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편집자





                                                                                                 만약에 미키 루크가 내 글을 읽는다면 그는 고래도 아니면서 고래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겠지만 미키 루크는 잘생긴 얼굴보다는 망가진 얼굴이 더 잘 어울린다.  잘된 일이다. 몰락이 결국에는 영광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의 연기 인생에서 화룡점정을 찍은 << 더 레슬러 >> 는 망가진 얼굴이 만든 서정의 극점'이다.

얼굴은 위스키와 담배, 오욕과 모욕 그리고 주먹질이 만든 작품이었다. 이음매 없는 매끈한 얼굴이 아닌, 꿰맨 얼굴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을 읽게 된다. 나는 꿰맨(이음매 있는) 얼굴이 좋다. < 흉터 > 는 세상과의 불화를 시각화한 서사'이다. 그것은 시작은 음각으로 새겨졌으나 끝은 양각으로 남게 되는 기록물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한 괴물은 숙명적으로 세상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젊은 미키 루크(이음매 없는 얼굴)가 << 술고래 >> 라는 영화에서 곰보인 찰스 부코스키를 연기했다는 사실은 아니러니하지만 한편으로는 숙명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각 미남이었던 미키 루크는 세월이 흘러 추남인 찰스 부코스키를 닮아갔으니 말이다.  

아, 하게 되는 대목이다. 출판사 편집장이 찰스 부코스키에게 전업으로 글을 쓰면 평생 매달 1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부코스키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대물을 볼 줄 아는 편집장의 재능이 돋보인 경우'다. 그 편집자가 아니었다면 루저의 제왕이자 신화인 찰스 부코스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  편집장(자)와 작가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담당 편집장(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자신의 원고를 들여다보고 충고를 하거나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다시 쓰기를 권고할 때 분개해서 화를 내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동의하기도 한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는 친애하는 적'이다.

그런데 한국 문단을 보면 인기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여러 출판사로 분산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작가가 신경숙이다. 신경숙은 창비, 문지, 문학동네 출판사에 자신의 작품을 절묘한 황금 분할로 내놓는다. 당연히 담당 편집자와의 끈끈한 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 3대 대형 출판사에서 애지중지하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이다보니 출판사에 소속된 편집 위원들은 신랄하게 신경숙을 비판할 수 없다. 비록 이번 신간은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나 다음 차례는 자사 출판사에서 출간될 확률이 높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를 비판했다가는 나중에 작가와의 관계 단절이라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삼성이 광고로 신문사를 길들이는 방식과 유사하다(삼성은 자사에 비판적인 기사를 작성한 신문사에 광고를 싣지 않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경숙이 여러 출판사에 골고루 자기 작품을 배분하는 방식은 일종의 < 우리가 남이가 > 라는 이상한 이름의 뇌물인 셈이다. 비단 신경숙만의 수작은 아니다.  한국 문학의 질적 저하는 소설가의 수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천명관이 " 선생님 " 이라고 지적한 문단 마피아의 횡포에 있다. 신춘문예 심사위원, 문예지 편집 위원, 문창과 교수. 등단 제도를 권력으로 사용하는 그들이 바로 천명관이 말하는 " 선생님 " 이다. 천명관이 지적했듯이 등단 제도는 일본과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다. 문학 강국들은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며 응원하는 역할을 문단 어르신들이 아니라 문학 에이젠트나 출판사 편집장이 한다.

미국이 한국의 등단 제도를 도입했다면 찰스 부코스키 같은 작가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문학을 썪게 만드는 주범은 선생님들이다. 이음매 없는 매끈한 얼굴로 평론가 행세를 하며 지도편달이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행하는 " 야로 " 를 놓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역겹다는 생각이 든다. 천명관의 말투를 흉내 내자면 이렇게 말하겠다. " 누군가 이 글을 읽고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가 바로 문단 마피아의 일원이거나 패밀리와 커넥션을 갖고 있는 작자일 것이다. 패거리를 짓고 조직을 만들어 권력자로 군림하려는 그런 새끼 말이다. " 문단 어르신 특유의 허옇고 매끈한 얼굴을 볼 때마다 흉터투성이 얼굴을 한 불굴의 얼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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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9-1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삽입된 책 표지 디자인이 압권이다. 술병 + 담배 + 남근(퍽유를 뜻하는 수화)의 디자인`이다.이보다 더 부코스키다운 디자인은 없을 듯.

2016-09-11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2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6-09-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다~!

표지 디자인도 정말 좋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0:21   좋아요 0 | URL
야무 님이야말로 늘 사이다 같은 글이죠..

