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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너무 커서 미쳤나 ? :




스포일러 無



귓구멍 깊숙이0)

 

 

 


 



 

                                                                                          < 하우스 호러 > 란 말 그대로 " (기괴한) 집 " 이 공포의 주체'가 되는 영화'다.  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월리엄 캐슬의 고전 걸작 << 헌티드 힐, 1958 >> 이라는 영화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이고,  젊은 관객이라면 비교적 최근작이라 할 수 있는 <<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 를 생각할 것이다.

기괴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독일어 unheimlich에서 heimlich가 하우스( = 내 집 같이 편안한, 고향 같은)라는 의미와 함께 숨기다( = 비밀스럽다, 알 수 없는, 숨어 있는, 위험한) 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unheimlich와 heimlich는 반의어이면서 동의어인 셈이다. 약삭빠른 프로이트가 이 사실을 놓칠 리 없다. 그는 1919년에 < Das Unheimlich > 라는 논문을 써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미학적 개념을 창조한다(개인적으로는 무의식, 전이(역전이)와 함께 프로이트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굳이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기괴하고 낯선 감정이 되겠지만,  몇 마디로 정의될 성격1) 은 아니지만,  

 

< 낯설다 > 라는 심인에는 역설적이게도 < 낯익다 > 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접두어 un-은 억압의 표식이다. 그렇다면 unheimlich는 heimlich를 억합한  결과'이다. 즉, 두려운 낯설음(=unheimlich)은 낯익은/친숙한 것(= das Heimisch)을 억압한 결과2) 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귀신은 처녀 귀신도 아니고 사다코3) 도 아니다.  으스스한 밤.  엄마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딸에게 " 내가 네 엄마로 보이니 ? " 라고 되물을 때가 가장 무섭다.  동일자(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 연대)가 느닷없이 타자화될 때, 그러니까 엄마의 얼굴을 훔친 얼굴 도둑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언캐니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익숙한 코드가 배신을 때린다는 점에서 하우스 호러 장르'는 프로이트의 언캐니 개념을 다룬다. " 우리는 이미 많은 현대어들이 독일어의 unheimlich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았다. unheimlich한 집은 우리가 흔히 귀신들린 집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집보다 훨씬 더 강력한 표현이다(프로이트, 두려운 낯설음 中). " 즐거운 나의 집이 당신에게 되묻는다. " 내가 네 집으로 보이니 ? "  어느 순간, " home sweet home " 은 " 이눔의 집구석 " 으로 변해서 가족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이층 거실에 놓인 안락의자'가 한밤중에 삐걱삐걱 흔들릴 때, 그것은 더 이상 안락의자가 아니라 안락사 의자다. 

집의 배신은 주로 집이 장소4) 에서 공간으로 변하는 시점에서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공간(空間)은 한자의 구성대로 " 사이(間) "  에 " 구멍(空) " 을 생긴 곳이다. 낯선 타자가 숨어 있기 좋은 곳이다. 한자 間은 그 사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間은 두 개의 문짝(門)이 닫힌 모양을 보여주는데 문짝과 문짝 사이에 달빛(月이 日로 바뀌었다. 閒과 間은 모두 사이 간이다)이 비치는 형국이다. 문짝과 문짝 사이에 빗장이 걸렸다면 달빛이 새어들어올 리 없지만 달빛이 스며든 것으로 보아 문이 열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것도 한밤중에 말이다. 누군가가 몰래 잠입하기에 딱 좋은 밤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자 < 間 > 에는 몰래, 비밀스럽게, 사이에 끼다, 섞이다, 엿보다, 살피다, 틈을 타다, 범하다의 뜻도 가지고 있다. 공포스러운 집과 관련된 영화들이 대부분 가족의 상실(해체)'을 시발점으로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지점이다. 영화 << 엑소시스트 >>에서 열두 살 소녀 리건이 이상 증세를 보이는 시점은 부모가 이혼하는 시기와 일치한다(리건은 엄마와 함께 산다. 아빠는 간간이 전화로 안부를 묻는다). << 엑소시스트 >> 는 아버지의 빈 자리에 낯선 타자가 침입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공포를 다룬 영화'다. 귀신 들린 집을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숨어 있기 좋은 집'이다.  누가 ?!  낯선 자가 !  

그렇기에 하우스 호러에서 공포를 양산하는 장소는 모두 숨어 있기 좋은 곳에서 발생한다. 이 공간이 많을수록 공포는 풍부해진다. 하우스 호러 속 지하실과 다락방은 구멍이자 얼룩이자 깊은 밤 열린 문 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든 달(月)인 셈이다.  하우스 호러를 대표하는 << 헌티드 힐 >> 시리즈 , << 아미티빌 >> 시리즈, << 컨저링 >> 시리즈가 모두 복층 구조의 주택이라는 점은 구멍으로 작동하는 공간들이 공포의 발화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즉, 단칸방에서는 하우스 호러물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 영화가 유독 하우스 호러물을 생산하지 못하는 데에는 아파트와 빌라로 대표되는 주거 문화 탓이 크다.

