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틀린 문장을 지적했다가는 문법충이란 소리를 듣기 쉽다. 좋은 문장력은 훌륭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김살로메의 첫 소설집 << 라요하네의 우산 >> 은 그의 성격답게 시원시원한 문장이 돋보이는 작품집이었다. 서사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다, 그녀의 이름답게 소설은 박력 !  그가 이번에는 << 엄마의 뜰 >> 이란 에세이 모음집으로 돌아왔다.  신문에 연재된 생활 칼럼 47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은 훌륭한 문장으로 갈닦은 글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감동에 더해서 그의 내밀한 속내를 읽는 재미도 솔솔하다. 김살로메의 본명이 김복남이라고 고백하는 < 내 이름은 > 이라는 글에서는 웃느라고,  흔들리는 책의 글자 때문에 잠시 어지럼증을 느꼈다.  


팜므 파탈 김복남 작가의 정수는 그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옛날이야기를 들려줄 때이다. < 어머니의 뜰 > , < 아버지의 강 > , < 다래 담배집 > , < 금영이 > 라는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슴 한편에서 따스한 통증을 감지하게 된다. 표제작 << 어머니의 뜰 >> 은 한 폭의 풍경화 같다. 과거의 기억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소환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건강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쁜 인간이 훌륭한 소설을 쓰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설은 픽션의 세계이니 말이다. 하지만 에세이는 다르다. 에세이는 논픽션의 세계이니 말이다. 


좋은 에세이는 좋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에세이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엄마의 뜰 >> 을 읽고 나면 나 자신이 조금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볕 좋은 날,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하고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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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6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6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아이즈 2020-12-06 14: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푸하, 김복남!!
쪽시럽고 감추고 싶은 유년의 에피소드들, 누구나 한두 개씩은 있겠지요.
저 꼭지 쓰면서 저도 많이 웃었습니다.
<웃프다>라는 말의 구체적 예시 쯤이 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로 2020-12-07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수의 곰발 남이 최고야!!😍👍 글 넘 좋다요. 언제 제가 한국에 가게 되면 김복남 여사와 함께 만나고 싶어요!!ㅎ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4:06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이 글 쓰면서 제가 착각을 하는 바람이 저자에게 큰 실수를... ㅎㅎㅎㅎ 아, 미안해 죽겠어요...

2020-12-07 14: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7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개정판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수오서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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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 같은 문장의 향연




                              


                                                                                        사람들을 만나면 책을 선물하는 취향을 가진 나에게 " 책 선물 " 은 고약한 구석이 있다. 독서 모임이나 독서 토론을 통해 알음알음 알게 된 이'가 선물하는 책은 " 백퍼 오케이 탱큐 " 이지만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내게 책을 선물할 때는 난감해진다. 


그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책을 선택하곤 하는데 이런 책을 선물받을 때마다 곤혹스럽다. 왜냐하면 읽자니 짜증나고 안 읽자니 책을 선물한 이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결국 성의에 보답하는 것과 무시하는 것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게 된다. " 무성의 " 하게 읽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무성의도 성의의 한 종류이니까. 혜민의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 >> 도 오래 전에 A가 내게 선물한 책이었다. 21세기 자기계발서의 한 획을 그은 책을 선물받았을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책을 선물한 이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었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 앞으로 이 인간하고는 상종을 하지 말아야 겠구나. "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은 내가 예상한 경멸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고라니 새끼도 아니고 교양의 수준이 마구니처럼 날뛰는구나, 시발 !                    이 책에 사용된 문장 구조는 대부분 : 슬퍼하지 마세요, 기쁜 날도 올 거예요. ㅡ 이런 식'이다. 이 문장 구조에서 핵심어만 슬쩍 갈아끼우면 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이 책을 읽은 지 워낙 오랜 시간이 지났고, 우싸인 볼뜨와 같은 속도로 무성의하게 페이지를 넘겨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거의 없지만, 단 한 문장만은 기억이 또렷하다. " 잠 잘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토닥토닥 ! " 