수다맨 2016-09-12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디자인이 정말로 끝내주네요. 한국에서 출간된 팩토텀(문학동네판)도 표지가 붉어서 자극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은데, 미국책 표지는 한국 표지보다 몇 배는 더한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2 10:22   좋아요 0 | URL
한국판 팩토덤에 대해서 누군가 연쇄살인마가 등장할 것 같은 표지라고 하던게 생각나네요..ㅎㅎ
 

 

 

 

 

                                                       

삼 시 한 끼 와  음 주 :


울지 않는 어깨

 

                                                                                                       1일1식을 실천한 지 어언 1년 6개월이 지났다. 처음 2달은 허기에 지쳐 숨을 내쉴 때마다 " 허기(헉) 허기(헉) " 소리가 났다.  점심을 굶은 아이가 허기를 채우기 위해 수도물로 배를 채우듯이 물배를 채우다 보니 어느 순간 허기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신체가 상황에 맞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1식을 실천하자 여러 모로 얻은 게 많았다. 점심값을 아낄 수 있었고, 점심 시간 1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고, 요요 현상 없이 몸무게를 10kg 정도 감량했으며, 혈압 약을 권고할 만큼 높았던 혈압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또한 저녁은 1000칼로리의 황금 밥상을 선택하는 편이어서 포만감이 몰려오면 바로 잤다. 무엇보다도 9시가 되면 땡 하고 나타나는 박근혜 얼굴을 보지 않아서 좋았다.  이 정도면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다 동전 줍는 꼴이니 좋지 않을 리 없다. 문제는 음주'다. 주로 저녁에 술을 마시게 되는데 공복에 마시다 보니 남들보다 빨리 취하게 된다.

 

주량이 절반으로 줄어든 탓이다. 남들은 이제 시작이다, 라는 표정으로 불콰한 얼굴로 기분 좋은 얼굴이 될 때 나는 가수면 상태에 빠져들곤 한다. 평소 저녁 9시에 잠을 자는 생활 습관과 일찍 찾아오는 취기 탓에 눈은 떴으나 잠을 자고 있는 것이요,  귀는 열렸으나 듣지 않는 상태가 된다. 짖어라, 나는 잘 터이니. 이때부터는 기억이 없다.  눈 뜨고 잠을 자고 있으니 말이다. 아침에 나갈 때는 주꾸미처럼 짧고 단단한 다리로 야무지게 땅을 밟던 걸음걸이도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오게 되면 문어처럼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선명한 발소리 대신 흐느적거리게 된다.

 

어제는 s를 만났다. 소설가 김연수를 닮아서 만날 때마다 놀리는 데도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히죽 웃을 뿐이다. 나는 그에게 읽던 책-들'을 주었다. 그중에는 한강의 << 내 여자의 열매 >> 도 있었다. "  읽다가 형편없다고 생각해서 포기한 책이요. 이 책에서 드러난 작가의 형편없는 역량이 별다른 성장 없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면, 한강의 작품은 읽지 않을 생각이요. 한강보다는 두만강에게 기대를 거는 수박에. 농담이요. 문학소녀의 들뜬 감수성이 작품을 망치는 케이스가 아닐까 싶읍니다. 좋은 가수는 아무리 슬픈 노래라 해도 울면서 노래를 부르지 않읍니다. 왜냐 ? 울면 호흡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음정과 박자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지오.

 

우느라고 공기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게 되면 급하게 공기를 빨아들이게 됨니다. 고른 분배가 될 턱이 없조. 소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오. 작가에 감정에 빠져서 과소 호흡과 과다 호흡을 반복하게 되면 문장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한강의 소설이 대표적인 경우조. 한강은 울면서 노래를 부름니다. 적어도 이 소설집에서는 말이죠. 흠흠. " 나는 형편없는 발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 영화 << 밀리언 달러 베이비 >> 보셨습니까 ?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이 연출했읍니다. 내용은 아시죠 ? 사고로 인해 전신마비 상태인 제자를 위해 스승인 복싱 트레이너가 제자의 부탁으로 안락사를 시킨다는 내용.

 

병원 장면,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하조.  관객의 눈물샘을 1리터만 뽑아내면 흥행은 따 놓은 당상인 셈이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감독은 두 배우의 슬픈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는 대신 카메라를 돌려 트레이너(이스트우드)의 뒷모습를 보여줍니다. 우는 얼굴 대신 울지 않는 어깨을 보여준 것이죠. 왜 그랬을까오 ? 그것은 무뚝뚝한 남자의 우는 방식이 아니까오. 카메라는 뒤로 물러났지만 관객은 누구나 그가 슬픔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읍니다. 가장 슬픈 통곡은 대성통곡이 아니라 울음을 참느라 흔들리는 어깨가 아닐까요 ?

