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허기  



세밑이 되면 교수 신문'에서 올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뽑는다. 2015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뽑았다고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식인의 이벤트'는 궁금하지도 않다. 세상이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았던 해가 비단 지난해뿐이었던가 ? 혼용무도가 2015년을 대표한다는 게 오히려 새롭다. 2015년, 내가 바라본 지난해의 특징은 < 슬/픈/허/기 > 였다.  





                                     먹방이 대세'다.  아프리카 티븨 개인 방송으로 시작된 먹방이 이제는 케이블 티븨를 넘어 지상파로 진격했다. 셰프가 점거한 먹방은 이제 예능의 품격이 되었다.  " 돌격, 앞으로 ! "  의/식/주'에서 가장 원초적인 " 니즈 " 가 < 食 > 이라는 점은 < 먹방 열풍 > 의 두 가지 상호 모순적 측면'을 보여준다. 먹방의 인기는 얼핏 보기에는 " 먹고살 만하니 " 까 식문화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앞으로 " 먹고살 걱정 " 에 대한 반향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깐 대한민국 대중의 < 食 > 에 대한 탐닉은 풍요와 빈곤 사이에 놓인, 이상한 강박'에 가깝다. sbs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 정글의 법칙 >> 은 < 빌어먹지 않고 주워먹고 사는 삶 > 을 재현한다.

다시 말해서 << 정글의 법칙 >> 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무일푼으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학적 실험'이다. 병만족은 집도 없고, 돈도 없고, 쌀도 없다. 그들이 머무르는 정글은 사람이 없는 무인도'라기보다는 고립무원에 대한 은유처럼 읽힌다. 다시 말해서 정글은 고립되어 구원을 받을 데가 없는 곳이다. 그렇다, 자본 정글에서 < 돈 > 이 없다는 것은 구원을 받을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원(救援)의 반대말은 무원(無援)이다. 고립된 무원은 "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 먹을 수 있는 낭만도 없는 곳이다. 당연히 병만족에게 음식의 " 향미 " 는 사치'다. < 질 > 보다는 < 양 > 이다. 자급자족'이라는 측면에서 tvn의 << 삼시세끼 >> 는 << 정글의 법칙 >> 보다는 사정이 낫다.

만재도 또한 고립무원이기는 마찬가지1이지만 차승원은 김병만보다는 사정이 낫다. 홀아비에 애 딸린 김병만보다는 조강지처인 유해진'이 있지 않은가 ! 더군다나 키울 애도 없다. 이들 부부(차승원-유해진)는 자식 대신 개와 고양이를 키운다. 그뿐이 아니다. 만재도에 가면 ~ 집이 있고, 만재도에 가면 ~ 개와 고양이도 있고, 만재도에 가면 ~ 고추장과 된장도 있고, 우럭, 볼락, 쏨치, 물미역, 거북손도 있고......      어쨌든, 차승원-유해진 동성 커플의 소꿉놀이는 재화 없이 자급자족해야 하는 상황극'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의 먹방 문화'가 미슐랭 가이드를 중심으로 한 서구 식문화'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 정글의 법칙 >> 이 오로지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극이라면, << 삼시세끼 >> 는 역설적으로 먹기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 상황극'이다.

차승원-유해진 부부의 목표는 오로지 삼시 세 끼'다 ! <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극 > 이 더 풍요로운 삶일까, 아니면 < 먹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 상황극 > 이 더 풍요로울까 ? 동일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묻자. <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상황극 > 이 더 비극적일까, 아니면 < 먹기 위해서 살아야 하는 상황극 > 이 더 비극적일까 ? 혹은 어느 쪽이 더 절망적일까. << 삼시세끼 - 설정극 >> 을 관통하는 정서는 < 그림의 떡 > 을 재현해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 헨리 단편인 << 크리스마스 선물 >> 에 나오는 낭만을 부릴 수도 없다. 차승원의 머리는 짧고 유해진은 집안 대대로 가보처럼 내려온 회중시계도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맨발과 불알 두 쪽뿐 !2  그래서 부부는 미슐랭 가이드가 소개하는 맛집 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남대문 시장 갈치조림을, 종로 3가 닭도리탕 맛을 흉내내는 놀이를 한다. 그들의 목표는 " 그럴 듯하게 만드는 것 " 이다. 그럴 듯하쥬 ?  << 집밥 백선생 >> 이라는 프로그램도 같은 맥락'이다. 집밥 열풍은 어머니 손맛을 그리워하는, 건강한 웰빙 음식에 대한 소망처럼 포장했지만 꼼꼼하게 뜯어보면 경제적 이유'다.  월급봉투는 부피가 줄어드는데 점심값은 치솟는다. 7000원이 기본이다. 이때 등장한 사람은 백선생, 백종원이다. 그는 요리를 가르쳐주는 가정 선생이기보다는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경제 선생에 가깝다. 외식도 사치가 되는 시대이다 보니 집밥에 대한 필요성이 집밥 열풍을 불러온 것이다. jtbc의 << 냉장고를 부탁해 >> 도 이와 다르지 않다. 냉장고 안에 있는 식재료로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다.

<< 정글의 ...... >> , << 삼시세끼 >> , << 집밥 백선생 >> , << 냉장고를 ....... >> 는 모두 집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본의 독점, 경쟁에서의 도태, 경제적 빈곤, 암울한 미래가 만든 결과'다. 먹고살 만한 시대는 지나고 굶어죽을 수도 있다는, 미래의 공포가 < 食 > 에 대한 대중적 강박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중은 먹방을 보며 침이 고인다. 하지만 이 허기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음식을 보며 침을 흘리는 서구의 기름진 허기와는 다르다. 그래서 지금의 허기는 슬프다.