당시, 나는 살인적인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었는데 이 문장을 읽고 나서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을 했다.  생의 번뇌에 고민하는 청춘에게 땡중이 한다는 말이 고작 잠을 잘 자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소리라니.  이게 무슨 고라니 같은 소리'라니 ?   그 자리에 이 반질반질한 땡추가 내 옆에 있었다면 등짝 스매싱 천 대를 때렸을 것이다.  그의 말대꾸대로라면 체중이 늘어서 고민하는 친구에게는 똥 잘 싸면 몸이 가벼워져요 _ 라는 즉문즉답도 가능하리라.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해악은 노예 근성과 거지 근성을 독자에게 세뇌시킨다는 점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는 저항하지 마라, 순응하라 _ 로 요약할 수 있다.  때리면 맞고, 욕하면 웃어요. 하아. 거지도 이런 거지가 없고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양심은 팔더라도 간과 쓸개 정도는 버리지 말고 챙기세요, 플렉 스님. < 좆 > 같은 문장을 < 주옥 > 같은 문장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도 문제이지만 < 지옥 > 을 < 주옥 > 으로 포장하는 출판업자'도 문제다. 이외수가 이 책을 위해 쏟아낸 뒷광고 문장을 읽다 보면 혀를 찰 정도다, 참...... 주옥 같다, 줙 같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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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악서보다는 양서가 많다는 믿음 때문에 지금까지 독서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그리고 양서보다는 악서가 대중에게 인기가 더 많다는 사실 때문에 절망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유니클로(혜민)를 에르메스(법정)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대중의 수준에 맞춘 대중서를 옹호하는 이도 있으나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비유가 합당하려면 가격에서 차이가 나야 한다. 하지만 법정의 << 무소유 >> 나 혜민의 << 멈추면... >> 은 동일한 가격대'이지 않은가 ?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란 속담이 있다. 잘 팔리는 책이 반드시 좋은 책은 아니듯이 안 팔리는 책이 반드시 나쁜 책도 아니다. 이종미 작가의 에세이 << 혼자 살아갈 용기 >> 는 다홍치마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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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4 15: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0-12-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 플렉 스님 !

나무야 참 미안해.

scott 2020-12-08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 발님 별도 주지 마요.
뉴욕에 풀하우스 갖고 있데요 ㅋㅋㅋ
 














                                 


개  소  리  에    대  하  여  :











혜민과 개소리






                                                                                               회초리를 든 부모는 자식에게 말하곤 했다. "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는 거짓말하는 사람이란다. "  이 말은 죄를 인실직고하지 않으면 (가중처)벌을 받을 것이란 협박용 멘트나 다름없어서 벌벌 떨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 ㅡ 거짓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 는 고백 또한 거짓말이어서 거짓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고 말하는 사람 또한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중이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대부분 거짓말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인에게 " 내가 더 예뻐, 아니면 김태희가 더 예뻐 ? " 라는 질문은 상대에게 거짓을 유도하기 위한 전술이다. 그리고 전국민의 야간 스포츠인 녀남 혼합 레슬링 경기를 할 때마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애인의 신음소리도 알고 보면 거짓의 육체파 의성어'다.  오, 거짓되도다.      물론, 이 사실을 남성이라고 해서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그녀의 거짓말을 듣고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  으랏차차차. 솟아라 !  나으~ 개부랄티 !!!!!! "          이처럼 인간이란 거짓말을 들으면 엔돌핀이 치솟는 종족인 것이다(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는 고백은 자기실현적 예언self fulfilling prophecy 인 셈이다). 사실 거짓말보다 위험한 것은 개소리'다.  거짓말의 본질이 거짓이라면 개소리의 본질은 가짜다.  거짓과 가짜는 이란성 쌍둥이'처럼 외양이 서로 닮았으나  성질머리는 제각각 다르다.  거짓은 진실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만 가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혜민은 개소리계의 타노스급이다. 그것이 그의 계급이다. 혜민의 개소리는 이 세상 텐션을 극복한 지 이미 오래.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어서 슬퍼하는 직장맘에게 혜민은 저 세상을 뚫고 아스트랄한 텐션을 선보인 바 있다. 맞벌이하시는 경우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항상 미안하시죠. 이럴 때 방법이 있어요. 엄마가 어린 애들 일어나는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를 같이 놀아주는 것이에요. 새벽에 놀아주세요 ㅡ " 이 말은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 앞에서 " 비만은 건강에 해로워요 ! " 라고 내뱉는 소리1)와 같다.


혜민이 배설하는 개소리는 사실 확인으로 거짓을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영역이 아니어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좋다. 그렇기에 거짓말쟁이보다 나쁜 쪽은 개소리꾼'이다. 한국어는 아 _ 다르고 어 _ 다른 언어이기에,  혜민의 개소리가 사실은 < 좆 > 같은 계열에 속하지만  대중에게 < 주옥 > 같이 들리는 이유는 개소리가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않고 맞서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  또한 진리의 권위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큰 진리의 적이다. 그가 개소리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최종적 목적은 무소유가 아니라 풀소유(fullㅡ)다. 


