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영화로 읽는 뇌과학
제프리 잭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생각의힘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내 개똥 철학은 < 깊게 파기 위해서는 넓게 읽자는 - 주의' > 다. 좋게 말하면 : " 장르에 대한 편견 없이 보려고 노력합니다 " 요, 촌스럽게 말하면 : " 닥치는대로 읽는뎁쇼 ! " 다. 하지만 책을 무작정 깊게 넓게 얕게 읽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특정 분야에 대하여 오따꾸적 열정을 가지고 수집하는 경우가 있다. 내게는 영화 관련 서적이 그런 경우다. 꾸준히 사 모았더니 영화 서적만 300권 정도 된다(지금은 종이 박스에 담아 창고에 보관 중이다). 일종의 우표 수집이라고나 할까 ? 영화 서적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관심이 간다. 뇌 과학 서적도 관심 분야 가운데 하나다. 내가 <<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책을 주저없이 고른 이유는 뇌과학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라는 데 있었다. 쌍쌍바를 보는 기분 !  하지만 뚜껑을 열자 내 기대는 무너졌다. 비빔밥은 각각의 식재료가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서 풍미를 만들어내는 요리인데, 이 책은 비빔밥에 올려진 재료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논다.

특히 영화와 관련된 꼭지는 꽤나 엉성한 편이다. 영화가 메인 요리가 아닌 애피타이저'1라서 그런가 ? 그는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 을 지목한다.

 

  

실패한 편집의 일례로 점프컷을 들 수 있다. 점프컷이란 편집 실수로 인해 두 개의 샷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사물이 점프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히치콕의 사이코에 나타난 점프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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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점프컷을 실패한 편집의 좋은 예라고 말하는데 < 점프컷 > 을 의도적으로 활용해서 예술적 경지로 이끈 점핑의 달인 장 뤽 고다르 선생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따귀를 때렸을 것이다. 제프리 잭스의 말을 더 들어보자.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호텔의 전경이 잠깐 나타났다가 흐릿하게 사라지며 객실의 창문 중 하나가 클로즈업된다. 잠시 후 카메라가 건물을 행햐 다가가자, 갑자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창문이 화면에 나타난다. 그런데 이때 두 개의 프레임이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아, 창문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점프하며 약간 회전하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히치콕이 편집의 대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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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장면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장면은 단순하게 말해서 옥의 티 였다. 납득이 가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실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히치콕은 << 사이코 >> 도입부를 그 유명한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을 능가하는 돌리 숏으로 구상했다. 19591227< 버라이어티 > 지에 실린 단신을 보면 히치콕은 역사상 헬리콥터로 시도된 가장 긴 돌리 숏으로 시작하여, 그것이 오손 웰즈의 < 악의 손길 > 도입부에 등장하는 화려한 돌리 숏도 능가하는 4마일짜리 장면이 될 것2 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야외 촬영팀이 찍은 영화 도입부 공중 촬영 장면은 형편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헬리콥터 찰영 노하우가 촬영부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실수라기보다는 촬영부의 미숙 탓이었다.

 

1960년 2월 25일, 재촬영3이 이루어졌다. 촬영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헬리콥터로 호텔 창문을 뚫고 내부로 들어가리라는 야심찬 계획은 피닉스 도시에서 제일 높은 옥상에서 카메라를 세워놓고 좌에서 우로 훑는4 것으로 축소했다. 영화란 결국 시간과 돈의 싸움이니깐 말이다. 그 결과가 제프리 잭스가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저자가 편집의 잘못된 예로 지적한 " 점프 컷 " 이라는 표현보다는 " 불연속 편집 " 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 하나, 제프리 잭스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다. 히치콕은 왕가위 감독처럼 필름을 잔뜩 싸들고 편집실에서 풍찬노숙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왕가위 영화는 편집실에서 새로운 영화로 거듭났지만 히치콕은 이 방법을 선호하지 않았다.