 




  1. 차승원-유해진 부부가 타인의 도움 없이 고립된 섬에서 삼시 세 끼를 해결해야 된다는 점에서 만재도는 고립무원이요 무인도'다.
  2. 정희진은 한겨레의 << 정희진의 어떤 메모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O.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다시 펼치니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다른 이야기다. 이렇게 짧은 분량에 이토록 생각할 거리가 많으니 새삼 문학과 철학의 경계가 따로 없구나 싶다. 대단한 장편(掌篇)이다. 스물두 살의 가난한 부부 짐과 델라.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아 상대에게 가장 ‘필요한’ 성탄절 선물을 한다. 델라는 머리카락을, 짐은 시계를 팔지만 그들이 받은 선물은 이제는 소용없는 머리빗 세트와 시곗줄. 나는 두 가지가 걸렸다. 하나는 가난한 남성은 물건을 팔지만, 가난한 여성은 몸의 일부(머리카락)를 파는(팔 수 있는) 현실. 이것이 성매매가 성별 중립적이지 않은 이유다. 선물을 사기 위해 매혈하는 남성은 드물다. 게다가 델라의 머리카락 묘사는 남성들의 판타지가 투사된 듯 사뭇 관능적이다. “지금 델라의 아름다운 머리채는 갈색의 폭포처럼 잔잔하게 흔들리며 몸 주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무릎 아래까지 흘러내려 마치 긴 웃옷같이 되었다.”(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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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1-01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요즘 다들 먹을 것에 집착하네요. 저야 그렇게 생겨먹어서(?) 그렇다 해도.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 같고요. 알게 모르게 당하는 기분을 느끼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사는 거겠지요. 자잘함에, 사소함에 집착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사회.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15   좋아요 0 | URL
새해는 보셨씁니까 ? 전 새벽에 개 끌고 공원 갔다 왔네요... 똥을 어찌나 많이 싸던지...
새해부터 길거리에서 3번 눴습니다. 사람들이 안 봐서 그렇지
이거 좀 창피합니다. 똥이 워낙 커야죠... 고구마 같은 거 막 10개씩 싸지르니... 참내..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이데 이 개놈이 대낮에 8차선 건널목 중간에서 똥을 싸서... 제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당황했습니다. 똥 치우는 데 차들이 빵빵거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 새해부터 똥 얘기해서리...

samadhi(眞我) 2016-01-01 09:1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생명있는 것들의 배설이야 당연한 일인 걸요. 큰 놈이라 욕 보시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24   좋아요 0 | URL
똥 굵은 거야 항문이 크니 그렇다고 쳐도
제발, 오르막길에서 똥 싸지 말았으면 합니다.
구르잖아요 !

한번은 누가 소리치더군요. ˝ 어머, 똥 굴러가요 ! ˝

제가 뛰어내려가서 치웠습니다. 개똥 얘기하면 할 얘기 많습니ㅏ. 언젠가 페이퍼로 개똥 얘기 질펀하게 해야겠습니다. 허허...

samadhi(眞我) 2016-01-01 09:25   좋아요 0 | URL
난장판이 막 그려지네요. ㅋㄷㅋㄷ 개 키우면서 안 치우는 사람들이 문제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44   좋아요 0 | URL
개놈의 새끼, 내가 길거리에서 이런 수모를 겪으며 키웠건만
밥 줄 때마다 으르렁거립니다. 참내... 잘못 키웠어 잘못 키웠어 !

samadhi(眞我) 2016-01-01 09:46   좋아요 0 | URL
속 터지는 주인 마음을 어찌 알겠어요. 그래도 곰발님 애정은 알겠죠. 으르렁이 애정표현? 아닐까요? ㅎㅎ

stella.K 2016-01-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두 분 나누시는 댓글 정말 웃겨욧!ㅋㅋㅋㅋㅋ

전 요리 프로 그다지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어마 어마한 레시피가 개발이 되도 실제로 해 먹는 건 몇 가지 안 되는 것 같아요.
옛날 어렸을 때부터 먹어왔던 그 방식과 패턴에서 크게 못 벗어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만 이런가...?;;

삼시세끼 시즌2는 1보다 재미가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그런가 빨리 종영한 느낌이 들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3 10:23   좋아요 0 | URL
2는 재미가 없더군요. 뭐든지 다 1편보다 뛰어난 속편 찾기 어렵잖아요..
사실 한국 음식 레시피라는 게 뭐있습니까.
주재료만 다를 뿐 양념은 다 똑같잖아요.

 

 

 

 

 

 

 

 

 

 

 

혐오는 낮은 쪽을 향하고 분노는 위쪽을 향한다

 


 

 

1. 어떤 논리

그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둘째, 네째 일요일 강제 휴무) 정책'에 대하여 분통을 떠트렸다. 전통 시장과 동네 골목 상권을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영 못마땅하다는 논리다. 주말에 가족들이랑 이마트 갔는데 ~ , 이마트에서 허니버터칩 사려고 했는데 ~  , 인증샷 올려서 친구에게 자랑하려 했는데 ~  문을 닫았네 ??!  알고 보니 의무 휴업일이네 ? 소비자를 우롱차로 아나 ?  요약하자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주말에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것. 탁상 행정이라며 노발대발,  이이이이런 시발 ~  그러더니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 더럽고 불친절한 시장 불매 선언 ! "  논리가 하도 시발스러워서 웃었다. 한강에서 뺨 맞고 엉뚱한 곳에서 화풀이하는 꼴. 백 번 양보해서 대형마트 규제 정책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치자. 그래서 이 정책이 잘못된 정책이라고 하자. 병신이 아니라면 자신이 화를 내야 할 대상은 정책 입안자'에게 향해야 하는 것이 정상.  " 야. 이 개새끼들아 !    책상에서 머리 굴리니깐 이런 정책이 나온 거 아님 ? " 이렇게 말이다. 그런데 그는 이 정책을 추진한 입법부와 행정부에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엉뚱하게 모든 잘못을 < 시장과 골목 상권 자영업자 > 에게 돌린다. 결론은 시장과 골목 상권 자영업자 때문에 대형마트 강제 의무 휴무 정책이 실행되었다는 것이다. 이 논리적 삐약삐약 앞에서 할 말을 잊었다. 불똥은 엉뚱한 곳에 튀는 법. 혐오 범죄'가 약자에게 총을 겨누는 과정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좋은 예가 실업률이 높을수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범죄율도 덩달아서 높아지는 현상이다. 실업률과 이주노동자의 유입은 서로 연관이 없다. 실업률이 높다면 일자리'가 없어야 한다. 그런데 인천 공단 같은 3D업종 사업체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난리다. 그래서 이 결손을 이주노동자로 채운다.  즉,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얻어서 한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이 아니라 한국 노동자가 일자리를 기피했기에 이주노동자가 결원을 채웠으니, 실업의 원인이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업률은 정부의 노동 정책 실패 때문에 발생한다.