타자들이 숨어 있을 곳마저 부족한 공간에서 한국인은 살아간다.  살아갈 터가 좁아질수록 한국인이 느끼는 공포는 공간적 공포가 아니라 경제적 공포'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 아가씨 >> 에서 하녀인 김태리가 처음 대저택에 입성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기이함이다. 하녀의 눈으로 본 으리으리한 대저택은 으스으스한 공간처럼 보인다. 하녀가 아가씨에게서 이 집 이모가 죽은 사연'을 듣게 되었을 때 내뱉은 독백은 인상적이다.  " 집이 너무 커서 미쳤나 ? "  이 독백은 이 영화 전체를 요약해 준다. 여러분들의 수많은 조롱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하우스 호러'라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이 독백을 듣고 나자 내 머릿속에서는 어떤 상상이 빙빙 떠도는 거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집은 어디일까 ?  당연히 삼청동 블루하우스.  대문을 열고 나서도 한참을 들어가야 하니 말이다. 공간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달빛이 스며들기 좋다는 의미이기도 할 터. 나는 하나의 거대한 시놉시스를 생각했다. 4월 봄날에 죽은 악령이 출몰하여 블루하우스를 배회하는 장면들. 이 영화를 보기 전,  극장 로비에서 세월호 의인 김관홍 잠수사가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래서 그랬을까 ? 하녀의 독백이 유독 강렬하게 다가온 이유. 미치지 않고서야 세월호 사건을 이렇게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








​                                       



0)         제목은 미국 포르노 영화의 문제작 << 목구멍 깊숙이 >> 를 패로디했다.  포르노 영화 << 목구멍 깊숙이 >> 가 목구멍 깊은 곳에 성감대를 가지 여성의 구강 성교를 다뤘다면,  영화 << 아가씨 >> 에서 음란서생인 남성들은 모두 귓구멍에 성감대를 가지고 있다. 책 읽어주는 여자 아가씨(김민희 분)는 귓구멍 깊은 곳에 성감대를 가진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착취되는 여성이다.

1)         미학적 개념이 단 몇 줄로 요약될 수 있다면 그것은 미학이 아니라 미역'이다. 미안하다, 아재 개그'다.

2)        독일어 Unheimlich의 영어식 번역이 uncanny다.

3)        영화 << 링 >>

4)        장소가 채워진 곳이라면 공간은 비워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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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06-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락사의자ㅋㅋ 그거 있다면 하나 갖고 싶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35   좋아요 0 | URL
안락사의자의 거침없는 공격을 당해보지 못하셨군요. 그냥 안락의자를 추천합니다..

samadhi(眞我) 2016-06-19 14:36   좋아요 0 | URL
제가 안락(?)사를 동경하고 있어서요.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40   좋아요 0 | URL
아하... 하긴 편하게 죽는 거는 아마 인간의 가장 큰 욕구이기도 할 겁니다..

stella.K 2016-06-19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왜 죽었을까요? ㅠ

아가씨 보셨나 봐요. 적지 않은 주로 여성 관객이되겠지만 동성애 장면이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하긴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요즘 영화들 수위 쩌는 영화들이 많더군요.
겉으로 볼 땐 퇴폐의 미학 어쩌고 하겠지만 영화를 보면 감독이 보인다고
전반적으로 보면 여자를 거칠게 다룬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여자 감독이면 저렇게 하지 않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영화는 남자 이야기로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해요.
여성 감독들이 많이 나와줘야 할 텐데...
이러다 언젠가 여성 감독이 복수하겠다고 남자들을 훅 차 주는 영화가 나올 것도 같아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9 14:41   좋아요 0 | URL
이성애 여성이 레즈비언 섹스씬을 보는 건 당연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 스텔라 님 보셨나요 ? )
저도 남성들 간 섹스씬을 보는 건 당연히 불편합니다. 피장파장임 -_-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여성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섹스씬에서 남성 판타지를 충죽시킨다고 비판하는데
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섹스씬이 야하지 않습니다. 즉,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지 않은 거죠. 개인적우다가..

좀 우스꽝스럽게 묘사가 됩니다. 전 그게 좋더군요. 만약에 박찬욱이 남성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두 여성 간 정사씬을 묘사했다면 훨씬 에로틱하게 묘사되었을 겁니다. 전 그게 감독의 의도라고 보는데.. 많은 분들은 그리 생각하지는 않더군요.. 전 정사씬에서 박쥐를 많이 떠올렸습니다.
 