 

한강은 실패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성공한 지점입니다. 한강에게 필요한 것은 울먹이는 성대가 아니라 울지 않는 어깨입니다. " s는 존경의 눈빛으로 나를 우러러보았다. 그가 말했다. " 건대 ! 형편없는 목소리만 나이었다면 지금의 감독은 배가 나왔을 검니다(건배, 당신의 형편없는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지금의 연설은 두 배의 감동을 선사했을 겁니다- 라는 뜻). " 나는 쓸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낮게 소리쳤다. " 건대 ! 내 형편없는 몽소리를 위하여......  "  s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도 외쳤다. " 곰곰생각하는발 님의 형편없는 목소리를 위하여 ! "

 

그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날 밤, 나는 문어가 되지는 않았다. 두 다리는 주꾸미처럼 단단하고 빳빳했다. 전철 안 좌석이 텅 비어 있었으나 앉지 않았다. 집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와 맥주 1병을 샀다. 포장지를 뜯었다.그런데 명색이 김밥인데 김이 없고 흰 밥덩어리만 있는 것이다. 나는 기업의 비윤리성에, 브루스 윌리스도 아니면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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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1 19:06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제가 좀 예민하게 군 것 같습니다.
 

 

 

 

 

                                  

 

노 무 현 과   박 근 혜   :

 

 

 

 

 

대통령의 걸음걸이




                                                                                            가끔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신인 배우의 연기력을 테스트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 눈물 - 연기 " 이다. 얼마나 빨리 눈물을 흘릴 수 있는가에 따라 연기 점수가 매겨진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눈물을 흘리는 연기가 과연 난이도 높은 연기'일까 ? 사람들은 눈물 연기를 메소드 연기 취급을 하곤 하는데, 사실 가장 쉬운 연기가 우는 연기'다. 우는 연기는 직업 연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자신을 방어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색한 연기력으로 항상 논란이 되었던 박근혜조차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펼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눈물은 기본적으로 연민이라는 감정을 집중시킬 때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연민의 대상은 타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니까 눈물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인 타자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몰락한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즉, 측은지심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연기에 대한 철학을 가진 배우라면 오히려 눈물 연기를 연기의 척도인 양 자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끄러운 짓이기에 그렇다. 내가 배우의 연기력을 평가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우는 연기가 아니라 걸음걸이'이다. 흔히 연기는 얼굴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짓이다. 몸짓이 자연스러운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극중 캐릭터에 맞는 걸음걸이를 선보이는 것은 고난이도 연기력에 해당된다. 소심한 사람이 걷는 모습과 정직한 사람이 걷는 모습은 다르다. 또한 직업에 따라, 성격에 따라, 계급에 따라 걷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이 세상에는 수백만 가지의 걸음걸이가 있다. 어느 배우가 캐릭터에 맞는 걸음걸이를 연기한다면 그 배우는 극중 캐릭터를 이해하고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로 봐야 한다. 송강호라는 배우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오는 이유는 영화마다 걷는 모습이 다 다르다는 데 있다.  << 살인의 추억 >> 에서 시골 형사를 연기한 송강호의 걸음걸이와 << 밀양 >> 에서의 카센터 사장을 연기한 송강호의 걸음걸이는 서로 다르다. 걸음 폭도 다르고, 걷는 속도도 다르며, 공중에 뜬 발이 땅에 닿는 부위도 서로 다르다. 어느 영화에서는 왼쪽 뒷굼치가 먼저 땅에 닿는가 하면 어느 영화에서는 오른쪽 뒷굼치가 먼저 땅에 닿기도 한다. 또한 앞부분이 먼저 땅에 닿기도 한다. 송강호는 성격에 따라 걷는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연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고 있다. 좋은 연기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몸짓들이 모인 결과'이다. 이웃인 S 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보법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 정치인 중에선 노무현 대통령님이 멋있는 보법 ! 갑 중의 갑이지요.. 그분 보법이 일명 호보(虎步 : 호랑이 걸음)으로 " 경쾌한 중량감 ! " 이 느껴지는 호쾌한 걸음이셨다 봅니다. "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노무현의 보법은 경쾌한 (발)소리가 나는 걸음걸이다. 니체는 정직한 사람과 정직하지 않은 사람의 걸음을 소리로 평가했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고 말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와 연극 무대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한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는 몸짓이나 발짓보다는 얼굴 표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영화 배우보다는 티븨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탤런트 같은 경우는 얼굴 연기 의존도가 무엇보다도 높다. 왜냐하면 티븨 연기는 풀숏(몸 전체를 보여주는) 이 아니라 클로즈업 화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티븨는 극장 스크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클로즈업된 얼굴 연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무대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연극 배우는 얼굴 표정보다는 몸짓과 발짓(걸음걸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연극 배우에게 얼굴 표정은 몸짓보다 중요하지 않다.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무대라는 스크린은 항상 풀숏인 셈이다. 그렇기에 연극 배우는 몸짓 언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송강호가 몸짓을 중요하게 인식한 데에는 그가 연극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큰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배우의 연기 중에서 최악은 박근혜였다. 워딩도 형편없을 뿐더라 그 흔한 눈물 연기도 형편없었다. 하물며 몸짓 연기가 뛰어날 리 없다. 걸음걸이는 뭔가 부자연스럽다. 그러니까 그 부자연스러움은 배우가 대통령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최상위 계급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자꾸 바닥을 보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저 높은 곳을 우러러보아야 하는데 내 눈은 밑바닥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드라마가 재미있을 턱이 없다. 다...... 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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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9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노무현 대통령의 보법을 연구한 사람이 있었단 말입니까?
그분이 어떻게 걸었는지 눈여겨 볼 걸 그랬습니다.
근혜 누님은 뭐 하나 칭찬 듣는 것 없이 임기를 마치시려나 봅니다.ㅠ