2. 박근혜와 위안부

작명의 달인인 박근혜 정부는 " 최종적 및 불가역적 " 이라는 인상 깊은 구절로 이번 협상안을 정리했다. " 최종적 및 불가역적 " 이라는 표현을 달리 말하면 " 딴말하기 없귀 ~ " 다. 이 문장을 일본이 주도적으로 넣었다면 합의금 넉넉하게 줬으니 두 번 다시 징징거리지 말라는 요구다. 마치 합의금 문제로 자신(일본)을 꽤나 괴롭혔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옛다, 이 시부랄 놈들아 ! 돈 넉넉하게 줬으니 먹고 떨어져라, 이런 뉘앙스'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항변하지만, 이미 그런 반응이 일본에서 전해져 온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하기 전에는 절대로 돈 주지 마라, 는 일본 보수 신문의 논설 논조를 봐도 그렇다. 최종적 및 불가역적 타결이 낳은 결과다. 한국인은 졸지에 보상금 바라고 병실에 누운 나이롱 환자'가 되었다. 일본 외교부는 사과와 거래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위안부 철거를 조건으로 한 립서비스는 사과가 아니라 협상이다. 가해자가 사과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요구 조건을 내건다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 외교부는 결국 앵벌이 외교를 한 것이다. 국격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라의 품격이 바닥을 향해 추락하면 이쯤에서 우리는 박근혜의 자격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  다시 신자유주의자의 논리'로 돌아와서 : 그는 이번 위안부 협상 타결에 화가 났을 것이다. 굴욕적인 외교 정책이 못마땅할 것이다. 화가 난다, 화가 나. " 철밥통의 한계야, 한계 ! "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위안부가 없었다면 애초에 이런 굴욕은 없겠지. 이게 다 위안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여. 이것이 바로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지탱하는 환원론이다. 벌써부터 위안부 할머니들이 보상금에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뻔뻔한 부모로 연결시키려는 수작과 유사하다. 일본 정부가 잃은 것은 10억 엔이고 한국 정부가 잃은 것은 국격이 아닐까 ?   혐오는 상부를 향하지 않고 낮은 곳을 향한다. 혐오와 분노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혐오는 대부분 낮은(혹은 소수) 계급을 향한다. 반면 분노는 상부를 향한다. 예수는 증오(혐오)를 가르치지 않았다. 분노를 가르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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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살롱 2015-12-3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섭고 단단한 글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혐오가 올 한 해의 키워드였을만큼 사람들은 반대의 상황에 선 다른 이를 비웃고 경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분노와 혐오의 대상 또한 모호해지고, 성난 군중은 그 대상을 똑바로 보지 못 한 채 사실상 언론과 여론에 끌려다녔구요.
결국 어떤 것도 정의내린 것도 없이, 정의롭지 못 하게, 한 해가 끝나갑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48   좋아요 0 | URL
무섭게 욕해서 죄송합니다. 저는 우파 좌파 안 가리고 사람 사귀는 쪽인데
저런 무논리를 펼치는 사람 보면... 말해도 안 통하고... 답답합니다.

아니 왜 잘못된 일의 주체에 대항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약한 자를 물어뜯으려고 할까요...

stella.K 2015-12-31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드라마 송곳이 너무 일찍 종영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로라도 할 말을 했어야 했던 건데 뭐 그런...ㅋ

쌍용자동차 문제가 어쨌든 해결되서 다행이긴 한데
왜 이 문제가 우리 자체로 해결하지 못하고 인도인 대주주가 나서서야 비로소 해결이 됐을까?
의구심과 아쉬움이 크고, 복직이 됐으니 내년에 신규 사원은 얼마 안 뽑겠지? 뭐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위안부 문제는 너무 오래 끌어 온 것도 사실인데 어느 날 갑자기 맥없이 해결된 것 같아서 오히려 의아스럽더군요.
우리의 근혜 누님은 매번 문제 밑에 깔려 있는 진상을 잘 모르는가 봐요.
그런 사람이 있긴 하더군요. 자신이 보려고 하는 것만 보려고 하고 자기식의 판단과 해석을 하고.
그런 사람이 리더가 되면 답답하긴 하죠.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49   좋아요 0 | URL
확실히 송곳은 막 이제 시작이다 할 때 끝난 느낌이 납니다. 이거 시리즈로 가나요 ? 신즌 1 2 이렇게 말입니다. 후속작이 나올 만도 한다. 송곳 완성된 만화는 아니죠 ?

2016-01-0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1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03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5-12-3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전 그것들이 왜 이리 혐오스러울까요? 치가 떨립니다.
그 끔찍한 세월을 살아내신 분들의 한숨소리가 귓밥 두껍게 앉은 뒷궁(?) 늙은이한테 들리질 않으니.
병신년에 그 할매 귓밥 좀 파줍시다. 그래봐야 말귀 못 알아먹을 걸 생각하면 에고...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50   좋아요 0 | URL
정치가가 정치를 잘한 탓이죠. 나쁜 의미에서...
아주 자기들 유리하게 정치 지형을 만들어놨어요....
앞으로가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samadhi(眞我) 2016-01-01 09:5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이미 쭉 깔아놓은 부정들을 당연하게 만들고 저항도 하지 않는 순한(?) 백성들과 자기네 편인 종편과...
모두 덫에 빠져들었지요.