마음 읽기 - 삶의 의미를 재정립해 주는 심리 처방전
황상민 지음 / 넥서스BOOKS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먼지의 두께







                                                                                               친구는 달동네에서 살았다. 그곳은 강남 타워팰리스 뒷편에 있는 빈민촌 구룡마을 같은 곳. 부촌(까지는 아니었지만, 중산층 거주 지역이라고 해 두자) 을 지나야 달동네 초입에 진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계급 갈등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는 주거비를 최대한 아끼다 보니 달동네에서도 우듬지에 속하는 곳에 방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에는 내리막길에서 넘어지기 일쑤였고, 여름에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치기 일쑤였다. 또한 밤에 날아다니는 날벌레들은 어찌나 많던지.  하지만 친구의 아지트는 고통을 감내할 만한 아우라가 있었다. 늦은 밤,  불륨을 낮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숲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와 어우러져서 밤의 묘한 정서를 내품고는 했다. 어느 날이었다. 손질이 잘 된 정원이 있는,    꽤 근사한 집 대문 앞에 대형 스피커 두 개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평소 얼터너티브 롹이나 재즈 뮤지션을 들먹이며 나를 주눅들게 했던 친구는 버려진 스피커를 보더니 낮게 외쳤다. " 시바...... 마린츠 스피커다 ! "   그 친구 왈, 그럭저럭 좋은 스피커'란다. 컴퓨터용 스피커로 음악을 듣던 친구는 욕심이 난 모양이다.  문제는 대형 스피커의 무게가 아니라 고장 유무였다.  저 무거운 것을 들고 자취방까지 가자니 얼추 30분.  더군다나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의 더위.  더더더더군다나 가파른 오르막길, 달동네의 끝 !  만약에 땀 뻘뻘 흘리며 가져간 스피커가 고장난 것이라면 ?!  우리는 갈등했다.  아니, 그 친구는 갈등했다.

나는 좋은 추론 한 개와 나쁜 추론 한 개'를 생각했다. 좋은 추론은 정원 손질이 잘 된 정원으로 보아 스피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고가(高價)일 수 있다는 점, 나쁜 추론은 물건을 버렸다는 것은 고장난 확률이 팔 할이라는 점. 나는 고장나지 않을 확률인 이 할'에 판돈을 걸기로 했다. 버려진 마린츠 스피커가 고장이 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데에는 < 먼지의 두께 > 때문이었다. 스피커는 비교적 깨끗했는데 유독 옆면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였다. 그 사실은 스피커를 옆으로 누인 채 오랫동안 방치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두께로 보아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도 다락방이나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되었던 듯싶었다.

" 유레카 ! "  만약에 당신이 주인이라면 고장나서 쓸모없는 스피커를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할까 ?  스피커 한쪽 면에 쌓인 먼지의 두께가 말하고 있는 것은 " 버리기엔 아까운 물건 " 이라는 사실이었다. 쓰자니 싫증은 나고 버리자니 아까운 물건. 즉, 고장은 나지 않았지만 싫증이 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스피커는 훌륭했다. 무엇보다도 높은 출력에서 터지는 고음의 박력과 섬세한 중저음은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만든 컴퓨터용 스피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 아아아아아. 영화 << 쇼생크 탈출 >> 에 나오는 그 유명한 장면처럼 우리는 감동에 겨워 음악을 " 느끼고 "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 야, 시바 !  이 동네, 너희들이 전세 냈니 !!! "     이 경험은 나를 탐정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 정도 추리에도 희열을 느끼는데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 탐정은 얼마나 짜릿할까. 탐정은 타인(범죄자)의 마음을 읽는 직업이다. 좋은 탐정은 증거를 찾는 것보다 동기를 찾는 것을 우선한다. 수많은 추리소설이 증명했듯이,  " 눈에 띠는 증거물 " 은 조작될 가능성이 높은 증거물이다. 살인 현장에서 발견된 < 오후 3시 26분에 멈춰진 시계 > 는 범인이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조작한 미끼라는 사실을 독자는 알고 있다.  그따위 트릭에 속지 않아 !  그런 의미에서 프로이트는 탐정이다.

프로이트는 마음을 읽는 탐정이다.  그래서 나는 프로이트 논문을 추리소설처럼 읽는다. 논문이 소설보다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사람은 프로이트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hot 해서 언터쳐블(言touchable)인 김연아와 박근혜를 건드렸다가 한방 먹은,  심리학계의 셜록 홈즈인 황상민 교수가 쓴 << 마음 읽기 >> 는 제목 그대로 한국인의 다섯 가지 심리 유형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분류에 의하면 나는 아이디얼리스트에 속한다. 좋게 표현하면 개성 있고 독립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독고다이에, 사교성 부족에, 중2병'이다. " 뭣이 중2인도 모름서 " 혼자 잘난 맛에 살았던 인간.