syo 2016-09-09 19:50   좋아요 0 | URL
임기 끝나면 칭찬할 일이 생기지 않을까요?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으루다가

stella.K 2016-09-09 19:5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겠군요.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20:20   좋아요 0 | URL
이 패악질에도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재창출이 되면 그냥 이 나라 떠나야죠..

2016-09-10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16: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0 16:29   좋아요 0 | URL
오케이ㅣㅣ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얼릉 오십셔..

2016-09-10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0 2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1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1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nan 2016-09-11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는 참석하겠습니다^^
미리 명절 잘 보내세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11 13:27   좋아요 0 | URL
후훗... 내에.. 명절 잘보내시기 바랍니디ㅏ..
 

 

 



라면을 끓이며



                                           정기 모임은 아닌데 정기적으로 모이게 되는 비정규 불규칙 변종 모임이 있다. 말이 좋아 독서 토론 모임이지 문화적 취향을 핑계로 술자리를 만드는 모임이다. 독서 모임이라기보다는 독설 모임 쪽에 가까운데 이 세상 모든 책에 대해 독하게 까는 데에서 쾌락을 얻는 모임이라 하겠다.

비판의 대상이 비단 책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 육칼(육계장 칼국수) " 을 놓고 장장 1시간 동안 욕설을 동반한 조롱을 이어갔다. 비판 이유는 어정쩡한 맛이라는 데 있었다. 육계장 맛도 아니요, 칼국수도 맛도 아니요, 짬뽕 맛도 아닌... 그렇다고 육계장 맛이 아주 안 나는 것은 아니며 칼국수 맛도 조금은 나는 것도 같고 국물 한 모금 마시면 혀끝에서 짬뽕 맛도 약간 나는 것 같다는 게 중론이었다. 육칼 ?! 육칼 하고 자빠졌네. 육칼을 떨어요, 육칼을 ! 이런 아재 개그 - 들. 육칼을 먹은 적이 없는 나는 그들이 내뱉은 조롱에 동참할 수 없었다. 기껏 끼어든다는 게 김풍이 나온 광고 말하는 거지 _ 라고 추임새를 넣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에 끼여들고 싶었으나 이내 한계에 다다르고는 했다.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나는 탁자를 탁탁 치며 말했다. " 시국이 어려운 상황에 고작 라면 하나가지고 사내새끼들이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겠소 ?  " 내 옆에 있던 A가 코를 킁킁거리더니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 킁킁... 야, 너 머리에서 에프킬라 냄새가 난다 ? " 화들짝 놀랐다. 사실 아침에 에프킬라를 헤어스프레이로 착각하고는 사정없이 머리를 향해 난사했기 때문이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모두들 낄낄거리며 웃었다. 이런 육칼 ! 그 다음 품평은 한강의 << 채식주의자 >> 였다. 중론은 형편없다로 집약되었다.

나는 한강의 << 채식주의자 >> 가 특정 음식(육식)에 대한 거부 반응 끝에 결국에는 거식 단계에 이른다는 점을 들어 뱀파이어 서사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뱀파이어 또한 특정 음식(채식)에 대한 거부 반응을 거쳐 거식 단계에 이르니깐 말이다. 한강은 채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폭력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섭식 행위 자체가 둘 다 난폭하다는 점에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누군가 오, 맛깔나는 해석인데 _ 라고 말했다. 칭찬에 고무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는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한강은 실력이 뛰어난 작가는 아니다.