마립간 2016-01-0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곰곰발 님.

새해 첫 인사네요.

감정은 저에게 영원한 숙제와 같은 것입니다. (저는 감정맹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페이퍼도 저에게는 숙제입니다.
숙제 ; 1) 사람들은 대개 不義에 관해 분노를 할까요, 혐오를 할까? (저는 분노라고 생각하는데,) 정의의 개념은 위를 향한 감정일까?
2) 혐오 중에 일반적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나 그 예는? 예를 들어 존나 싫어하는 알라디너 등은 가능한가?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7 14:27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제가 마립간 님에게 숙제를 내줘서 죄송스럽습니다 ~

불의에 대한 것은 분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보기엔 분노는 대의적 명분에 따른 미움이고
제가 보기엔 혐오는 개인적 편향에 따른 미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일은 남자에게 어울리지 않아 ! 



 

 

 

 

 

​                                                   여성학자이자 소설가인 로잘린드 마일스는 자신의 저서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 에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1.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만일 남자 요리사가 차렸다면 열광하는 추종자를 잔뜩 거느린 성인이 되어 그를 기념하는 축일이라도 생기지 않았을까 ? 이런 물음들은 어린 시절부터 나를 괴롭혔 " 기에, "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이에 정희진도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 " ...... 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그 많은 설거지는 누가 했을까?’이다2. " 같은 만찬을 두고 두 여성은 관심사는 비슷하지만 < 결 > 은 사뭇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저자가 여성이기에 가능했던 시선이다.

반면, 남성인 스펜서 존슨은 <<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 ?3 >> 에서 위의 두 여성과는 관심사가 전혀 다르다. " 쥐새끼 같은 놈, 누가 내 맛있는 치즈를 훔쳐먹었지(옮겼지)? " 만찬을 누가 먹었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이처럼 만찬을 앞에 두고 접근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다. 흥미로운 " 차이 " 다. 스펜서 존슨은 지배 계급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로잘린드 마일스와 정희진은 피지배계급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두 여성 가운데 보다 마이너 비주류 질문을 던진 쪽은 정희진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 부엌일 가운데 제일 하기 싫은 것이 " 뒷처리(설겆이) " 다. 음식을 하는 일은 배가 고플 때의 프로세스이고, 설겆이를 하는 일은 배가 부를 때의 프로세스'이니 말이다(설겆이와 잔반 처리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도 설겆이 프로세스에 속한다).

오랜 시간 동안 1인 독거 생활을 해온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 구더기 무서워서 담 못 담근다고,  설겆이 귀찮아서 음식을 사 먹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한여름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최악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생선 몇 마리 사서 요리하려다가 생선 내장을 손질한다는 것이 고역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하기도 했다. 요리를 하는 과정보다는 뒷처리가 문제였다. 특히 싱크대 잔반통에 버려진 물컹한 내장들을 꺼내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 에 담는 과정은 끔찍했다. 오, 주여 !  또한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을 놓쳐서 방치하다가는 구더기가 들끓는 < 통 > 에 요리를 한다는 것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입에서 씹는 것은 잠시요, 음식물 처리는 영원했던 것이다. " ...... 니미, 사 먹고 만다 ! " 

내가 말머리에서 " 설겆이 행위 " 를 길게 나열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 음식 - 뒷처리 > 과 < 살인 - 뒷처리 > 가 꽤나 유사하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 사이코 >> 는 내가 자주 보는 영화'다. 심지어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이 영화를 다시 보았다.  보고 또 보지만 보고 또 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볼 때마다 새롭다. 자주 보다 보니 정이 든 까닭일까 ?  어느 순간부터 연쇄살인범 노먼 베이츠(안소니 퍼킨스)가 안쓰러워지기 시작했다. " 사서 고생하는구나...... "  그는 시체를 수습하고 은폐하기 위해 낑낑거린다. 욕실에 남겨진 핏물을 제거하고 온갖 흔적을 지우고 시체를 은폐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막노동이리라. 안 봐도 비디오'다.  히치콕, 말년 작품인 << 프렌지4 >> 도 시체를 수습하기 위한 살인자의 " 다이 하드 " 가 펼쳐진다. 

살인자가 감자 트럭에 올라 시체를 수습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이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장면'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살인을 수습하는 과정은 요리를 하고 난 다음에 해야 할 뒷처리 과정을 닮았구나 ! " 살인은 쉽다. 때론 짜릿한 쾌락을 얻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살인을 하고 난 다음은 싱크대 안에 널브러진 그릇을 닦듯이, 시체를 닦아야 하는 고된 일이 기다리고 있다. 죽은 자는 반드시 증거를 남긴다고 하지 않았던가 ? 살인자는 죽은 자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아야 한다. 모근이 달린 머리카락이나 거웃이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 손톱자국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  정액이나 타액은 ? 시체를 옮길 상황이 아니라면 최대한 흔적을 지워야 한다.

설령, 시체를 다른 곳에 은폐한다 해도 자신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 없애야 한다. 어디 그뿐인가 ? 집 안 곳곳에 뿌려진 핏자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실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한 날, 당일 수도 사용량이 한 달 사용량보다 많다는 점을 발견하여 남편을 살인자로 지목한 경우도 있었다. 살인범은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하루 종일 소독약을 타 대대적인 물 청소를 했던 것이다. 문득 토막 살인'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눈부신 걸작 << 아웃 >> 은 바로 부엌-노동과 살인-노동'이 비슷하다는 점을 간파한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여성(들)은 시체를 토막 내어 유기하고 뒷처리하는 과정을 능숙하게 처리한다. 부엌일과 프로세스'가 겹치기 때문이다.  처음 작업할 때는 부들부들 떨던 그녀(들)은 이제 작업할 때 유들유들 여유를 부린다.

