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후 :



 


 


저, 문재인입니다


 

 

                                                                                                  따르릉, 심야에 울리는 전화 벨 소리. 그의 음성이 신호를 타고 내 귀에 박혔다. 저, 문재인입니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진짜루 ~ 자진 사퇴한 안경환 법무부 장관 자리에 나를 임명했다는 말씀이셨다.

나에게 법무부 장관을 ?!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다. 각하, 저는 지금 < 영춘각 파스타 > 라는 영화를 찍고 있어 시간이 나지 않습니다. 중국집에서 짜장 면발 대신 파스타를 만든다는 내용인데, 주방에서 팔참도를 익혀 악의 무리를 소통하는 주인공 역입니다.  하지만 달님은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법무부 장관 자리를 맡게 되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야당에서 벼르고 있으니 청문회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당부를 했다. 야당 공격수로는 평소 악명 높았던 놈들은 모두 모였다. 포문은 A의원이었다. " 곰곰발 후보는 평소 한국 남성 사회를 불알후드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한국 남성 전체를 폄하하시는 겁니까, 당장 사퇴하세요 ~ "

다음은 B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 후보는 평소 한국 남성의 건강한 성을 ' 밤꽃 냄새 작렬한다 ' 고 비하하셨더군요 ? 맞습니까, 아니요, 아니요. 내가 묻는 말에 네 / 아니오 라고만 대답하세요. 남성의 정액이야말로 생명을 잉태하는 씨앗이요, 위대하며 숭고한 힘의 원천'인데 밤꽃 냄새 작렬하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보십니까 ? " 나는 항변했다. " 김훈은 여성을 젓국 냄새'라고 표현했습니다. 그 표현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오로지 저의 밤꽃 냄새라는 표현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하시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날계란 흰자위 냄새라는 표현보다는 문학적이지 않습니까,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내가 거칠게 대응하자 야당이 집단 반발하면서 청문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여야가 극한 대립 끝에 나는 결국 " 불알후드 " 와 " 밤꽃냄새 " 라는 표현 때문에 낙마했다. 불알을 보고 불알이라 했는데 눈깔 부라리며 사퇴하세요 _ 라고 외친 놈과 밤꽃을 밤꽃이라 했는데 밤꽃이라 했다고 지랄했던 놈이 눈에 선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별 그지깽깽이 같은 새끼들에게 욕을 먹으니 더욱 분한지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   시밤바 새끼들, 내가 누군가 !  대천면 소성리 로타리 굴다리 밑에서 쌍칼 조직원 180명과 싸워서 승리를 거두었던 도꼬마리, 불광동 도깨비풀이 아니었던가.

나는 야당 당사를 찾아 쑥대밭을 만들었다.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나는 이 일로 징역 3일을 선고받았다. 판사는 헌법이 보장한 정치 의회를 폭력으로 마비시켜 무기 징역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야 하나 쑥대밭이 된 야당이 워낙 인간 쓰레기이고 민주주의를 좀먹는 무리에 가까웠다는 점, 그리고 그 악의 무리를 일거에 소거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구류 3일을 선고한다고 선포했다.  판사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나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했다. "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이제 민주주의를 만끽하십시오. "

 

 

 

후일담 ㅣ법무부 장관 후보 야당 당사 난입 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태평천하가 지속된다. 시민은 추운 겨울에 촛불을 들고 거리를 방황하는 대신 민주주의를 만끽했다. 달님의 바른 정치는 국민을 감동시켰다. 박근혜가 수감 중인 교도소에서 만들었다는 수세미는 < 다이소 > 에서 " 박근혜 수세미 " 라는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렸다(박근혜가 수세미를 만들면서 받는 하루 품삯이 1370원이었다). 교도관이 무기형을 선고받은 박근혜에게 수감 생활에 적응했니 _ 라고 반말로 묻자 그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 말했다. " 응, 그럭저럭 ! "  좋은 세월이었다. 여기저기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잘한당, 잘한당, 잘한당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yo 2017-06-19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 이런 무지막지한 해피엔딩이 다 있지???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10:46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행복하쥬, 상상만으로..