시적 감수성은 뛰어난데 막상 그녀가 쓴 시는 감흥이 없고, 반면에 소설은 그녀의 타고난 시적 감수성 때문에 오히려 서사가 선명하지 못하고 뭉개지는 경향이 있다 등등.  동의하는 이도 있었고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B는 시적 감수성을 가지고 뛰어난 산문을 쓰는 대가가 몇 있다고 말한 후 대표적인 작가로 롤랑 바르트, 사무엘 베케트, 파스칼 키냐르를 뽑았다. 나 또한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B가 말했다. " 시적 감수성이 풍부하면 글 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 ? 난 그렇게 보질 않는다. 감수성이 너무 풍부하면 산문은 연애편지처럼 쓰여지게 되거든.

좋은 가수는 슬픈 노래를 부를 때 관객을 울리게 만들지 자신이 노래를 부르면서 울지 않거든. 한강이 실패하는 지점이야. 죽도 밥도 안되는 것이지. 육칼 봐봐. 이건..... 육계장 맛은 나는데 딱히 육계장이라고 할 수도 없고, 칼국수 맛도 나는데 그렇다고 칼국수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짬뽕 맛도 나는데 짬뽕이라고 말하기도 애매모호한 맛이잖아. 난 한강의 작품들이 그렇다고 생각해. " 맙소사, 기껏 화제를 육칼에서 한강으로 돌렸더니 C는 다시 육칼로 돌려세웠다. 고난이도 스킬이었다. 이런 육칼 !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나는 까무룩 잠이 들었고 동시에 기억도 잃어버렀다.

다음날, 숙취로 인해 눈을 찡그리 뜨자 책상 위에 맥주 1병과 라면 냄비가 뒹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육칼이었다 ! 그런데 어쩌나. 필름이 끓기는 바람에 육칼의 맛을 기억할 수 없었다. 기억을 짜내고 짜내도 그 맛을 기억할 수 없었다.

​■

A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 어제 잘 들어갔나, 친구. 육칼 먹어봤어 ?  육칼 끊여먹고 잔다며 ? 너 이 새끼야. 술자리에서 그 얘기 몇 번 한 줄 아냐 ? " 나는 그에게 다음과 같은 답을 보냈다. " 끓여 먹었지. 맛은 글쎄......  육계장 맛도 나고, 칼국수 맛도 나고, 짬뽕 맛도 나는데 육계장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칼국수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짬뽕 맛이라고 하기도 뭐하더군. "  

 

 

 

 

 

 

 

                                                            

 

하이드 님의 페이퍼 때문에 우리 모임에서 심심풀이 술안주로 자주 등장했던 인물이 강신주였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Q 이 책은 앞에서도 말했듯 과거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들을 아우르고, 기존 철학이 수용하지 않았던 배타적 영역들도 끌어왔으며, 방대한 분량이 특징이다. 그런데 1,500페이지 중 등장한 여성 철학자는 한나 아렌트 단 한 명뿐이다.

 

