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의 딜레마




                                                                                                         옷장의 딜레마라는 사회심리학 용어가 있다. 생경한 용어여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사전을 찾을 필요는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갓 지어낸 신조어이니 말이다.

옷장을 열었을 때 옷이 많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입을 옷이 없다는 반증이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자니 맵시가 나지 않아 입지 않게 되고, 버리자니 새옷이라 아까워서 보관하게 된다. 옷을 보관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방치이자 학대이다. 옷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패턴이 지속되면 새옷 같은 헌옷이 쌓이게 되어 옷장은 포화상태가 된다. 그것이 바로 옷장의 딜레마'다. 그럴 듯하쥬 ?   오히려 옷을 잘 입는 사람의 옷장을 열어 보면 생각보다 심플하다는 데 깜짝 놀라게 된다. 즐겨 입고 자주 입다 보니 낡은 옷이 되니 헌옷은 버리고 그 자리를 새옷이 채우는 순환 방식 덕이다.

옷이 옷장에 쌓일 일이 없는 것이다. 냉장고도 옷장과 비슷하다. 요리에 흥미가 없고 실력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냉장고는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울리지 않는 옷과 맛이 없는 음식은 동일어'다. 최소주의적 삶은 최대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된 각성이다. 이것저것 버리기 시작했다. 최소주의적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 나서 처음 실행한 버리기는 하루 세 끼에서 두 끼를 버리는 것이었다. 음식을 버리는 쪽보다는 먹지 않는 쪽을 선택했고, 허기와 싸우기보다는 맛에 대한 욕심을 비웠다. 미식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감량 효과와 함께 고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도 생겼다.

다음은 옷이었다. 입던 옷의 2/3는 재활용 보관함에 넣었다. 이제는 보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학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책장의 책도 절반을 줄였다. 부피가 줄어드니 공간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 앞으로는 적게 벌고, 적게 소비할 생각이다. 자기 연민도 절반으로 줄이겠다. 인간 관계도 한두 명이면 족하다. 아따, 조낸 시바...... 살 만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옷장의 딜레마‘, 내가 지은 네이밍인데 꽤 훌륭한 것 같다. 여러분, 좀 밀어주십셔.. 많은 애용 부탁드립니다..

마립간 2017-06-13 10:44   좋아요 0 | URL
안해에게 수시로 듣는 것(상황)인데, 그 상황이 좋은 이름을 얻었네요.^^

마립간 2017-06-13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찬욱 감독의 가훈이 ‘아님 말고‘랍니다. 의미심장하지만, 이 가훈은 있는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비평이 있는데, 제가 주장하는 ‘자발적 가난‘ 역시 있는자의 가치관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2:24   좋아요 1 | URL
아님 말고가 있는 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면
말고 아님으로 도치시키면 될 것 같습니다.. ㅎㅎ.

cyrus 2017-06-13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정말 버리기 힘듭니다. 팔면 또 사고, 팔면 또 사고, 팔면 또 사고... 빈 공간에 다른 책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3 12:23   좋아요 0 | URL
책은 버리지 않고 모임 나갈 때마다 책 잔득 들고 나가서 나눠줬습니다.나머지는 기증하고..
처음에 저도 그게 몹시 힘들었는데 기준을 정하고 나니 오히려 쉽더군요. 비소설만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yamoo 2017-06-13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장의 딜레마...ㅎㅎ 이런 표현은 여성들의 옷장을 다룬 글에서 심심찮게 보였던 표현같아요. 여성 잡지나 스타일과 관계된 책들에 보면 여성들이 옷장에 옷이 많으면서도 매 시즌 입을 게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을 은근슬적 비판할 때 자주 썼던 표현으로 기억합니다.ㅎ <옷장 심리학>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ㅎ

곰발 님의 이 페이퍼를 보니, 저도 옷장에 대한 페이퍼를 써야겠습니다요~ㅎㅎ

그나저나 옷은 많이 버렸습니다만...책은 좀처럼 버리기가 힘드네요..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7-06-14 09:24   좋아요 0 | URL
입을 게 없다고 생각되면 버려야 합니다. 입을 게 없다고 생각된 옷들이 나중에는 입고 싶은 옷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니 말이죠. 저도 청바지 좀 여러 개 있었는데.. 언젠가 입겠지 했으나 일 년 내내 안 입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한 번 인 입는 옷은 나중에도 안 입는다는 사실을 말이죠...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