꼬마요정 2017-06-19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류 3일 받고 표창장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11:01   좋아요 0 | URL
감형이 어디입니까. 표장장은 바라지도 않습니다..ㅎㅎ

2017-06-1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부: 영춘권 마스터
서호봉 감독, 송가 외 출연 / 비디오여행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                               


싸  움  의      정  석   :





 



무심한 듯 시크하게




                                                                                                        여러분에게 나의 다크하면서도 파워풀하고 뷰티풀했던 흑역사 하나 알려줄까 ?   어릴 때 내 별명은 " 도꼬마리 " 였다. 갈고리 모양의 가시 때문에 옷이나 짐승 털에 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풀인데,  내가 한번 싸웠다 하면 악바리처럼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몸집이 왜소하고 힘이 없던 내가 할 수 있는 기술은 칡보다 " 질긴 근성 " 을 선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나와 싸움을 해본 놈들은 모두 섬유질 같은 싸움에 학을 뗐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박근혜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였다. 한번 물면 살점이 뜯어질 때까지 싸웠으니깐 말이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2)로 아버지 고향으로 잠시 내려갔을 때, 그곳에서는 " 도꼬마리 " 를 " 도깨비풀 " 로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 별명은 도꼬마리에서 " 불광동 도깨비풀 " 이 되었다.  무림 세계에서 토호 세력이 전입생을 가만 둘리 만무했다. 눈이 날카로운 조직의 조무래기가 쪽지를 건넸다. 몇 월 며칠, 둑방 굴다리 밑으로 !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 뿜빠라 뿜빠 ~

둑방 굴다리 밑에서 벌어진 1대 180 다구리 전투는 지금도 전설로 화자되고 있다. 당시 나는 홀로 쌍칼 조직원 180명과 싸웠다. 내가 누군가, 독고다이 도꼬마리가 아니었던가 !  나는 아르마니 정장 수트에 중절모를 쓰고 둑방을 향했다. 둑방에 도착하자 FILA 골프웨어에 금목걸이를 한 조직원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싸움은 장장 4시간 48분 17.5초가 소요되었다. 어, 어어어어어마어마한 싸움이었다. 나는 그동안 갈닦은 영춘권으로 쌍칼 조직원의 불알을 박살냈다. 한놈, 두식시, 석삼, 너구리, 오징어, 육계장, 칠칠이, 팔팔이, 구봉서 !  다 나와바리, 이 시밤바들아 !!!!!                                  

​내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쌍칼이 휘두른 칼이 내 복부를 뚫었다. 응급 치료를 하지 않은 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1시간 10분 7초 후에는 죽을 판이었다. 싸움이 끝났을 때,  내 양복 소매 단추 하나가 툭, 떨어져나갔다.  주먹을 휘두를 때의 엄청난 풍압에 단단히 묶인 단추가 떨어져나간 것이다. 1분 1초가 아쉬웠지만, 나는 그 길로 응급실 대신 먼저 세탁소를 향했다. 응급실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 의사가 말했다. " 선생님, 0.0000001초만 늦었어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 몇 년 전이었다. 학교에서 이지메를 당하던 학생이 찾아와서 울면서 소리쳤다. " 선생님, 싸움의 기술을 알려주세요. "

내가 말했다. " 무심한 듯, 시크하게...... "

 

 

 

S가 무협영화 << 사부, 영춘권 마스터 >> 라는 영화 속 주인공이 나와 싱크로율이 90% 일치한다고 해서 잠시 살펴볼 요량으로 접속했다가 그만 영화적 재미에 푹 빠져서 보게 되었다. 장르를 혼용하는 기술이 좋다. 느와르 무협 영화라고나 할까 ? 닮은꼴인지 어머머 별꼴인지는 여러분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지난날에  다크하면서 파워풀하고 뷰티풀했던 왕년이 생각나서 새삼 감회에 젖었다. 진 사부(영화 속 주인공)는 무도 정신을 아는 무도인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또래들이 성룡의 << 취권 >> 에 열광할 때 성룡의 거지스러움에 학을 뗐다. 거적때기 입고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칠렐레팔렐레하며 무술을 선보이는 성룡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진정한 고수는 싸울 때 동선을 최소화한다. 휘두르는 놈은 스윙 동작이 간결해야 한다. 싸움 좆도 못하는 놈들이 오두방정을 떨며 온갖 아크로바틱한 스웨그를 떨지만, 진정한 고수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잽 하나 날리면 끄읏 !  무술은 체조가 아니다. 이 영화에서도 사부와 아내는 그루터기에 걸터앉아서 인생 설계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부부 주변에는 아크로바틱한 스웨그 군단이 대화 도중에 끼어들면서 진사부를 공격하지만 주인공은 대화를 끊지 않은 채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  그는 아내와 대화를 나누면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아크로바틱 스웨그 군단 57명을 작살낸다. 브라보 !   진 사부, 가시는 길에 영광 있으라 ~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무술이요, 무도의 자세'다. 내가 와이어 액션과 CG로 그려진 화려한 액션 영화를 보지 않는 이유는 무도인의 동선이 클수록, 그러니까 오두방정을 떨수록 매력은 떨어진다는 데 있다. 무술은 항상 무심한 듯 시크하게 !   그런 점에서 무도는 패션과 닮았다.  진정한 무림고수는 패셔니스타'이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