철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페미니즘은 여성적인 입장을 다루나, 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중요한 건 자기편만 끌어당기는 게 아니라 다른 편마저도 동감하도록 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를 보면 아직도 협소하다. 남성을 이해하고, 여성을 이해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참정권이 여성에게 부여된 것이 20세기 들어와서니까. 이 책에 한나 아렌트 한 명 들어온 것이 우리 인류 문명의 현주소라고 보면 된다. 내가 대학원 시절에 가장 황당했던 게 여자인데 공자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넌지시 “너 미쳤냐?”라고 묻기도 했다. 여성의 가치를 부정하다시피 하는 공자를 연구해서 뭐하게. 그런데 공자를 연구하는 이유는 동양 철학에서 유학을 공부해야 주류라는 쪽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철학함이 아닌 전형적인 철학의 논리인 거다. 여성들의 가장 큰 문제가 남성 주류 사회에서 남성한테 인정받으려고 해서 생긴다. 페미니즘을 여기에 한 항목으로 넣을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강신주의 논리는 굉장히 단순하고 멍청하다. 쉽게 말해서 여자는 남자에 비해 " 수준이 떨어진다(아직 인간 보편까지는 수준이 안 올라갔다. 그래서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다.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 는 것이다. 남자에 비해 수준이 미달인 분야가 어디 철학뿐이랴 ? 철학자를 과학자로 바꿔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 과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 이런 미러링은 어떤가. " 수학자 중에 여자가 없다. 물론 20세기 들어와서는 좀 있지만...... " 강신주가 매의 눈과 정직한 심장을 가진 이라면 이 < 소수성 >이야말로 남성 중심 사회가 여성을 배타적으로 차별했다는 증거로 사용했을 것이다. 여성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능력 때문이 아니라 유리벽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이 데이터를 가지고 성차의 우생학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할 증거로 인용한다. 그런 식으로 비판하자면 나는 강신주가 내뱉은 말투로 똑같이 강신주를 비판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 동양과 서양의 철학자를 아우른 1,500페이지 중 등장한 철학자 중에 한국 남성 철학자는 없다. 그 사실은 한국 철학자가 항상 배타적이고 공격적이어서 그 정도 가지곤 안 된다. 시대를 보는 눈이 협소하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 안 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국 철학자 한두 명 정도는 넣을까 했는데 수준이 떨어져서 넣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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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6-09-0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박이네요..... 강신주핵실망.....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09:23   좋아요 0 | URL
하도 어이가 없어서 ... 이게 무슨 논리입니까. 어이없는 거죠.
여성 정치가가 없다. 최근에 와서 몇몇 보이지만... 이런 논리죠. 당연히 역사 이래로 뛰어난 여성 정치인이 별로 없었죠. 여성의 정치 참여 자체가 금지되었으니 말입니다.. 이걸 말이야 소야...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뒷담화에는 조정래의 << 풀꽃도 꽃이다 >> 도 포함되었다. 소설 제목치고는 지나치게 자기계발서적이라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제목만 보면 소설이 아니라 힐링 에세이 같다. 소설 제목을 시대의 유행에 편승하려는 수작은 김중혁의 << 나는 농담이다 >> 도 포함된다. 나는 꼼수다 이후 쏟아진 나는 ~ 다`에 편승한 것처럼 보인다. 한심한 것이다. 시대적 입말에 착 달라붙으니 책 판매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유행이라는 것은 항상 당대의 것이 아니었던가. 멀리 보지 못하고 지나치게 앞만 보고 제목을 단다. 적어도 소설가라면 100년 이후에도 읽힐 상황을 고려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아무 2016-09-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 마지막에 미러링하신 거 강신주씨가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그나저나 한나 아렌트마저 안 다루는 책도 꽤 많더군요. 저희 집에 철학사 책이 두세권 정도 있는데(제일 두꺼운게 슈퇴리히 책입니다), 여기도 한나 아렌트 안 나옵니다. 전 굉장히 중요한 정치철학자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분들 생각은 다른지 모르겠지만..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01   좋아요 0 | URL
글쎄말입니다. 아렌트 없이 20세기 철학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좀 우습죠..언급량을 따지고 보면 아렌트도 만만치 않습니다..

붉은돼지 2016-09-09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육칼에 땡기네요...후루룩 후루룩 춥춥...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39   좋아요 0 | URL
전 추파춥스가 땅기네요. 춥춥춥춥..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의 논리라면 다음과 같은 논리도 정당하다 : 20세기 이전 여성 정치가가 드문 이유는 여성의 보편적 정치 수준이 편협하기 때문이다 ! -


신주처럼 말하자면 여성은 정치적 수준이 편협해서 여성 정치인이 없었던 것일까 ? 그는 그렇다고 믿는 것 같다. 참고로 미국 여성 참정권은 1920년에야 비로소 주어졌다. 20세기 이전에 여성 정치가가 없는 이유이다. 현대 사회에서 시민의 당연한 너무나 당연한 투표권마저 20세기의 산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신주가 그렇게 의문점을 갖는 왜 여성은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다. 투표권마저 부정하는 남성 사회에서 여성이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룰 수가 있을까 ?

cyrus 2016-09-0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가 또... ㅋㅋㅋㅋㅋ

독서 모임의 최대 목적이 사람 만나서 술 마시고 잡담 나누는 거 아닙니까? ㅎㅎㅎ

서울에 안 간지 2년 지났어요. 삽하나님의 달궁 독서 모임 분위기가 그리워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5:35   좋아요 0 | URL
삽하나 님의 달궁 여전히 진행 중인가 궁금하네요..삽하나 님 제 이웃이기도 합니다..