생선 토막을 내고 내장을 바르고 잔반을 처리하듯이, 여자들은 남자 시체를 토막 내고 내장을 바르고 핏기를 뺀다.  작가가 태연스럽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나열할 때는 경악하게 되지만 한켠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성이라면 설겆이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늘상 하던 일이니깐 말이다. 이 소설,  읽지 않았다면 가아아아아아앙력하게 추천한다. " 눈부신 걸작 " 이라는 나의 호들갑이 결코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설 속 시체 처리반 여성(들)은 무능하고 폭력적인 남편(들)을 대신해서 도시락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는 동료(들)이다. 그들은 낮에는 집에서 부엌 일을 하고, 밤에는 공장에서 부엌 일을 하고,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부엌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손에서 물이 마를 날이 없다. 손에 물을 묻히던 여성(들)은 어느 순간 손에 피를 묻히면서 페니스 파시즘에 대항한다. 무시무시한 여성이 등장하지만 독자는 그들 편에 서서 그녀들을 응원하게 된다. 주류 남성 사회는 여성의 부엌일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로잘린드 마일스와 정희진이 누가 음식을 차렸고 설겆이는 누가 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때 스펜서 존슨은 누가 치즈를 먹었는가에 집중하지 않았던가 ? 남성 눈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만 보일 뿐 그 음식에 스며든 여성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보지 못한다. 특히 대한민국은 이상한 판타지에 사로잡혀 있다. 집밥이라는 판타지 말이다. 먹기만 하는 자는 음식을 만드는 노동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음식만 만드는 자는 하루 종일 설겆이를 하는 노동자의 고단함을 모른다.

정희진의 접근법이 맞다. 가장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옳다.  





 



  1. 이 책을 읽은 것은 아니다. 출판사 보도 자료에서 참고했다
  2. 정희진처럼 읽기 중 < 최후의 만찬은 누가 차렸을까 ? > 146쪽
  3. 이 책을 읽고 두 번 좌절했다. 첫 번째는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이 이 책에 대해 삶에 대한 심오한 진리라고 말할 때, 두 번째는 이 책이 200만 부나 팔렸다는 데 있다.
  4. 이 영화는 " 먹는 장면 " 이 자주 나온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꾸역꾸역 먹고 마신다. 그뿐이 아니다. 끊임없이 음식에 대한 농담(혹은 콩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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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2-30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엄마와 역할 분담을 해서 엄마는 주로 음식을 하는 쪽이고
설거지는 제 담당였죠. 처음엔 잘 몰랐는데 그것도 자꾸하니까 할만 하더라구요.
하면 할수록 지저분한 것에서 깨끗한 쪽으로 점점 넓어지니까. 무엇보다 단순하잖아요.
요리는 신경 쓸게 넘 많더라구요. 마트에서 사야지 다듬고 씻어야지, 볶아야지, 끊여야지.
진짜 혼자라면 사다 먹지 누가 이걸 하나 싶더군요.
특히 정말 여름에 쓰레기 안 버리면 봉투 속에서 구더기가 바글바글.ㅠ
백선생 집밥 보면서 이 셋팅 누군가 하고 백종원과 남자들은 편하게 요리만 하는 거겠지 하면
부럽기도 하지만 프로그램 끝나고 정리하는 사람 생각해서 적당히 좀 하지 그럴 때도 많아요.

<아웃>이 그리도 좋나요? 전 신경숙 땜에 얼마 전 <우국>을 읽어 봤는데 정말 묘사가 뛰어나더군요.
곰발님 그리 말씀하시니 읽어보고 싶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9:01   좋아요 0 | URL
< 아웃 > 은 제가 일본 장르 소설에 대한 편견을 한순간에 날리게 한 걸작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나쓰오 여사 광팬입니다. 약간 또라이 같은 작가예요. 스타일에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저도 종종 백선생 보면서 스탭 말단들이 설겆이는 다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cyrus 2015-12-30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모레부터 쓰레기봉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급하게 슈퍼마켓 여러 군데 다니면서 남는 봉투가 있는지 확인했어요. 젊은 남정네가 봉투가 있느냐고 묻는 모습을 슈퍼마켓 주인 아주머니, 할아버지들은 신기하게 바라봤어요. 아마도 쓰레기봉투를 처리하는 일을 여자 담당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게 봤을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21:29   좋아요 0 | URL
봉투 가격 오릅니까 ? 얼릉 사두어야겠네요.... 감사홥니다...

기억의집 2015-12-31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거지는 설거지 기계가~

전 어릴 때부터 설거지해서 그런지 설거지에 대한 부담이나 귀찮음은 없어요. 오히려 깨끗해지는과정을 즐기는.... 집밥에 대한 예찬은 식비가 덜 들기때문이 아닐까 해요.

나쓰오 여사님 책 대부분 읽었어요 아웃 읽는데 너무 화가 나서..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하나 갈등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나쓰오 여사가 끝까지 간다 주의잖아요. 저는 아웃을 읽고 뭐에 홀렸는지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는는데 재와 다이아몬드가 최고였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1 10:29   좋아요 0 | URL
나쓰오 여사 소설 중에 재와 다이아몬드가 있었나요 ? 금시초문입니다.. ㅎㅎㅎㅎ
혹시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재와 다이아몬드를 착각하신 것은 아닌지 조슴스럽게 묻습니다.. 흐흐흐...



혹은 미로 시리즈 소설 말씀하시는 겁네까 ?

기억의집 2015-12-3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의잠 재의 꿈이에요. 소설에 저 감독의 영화 재와 다이아몬드가 모티브 여서 착각했어요. 나이 드니 깜박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1 12:42   좋아요 0 | URL
후후. 이 작품이군요. 이 작품이 미로 시리즈 번외 작품이죠 ?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함 읽어봐야겠네요. 추천 감사드립니다.