300만 부나 팔렸다는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이라는 초대형 자기계발서는 < 좆 > 같은 말을 < 주옥 > 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것은 개소리가 팔 할인 자기계발서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최근, 멈추면 비로소 남산 타워가 보이는 삼청동 2층 풍경 맛집 방송으로 논란이 발생하자 그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하며 모든 활동을 접겠다고 통보했다.  이 태도 역시 문제가 발생하면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며 꼬리를 내리는 문제적 연예인의 그것을 닮았다. 땡추답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땡추인 그가 SNS의 세계에서 영원히 꺼져준다면 나로써는 땡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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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엔 사무관이 기아 상태인 아프리카 난민 앞에서 " 비만은 몸에 해로워요 " 라고 말하는 것은 개소리에 속하지만 파견된 의사가 기아 상태인 아프리카 난민의 헛배를 보고 " 당신은 비만 상태'입니다 ! " 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에 속한다. 이 개소리와 거짓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나쁠까 ?



 

카메라 앞에서 흘리는 눈물은 모두 연출'이라고 믿는 내게 이 동영상은 무척 아름다웠다. 나는 너무 감동해서 속으로 생각했다. " 아름다우시다...... " 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닝기미, 조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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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로사랑해 2020-11-17 1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출판사-돈 되는 건 뭐든
언론-한 건 올리면 뭐든
독자-가짜 때문에 진짜가 묻히든 말든 나만 좋으면 땡큐

이거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1-17 16:06   좋아요 0 | URL
멈추면.. 이 책 오래 전에 읽어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핵심어는 노예근성과 거지근성을 찬양하는 글이어서 깜놀했던 기분은 생각이 나네요. 힘센놈에 때리면 대들지 말고 웃으면서 굽실거려라. 그러면 때린놈이 미안해한다.. 이런 내용이 팔 할이었던 깅ㄱ 기억이..

앎이 2020-11-17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6시에 일어나서 놀아주라니......헛웃음조차안나오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1-17 20:29   좋아요 1 | URL
중노동에 시달리시는 택배노동자에게 새벽에 일어나 조깅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세요, 라고 지껄이는 것과 비슷하죠.. ㅎㅎ 전 이 양반, 외국인인 줄은 몰랐네요.

수다맨 2020-11-18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즉에 개소리 팔아서 먹고사는 땡중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만 저 정도로 멍청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혜민 같은 사기꾼(!)이었다면 예능을 통해서 사생활 공개만큼은 절대로 안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무소유 같은 같잖은 소리 늘어놓으면서 책도 팔고 고액의 강연도 뛸 테니까요. 곰곰발님 말씀처럼 ‘좆‘같은 계열의 개소리들을 늘어놓아도 ‘주옥‘같은 것으로 알아듣는 독자들 덕분에 그동안 지갑이 뚱뚱했을 터인데, 이제는 진짜로 본인이 ‘좆‘같은 인간에 속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려준 셈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청담동 집 공개하면서 환하게 웃는 혜민 얼굴이 저로서는 잊히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백치가 따로 없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1-18 16:13   좋아요 2 | URL
ㅎㅎㅎㅎㅎㅎ 원래 성공하면 뇌가 이상한 방향으로 판단을 한다고 하죠. 일종의 뽕 먹는 사람처럼 뇌가 작동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사단이..... ㅎㅎㅎㅎ 본 지 오래로군요. 조만간 얼굴 한번 봅시다..

레삭매냐 2020-12-06 17: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 풀소유 스님의 정체성 : 스킨헤드 그레이패션 힙스터
직업 : 뉴에이지 스타트업 사업가

이런 댓글 보고서는 정말 빵 터졌답니다. 오호 통재라.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6 18:24   좋아요 3 | URL
미국에서는 불교는 명상 사업의 하나로 여긴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마음챙김 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중이죠. 애런라이크의 << 건강의 배신 >> 을 보면 불교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자본의 형태가 등장하는데 하는 짓이 혜민과 똑같아요. 마음치유센터 만들고, 마음 피트니스 센터 사업하고, 명상 앱 만들어서 돈 벌고... 이거 혜민이 한국에 와서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scott 2020-12-08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직업을 영리하게 골랐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9 14:49   좋아요 0 | URL
군대도 안 가... 세금도 안 내.... 혜택의 끝판왕 같습니다.
 