수다맨 2016-09-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테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극도로 예민한 사람만이 아주 차갑고 냉정할 수 있다.` B라는 분이 한 말처럼 시적 감수성은 (연애편지를 제외한) 산문을 쓰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듯합니다. 도리어 필요한 것은 과학자적이고 관찰자적 자세, 감정이 앞서기보다는 뭔가를 제대로 응시하고 해부하겠다는 태도가 차라리 글쓰기에 도움이 되겠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9 15:37   좋아요 1 | URL
네에. 감정이 과잉될 때 종종 산문이 망가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수채화를 그릴 때 물을 적당히 물감 속에 풀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물을 섞었을 때의 참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적당한 거리 유지는 필수 인 것 같습니다.

2016-09-09 18: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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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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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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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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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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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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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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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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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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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2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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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말리온 열린책들 세계문학 176
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소임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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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연 기 의   재 발 견  :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 때문에 뮤지컬 영화를 본다



 



                                                                                                   호러와 고어를 포함한 B급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뮤지컬 영화도 좋아한다고 고백하면 다들 의아한 표정을 짓곤 한다. 내가 아크로바틱한 슬랩스틱 코미디와 뮤지컬을 좋아하는 데에는 영화의 속성에 가장 충실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슬랩스틱과 뮤지컬 영화가 자막 없이도 내러티브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이유는 비언어적 표현에 속하는 배우의 몸짓이 언어를 대체한다는 데 있다. 특히, 뮤지컬 영화에서 배우의 동선은 내러티브와 심리 상태를 훌륭하게 재현한다. 그렇다, 뮤지컬 장르는 당신에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준다. 뮤지컬 배우의 발걸음만 놓고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분 좋을 때 걷는 발걸음, 슬플 때 걷는 발걸음, 화가 날 때 걷는 발걸음은 물론이고 발소리의 강약과 걸음 폭도 제각각 다르다. 스릴러 장르가 클로즈업된 얼굴'에 바치는 오마주라면 뮤지컬은 발끝의 소리와 형태에 바치는 오마주다.

좋은 뮤지컬 영화와 배우는 보다 다양한 발걸음과 발소리를 선보인다.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 때문에 뮤지컬을 본다.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의 재주를 보았지만 가장 탁월한 발 연기한 배우는 진 켈리와 도널드 오코너였다. 그들은 감정에 따라 제각각 다른 스탭을 보여준다. 그들은 폴짝과 팔짝의 섬세한 차이를 탁월하게 연기했을 뿐만 아니라 촐싹의 느낌도 재현할 수 아는 예술가였다. 니체도 발소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정직한 사람이라면 걸어갈 때 발소리가 나는 법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대지 위를 살금살금 돌아다닌다. 보라, 달이 고양이처럼 다가온다. 정직하지 못하게. "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바닥을 보는 재미로 뮤지컬은 본다. 조지 쿠커 감독이 연출한 << 마이 페어 레이디,  My Fair Lady, 1964>> 는 황홀한 바닥을 보여주는 뮤지컬은 아니지만, 조지 버나드 쇼의 원작 < 피그말리온, 1913 > 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내러티브와 오드리 햅번의 눈부신 아름다움만으로도 정신줄 놓고 보게 되는 영화'다. 오드리 햅번은 아무리 보아도 지상의 피조물은 아닌 듯하다. 천상의 피조물을 보는 듯하다. 우선 네이버 영화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Professor Henry Higgins: 렉스 해리슨 분)가 그의 절친한 친구인 피커링 대령(Colonel Hugh Pickering: 윌프리드 하이드-화이트 분)과 묘한 내기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즉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하층 계급의 여인을 한 명 데려와 정해진 기간 안에 그녀를 교육시켜 우아하고 세련된 귀부인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내기의 실험 대상으로 선택된 여인이 바로 빈민가 출신으로 꽃을 파는 부랑녀 일라이자 두리틀(Eliza Doolittle: 오드리 헵번 분)이다. 그녀는 히긴스 교수로부터 끊임없는 개인 교습을 받게 되는데, 그녀 자신은 이 교육을 하나의 고문으로 받아들인다. 마침내 히긴스 교수가 요구하는 중심 문장 "스페인에서 비는 평야에만 내린다(The Rain-In Spain-Stays-Mainly In The Plain)"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 이제 그녀에게서는 더 이상 투박한 런던 말씨와 촌스런 액센트를 들을 수 없게 되고, 결국 히긴스 교수의 이상적인 여인상으로 변한 엘리자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이 영화 줄거리를 읽고 나서 아, 하는 독자가 많으리라 짐작된다. 명절 특집 영화로 자주 방영되었던 영화였으니 말이다. 10년 전에 보았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있다. 영화 << 마이 페어 레이디 >> 와 << 귀여운 여인, 1990 >> 는 서로 닮았다.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이 << 귀여운 여인 >> 에 대하여 " 과시적인 소비와 마주쳤을 때 어떻게 '똑바로' 행동할 것인지에 대한 불안함을 보여주는 "  영화라고 비판한 대목1)은 고스란히 << 마이 페어 레이디 >> 에도 적용된다. 관객은 빈민가 출신으로 거리에서 꽃을 팔았던 부랑녀 일라이자 두리틀이 혹독한 음성 교정 수업을 거쳐

