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은 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랐을까 :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 








                                                                                                        민들레처럼, 그래 말문을 " 민들레처럼 ㅡ "  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하자.  킹콩이 민들레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땅바닥에 바짝 붙이고 살았다면 영화 << 킹콩 >> 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킹콩 이야기'는 킹콩이 하늘 높이 치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를 때 본격적으로 작동된다.

킹콩은         :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머금고 나락으로 추락하기 위해서 오른다.  괴물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그 또한 < 정상(頂上)을 정복 >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 정상성(定常性)을 회복 > 하기 위해 희생되는 존재'다. 인간은 괴물의 출현으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린 인간성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그렇기에 괴물은 휴머니티'다.  내가 이 영화를 흥미롭게 보는 이유는 킹콩이 수컷이라는 데 있다. 단언컨대, 킹콩이 암컷이었다면  발기된 남근처럼 우뚝 솟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위만 보고 달리다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혹은 금지된 대상을 얻기 위해 금지를 넘는) 대부분 남성이었다. 정상을 눈앞에 두고, 혹은 정상에 오른 남성이 지나친 욕망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사'는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곰곰 생각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킹콩은 거대한 고릴라'라는 외피를 둘렀을 뿐 사실은 남성의 정상과 몰락을 다룬 비극에 대한 은유'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발기 불능에 대한 공포로도 읽혀진다.  헐크와 킹콩은 모두 팔루스Phallus 를 대표하는 이미지'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 헐크 >> 가 발기된 남근의 활약상을 다룬 이야기라면, << 킹콩 >> 은 거세된 남근의 비극을 다룬다.  우우, 하지 마시라.  활극 영화'에서 대다수 남성들은 떨어져 죽는다.  빌딩에서 떨어져 죽고, 달리는 말에서 떨어져 죽고, 용문객잔 2층에서 칼싸움하다 떨어져 죽는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죽을 때 떨어져 죽는, 추락 이미지'를 자주 사용한다.  반면에 여성의 죽음을 추락 이미지로 사용하는 예는 남성에 비해 그 수가 극히 적다.  여자는 떨어져 죽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조용히 죽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는 < 떨어져 > 죽고 여자는 < 쓰러져 > 죽는다. 

지금까지 당신이 보았던 영화들을 파노라마처럼 나열해 보면 무릎 탁, 치고 아, 할 것이다. 

 

 

 떨어져 죽는 남자의 원형이 바로 킹콩인 것이다. 추락이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나친 욕망 때문에 정상에서 추락하는 서사는 남성의 거세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발기된 페니스가 사정 후 히마리 없이 쪼그라드는 것을 닮았다. 하드-바디'의 물컹물컹한 몰락은 내 눈에는 얼라의 고추'처럼 보인다. 맨스플레인은 바로 우듬지로 기어오르려는 남성 본성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앙각(仰角 :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있는 대상을 올려다 볼 때의 시각)일 때 비애를 느낀다. 페니스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시선에 위치할 때 커보인다.

같은 사이즈라 해도 위에서 내려다볼 때보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가 다른 것이다. 하석보다는 상석을 차지하는 것이 유리한 대목이다. 그래서 남성은 자신의 시선이 부각(俯角 :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 있는 대상을 내려라 볼 때의 시각)이 될 수 있는 대상과 대화하기를 선호한다. 상대가 자신을 바라볼 때 올려다봐야 하니깐 말이다. 어때, 내 거시기가 더 큰가 ?  이처럼 맨스플레인1), 꼰대, 갑질, 충고 따위는 모두 높은 곳으로 기어오르려는 습속이 만들어낸 현상이다. 그들은 부각의 세계가 되어야 마음이 편하다.  우러러보기 싫다는 고집이 만들어낸 세계다. < 부각의 세계 > 가 만든 것으로는 언어도 포함되어 있다.

여성을 낮잡아 부르는 낱말은 물론이고 여교사, 여배우, 여교수, 여의사 따위도 여성을 대상화한 단어들이다. 그것들은 특정한 직업군에서 여성을 따로 구분하여 구별 짓는다. 이런 단어들은 대부분 성적으로 소비된다. 하지만 명심해야 될 것이 하나 있다. 부감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놓아야 하는 법. 그게 세상 사는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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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맨스플레인(mansplain)   :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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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3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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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4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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