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하다 :










책에 대한 독자의 절대적 신뢰성에 대한 생각







빌 게이츠가 이 책을 격찬했다, 버럭 오바마도 이 책을 격찬했다, 스티븐 핑커도 이 책을 겨, 겨겨겨겨겨겨겨격찬했다 !!! 미국 지성을 자지우지(좌지우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하는 3인의 초신성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 책을 칭찬을 하니 진실 게임따윈 하나 마나 파나 마나. 그러나 나는 어머나, 이를 어쩌나. 나머지는 모두 합죽이가 됩시다, 합 ! 


한스 로슬링의 << 팩트풀니스 >> 이야기'다. 도대체 얼마나 훌륭한 책이기에 입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일까 ? 개인적으로 이 책은 혹하는 마음에 읽었다가 욱하는 마음 금할 길 없던 경험이 선물한 책이다. 통계학자인 한스 로슬링은 이 책을 통해서 인류는 옛날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아졌다는 통계 값을 제시한 후 현대 사회는 만족할 만한 생활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현대인의 불만은 배부른 투정이라는 소리를 한다.  이것이 다 극단적인 세계관을 선호하는 인간의 편견 때문에 발생한 오류이지요. 허허허허허허허허. 할렐루야, 아멘 !


그는 인간의 편견을 부각하기 위해 <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객관식 삼지 선다형 문제 13개 > 를 14개국 12000명에게 풀어보도록 한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인간의 평균 정답률 16%, 침팬지는 33% ! 아, 원숭이보다도 못한 인간의 지적 우월성, 그 오만과 편견 ! 이 사실에 독자는 멘붕에 빠진다. 더군다나 교양서를 읽는 독자라면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춘 인간일 테니 멘탈 붕괴의 속도는 광탈 수준이 붕가붕가할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존재한다. 왜, 침팬지의 정답률은 33.3333333%일까 ?  답은 매우 간단하다. 문제가 삼지 선다형( 한 문제에 대하여 세 개의 항목 가운데 정답 또는 가장 적당한 항을 고르게 하는 문제 형식) 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사지선다형이라면 침팬지의 정답률은 25%로 떨어질 것이고, 오지선다형이라면 20%에 불과하다. 한스 로슬링은 침팬지의 정답률을 높이기 위해서 삼지 선다형이라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침팬지의 교양 수준은 정답률과 연관이 전혀 없다. 침팬지가 아닌 아메바를 대상으로 똑같은 실험을 한다고 해도 아메바의 평균 정답률은 33%다. 우리의 쇠똥구리는 어떤가 ?  내가 만약에 한스 로슬링이라면 아메바를 대상으로 이지선다형 문제를 출제해서 정답률을 50%로 끌어올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이런 자극적인 문구로 책을 선전할 것이 분명하다. 아메바보다 못한 인간의 지적 수준 !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맹랑한 꼼수를 지적하는 독자가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독자는 빌 게이츠, 버럭 오바마, 스티븐 핑커의 교양 권력과 권위에 주눅이 들어서 이 책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보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은 자신의 주장에 불합(不合)하는 통계는 제거하고 부합(附合)하는 통계만 제시한다. 전형적인 통계의 함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이비 과학자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만능 치트키'다. 한스 로슬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방사능 피폭으로 죽은 사람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 발표를 믿)고 단언하기에 이른다. " 방사능으로 죽은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들랑요! "  


그는 방사능 피폭으로 고향을 떠난 피난민이 공포에 떨면서 피난 생활을 하다가 1600명이 사망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방사능 피폭 때문에 사망한 것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마치 자기계발서의 여왕 린다 번이 << 시크릿 >> 에서 " 많이 먹기 때문에 비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 때문에 비만이 된다 " 고 말했던 것과 일맹상통한다. 오, 린다 !  당신이 여기서 왜 나와 ?  << 팩트풀니스 >> 가 자기계발서였던가 ?  그는 핵 방사능이라는 실체 없는 공포보다는 차라리 교통 사고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어디서 많이 본 수작이다. 이 주장에 동의하시는 분 ? 이 주장이 맞다면 내 주장에도 옳다구나 _ 라고 맞장구를 쳐야 한다. 식인 상어에게 물려서 죽는 사망자보다 모기에게 물려서 죽은 사망자가 더 많기에 모기보다는 식인 상어가 더 안전한 동물이다. 모기에게 뜯기느나 차라리 식인 상어에게 뜯기세요. 안전합니다.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오자. 한스 로슬링은 현대인의 소득 수준은 옛날에 비해 높아졌기에 세계는 좋은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 질문은 하나 마나 한 소리'다. 구석기 시대는 무산 사회이기 때문에 현재를 옛날과 비교 평가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이 책은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자기 주장에 유리한 사실에만 충실한 책이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되는 것은 저자에 대한 절대적 신뢰가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는 태도'다. 이 책을 추천한 사람의 지식 권력에 주눅이 들어서 무조건 저자를 신뢰하다 보면 침팬지보다 못한 독자가 되기 쉽다, 진짜루. 