그래서 뭣이 중헌지도 모르냐고 욕을 먹던 시절.  캬,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세계인이 나를 왕따시키는 것이 두려워 내가 먼저 세계인을 상대로 왕따시켰던 세월들이 판타스틱한 총천연색 환등상'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헤어진 옛 애인은 나에게  자주 " 나 없이도 잘살 것 같아.... " 라는 소리를 했는데,  이 책에서도 똑같은 지적을 한다.

 



(아이디얼리스트 유형은) 연애가 관계의 모드가 발전하면 할수록 연인에게 " 나 없이도 잘살 것 같아 " 라는 말을 듣기 쉽다

- 269쪽



잘살기는......  개뿔 !   황상민이 지적한 다섯 가지 심리 유형(리얼리스트,로맨티스트,휴머니스트,아이디얼리스트,에이전트) 가운데 내 유형이 가장 찌질한 유형 같다.  이 책을 덮고 나자마자 그 옛날 마린츠 스피커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알듯 말듯 싶다. 그 더운 여름날에 친구 자취방에서 마린츠 스피커를 엠프에 연결했을 때의 환희를 기억한다.   첫 소리가 마린츠 스피커를 타고 웅웅 울렸을 때의 환희.  그때 비로소 스피커 옆면의 먼지를 닦았던 기억이 난다. 고장난 스피커를 닦는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테니깐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 우울해졌다.  에라이, 오늘도 한잔 하련다. 문득,  심리학자란 심장 위에 쌓인 먼지를 닦아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러니깐 말이죠. 흠흠. 심장 위에 먼지가 잔뜩 쌓였다는 것은 말이죠. 흠흠. 오래 쓰다 보니 실증은 났는데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입니다.  나랑 사귀자니 싫고 남 주자니 아까운 것과 같은 심리라고나 할까요.  집에 가서 연결해 보세요.  고장나지는 않았으니 우심방과 좌심실을 연결하면 심장 박동 소리 우렁차게 울릴 겁니다. 울지 마시고요. 아, 울지 마시라니까요. 네, 네네. 그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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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16:4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군요. 그런 해석도 가능합니다... 제가 좀 사람을 외롭게 하는 스타일인가 봅니다..

새알 2016-06-14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글 재밌게 읽고가요! 전 프로이트 책을 자기전 수면제로 쓰는데 추리소설 읽듯이 재밌게 보시는군요~! 마음읽기도 전 어떤유형일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4 20:31   좋아요 0 | URL
파파이스에서도 요즘 시리즈로 황상민 교수 심리법 강의를 하고 있으니 방송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2016-06-14 1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2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6-06-14 2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곰곰생각하는발 님
예민하고 섬세함이 느껴져요.. 프로파일링 작업도 어울리실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2:31   좋아요 0 | URL
심리학이 일종의 프로파일이죠.. 정신분석의나 심리학자 보면 프로파일러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한국에 탐정 면허 생기면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허허..

samadhi(眞我) 2016-06-15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네 자취방 재밌었겠다. 저도 고등학교 때 살다시피한 친구네 자취방이 그리워요. 학교 생활은 죽도록 재미없었지만 학교 담을 넘어 찾아간 그 방에서 마음껏 늘어져 지내는 기쁨. 자취방에는 친구의 언니 둘이 같이 있어서 제겐 친구가 둘이나 더 늘었던 셈이죠. 보고싶네요 자취방 폐인들 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2:33   좋아요 0 | URL
친구 자취방은 뭐든 최고죠.. ㅎㅎㅎ
왜 자취방 보면.. 거 뭐냐 비니루로 된 옷장 있잖습니까..
책은 한쪽 벽에 쌓여 있고...
자취방 분위기는 다 비슷비슷해요..

요즘 그런 옷장이 아 비키니 옷장이라고 하나요. 요즘은 그런 옷장이 없는 듯 합니다..

stella.K 2016-06-15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왤케 글을 잘 쓰시는 겁니까?
이거 다음 달 당선작 될 것 같아요.
저도 언제고 곰발님같이 쓰면 이달의 당선작 될 수 있을까요?ㅠㅠㅠㅠㅋㅋㅋㅋ

심리학 서적은 안 읽은지가 꽤 되는데 이 글 읽으니까 왠지 읽고 싶군요.
저도 심리학에 심취한 시절이 있었는데...ㅠ
그래서 곰발님은 프로이트를 다 독파하셨나요?