​                                                          


1) < 식물 >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줄기는 높이가 1.5미터 정도이고 온몸에 거친 털이 많으며, 잎은 삼각형으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에 노란 두상화가 피는데 수꽃은 꼭지에 붙고 암꽃은 그 밑에 붙으며, 열매는 수과로 갈고리 모양의 가시와 짧은 털이 있다. 들이나 길가에 나는데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유럽,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2) 말이 좋아 사업 실패이지 사실은 조그마한 점방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나를 뺑끼 가게 아들이라고 불렀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호랑이 2017-06-18 0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오늘 사진은 마치 영화의 스틸컷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07:41   좋아요 1 | URL
ㅎㅎ 이거 영화 스틸 컷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6-18 07:43   좋아요 1 | URL
^^: 저는 곰곰발님인줄 알았네요. ㅋ 정말 싱크로율이 90%이상입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07:46   좋아요 1 | URL
정말입니까 ? 저는 안 닮은 것 같은데(그런데 하관은 정말 닮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앞으로 곰곰생각하는발 버리고 영춘각파스타‘라고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0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렇고 그런 영화인 줄 알다가 보면서 깜놀했다. 매우 좋은 홍콩 무협 영화.. 수작이다..

syo 2017-06-18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자 쓰고 슬쩍 꼬나보는 저 컷만큼은 곰발님 본인 아니라고 우기셔봐야 저는 안믿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08:24   좋아요 0 | URL
제가 꼬나보는 연출은 좀 할 줄 압니다.. ㅎㅎ

붕붕툐툐 2017-06-18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춘권은 저의 로망 무술인데, 마침 곰발님도 출연하신다니 꼭 보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09:17   좋아요 0 | URL
앞으로 저를 영춘각파스타‘라고 불러주십시오..

cyrus 2017-06-18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사진을 보자마자 ‘곰발님이 새로운 합성 자화상을 올리셨네.’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진짜 싱크로율 대박인데요. 곰발님이 합성 사진이라고 말했으면 사람들 다 속았을 겁니다. 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8 13:46   좋아요 0 | URL
닮긴 닮았나 보네요. 여기저기서 속았다고들 하시니... 상관은 모르겠으나 하관은 정말 구조가 비슷하네요.. ㅎㅎㅎㅎㅎ

보슬비 2017-06-18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첫사진 곰발님인줄 알았다가 읽으면 아니라는것을 알았지만, 진짜 싱크로율 백퍼네요. 다시봐고 곰발님 같아요.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09:08   좋아요 0 | URL
반신반의하다가 이웃들이 하도 닮았다 하니 다시 보니 닮은 것 같네요..
제가 이 영화에 빠져든 이유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7-06-19 0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곰발님 얼굴로 합성한거라 생각했는데 아니란말입니꺼? ㅎ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9 09:08   좋아요 0 | URL
하관은 정말 미친듯이 닮았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7-06-19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9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7-06-1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영화 봤습니다! 엽문에서 나온 그 배우가 나오지 않고 다른, 배우라 이건 뭐지?? 하는 의구심에 휩싸여 봤는데, 아주 재밌더라구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아, 근데 올려주신 영화의 쥔공 사진이 곰발 님하고 많이 닮았군요! 와우~!!

곰곰생각하는발 2017-06-20 09:01   좋아요 0 | URL
오호, 전 엽문은 못봤습니다. 하여튼 누가 저보고 닮은 배우가 연기한다고 하길래 호기심에서 봤다가 재미있더라고요.. ㅎㅎ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








날개의 딜레마



                                                                                                       예상 표절이라는 말이 있다. 상식을 뒤엎는 전복적 사고로 패러독스를 생산하는 피에르 바야르는 < 현재의 작가 > 가 < 과거의 작품 > 을 표절하는 전통적 표절을 벗어나 거꾸로 < 과거의 작가 > 가 < 현대의 작품 > 을 표절할 수 있다는 예상 표절을 주장한다. 쉽게 말해서 신사임당이 신경숙을 표절한 것이다. 처음에는 개똥 같은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피에르 바야르가 쓴 << 예상 표절 >> 이란 책을 읽다 보면 묘하게 빠져드는 구석이 있다.