왕실의 무도회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게 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영화는 상당 부분 하층민이 과시적 소비(왕실 무도회, 경마장, 살롱)와 만났을 때 벌어지는 트러블을 재미있게 소비한다. 이 영화가 윤리적, 정치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원작의 결말은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조물주인 남자(헨리 히긴스)에게 포섭되는 여성이 아니라 남자에게서 독립하는 여성으로 그린다. 조물주에게서 벗어나 독립된 여성으로 살아가겠다는 일라이자 두리틀의 당당한 선포는 호쾌하며 윤리적으로 온당하다. 조지 버나드 쇼는 신데렐라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정반대의 신데렐라 이야기로 끝을 맺은 것이다.

끝으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하자면 원작의 결말을 비틀어버린 남성 중심 서사가 눈에 거슬리기는 하지만 뮤지컬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뮤지컬을 재미있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바닥을 보는 것이다. 어찌 되었든, 뮤지컬 영화 << 마이 페어 레이디 >> 는 뮤지컬 전문 배우가 출연해서 화려한 바닥(발 재주)을 선보이는 영화는 아니지만 광장에서 꽃을 파는 부랑녀를 연기하는 오드리 햅번의 바닥 생활을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뮤지컬 영화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바닥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권태에 빠진 부부의 걸음보다 느리다. 

 

오래 전 일이다. 그녀와 걷다가 그녀의 걸음이 평상시보다 빨라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내 걸음이 평상시보다 빨라져 보조를 맞추느라 그녀의 걸음이 빨라진 것인지도.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


​                          

1)    영화의 진짜 초점은 섹스도, 돈도 아니라 사실은 비비안이 거리에서 일하다가 에드워드의 호텔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경외심과 계급적 불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관객도 공유하게 되는 감정인데 우리는 그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설 때 " 와우 " 하고 놀라게 되고 에드워드의 펜트하우스의 스위트 룸에 가면 더 이상 말을 못할 정도가 된다. 샴페인을 딸기와 함께 먹고, 로데오 드라이브의 가게 간판과 윈도의 디스플레이, 고급 레스토랑, 거기다 개인 비행기로 샌프란시스코로 오페라를 보러가는 것 등은 너무도 대단한 체험이어서 우리는 혹시 이러한 성스러운 특권에 대해 뭔가 " 잘못 행동하는 것 " 은 아닐까 하고 불안해 할 정도이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에 비비안이 잘못 행동하는 것이 영화에서 웃음을 끌어내고 있다. 딸기를 먹지도 않고 샴페인을 한 번에 들이켜 버린 것, 로데오 드라이브의 고급 부티크에서 망신을 당하지만 다시 그것을 복수하는 것, 고급식당에서 포크 사용법을 몰라 사고를 일이킨 것, 오페라를 보고 나서 " 너무 재미있어서 오줌을 지릴 정도였다 " 고 한 것 등


- 에센셜 시네마 430 , < 육욕과 돈 > 프리티 우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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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9-0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웬지 탭댄스가 연상이 되네요.
전 뮤지컬은 역시 노래라 생각하여 발까지는...
그러니까 곰발님 말씀 대로라면 뮤지컬은 발연기가 관건이네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5:20   좋아요 0 | URL
전 뮤지컬이 기본적으로 인간 동작의 기초인 걸음에 대한 고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장르에서는 발연기하면 욕 먹지만
뮤지컬은 발연기 잘할수록 칭찬받는 장르입니다..

비단 연기뿐만 아니라 정극에서도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는 캐릭터 성격에 맞춰 걷는 연습부터 연구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9-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대연출이나 배우의 몸움직임을 보려고 무용을 즐겨봅니다.

죽을때까지 계급적 한계는 넘을 수가 없는지, 얼마전 생일에는 공짜로 호텔 커피숍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어찌나 불편하던지 입구까지 갔다 그냥 왔네요... 꼼장어에 소주가 딱 즐거워라 ㅋㅋㅋ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9-07 16:18   좋아요 0 | URL
저도 옛날에 비싼 술집에서 대접 한 번 받았는데 진짜 불편하더군요.
곱창에 소주가 제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