에이전트는 어떤 유형인가요? 저는 리얼리스트쯤 되려나...요?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5 17:33   좋아요 0 | URL
황상민 교수의 심리유형테스트는 현재 파파이스에서 방영되고 있습니다.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황교수 말로는 한국인은 대부분 리얼리스트라고 하네요. 50% 정도...
에이전트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금희라고 합니다..
아주 성실한 인간형... 일, 일, 일, 일... 이런 유형이 에이전트라고 합니다..



제 유일한 자랑이 프로이트 전작주의자라는 사실 아닙니까..
황금가지에서 프로이트 전집이 나왔을 때 읽었으니.. 뭐 대부분 읽은 것은 분명합니다아.. (자랑 ~ )
 

 

 

 

 

 

 

 






                                                               

킹콩은 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랐을까 :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 








                                                                                                        민들레처럼, 그래 말문을 " 민들레처럼 ㅡ "  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자.  킹콩이 민들레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땅바닥에 바짝 붙이고 살았다면 영화 << 킹콩 >> 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킹콩 이야기'는 킹콩이 하늘 높이 치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를 때 본격적으로 작동된다.

킹콩은         :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나락으로 추락하기 위해서 오른다.  괴물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그 또한 < 정상(頂上)을 정복 >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 정상성(定常性)을 회복 > 하기 위해 희생되는 존재'다. 인간은 괴물의 출현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그렇기에 괴물은 휴머니티'다.  내가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킹콩이 수컷이라는 데 있다. 단언컨대, 킹콩이 암컷이었다면  발기된 남근처럼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위만 보고 달리다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혹은 금지된 대상을 얻기 위해 금지를 넘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혹은 정상에 오른 남성이 지나친 욕망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사'는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곰곰 생각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킹콩은 거대한 고릴라'라는 외피를 둘렀을 뿐 사실은 남성의 정상과 몰락을 다룬 비극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발기 불능에 대한 공포로도 읽혀진다.  헐크와 킹콩은 모두 팔루스Phallus 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 헐크 >> 가 발기된 남근의 활약상을 다룬 이야기라면, << 킹콩 >> 은 거세된 남근의 비극을 다룬다.  우우, 하지 마시라.  활극 영화'에서 대다수 남성들은 떨어져 죽는다.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 죽고, 용문객잔 2층에서 칼싸움하다 떨어져 죽는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죽을 때 떨어져 죽는, 추락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반면에 여성의 죽음을 추락 이미지로 사용하는 예는 남성에 비해 그 수가 극히 적다.  여자는 떨어져 죽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죽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 떨어져 > 죽고 여자는 < 쓰러져 > 죽는다. 

지금까지 당신이 보았던 영화들을 파노라마처럼 나열해 보면 무릎 탁, 치고 아, 할 것이다. 

 

 

 떨어져 죽는 남자의 원형이 바로 킹콩인 것이다. 추락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욕망 때문에 정상에서 추락하는 서사는 남성의 거세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발기된 페니스가 사정 후 히마리 없이 쪼그라드는 것을 닮았다.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은 내 눈에는 얼라의 고추'처럼 보인다. 맨스플레인은 바로 우듬지로 기어오르려는 남성 본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앙각(仰角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올려다 볼 때의 시각)일 때 비애를 느낀다. 페니스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에 위치할 때 커보인다.

같은 사이즈라 해도 위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가 다른 것이다. 하석보다는 상석을 차지하는 것이 유리한 대목이다. 그래서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부각(俯角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있는 대상을 내려라 볼 때의 시각)이 될 수 있는 대상과 대화하기를 선호한다. 상대가 자신을 바라볼 때 올려다봐야 하니깐 말이다. 어때, 내 거시기가 더 큰가 ?  이처럼 맨스플레인1), 꼰대, 갑질, 충고 따위는 모두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려는 습속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들은 부각의 세계가 되어야 마음이 편하다.  우러러보기 싫다는 고집이 만들어낸 세계다. < 부각의 세계 > 가 만든 것으로는 언어도 포함되어 있다.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낱말은 물론이고 여교사, 여배우, 여교수, 여의사 따위도 여성을 대상화한 단어들이다. 그것들은 특정한 직업군에서 여성을 따로 구분하여 구별 짓는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이 하나 있다. 부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법. 그게 세상 사는 이치'다.