나는 " 봉황에 닭을 비교한다 " 는 오래된 한국 속담을 접했을 때의 충격과 공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천 년 후, 대한민국 궁궐에서 벌어질 난장판을 표절한 이는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조상이었던 것이다. 으째 알았스까잉 ?                         날개의 딜레마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다. 사전을 찾을 필요는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갓 지어낸 신조어이니까 !  옷이 날개라는 속담은 좋은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만든다는 뜻인데 한편으로는 동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동의하지 못하는 구석도 있다. 좋은 옷이 사람을 돋보이게 만드는 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영화배우 정우성처럼 사람 자체가 날개인 사람이 좋은 옷을 입으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지만 하는 짓이 똥인 사람이 좋은 옷을 입는다고 해서 멋스럽게 보일 리 없다. 아르마니 명품 양복이라고 해서 누구나 " 개간지 " 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크롱이나 정우성이 입으면 멋스러움은 배가 되지만 트럼프와 홍준표가 입으면 ?!  ...... 멋스러움은 배가 되기는커녕 대추로 쪼그라들 것이다. 아무거나 입어서 촌스러운 사람은 뭘 입어도(심지어, 격식과 양식을 갖춘 옷을 입어도) 촌스럽다. 옷이 사람을 촌스럽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스스로를 촌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비린내 나는 고등어를 명품 루이비통 가방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영광 굴비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론은 옷이 날개가 아니라 사람이 날개'다. 청와대는 대한민국 통치자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봉황을 사용한다. 청와대 정문에는 국화인 무궁화를 중심으로 양 옆에 봉황 두 마리가 지키고 있는 돋을새김 조각이 새겨져 있다. 그러니까 봉황이라는 새와 대통령은 서로 동급이다. 문제는 쥐와 닭이 봉황 행세를 하며 호가호위하는 데 있다. 쥐가 봉황 행세를 하며 호가호위했던 일화는 다음 지면에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닭이 청와대에서 봉황 행세를 했던 비극을 다룰까 한다. 닭과 타조가 날지 못하는 이유는 몸집에 비해서 날개가 작다는 데 있다. 점보 비행기에 선풍기 프로펠러를 부착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날개를 활짝 펴고 ~ 세상을 자유롭게 나는, 노래하며 춤추는 아름다운 나비 닭은 없다. 그것이 닭의 숙명이다. 그런데 주제 파악도 못하고 벼랑 끝에서 날개를 활짝 편 닭이 있었으니..... 그 유명한 박근혜'다. 물론 그 스스로도 자신의 날개로는 창공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날지 못하는 닭1)이다 보니 봉황처럼 높이 그리고 멀리 나는 날개를 가지고 싶었던 박근혜는 넓고 우아한 날개에 대한 선망이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닭 날개, 이 초라한 결핍을 감추기 위해서 최순실은 의상실에서 가짜 날개를 만들어 청와대로 공수한 것이다. 옷이 날개이니까. 패션 정치의 시작이다. 

언니이 ~  옷이 날개라니까. 언니 몸에서 날개 분리시키면 우린, 다 ~ 죽어 ~                        

문제는 닭의 몸뚱아리에 봉황의 날개를 붙인다고 해서 봉황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박사모 회원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이지만 박근혜 대통령 각하 님께서는 봉황 인형탈을 쓴 닭이었다. 하여, 최가박당 게이트는 닭이 봉황을 흉내 내려다고 좆된 경우다.   어쩌면 박근혜가 거울방을 통해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올림머리가 아니라 비단으로 만든 봉황의 날개였을 것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배탈이 안 나듯이, 최가박당에게 딱 맞는 옷은 강남 의상실 옷이 아니라 수의(囚衣)다. 

내가 어렸을 때 극장 간판을 그렸던 아버지는 이문열 원작을 영화로 옮긴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라는 동명의 영화 간판을 그리면서 제목을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 라고 잘못 써서 극장 사장에게 혼난 적이 있다. 그때는 자식된 도리로써 아버지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었는데 박근혜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미리 앞날을 보시고 예상 표절하신 아버지의 인문학적 소양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래요, 아버지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습니다 ■ 

 

 

 

                                    

1) 닭의 아비 이름이 닭고기맛있오(다카기 마사오)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06-14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4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6-14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때 봉황 탈을 쓰고 호가호위했던
위정자의 말로가 참 씁쓸합니다.