예를 들면 90분짜리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왕가위는 900분 분량의 필름을 찍어서 편집실에서 90분 분량을 골라내는 스타일이고, 히치콕은 90분짜리 영화를 만들 때 90분 분량의 필름만 찍었다. 다시 말해서 남는 필름으로 이리저리 짜깁기해서 결손을 때우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이유는 영화에 대한 편집권이 감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에게 있다는 데 있다. 찍어놓은 필름 여유분이 많으면 제작자가 감독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게 편집을 하기 때문이었다. 히치콕은 자신의 영화가 제작자에 의해서 엉뚱하게 편집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히치콕이 보기에는 곰 같아도 하는 짓은 여우였다. 그렇기에 히치콕은 편집실에서 편집을 하기보다는 머릿속이 그의 편집실'이었던 셈이다. 이런 오류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 로프 > 가 사실상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관객들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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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 > 가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나의 롱테이크로 만든 영화처럼 보일 뿐이다. 당시, 영화 촬영용 카메라가 찍을 수 있는 분량은 10분 정도였다. 카메라와 필름을 자동차와 기름으로 환원한다면 90분 동안 달려야 할 자동차에 넣을 수 있는 기름은 고작 10분 정도였다. 기름이 떨어지면 멈추고 다시 주유해야 했다. 영화 << 로프 >> 는 최소 9개 이상의 롱테이크로 만들어진 영화인 셈이다. 정확하게는 “ 10개의 take로 찍은 10개의 cut ” 으로 이루어진 영화. 그러므로 위 문장은 저자의 착각이거나 역자의 오역일 가능성이 있다. 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는 나와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책'이다. 차라리 < 국영화는 우리를 어떻게 속이나 > 라는 제목의 사회학 서적'이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다들 아시겠지만 내 글은 기승전박근혜'다. 잘나가다가 항상 < 박 > 으로 빠진다. 박근혜는 사과와 거래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거래 조건으로 내걸었다면 일본의 사과는 사과가 아니라 배다. 아니면 바나나인가 ? 이것을 사과라고 우기는 정부와 콘크리트 지지자'에게 질린다. 올해는 병신년, 앞으로 이 년 남았다

 


 

  1. 저자는 뇌과학과 교수'다
  2. 히치콕과 사이코, 스티븐 레벨로
  3. 영화는 1960년 2월 1일에 촬영을 종료했다.
  4. 영화 전문 용어로 팬'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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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12-29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프컷은 흔히들 많이 사용하는 기법인 줄 알고 있는데요.
말씀마따나 영화는 돈과 시간의 싸움인지라.
와, 근데 왕가위가 900분을 찍어 90분으로 만들어요?
거 대단한 신공일 것 같습니다.

이 년 남았군요. 다음 번 대통령의 성씨가 누가될지 흥미진진해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5-12-29 18:12   좋아요 0 | URL
예를 들어 그렇다는 것이지 900분 더 찍지 않을까 싶네요. 하튼 무진장 많이 찍습니다.

cyrus 2015-12-29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에도 심장이 쫄깃할 것 같아요. 정부가 찍는 막장영화(조연: 새누리당, 조연: 자유경제원), 간철수쇼 시즌 2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40   좋아요 0 | URL
심장 쫄깃해지다가 어느 순간 심장이 터질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표맥(漂麥) 2015-12-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곰생발(?)님의 개똥철학에 확 빠졌더랬습니다. (놀라운 글빨, 중독성 있음, 알라딘의 복덩어리...)
많은 배움이 되었지요...
새해,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저의 개똥철학을... 이해해주시다니요... 눙물이....
표맥 님도 내년에는 행복 가득한 한해되시기 간절히 기도하오비다.

samadhi(眞我) 2015-12-3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신년 되려면 이틀 남았어요. 이틀 전에 한 살 더 먹는 거 괴로워요^^
그러게요 한 달 전 쯤에 이 막막한 정권 얘기하다가 남편이랑 친구는 아직도 3년 더 남았다 우기는 거예요. 아닌데, 2년이란 말야 그렇게 말해 두고도 헷갈리는 막막하고 아찔한 기분에 한숨을 벅벅 쉬었죠.

곰곰생각하는발 2015-12-30 16:39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년 지나도 마찬가지일 거란 불길한 생각이 듭니다.
무성이가 될 거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무성이도 참 무식해서
콘크리트 지지율이 어디갑니까. 도로 다음 주자에게 전해지지 않을까요..
이꼴저꼴수꼴 안 보기 위해서는 이나라 떠나는 게 상책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