​                                      

1)       맨스플레인(mansplain)   :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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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4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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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지, 뭐 :

 

                                                                   더러운 옷은

            바깥에 내걸지 않는다

                                                     

                                     

 

                                                                                                        양정원이라는 배우가 대세인가 보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1년 전만 해도 그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길들여진여우(길들여진 여우는 현재 혜연의 욕망 탐구'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팔 할은 벌거벗은 여성 누드 이미지를 올려놓는데 여전히 예술 작품이라고 뻥을 친다) 는 양정원이라는 인물을 아는 몇 안 되는 인간'이었다.  한 치 앞을 못 봤던 길여는  이름 없는 양정원이 훗날 대세 인기녀가 되어 대중 앞에 나타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길들여진여우1)는 당시 무명이었던 양정원 사진을 자신인 양 속이고 블로그를 운영했다. 사진 밑에는 깨알보다 큰 멘트가 달리곤 했다. 퇴근하는 길, 피곤한 하루 - 이런 식 말이다. 길여는 싸이월드에서 훔친 일상 속 양정원 사진'을 지속적으로 블로그에 올렸다. 쉽게 말해서 타인의 얼굴과 몸매를 훔친 것이다. 혹하지 않을 사내가 있었을까 ?  수많은 블로거들이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바글바글 몰려들었다, 마치 썩은 시체에 몰려드는 구더기처럼. 황홀했던 거라. 여신의 외모를 한 블로거가 하찮은 블로거가 단 댓글에 일일이 웃으면서 답글을 다니깐 말이다. 식사하셨어요, 날이 더워요, 건강 챙기셔야죠 ? 찡긋 !  햐, 대감집 셋째 딸이 머슴에게 친절한 목소리로 밥 먹었니, 라고 말할 때 느끼게 되는 머슴의 황홀경.

뭐, 그런 느낌. 그녀가 올린 포스트는 대부분 벌거벗은 여자 이미지였다. 그 밑에 달린 댓글은 평균 100개였다. " 꼴불견이군, 이젠 내가 나서야겠어...... "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툭툭 건드리다가 카운터펀치를 한방 날릴 날이 오리라. " 지속적으로 사진을 올리시던데 본인 맞으신가요 ? "  내 질문에 그녀는 특유의 친절로 대응했다. 호호호, 내 사진이 분명하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친절한 대응이었지만 경계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내가 본인이라고 주장하며 올린 길여 사진을 의심한 이유는 셀카'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찍고 있었다. 그러니까, 전속 사진사'가 있었던 것. 무엇보다도 일상 셀카'에서는 있을 수 없는 조명판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1년 정도 사진을 배운 터'라 사진 속 인공 광원의 사용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그녀가 올린 사진들은 사진을 찍어 줄 타인과 조명판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일반인이 일상적 공간에서 조명판까지 사용하며 사진을 찍는다 ?!  그녀가 올린 사진은 상업 사진에 가까웠다. 폭탄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길여에 푹 빠진 남성 블로거가 우연히 양정원을 검색하다가 진짜 양정원을 발견한 것이었다. 사실, 그가 찾고자 했던 배우는 영화 << 지슬 >> 에 나오는 양정원이라는 남자 배우였는데 동명이인이다 보니 검색에 걸린 것이다. 길여가 탤런트였나 ???!!

 

접힌 부분 펼치기 ▼

 

 

 

펼친 부분 접기 ▲

 

이리하여 타인의 얼굴을 훔친 길여의 사기 행각은 만천하에 발각되고 말았다. 재미있는 현상은 그 이후'였다. 양정원이라는 이미지에 홀라당 마음을 빼앗겼던 블로거들이 사기꾼 길여를 옹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부분은 " 그럴 수도 있지, 뭐 " 자세로 일관했다.  어떤 추종자는 이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불행이 길여에게 찾아온 것에 대해 무릎 꿇고 사과를 하기도 했다.  누구에게 ?  맙소사, 길여에게 !   사과가 아니라 애원이요, 신파'였다.   제발, 떠나지 마세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 ~     나는,  한순간에 마리아를 핍박하는 갈라리 병사'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황당하고, 황당하고, 황당한 상황 앞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 인간은 어떤 상황에 대해 엉뚱한 < 똥수 > 를 자주 둔다 " 는 점이었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계산이 불가능한 똥수를 가끔 두듯이 말이다. 사기꾼 길여의 허언증에 놀아난 피해자가 길여를 지지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 길여의 거짓을 인정한다는 것 > 은 결국 < 거짓말에 놀아난 어리석은 자신을 인정 >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범죄에 대한 옹호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신안 교사 성폭행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2)도 결국은 자기 합리화가 작동한 결과'다. 마을 주민의 범죄를 인정한다는 것은 마을 주민이기도 한 자신에 대한 비판이다. 국가주의, 집단주의, 가족주의가 위험한 이유이다. 우리가 남이가로 상징되는 가족주의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러운 옷은 바깥에 내걸지 않는다. 개인주의자는 연대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집단주의자는 은폐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통계 조사에 의하면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국가는 개인주의를 옹호하는 국가보다 부패지수가 높다고 한다.  나는 개인주의3)를 옹호한다.





