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와 생선

 

 

 

 

 

 

 

베스나 블루길 혹은 황소개구리와 같은 외래종의 유입은 국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거대한 정글'에서 살 때는 몸집이 크고 사나운 상위 포식자가 워낙 많아서 조용히 숨어 살던 녀석들이 구석 꾀죄죄한 동양이라는 나라로 터를 옮기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브라질에서는 스몰 피쉬'였던 놈이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빅 피쉬가 된 것이다. 입 큰 녀석들은 닥치는 대로 토종을 잡아먹으며 뻐끔거린다.  " 쉬리 ? 너는 평생 쉬리, 미꾸리 ?! 너도 쉬리와 함께 평생 찌그리, 미꾸라지 ?!! 내가 엑스엑스라지'라면 너는 꾀죄죄한 스몰'이라지 !  " 탐관이라는 오리 새끼'가 가난한 민초를 괴롭힌 이후로 가장 탐욕스러운 짐승이 아닐까 싶다. ( 개인적으로 이들을 유해 어종이라고 표현하는 데 반대한다. 유해한 것은 베스가 아니다. 베스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베스를 악당으로 묘사한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다. 베스, 미안해 ! )

 

신자유주의 전략은 베스나 황소개구리처럼 입 큰 놈을 졸졸 흐르는 냇가에 몰래 풀어놓는 것이다. 말이 좋아 < 개방 > 이지 < 침략 > 이다. 동네 구멍가게가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해서 소규모 공간을 슈퍼마켓'이라며 허세를 부려 본다면, 기업형 대형 마트는 반대로 " 슈퍼 " 라는 낱말을 감춘다. 얼핏 보면 겸손이지만 속내는 정체를 숨긴 것이다. 청개구리 흉내를 내는 황소개구리다. 몸집 크고 입 큰 놈이 시장에 침투하면 쉬리는 평생 쉬어야 하고, 미꾸라지는 스몰라지가 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자연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뒤늦게 무릎 탁, 치며 아, 해도 소용없다. 시간을 되돌린다며 아, 하며 무릎 탁, 친다고 자연생태계가 복원되지 않는다.  " 글로벌 마켓 " 이 토종인 " 재래시장 " 을 잡아먹은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자 행정가들이 내놓은 대안이 < 재래시장 > 을 < 전통시장 > 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는 게 전부였다. 시장이면 그냥 시장이지 무슨 놈의 " 전통 " 인가 !  전통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은 했지만 요즘 손님은 없고 정치가만 들끓는다. 지금은, 그렇다. 선거철'이다 ! 시장 가서 하는 일은 뻔하다. 국밥 맛있게 먹고, 생선 맨손으로 집어 " 이거 얼마예요 ? " 라고 묻거나 시장 상인이 반갑다며 주는 횟감을 거침없이 먹는다. 한국 근대화 이후 21세기 현대화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진행되어온 서민 코스프레요, 인증샷'이며 먹방 방송이 탄생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후보자는 티븨 정책 토론회에 앞서 먼저 시장에서 고역스러운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바람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지난 서울 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은 개불을 통째로 삼켰다고 한다.  

 

맙소사, 내장을 바르지 않고 개불을 통째로 먹은 것은 똥 빼지 않고 먹는 곱창 같다. 혹여, 개불에 대해 모르는 이 많을까 생각되어 김선태 시 < 개불 > 을 옮겨 적는다.

 

              

 

 

          개불  /  김선태                     

 

  남해안 바닷가 횟집엘 가면 요상하게도 생긴 횟감이 있지요. 얼른 보면 큰 지렁이 같기도 하고 무슨 동물의 창자 같기도 한 이놈의 이름은 개불, 개의 불알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자세히 보면 개좆같습니다.

 

  개불은 주로 연안의 모래흙탕 속에 U자형 구멍을 파고 사는데, 수축력이 워낙 뛰어나 몸을 늘였다 줄였다 하며 움직입니다. 큰 놈의 몸길이는 30쎈티미터, 항문 부근에 열 개 쯤 센털도 나 있지요. 이놈의 몸속은 바닷물로 가득 차 있어 평소엔 잔뜩 부풀어 있다가도, 물을 빼고 나면 형편없이 쫄아들어 쪼글쪼글해지고 마니, 그참 영락없이 사정 후 뭣 같지 않습니까.  