자식의 진짜 책무






 




조선일보 칼럼 << 간장 두 종지,2106.11.28 >> 는 압권이었다. 간장 종지 한 개 때문에 열이 받은 조선일보 부장님은 칼럼에 온갖 악담을 쏟아부은 후에 지질한 사적 복수를 위해 중국집 이름을 슬쩍 공개한다. 맛집 리뷰에 불만 댓글 하나만 달려도 명성이 땅에 떨어지는 판국에 대한민국 1등 신문 조선일보에서 대놓고  저격했으니 그 가게의 명성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칼럼을 쓴 조선일보 부장님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 칼럼 이후, 그릇(사람 됨됨이)이 간장 종지만도 못한 간장 부장'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 오히려 간장 종지만도 못한 간장 부장의 칼럼 때문에 그 중국집은 독특한 광고 효과를 누려 명성을 드높였다고 한다. 간장종지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 식당을 아우슈비츠에 비유하는 글 솜씨에 감탄한 나는 이런 작품을 능가할 칼럼은 앞으로 10년 내에 나오기 힘들 것이란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간장종지 칼럼을 뛰어넘는 병맛 칼럼의 걸작이 탄생했다. 


한겨레에 실린 mbc 예능 드라마 김민식 피디의 칼럼 << 지식인의 진짜 책무 >> 가 그 주인공이다. 이 칼럼은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과 너무 많이 읽은 사람이 같이 살면 누가 더 불행할까 _ 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김민식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자신의 부모에게서 찾는다. 그는 책을 안 읽어도 불편한 것이 없는 아버지와 불편한 게 많아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는 어머니 중에서 불행한 쪽은 어머니라고 선언한다. 그는 자신의 가족 서사를 " 말싸움 끝에 아버지가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어머니는 끝끝내 비참해진다 " 


고 요약한 후에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애정이나 존중이 없는 충고나 조언은 정서적 폭력일 수 있다면서 가정 폭력의 원인을 어머니의 지적 우월감'이라고 진단한다. 쉽게 말해서 어머니가 " 맞을 짓 " 을 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막 가자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이 칼럼에서 내 눈에 들어온 대목은 " 왜 아버지의 무지(無知)는 가정 생활하는 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가 " 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내의 불편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기 때문이다(반대로 아내의 불편을 알게 되고 그것을 시정하려면 남편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여러모로 불편해진다). 


무지, 외면, 망각은 권력을 가진 자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처세술이다. 발을 뻗고 자는 놈은 맞은 놈이 아니라 때린 놈이다1). 아버지는 권력자이기에 무지한 것이며 무지하기 때문에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약자에게는 아는 것이 힘이 될 수 있지만 강자에게는 모르는 것이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칼럼을 쓴 김민식은 " 타인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일이 지식인의 진짜 책무 " 라고 지적하지만,  정작 그는 (아들의 글을 읽을 것이 분명한) 어머니의 자존감을 존중하는 데에는 무지'하다.  아버지의 무지가 육체적 폭력으로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들의 무지는 정서적 폭력으로 작동한다. 


그는 어머니라는 존재도 존중받아야 할 타인 중 한 명'이란 사실을 망각한 것 같다.   그는 " 지식인의 진짜 책무 " 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가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 자식인 자의 진짜 책무 " 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떠오른 단편 소설은 강화길의 << 음복 >> 이다.   결혼 후, 처음 맞는 남편 가족의 제삿날에 며느리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알아차린다.  제사를 지내고 음복하는 시간 동안 며느리가 그 사이에 깨닫는 것은 가족의 차별과 희생 강요로 인해 며느리의 남편은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장손으로 사랑받으며 살아온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모른 척하는 것일까 ?  며느리이자 장손의 아내는 남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린다. "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도 없고, 미움받는다는 것을 알아챈 적도 없는 사람...... 나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네가 진짜 악역이라는 것을. " 








​                                   


1)   한국 속담 중에 가장 괴랄한 속담은 " 맞은 놈은 발 뻗고 자고 때린 놈은 웅크리고 잔다 " 가 아닐까 ?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는 전적으로 피해자의 몫이지 가해자에게 남는 잔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 속담은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서사를 덧씌워 가해자에게 면제부를 제공한다.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면과 망각을 통해 무지의 단계에 다다른다. 그 결과, 맞은 놈은 항상 웅크리고 자지만  때린 놈은 평생 발 뻗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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