▶ 덧대기


한스 로슬링은 << 펙트풀니스 >> 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방사능 피폭)로 죽은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그대로 믿고 자신의 책에서 그것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 이후, 사고 발생 지역 주민 1368명이 사망(2107.10월 기준)했는데 그것은 대부분 대피소 생활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지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망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일본인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한스 로슬링이 단순한 스트레스와 방사능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사망자 1368명 가운데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이 있는 후바타 지역 주민은 전체 사망자의 2/3인 856명이었다. 이 수치는 후바타군 지역 주민이 총 6962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망률이 대략 12%나 된다. 그렇다면 사고가 발생한 제1원전과는 거리가 먼 곳에 살았던 피난민의 사망률은 얼마일까 ? 후쿠시마 전체 피난민의 사망률은 3%가 되지 못한다. 이 수치의 간극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 후쿠시마 의과대학은 원전 사고 이후 소장암 환자는 2010년 13명에서 2012년 52명으로 4배가 늘었고, 전립선암은 2010년 77명에서 2012년 231명으로 3배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들은 모두 네이버 검색창이 " 후쿠시마 원전 사고 사망자 " 라고 입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다. 한스 로슬링은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면 양심이 없고 몰라서 몰랐다면 그 또한 양심이 없다. 문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다. 책을 읽다가 의심이 들면 팩트 체크를 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백이나 하고 자빠졌다. " 으악, 내가 침팬지보다 정답률이 떨어지다니. 으아아아악, 내가 알고 있는 세계가 모두 가짜라니.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알고보니 부자였다니.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악...... "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소리는 개소리다. 책을 읽을수록 멍청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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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7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7   좋아요 1 | URL
그 문장 << 시크릿 >> 에 나오는 매우 유명한 문장입니다. 사람이 음식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 생각을 해서 살이 찐다네요. 그러니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라로 2020-12-07 15: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그렇다고 해서 넘 읽고 싶었는데 다행이다요. 다른 책 사야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19   좋아요 1 | URL
이 책의 화룡점정은 ddt는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더 많은 화학제품이라네요. 이건 뭐, 레이첼 카슨 뺨을 천대 정도 때리는 꼴. 그렇게 디디티가 몸에 좋으면 아예 보양식으로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 아마도 저자는 자기 자식에게 디디티 뿌리는 거 극도로 싫어할 겁니다. 이 책은 자본의 논리, 기득권의 논리,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피폭 사망자가 없다는 소리도 개소리다. 온갖 방역복 입고 원전 사고 수습에 투입되었던 6명이 백혈병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이첼 가슨의 < 침묵 봄 > 을 읽고 극찬을 했던 이가 이 책을 읽고도 극찬을 하던데.. 도대체 이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침묵의 봄은 ddt는 매우 나쁘다는 주장을 하고 이 책은 ddt는 좋은 제품이라고 광고를 하는데 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

cyrus 2020-12-07 19:00   좋아요 1 | URL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제가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의견을 말할게요.

<침묵의 봄>과 <팩트풀니스> 중에 맞는 의견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침묵의 봄>을 고를 겁니다.

<팩트풀니스> 165~166쪽에 보면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2006년에 세계보건기구가 드디어 모든 과학적 검토를 마치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마찬가지로 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며, 많은 상황에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보고했다. DDT는 대단히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찬반이 동시에 존재한다.”