기억의집 2015-12-3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역시 나쓰오답게 하드한데, 이 작품 읽고 나쓰오 직품들을 읽으면서 분노했던 거 단 한방에 날아갔을 정도입니다. 미로의 아버지 이야기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51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 반드시 보겠습니다. 외전이어서 오히려 전 안 읽었는데... 아니었군요... 나쓰오는 일단 믿고 가는 편이라서요... 호호..

samadhi(眞我) 2015-12-31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인 후처리는 미국드라마 덱스터의 주인공 덱스터가 최고죠.
그러게요, 설거지를 잘 하고 좋아하는 저도 지금 설거지 거리를 잔뜩 쌓아두고 있어요. 집에 돌아가 세밑 설거지와 청소할 생각을 하니 에효~

곰곰생각하는발 2016-01-01 09:52   좋아요 0 | URL
뎃스터도 캐릭터가 참 독특해요. 연쇄살인범 주이는 연쇄살인범이니.. 말입닏.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영화로 읽는 뇌과학
제프리 잭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생각의힘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내 개똥 철학은 <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읽자는 - 주의' > 다. 좋게 말하면 : " 장르에 대한 편견 없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 요, 촌스럽게 말하면 : " 닥치는대로 읽는뎁쇼 ! " 다. 하지만 책을 무작정 깊게 넓게 얕게 읽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특정 분야에 대하여 오따꾸적 열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내게는 영화 관련 서적이 그런 경우다. 꾸준히 사 모았더니 영화 서적만 300권 정도 된다(지금은 종이 박스에 담아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일종의 우표 수집이라고나 할까 ? 영화 서적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관심이 간다. 뇌 과학 서적도 관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내가 <<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책을 주저없이 고른 이유는 뇌과학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는 데 있었다. 쌍쌍바를 보는 기분 !  하지만 뚜껑을 열자 내 기대는 무너졌다. 비빔밥은 각각의 식재료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서 풍미를 만들어내는 요리인데, 이 책은 비빔밥에 올려진 재료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논다.

특히 영화와 관련된 꼭지는 꽤나 엉성한 편이다. 영화가 메인 요리가 아닌 애피타이저'1라서 그런가 ? 그는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 을 지목한다.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을 들 수 있다. 점프컷이란 편집 실수로 인해 두 개의 샷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사물이 점프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타난 점프컷.......

- 217

 

 

그는 점프컷을 실패한 편집의 좋은 예라고 말하는데 < 점프컷 > 을 의도적으로 활용해서 예술적 경지로 이끈 점핑의 달인 장 뤽 고다르 선생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제프리 잭스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호텔의 전경이 잠깐 나타났다가 흐릿하게 사라지며 객실의 창문 중 하나가 클로즈업된다. 잠시 후 카메라가 건물을 행햐 다가가자, 갑자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창문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 두 개의 프레임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창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점프하며 약간 회전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히치콕이 편집의 대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 217

 

 

그는 이 장면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장면은 단순하게 말해서 옥의 티 였다.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히치콕은 << 사이코 >> 도입부를 그 유명한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을 능가하는 돌리 숏으로 구상했다. 19591227< 버라이어티 > 지에 실린 단신을 보면 히치콕은 역사상 헬리콥터로 시도된 가장 긴 돌리 숏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 도입부에 등장하는 화려한 돌리 숏도 능가하는 4마일짜리 장면이 될 것2 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야외 촬영팀이 찍은 영화 도입부 공중 촬영 장면은 형편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헬리콥터 찰영 노하우가 촬영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실수라기보다는 촬영부의 미숙 탓이었다.

 

1960년 2월 25일, 재촬영3이 이루어졌다. 촬영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헬리콥터로 호텔 창문을 뚫고 내부로 들어가리라는 야심찬 계획은 피닉스 도시에서 제일 높은 옥상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좌에서 우로 훑는4 것으로 축소했다. 영화란 결국 시간과 돈의 싸움이니깐 말이다. 그 결과가 제프리 잭스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저자가 편집의 잘못된 예로 지적한 " 점프 컷 " 이라는 표현보다는 " 불연속 편집 " 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 하나, 제프리 잭스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히치콕은 왕가위 감독처럼 필름을 잔뜩 싸들고 편집실에서 풍찬노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왕가위 영화는 편집실에서 새로운 영화로 거듭났지만 히치콕은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9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왕가위는 900분 분량의 필름을 찍어서 편집실에서 90분 분량을 골라내는 스타일이고, 히치콕은 90분짜리 영화를 만들 때 90분 분량의 필름만 찍었다. 다시 말해서 남는 필름으로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결손을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영화에 대한 편집권이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에게 있다는 데 있다. 찍어놓은 필름 여유분이 많으면 제작자가 감독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게 편집을 하기 때문이었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가 제작자에 의해서 엉뚱하게 편집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히치콕이 보기에는 곰 같아도 하는 짓은 여우였다. 그렇기에 히치콕은 편집실에서 편집을 하기보다는 머릿속이 그의 편집실'이었던 셈이다. 이런 오류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 로프 > 가 사실상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관객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 225

 

 

< 로프 > 가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든 영화처럼 보일 뿐이다. 당시, 영화 촬영용 카메라가 찍을 수 있는 분량은 10분 정도였다. 카메라와 필름을 자동차와 기름으로 환원한다면 90분 동안 달려야 할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기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기름이 떨어지면 멈추고 다시 주유해야 했다. 영화 << 로프 >> 는 최소 9개 이상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인 셈이다. 정확하게는 “ 10개의 take로 찍은 10개의 cut ” 으로 이루어진 영화. 그러므로 위 문장은 저자의 착각이거나 역자의 오역일 가능성이 있다.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는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책'이다. 차라리 <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제목의 사회학 서적'이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들 아시겠지만 내 글은 기승전박근혜'다. 잘나가다가 항상 < 박 > 으로 빠진다. 박근혜는 사과와 거래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일본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배다. 아니면 바나나인가 ? 이것을 사과라고 우기는 정부와 콘크리트 지지자'에게 질린다. 올해는 병신년, 앞으로 이 년 남았다

 


 

  1. 저자는 뇌과학과 교수'다
  2. 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3. 영화는 1960년 2월 1일에 촬영을 종료했다.
  4. 영화 전문 용어로 팬'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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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2-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프컷은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기법인 줄 알고 있는데요.
말씀마따나 영화는 돈과 시간의 싸움인지라.
와, 근데 왕가위가 900분을 찍어 90분으로 만들어요?
거 대단한 신공일 것 같습니다.