​                                   

1)    < 그것이알고싶다 > 에서 리플리 증후군'에 대한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내 이웃이 직접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제보를 해 그 사건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최종 편집에서는 삭제되었다.

2)     모 주민은 이번 사건에 대해 퉁명스럽게 "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 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다.

3)    개인주의라기보다는 독립주의라는 말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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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6-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이한 상황이네요. 저는 남자들이 타인의 얼굴을 도용한 블로거를 욕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3 13:58   좋아요 0 | URL
욕하는 인간도 있었죠. 하지만... 상당수는 적극 옹호하더라고요..
특이한 상황이 아닙니다. 전 이게 굉장히 흔하다고 생각됩니다.

samadhi(眞我) 2016-06-12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있었군요. 사기꾼들 간은 돌로 만들어진 건지 거 참 단단하기도 하네요. 언젠가 드러날 일을 참 잘도 우기네요.
군중폭력은 정말 잔인하지요. 집단의 힘을 믿고 도덕성을 지워버리는 무지. 끔찍합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3 13:57   좋아요 0 | URL
이 인간은 특히 뻔뻔했죠. 끝까지 오리발 내밀며 법적 투쟁한다 하다가 결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사과 한마디도 없이 다음날, 다른 블로그 만들어서 운영하더군요...

만화애니비평 2016-06-1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이란 아름다운건만 존재하지 않는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3 13:56   좋아요 0 | URL
씁쓸한 추억..ㅋㅋㅋㅋㅋ 토닥토닥 ~

무해한모리군 2016-06-13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블로그에 내가 그 스타와 안다로 시작해서 관련물품을 팔거나 콘서트 티켓 같은 것을 웃돈주고 파는 장사를 하면서 본인이 일명 `시녀`군단을 거느리는 자리에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목격합니다. 제 경험치로는 모두다 거짓말쟁이들이었지요... 그런데 또 위에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것이 밝혀지고 사기행태가 들어나도 그녀들을 옹호하며 남는 추종자들이 있는 것이지요. 평소에 이것이 늘 이해가 안되었는데 위의 말씀을 듣고보니 다소 이해가 되네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3 13:55   좋아요 0 | URL
여왕을 모시는 시녀 군단이라... 마음에 드네요.
이러한 현상은 거의 모든 발각행위에서 벌어지고는 합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죠. 자신이 되고 싶은 롤모델이었는데.. 쓰레기였다 ?!
이걸 못견뎌하는 것 같습니다.
 

 

 

 

 



 

 

 

채식주의자와 비빔밥




                                                                                                                                                                                               마이클 잭슨이 " 비빔밥 좋아요 ! " 라고 말했을 때,  한국인이 몽정에 다다른 표정을 지었던 것을 기억한다.  비빔밥은 정치적 목적을 띠기 시작했다. 마이클 잭슨이라는 월드 스타'가 이름 없는 변방의 음식인 비빔밥을 찬양하며 엄지 척을 내놓으니 감개가 무량한 것이리라.

 

농번기 때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바가지에 밥과 반찬을 섞어 대충 비벼 먹기 시작했다는 비빔밥을 월드스타가 소비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한국인에게 비빔밥은 진흙 속에 파묻혔던 진주였다.  몰,    라뵈서 죄송합니다아 ~    이처럼 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은 주로 타자의 인정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이명박의 아내 김윤옥 씨가 서민 세금으로 < 한식 세계화 > 사업을 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식에 대한 욕심이 과했던 것일까.  급기야는 김치 칵테일'을 선보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아, 좋아요.  김치 칵테일 !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해서 국격이 올라갈까 ?   김치가 < 글로벌 > 이라는 한계를 넘어 < 아스트랄 > 한 범위로 확장되었다고 해도 김치 때문에 국격이 올라가겠느냔 말이다. 그런 식이라면 인도는 카레 때문에 제국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인도인은 카레를 영국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외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까 ?  나는 단 한 번도 카레를 먹으면서 인도가 위대한 국가'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카레는 카레이고 인도는 인도'이니까.   한강의 << 채식주의자 >> 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에 대한 한국인의 황홀한 표정을 보면,  마이클 잭슨이 비빔밥이 좋다고 말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러니까 한국인에게 데보라 스미스는 제2의 마이클 잭슨이다.  진흙 속에서 보물을 발굴해 주시고 세계 만방에 소개하야 안으로는 자주 독립을,  밖으로는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만들어 주셔서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이 읽힌다.  내가 비판하고자 하는 대목은 << 채식주의자 >> 의 문학성이 과대포장되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를 소비하는 언론 행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한국 문학을 한국인이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보다 한국 문학을 외국인이 자국 언어로 번역하는 것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번역가를 발굴 육성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번역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만약에 한국 문학을 한국인이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에 양질의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 

 

언론은 마치 데보라 스미스를 한국 문학을 구원해 줄 잔다르크'인 양 소개한다.  데보라 스미스여 ! 위기에 빠진 한국 문학을 구하셔 ~  볼 때마다 불편한 지점이다.  서구 사회에 대한 과도한 선망과 인정 욕구가 만들어낸 열병이다,  병신같이, 참...... 배알도 없이.  