저는 DDT가 ‘미약하고 해로운 물질’로 분류되었다고 해서 이로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자의 의견에 저도 동의하지 않아요. 그래도 DDT가 조금이라도 해롭지 않다는 연구 결과나 주장이 나오면 확실하지 아닌지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화학 살충제 기업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화학 물질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피력하는 과학자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과학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반박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요.

저는 과학도, 통계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잘 몰라요. 관련 정보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습득하기 때문에 때론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소극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입장이 나오는 주제, 특히 DDT 같은 경우 신중한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해요.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고수한 채, DDT가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도 들어보는 거죠. 하지만 저는 학자가 아니에요. 정말로 확실하게 따지려면 국외 학술 논문 같은 자료들까지 찾아봐야 합니다. 그러고 싶지만 능력이 안 되고, 그럴 시간이 없어요. 결국에 DDT가 위험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게 됩니다.

최근에 <팩트풀니스>를 비판한 독자 서평을 읽었어요. 아마도 곰발님도 그 서평이 뭔지 잘 아실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 글이 비판을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지난달에 <팩트풀니스> 독서 모임을 했는데요, 그때 모임에 참석한 분들도 책을 비판적으로 봤거든요. 제가 봤던 비판적인 서평 내용과 비슷한 의견을 밝힌 분들이 있었어요. 저는 <팩트풀니스>를 너무 좋게 봤던 것을 반성했어요. 그래서 곰발님이 말한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말했던 거예요.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18   좋아요 2 | URL
DDT는 사용하면 안되는데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우, 말라리아로 죽는 인구가 5억 명이어서 차라리 DDT를 사용해서 말라리아 환자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 이 행위가 DDT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죠. DDT는 여전히 금지된 살충제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고 광고를 하죠. 이게 전형적인 기업가의 변명을 닮았습니다. 이런 책은 분석의 대가인 사이러스 님이 조목조목 비판을 해야 제맛인데.... ㅎㅎ

cyrus 2020-12-08 09:32   좋아요 2 | URL
저도 “해로워도 DDT를 써도 괜찮다”라는 주장을 비판하고 싶은데, 타격을 줄 수 있을 만한 자료를 못 찾았어요(“못 찾겠다”가 더 적절한 표현입니다). DDT 논쟁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학술논문이나 통계 자료를 봐야지 비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팩트풀니스>의 저자가 DDT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기업가의 변명’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저도 공감해요.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이 책을 소개한 걸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이 책에 기업에 유리한 입장만 골라 환경 운동과 반핵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식으로 비판할 것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13:35   좋아요 0 | URL
미국 내 로비 단체가 규모가 가장 큰 집단이 농축산물 단체라고 하죠 ? 우리는 흔히 군수업체라 생각하지만 농축산물 협회입니다. 이들이 어마어마한 돈을 로비로 씁니다. 왜 그럴까요 ? 화학제품, 즉 사료, 비료 따위로 식물과 동물을 키우기 때문.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과학자는 이들 로비 집단의 돈으로 연구를 합니다. 로비 단체가 이들 과학자에게 투자하는 것은 뻔하죠. DDT가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를 제시하면 그 반대 증거를 과학자를 통해 집요하게 주장합니다. 결국 결론은 찬반양론이 있으므로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정의된 바는 없다고 하죠. 무승부가 되는 거에요. 담배만 해도 그렇잖아요.담배가 폐암을 유발한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 이런 식이죠.

han22598 2020-12-08 0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맞습니다. 이미 부여된 지적 권위에 눌려버리면 비판적인 사고를 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항상 비판적인 사고 ㅋㅋㅋ 붙들어 매고 있어야 할 것 같아요 ^^. 언급하신 인간의 평균 정답률과 침팬지의 정답률 비교는 상식적으로도 그리고 통계학적으로 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 입니다. 사실 이러한 비교불가능 대상을 통계학적 숫자로 비교하는 일들을 통해 사람을 착각하게 만드는 경우는 일상 생활에 널려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이와 관련된 글도 한번 적어 볼까 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20-12-08 09:20   좋아요 1 | URL
통계학자가 평균값을 가지고 눈속임을 한 것인데...
이 태도가 그 통계학자의 지적 수준을 알려주는 바로미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 99%가 극찬을 한다는 사실에 충격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