다음에 이어질 봉황 행세를 하려던 쥐
에 대한 서사도 기대해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5 12:41   좋아요 0 | URL
그냥.. 제가 보기엔 우리 근혜는 모지리 같습니다. 모자란 바보 같다고나할까요.
법정에서 비실비실 웃기나 하고..
이걸 여전히 빨아주는 박사모도 불쌍하고..ㅎㅎ

마립간 2017-06-14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 글의 곰곰발 식 ‘날개의 딜레마‘라면, 마립간 식 ‘날개의 딜레마‘는

날개 있는 것도 추락할 수 있고, 날개 없는 것도 추락할 수 있다. 그러나 부러진 날개로는 날 수 없다.

로 하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5 12:42   좋아요 0 | URL
그러면 이렇게 정의하도록 하겠습니다. 마립간의 딜레마..
 

 

 

 

 

 

 


옷장의 딜레마




                                                                                                         옷장의 딜레마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다. 생경한 용어여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전을 찾을 필요는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갓 지어낸 신조어이니 말이다.

옷장을 열었을 때 옷이 많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입을 옷이 없다는 반증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자니 맵시가 나지 않아 입지 않게 되고, 버리자니 새옷이라 아까워서 보관하게 된다. 옷을 보관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방치이자 학대이다. 옷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새옷 같은 헌옷이 쌓이게 되어 옷장은 포화상태가 된다. 그것이 바로 옷장의 딜레마'다. 그럴 듯하쥬 ?   오히려 옷을 잘 입는 사람의 옷장을 열어 보면 생각보다 심플하다는 데 깜짝 놀라게 된다. 즐겨 입고 자주 입다 보니 낡은 옷이 되니 헌옷은 버리고 그 자리를 새옷이 채우는 순환 방식 덕이다.

옷이 옷장에 쌓일 일이 없는 것이다. 냉장고도 옷장과 비슷하다. 요리에 흥미가 없고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냉장고는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울리지 않는 옷과 맛이 없는 음식은 동일어'다. 최소주의적 삶은 최대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각성이다. 이것저것 버리기 시작했다. 최소주의적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나서 처음 실행한 버리기는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를 버리는 것이었다. 음식을 버리는 쪽보다는 먹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허기와 싸우기보다는 맛에 대한 욕심을 비웠다. 미식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감량 효과와 함께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다음은 옷이었다. 입던 옷의 2/3는 재활용 보관함에 넣었다. 이제는 보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학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책장의 책도 절반을 줄였다. 부피가 줄어드니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앞으로는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할 생각이다. 자기 연민도 절반으로 줄이겠다. 인간 관계도 한두 명이면 족하다. 아따, 조낸 시바...... 살 만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옷장의 딜레마‘, 내가 지은 네이밍인데 꽤 훌륭한 것 같다. 여러분, 좀 밀어주십셔.. 많은 애용 부탁드립니다..

마립간 2017-06-13 10:44   좋아요 0 | URL
안해에게 수시로 듣는 것(상황)인데, 그 상황이 좋은 이름을 얻었네요.^^

마립간 2017-06-13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찬욱 감독의 가훈이 ‘아님 말고‘랍니다. 의미심장하지만, 이 가훈은 있는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비평이 있는데, 제가 주장하는 ‘자발적 가난‘ 역시 있는자의 가치관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2:24   좋아요 1 | URL
아님 말고가 있는 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면
말고 아님으로 도치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cyrus 2017-06-1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정말 버리기 힘듭니다. 팔면 또 사고, 팔면 또 사고, 팔면 또 사고... 빈 공간에 다른 책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2:23   좋아요 0 | URL
책은 버리지 않고 모임 나갈 때마다 책 잔득 들고 나가서 나눠줬습니다.나머지는 기증하고..
처음에 저도 그게 몹시 힘들었는데 기준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쉽더군요. 비소설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yamoo 2017-06-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장의 딜레마...ㅎㅎ 이런 표현은 여성들의 옷장을 다룬 글에서 심심찮게 보였던 표현같아요. 여성 잡지나 스타일과 관계된 책들에 보면 여성들이 옷장에 옷이 많으면서도 매 시즌 입을 게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을 은근슬적 비판할 때 자주 썼던 표현으로 기억합니다.ㅎ <옷장 심리학>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ㅎ