   

  여자들에게 처음 개불을 먹어보라 하면 에구머니나, 망측하고 징그럽다고 기겁을 하며 내숭을 떨지만 일단 한번 먹어본 뒤에는 달착지근하고 오돌오돌 씹히는 맛에 그만 홀딱 반해서나중엔 남편까지 내팽개치고 즈이들끼리 횟집 구석에 둘러앉아 뭐라뭐라 하염없이 키들거리며 개불을 씹는다니, 하여튼 하느님의 섭리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시집 살구꽃이 돌아왔다, 김선태

  

 

< 이회창- 흙오이 > 와 함께 < 나경원 - 개불 > 은 아프리카 티븨에 중계하는 먹방'조차 결코 넘을 수 없는 2대 전설로 남았다. 이처럼 정치 귀족들은 혹독한 서민 검증을 통해야지만 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관직이라는 게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정몽준 서울 시장 후보자도 시장에 가서 생선을 양손으로 높이 쳐들고는 " 이거 얼마예요 ? " 라고 말한 모양이다. 요즘 사람들은 손가락 끝으로 생선 꼬리를 집어 생선 상태를 살피지는 않는다. 옛날에나 있을 법한 풍경이다. 더군다나 손가락 끝이 아니라 손바닥 전체로 생선을 잡았다가는 상인으로부터 욕 먹기 일쑤다. 

 

시장 배경을 살짝 바다 풍경으로 바꾸면 낚시하다 대어를 잡은 것 같은 모양새'다. 다시 한 번 느낀다. 관직을 얻는다는 게 쉬운 게 아니에요. 문득 정치가와 생선의 관계가 궁금해졌다. 서민을 대표하는 게 생선일까 ? 기생충 하면 서민 교수'가 연상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생선이 서민 음식'이라고 하기에는 값이 만만치 않다. 갈치가 금갈치 된 지는 이미 오래 ! (시바, 갈치 조림 못 먹은 지 오래됐다) 아마도 그들이 노리는 것은 생선 비린내 때문이리라. 귀족이 사는 환경은 향취에 익숙하고, 빈민이 사는 환경은 악취에 익숙하다. 정치가가 태어나서 단 한번도 먹은 적 없는 개불을 통째로 씹고, 갈치 몸통을 손으로 잡는 제스츄어는 깔끔한 귀족 이미지를 어느 정도 약화시킨다. 관직을 위해서라면 똥이라도 먹을 기세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생선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다. 썩기 시작하면 누구나 악취를 풍긴다. 몸에서 나는 비린내보다 썩은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비릿한 냄새가 더 지독한 법이다. 생선은 호모 사케르가 아니요, 불가촉천민도 아니다.  생선 대표 갈치가 정치가에게 고한다 : 내 몸 함부로 만지며 생추행하지 마라. 정치인이여, 생선에게 사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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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팬 2014-06-0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불쌍한 물고기... 저건 생선추행이에요 ㅜㅜ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3:25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생추행이 되나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4-06-03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선에도 좌파 우파가 있지 않을까요. 사진의 저분이 잡은 생선이 북에 다녀온 생선이면 어쩌려고 덥썩 잡으시는지...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8:36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럼 빨갱이와 손잡은,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는군요.. 맙소사...

todd 2014-06-0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경원 개불에서 빵 터졌네요..ㅋㅋㅋㅋㅋㅋㅋ 참 저기 저희 집앞 시장인데 몽주니 와서 떡먹고 남의 생선 주물럭 거리고 난리치다 갔네요.. 요즘 저희 시장은 생전 보지도 못한 정치인들이 머리 조아리기 바쁘더라구요.. 물론 당선되면 몇년간 못 볼 분들 ㅎㅎ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3 18:37   좋아요 0 | URL
나경원 개불 치면 다양한 사진들이 나옵니다. 참.. 고생하셨어요..ㅎㅎㅎㅎㅎㅎ
개불을 씹다니.... ㅎㅎㅎㅎㅎㅎㅎㅎ. 문득 김선태의 시가 생각나네요.

ㅇㅇ 2014-06-0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금부터 준비하셔서 다음번 선거에 구의원이라도 출마하시면 뽑아드리겠습니다. 구의원 뭐 별 사람 다 나오는 듯.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4 17:36   좋아요 0 | URL
대선에 대비하겠습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6-0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걸보고 생추행이군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4 17:37   좋아요 0 | URL
투표하셔쎠여?

봄밤 2014-06-04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치가 너무 반짝여서 사람이 잘 안보여요. 그걸 노린걸까요

와 댓글! 또 하나의 글입니다ㅎㅎ번쩍입니다. (ㅋㅋ)

곰곰생각하는발 2014-06-05 16:27   좋아요 0 | URL
그네야ㅁㄹ말로 갈치 같은 후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네는 좋겠어요. 두루두루 사랑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