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무 현 과 박 근 혜 :
대통령의 걸음걸이
가끔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신인 배우의 연기력을 테스트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 눈물 - 연기 " 이다. 얼마나 빨리 눈물을 흘릴 수 있는가에 따라 연기 점수가 매겨진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대목이다. 눈물을 흘리는 연기가 과연 난이도 높은 연기'일까 ? 사람들은 눈물 연기를 메소드 연기 취급을 하곤 하는데, 사실 가장 쉬운 연기가 우는 연기'다. 우는 연기는 직업 연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쉽게 자신을 방어하거나 변명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어색한 연기력으로 항상 논란이 되었던 박근혜조차 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펼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눈물은 기본적으로 연민이라는 감정을 집중시킬 때 발생하게 되는데 여기서 연민의 대상은 타자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니까 눈물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중심적인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인 타자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니라 몰락한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에 눈물을 흘린다. 즉, 측은지심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이다. 연기에 대한 철학을 가진 배우라면 오히려 눈물 연기를 연기의 척도인 양 자랑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끄러운 짓이기에 그렇다. 내가 배우의 연기력을 평가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우는 연기가 아니라 걸음걸이'이다. 흔히 연기는 얼굴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몸짓이다. 몸짓이 자연스러운 배우가 훌륭한 연기를 소화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극중 캐릭터에 맞는 걸음걸이를 선보이는 것은 고난이도 연기력에 해당된다. 소심한 사람이 걷는 모습과 정직한 사람이 걷는 모습은 다르다. 또한 직업에 따라, 성격에 따라, 계급에 따라 걷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이 세상에는 수백만 가지의 걸음걸이가 있다. 어느 배우가 캐릭터에 맞는 걸음걸이를 연기한다면 그 배우는 극중 캐릭터를 이해하고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로 봐야 한다. 송강호라는 배우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오는 이유는 영화마다 걷는 모습이 다 다르다는 데 있다. << 살인의 추억 >> 에서 시골 형사를 연기한 송강호의 걸음걸이와 << 밀양 >> 에서의 카센터 사장을 연기한 송강호의 걸음걸이는 서로 다르다. 걸음 폭도 다르고, 걷는 속도도 다르며, 공중에 뜬 발이 땅에 닿는 부위도 서로 다르다. 어느 영화에서는 왼쪽 뒷굼치가 먼저 땅에 닿는가 하면 어느 영화에서는 오른쪽 뒷굼치가 먼저 땅에 닿기도 한다. 또한 앞부분이 먼저 땅에 닿기도 한다. 송강호는 성격에 따라 걷는 형태가 다르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연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알고 있다. 좋은 연기는 사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몸짓들이 모인 결과'이다. 이웃인 S 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보법이 인상적이라고 말한다. " 정치인 중에선 노무현 대통령님이 멋있는 보법 ! 갑 중의 갑이지요.. 그분 보법이 일명 호보(虎步 : 호랑이 걸음)으로 " 경쾌한 중량감 ! " 이 느껴지는 호쾌한 걸음이셨다 봅니다. " 니체 식으로 말하자면 노무현의 보법은 경쾌한 (발)소리가 나는 걸음걸이다. 니체는 정직한 사람과 정직하지 않은 사람의 걸음을 소리로 평가했다. 정직한 사람에게는 소리가 난다고 말이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와 연극 무대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연기를 한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배운 배우는 몸짓이나 발짓보다는 얼굴 표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영화 배우보다는 티븨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탤런트 같은 경우는 얼굴 연기 의존도가 무엇보다도 높다. 왜냐하면 티븨 연기는 풀숏(몸 전체를 보여주는) 이 아니라 클로즈업 화면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티븨는 극장 스크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클로즈업된 얼굴 연기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반면 무대 앞에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연극 배우는 얼굴 표정보다는 몸짓과 발짓(걸음걸이)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연극 배우에게 얼굴 표정은 몸짓보다 중요하지 않다.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 무대라는 스크린은 항상 풀숏인 셈이다. 그렇기에 연극 배우는 몸짓 언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송강호가 몸짓을 중요하게 인식한 데에는 그가 연극 배우 출신이라는 점이 큰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본 배우의 연기 중에서 최악은 박근혜였다. 워딩도 형편없을 뿐더라 그 흔한 눈물 연기도 형편없었다. 하물며 몸짓 연기가 뛰어날 리 없다. 걸음걸이는 뭔가 부자연스럽다. 그러니까 그 부자연스러움은 배우가 대통령이란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오를 데가 없는 최상위 계급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자꾸 바닥을 보게 된다. 이상한 일이다. 저 높은 곳을 우러러보아야 하는데 내 눈은 밑바닥만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드라마가 재미있을 턱이 없다. 다...... 내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