 

 

 

 

덧대기

이웃의 전언에 의하면 : 데보라 스미스는 << 소년이온다 >> 에서 ˝ 좋은 사람 만나 잘 살고... ˝ 라는 문장을 " meet nice people... and live " 로 번역했다고 한다. < 빨래집게 > 보고 < A > 를 떠올릴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한강이 말한 < 좋은 사람 > 라는 문장이 < nice people(나이스 가이) > 이 아니라  < a suitable marriage partner(배우자감으로 적당한 사람) > 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좋은 사람 만나 잘 살라는 당부는 배우자감으로 적당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라는 당부이다. 그런데 번역자는 단순하게 근사한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고 독신 생활도 즐기라고 해석한다.  이게 번역의 바이블'인가 ?  만약에 한국 번역가가 << 소년이 온다 >> 를 영어로 번역했다면 < 좋은 사람 만나 잘 살고 > 라는 문장을 < meet nice people... and live > 라고 번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이 양보한다 해도 marry의 의미를 live로 해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 소설을 한국 사람이 영어로 번역하는 것과 한국 소설을 외국인이 자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모두 장단점을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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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6-06-1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기는 거죠. 그러지 않아도 그 전에 번역지원 예산을 깍겠다고 한 나라가.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7:32   좋아요 0 | URL
외국인인 한국 소설을 번역할 때 오는 오류도 적지 않습니다. (이웃이 지적한 예를 보면) 예를 들면 소년이온다;에서 데보라 스미스는 ˝ 좋은 사람 만나 잘 살고... ˝ 를 meet nice people... and live로 번역했습니다.

여기서 좋은 사람과 나이스 피플은 다른 의미죠. 그리고 살고와 live도 다름니다. 좋은 사람 만나 살고.. 라는 것은 좋은 배필 만나 행복한 결혼을 하라는 소리인데... 데보라는 그냥 나이스한 사람도 만나고 혼자 삶을 살아가라는 소리. 이게 무슨... 자국 문화적 감성에 기댄 교과서적인 번역입니까..

데보라 스미스가 좋은 사람 만나.. 라는 한국어를 제대로 알았다면

nice people 대신 a suitable marriage partner라고 했을 겁니다.

cyrus 2016-06-11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 작가가 내한하면 기레기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것 같습니다.

˝두 유 노 강 한?˝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7:30   좋아요 0 | URL
아마 한강` 보면 한강을 기념해서 강 이름을 한강으로 지은 줄 알 겁니다..

2016-06-11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9:51   좋아요 0 | URL
하여튼 개인의 영광을 국가의 영광으로 환원하는 국가의 이 뻔뻔한 욕망은 변하지가 않습니다. 언제 그 개같은 버릇을 고칠련지.. 고생은 개인이 하는데 영광은 국가가 챙기고...

samadhi(眞我) 2016-06-1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강 소설을 너무너무너무 재미없게 읽어서 이 난리법석이 좀 그렇습니다.

오거서 2016-06-11 19:05   좋아요 0 | URL
만약 한강 소설이 재미있었다고 해도 난리법석은 그대로지 않을까요

samadhi(眞我) 2016-06-11 19:0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외국인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핵심이니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9:51   좋아요 0 | URL
흰 손인가.. 저 그거 읽었는데 제가 워낙 문학 쪽에 문외한이어서
감흥이 없더라고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samadhi(眞我) 2016-06-11 19:53   좋아요 0 | URL
한강 소설은 되게 우울하고 어둡고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어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겠지만 전 그랬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19:56   좋아요 0 | URL
전 채식주의자는 영화로 봤는데 스토리 설정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안 들더군요. 진아 님이나 저나 좀 징글징글하고 왁자지껄한 스타일이잖습니까.. ㅎㅎ

samadhi(眞我) 2016-06-11 19:58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책을 읽는 이유는 쾌락주의자(?)여서
오직 ˝재미˝를 찾기 때문인데 재미없는 책은 못 읽겠더라구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6-11 20:11   좋아요 0 | URL
쾌락주의자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