이 년 남았군요. 다음 번 대통령의 성씨가 누가될지 흥미진진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9 18:12   좋아요 0 | URL
예를 들어 그렇다는 것이지 900분 더 찍지 않을까 싶네요. 하튼 무진장 많이 찍습니다.

cyrus 2015-12-2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심장이 쫄깃할 것 같아요. 정부가 찍는 막장영화(조연: 새누리당, 조연: 자유경제원), 간철수쇼 시즌 2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0   좋아요 0 | URL
심장 쫄깃해지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터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표맥(漂麥) 2015-12-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곰생발(?)님의 개똥철학에 확 빠졌더랬습니다. (놀라운 글빨, 중독성 있음, 알라딘의 복덩어리...)
많은 배움이 되었지요...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저의 개똥철학을... 이해해주시다니요... 눙물이....
표맥 님도 내년에는 행복 가득한 한해되시기 간절히 기도하오비다.

samadhi(眞我) 2015-12-3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신년 되려면 이틀 남았어요. 이틀 전에 한 살 더 먹는 거 괴로워요^^
그러게요 한 달 전 쯤에 이 막막한 정권 얘기하다가 남편이랑 친구는 아직도 3년 더 남았다 우기는 거예요. 아닌데, 2년이란 말야 그렇게 말해 두고도 헷갈리는 막막하고 아찔한 기분에 한숨을 벅벅 쉬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년 지나도 마찬가지일 거란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무성이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무성이도 참 무식해서
콘크리트 지지율이 어디갑니까. 도로 다음 주자에게 전해지지 않을까요..
이꼴저꼴수꼴 안 보기 위해서는 이나라 떠나는 게 상책임..
 

 

 

 

 

 

 


노오력의 탄생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지배 계급의 욕망'을 반영한다. 비록,  당신이 乙이라 해도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는 甲의 언어'다. 좋은 예가 꼰대들이 즐겨 사용하는 "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 는 말이다. 과노동 예찬'이다.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 과노동 " 에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 일찍 일어나는 새 " 는 고용주가 고용인에게 요구하는 인재상'이다. 그런데 이 문장에는 불편한 진실이 하나 숨어 있다. 먹이 사슬'을 甲乙 관계로 치환하면  :  당신은 < 새 > 가 아니라 < 벌레 > 에 가깝다는 점이다. 벌레 입장'에서 보면 늦게 일어나는 벌레보다 일찍 일어나는 벌레가 새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 이처럼 당대의 언어'는 지배 계급의 생각을 피지배계급을 세뇌시키는 도구다.

국어사전은 노골적으로 차별을 합법화하는 경향이 있다. < 여의사 > 라는 낱말은 있지만 < 남의사 > 라는 단어는 없다. 마찬가지로 < 여교수 > 라는 낱말은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지만 < 남교수 > 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  답은 간단하다. 언어란 기본적으로 주류 남성의 욕망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같은 주류 남성'이라 해도 서열이 있으니 어린이는 어른의 < 쫄 > 이다. 어른이 저지른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 무서운 ~ " 이라는 수식을 붙이지 않지만 10대의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항상 " 무서운 십대 " 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나이에 따른 언어 차별에 속한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정부가 < 노동자의 날 > 을 굳이 < 근로자의 날 > 로 개명한 것도 위와 같은 맥락이다.

노동자와 근로자는 뜻이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꼼꼼 따지고 곰곰 생각하면 의미가 다르다. 일할 勞, 움직일 動으로 이루어진 노동이라는 단어는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한다는 뜻이다. 반면, 근로는 부지런할 勤에 일할 勞로 이루어진 단어로 단순히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노동'에 방점을 찍는다. 노동량을 산출해서 크기 부호로 표현하자면 노동 < 근로 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 노동 × 3 = 근로 > 다. 국가가 < 노동자의 날 > 을 애써 < 근로자의 날 > 로 호명하는 이유다.  " 일찍 일어나는 새 " 가 상징하고 있는 노력'이라는 단어는 뻔뻔한 고용주 꼰대의 좆같은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노력(努力 : 부지런히 일할 로)이고 다른 하나는 노력(勞力 : 일할 로)이다.

사전에 의하면 노력(努力)은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쓴다는 뜻이고, 노력(勞力) 은 힘을 들여 일한다는 뜻이다. 언뜻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이지만 여기에는 악마가 숨어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노력을 쏟다,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일을 해내다 따위는 모두 노력(努力)이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똥을 누면서1 나는 지배 계급의 치밀한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 야, 이 씨발놈들...... 쩨쩨하네 ! " 한자 努의 형색을 꼼꼼 뜯어보면 내가 항문에 힘을 주며 외친 말풍선을 이해할 것이다. 한자 사전'이 주는 정보에 의하면 努는 " 뜻을 나타내는 力 : 힘 력과 음을 나타내는 奴의 뜻이 합 " 한 글자'다.