곰발 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저도 옷장에 대한 페이퍼를 써야겠습니다요~ㅎㅎ

그나저나 옷은 많이 버렸습니다만...책은 좀처럼 버리기가 힘드네요..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4 09:24   좋아요 0 | URL
입을 게 없다고 생각되면 버려야 합니다. 입을 게 없다고 생각된 옷들이 나중에는 입고 싶은 옷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니 말이죠. 저도 청바지 좀 여러 개 있었는데.. 언젠가 입겠지 했으나 일 년 내내 안 입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한 번 인 입는 옷은 나중에도 안 입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ㅎㅎㅎ
 


 

 

 

 

 

 


 




향숙이는 예쁘다



 

                                                                                                        벡델 테스트'라는 것이 있다. 영화판이 남성 캐릭터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이다.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첫째, 주연과 조연을 통틀어서 이름을 가진 여자가 2명 이상 나올 것. 둘째, 주연과 조연을 통틀어서 이름을 가진 여자 2명 이상이 서로 대화할 것. 셋째, 주연과 조연을 통틀어서 이름을 가진 여자 2명 이상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 대화 내용이 남성과 관련된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벡델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다. 벡델 테스트가 제시하는 요구 조건에 대해서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각양각색, 다종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치고 빠지는 영화에 이름을 가진 여자 2명이 대화를 나눌 때 남성과 관련된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작년에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한국 영화 23편 가운데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는 고작 6편에 불과했다. 생각해 보면 대중 영화 속 여성은 남성 욕망을 완성시키는 오브제로 활용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휠라 입고 촌티나게 싸우는 조폭 영화와는 달리 아르마니 수트 입고 간지나게 싸우는 느와르 영화 << 달콤한 인생 >> 에서 두 남자는 희수(신민아 분)를 사이에 두고 의리 없는 혈투를 벌이지만 막상 관객은 원인 제공자인 희수가 누구인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친한 친구는 누구이고, 무슨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 모른다. 그녀는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르마니 수트 입고 싸우는 두 남자의 서사를 위해 소비되는 환영이요, 맥거핀에 불과하다. << 살인의 추억 >> 에 나오는 향숙이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알고 있는 향숙이에 대한 정보는 향숙이 예쁘다 _ 가 전부다. 백광호(박노식 분) 입을 빌려 발설하자면 희수는 " 희수는 예쁘다 " 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는다. 납작한 여성의 전형이다. 이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은 마치 3D 영화에서 2D로 활용되는 백그라운드로 활용된다. 김훈은 << 남한산성 >> 100쇄 기념 기자 회견장에서 여성에 대해 무지하다는 비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나오면 쓸 수가 없어요. 너무 어려워요. 여자를 생명체로 묘사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역할과 기능을 가진 인격체로 묘사하는 데 나는 매우 서툴러요. (…) 여자에 대한 편견이나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이 고백은 프로이트가 말년에 여성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대목과 겹친다. 분명한 것은 잰더 차이에서 오는 태생적 무지의 한계'이다. 한국 영화 혹은 한국 문학에서 남성 작가들이 여성을 묘사할 때 밋밋한 " 2D스러움 " 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잰더 차이에서 오는 태생적 무지의 한계에 덧대어 여성을 알려는 노력조차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김훈은 자신의 무지를 잰더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여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다. 작가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 것처럼 그 나라 문화는 그 나라 관객(독자) 수준에 맞는 작가를 갖는다. 여성을 단순하게 성적인 젖으로 인식한다면 남성 또한 단순한 의미에서 성적인 좆에 불과하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벡델 테스트를 통해서 깨닫게 되는 " 여성불평등 " 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스웨덴은 2013년부터 세계 최초로 벡델테스트를 영화 산업에 도입하여 테스트를 통과한 영화에는 A 라는 인증마크를 부여한다고 한다. 일종의 KS 마크인 것이다. 강제 규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지만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자기

검열 기준 사항으로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범적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깐깐한 간섭이 결국에는 통섭을 만든다. 향숙이는 예쁘다. 물론 나도 그 사실은 알고 있다. 내가 궁금한 것은 향숙이의 프롤로그가 아니라 에필로그'이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묻고 싶다. 향숙아, 밥은.... 먹고 다니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