여기서 奴는 종, 놈, 저(자신을 낮추는 말)'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노력(努力)은 머슴이 주인에게 잘보이기 위해 애를 써야 한다는 서사가 바탕에 깔려 있다. 이 노예 근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 이솝우화 >> 이다. 노예였던 이솝이 주인에게 바치는 << 용비어천가 >> 인 셈이다. 이 주류 지배계급의 언어 습속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 노오력 > 이다. 이 요샛말은 신통방통한 구석이 있어서 노력 강도에 따라서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 노오력 > 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서는 < 노오오오오오오오력 > 이 되기도 한다. 여기서 < 오 > 는 길게 발음하라는 < : > 부호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지만 < - 력 > 앞에 < 오 > 가 버티고 있어서 < 노역 > 이 된다는 점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 노오력 > 이란 요샛말을 창조한 이, 뉘인 줄 모르겠으나 그는 努力의 의미를 꿰뚫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 노역 > 이 몹시 괴롭고 힘든 노동이라는 뜻과 함께 고용인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노예처럼 혹사를 당하는 일'이란 뜻이니 말이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챙기신다.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이병현은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머슴(奴)으로 나온다. 말이 좋아 매니저'이지 오야붕을 위해 힘(力) 쓰는 일이다. 그는 보스의 여자'에게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보스의 여자'는 사내를 유혹에 빠트리기 위해 보스가 두고 간 김중권의 다이아몬드 반지요, 술 담배를 할 줄 모르는 느와르 팜 파탈이다. 또한 이병현은 심순애'다. 아, 저 알반지 ! 사내는 흔들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남근을 다스린다. 발기할 때마다 얼음 찜질로 힘(力) 조절에 애쓴다.

그런데 이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 보스가 사내의 노오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병현이 울부짖으며 외친다. " 얼마나 더 노오력을 해야 내 사랑을 받아주실 겁니까 ? 네에 ??! 얼마나 더 많은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이 필요한 겁니까 ! " 그는 다시 묻는다. " 말해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네 ? 당신을 위해 개처럼 일한 나에게 왜 그랬어요 ? "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보스는 이 질문에 < YES > 라고 말해도 죽고 < NO > 라고 말해도 죽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죽는다. 노력은 반드시 노력한 대가를 보상하지는 않는다. 노력은 손 내밀면 꼬리를 흔들다가도 뒤돌아서는 순간 발뒤꿈치를 무는 못된 개처럼 배신을 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는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자신을 새라고 착각하는 벌레'다.

이 격언은 새에게는 유익할 지 모르겠으나 벌레에게는 백해무익하다. 계급 인식이 중요한 이유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어떤 일이든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자만이 금수저 밑에서 일을 한다. 유병재의 말이다. 노동은 신성하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단, 단서가 붙어야 한다. 모순 없는 사회 구조와 바른 제도'에 한해서 노동은 신성하다





 

  1. 화장실 변기 옆에는 항상 두꺼운 국어사전이 놓여 있다. 남들이 책상 앞에서 사전을 펼칠 때, 나는 항문에 힘을 주며 사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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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5-12-2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카로운 분석... 깜놀~~~^^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4:03   좋아요 0 | URL
앞으로는 분석남이라 불러주십시오

ZZZ 2015-12-28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깊은 뜻을 쉽게 풀어내는 솜씨는 압꿘
타의추종을 불허해뜸^^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4:04   좋아요 0 | URL
타의추종까지는 아니구여. 님 댓글 오지구여 ~

마태우스 2015-12-2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동개혁법이란 이름을단 법안이생각나네요 그딴걸 개혁이라부르는건 양심이없는 짓거린데 문제는 거기에 넘어가는 사람들이많더군요 자신은물론 후손들을 다 죽이는법인데 말입니다 이나라는 정녕 희망이없는 곳인가 싶네요 새해가 무섭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5:44   좋아요 0 | URL
실화 한 토막 : 어떤 인간이 정부의 대형마트 주말 영업 금지 때문에 주말에 쇼핑하는 맛을 잃었다고 두고두고 원망을 하더군요. 탁상 행정이라고.... 그러더니 느닷없이 앞으로는 평생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비판하려면 탁상 행정을 한 정부를 욕해야지 아무 잘못 없는 시장을 왜 욕하냐, 했더니 자기는 박근혜 지지자라고 하더군요... 순간, 아....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구나 했습니다.

마태우스 2015-12-29 23:15   좋아요 0 | URL
그게 그쪽 지지자들의 실체죠 뭐. 무슨 배려 같은 게 전혀 없다는... 통큰치킨을 롯데서 팔았을 때, 재벌이 그딴 일까지 하느냐고 비판을 해야 하는데 우르르 줄을 서고, 또 동네치킨은 왜 비싸냐고 따졌었죠 아마. 어려울수록 배려하면 좋은데 그게 참 어려운가봐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8   좋아요 0 | URL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자에 대한 증오가 탄생하게 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을 순화해서 그렇지 ˝ 시장 가면 더럽고, 불친절하고, 주차할 곳도 없고.. ˝ 등등등. 왜 증오를 엉뚱한 사람에게 돌리는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그깟 한달에 2번 문 닫는 제도가 뭐 그리 자기에게 불편을 주었다고 말입니다. 약간 또라이 미친 새끼였던 것 같습니다.

수다맨 2015-12-2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김신용과 백무산이 노동은 그냥 통증에 불과한 것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던 게 생각납니다......
이번 주 평일에 혹시 시간이 나시는지요? 한 해가 가기 전에 곰곰발님과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8 16:4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술한잔하자고 연락드릴려고 했습니다. 뭐... 목요일이 뵐까요?

2015-12-2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29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30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6   좋아요 0 | URL
넵, 그때 봅시다요..

stella.K 2015-12-2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에잇, 드러분... 그러다 치질 생겨욧!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9 16:15   좋아요 0 | URL
ㅎㅎ. 치질은 인생과 함께 가야 할 병입지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6-01-04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성공학(?) 강의 한답시고 꼭 드는 예가 있지요. 아침부터 일어나 근면성실하게 살았더니 어느새 운전수를 둔 싸장님이 되어있더라 카는... 전 그럴 때마다 `그럼 운전수는? 그 사람도 싸장님 아침 새벽 스케줄 때문에라도 부지런히 사는 거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용기가 없어서 차마 질문을 못 했지요. 근데 알고보면 싸장님은 첨부터 혜택받은 사람이었다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