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소설집에는 < 몰라 몰라 개복치 > 라는 단편이 실려 있다. 박민규는 개복치에 대한 설명에서 " 개복치 : 몸길이 4m, 몸무게 140kg인 거대 물고기다.몸은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하며, 몸통은.... " 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는 틀린 정보다. 개복치는 평균 무게가 1t이다. 많이 나가는 녀석은 2t, 즉 2000kg이나 나간다. 140kg이란 말은 틀린 지적이다. 박민규 씨, 실수하셨셔셔요. 만약에 세상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물고기의 학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모른다고 답해라. 그것이 정답이다. 왜냐하면 개복치의 학명이 바로 몰라몰라/ mola mola ' 이기 때문이다. 개복치는 매우 순한 물고기'라고 한다. 보통 짐승이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방어 본능'과 공격 무기'가 없기 때문에 개복치의 치어는 다른 물고기의 먹잇감'으로 거의 대부분이 희생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것이다. 그래도 개복치'는 자라서 거대한 바다 물고기'가 되어도 다른 물고기'를 공격하지 않는다. 천성이 착한 놈이다. 다 자란 성어'는 몸에서 화학 물질'을 배출하는데 이 화학 물질의 성분이 물고기들의 의료용 치료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이 아픈 물고기'는 개복치의 몸에서 분비되는 치료제'를 먹고 병이 낫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바다의 슈바이쳐'이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아닐까 ?

 

 

_ 만물지 17, 몰라몰라 개복치 中

 

 

 

 


 

 

 

 

 

 

 

모두 안녕하십니까 : 개복치와 대자보. 

 

      

 

 

 

 

 

 

 대왕문어'를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모래알'도 가라앉는 바닷속에 개복치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는 것도 신기하다. 가만 보면 사람이 사는 곳이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나 대동소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어'는 먹물이 있다는 그 이유만으로 귀한 대접을 받아 文 자에다가 魚 라는 상류층 계급'을 뜻하는 족보를 얻어 당당하게 살아가지만(오징어도 마찬가지다!),  정작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몸집이 작아서 꾀죄죄한 꼴뚜기에게는 - 魚'라는 이름을 거부한 선조의 지랄같은 성정'을 보면 화가 난다. 그리고 뻘 구멍에서 비루하게 숨어 사는 쭈꾸미'를 보면 연민을 느낀다. 이름 또한 어찌나 어쭈구리'한 이름인가 ! 한치'는 어떤가 ? 한 치 앞에 내다볼 수 없는 날품팔이 생'이어서 한치'라 지었나 ? 甲乙 사회 논란은 비단 뭍에서만 벌어지는 계급 투쟁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덩치가 작다가 무시하지 마라, 시발것들아.

 

꼴뚜기가 몸집이 작아서 대우를 못 받는 물고기라면 반대로 개복치는 몸집이 너무 커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개복치'라는 이름만 해도 그렇다. 옛 선조들은 쓸모없는 것 : 모양이 흉물스럽거나, 맛이 없거나, 먹을 수 없는 것' 에는 개- 라는 접두어를, 그리고  쓸모있는 것 : 모양이 예쁘거나, 맛이 으뜸이거나, 구황식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에는 참-이라는 접두어'를 사용했다. 쉬운 예'로 개나리'는 관상용으로만 쓰이지만 진달래'는 식용으로도 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 ( 사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 라고 하는 이유는 이 나무에서 구황식물인 도토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이름만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것'을 분류해 놓은 것이다. 물고기 이름'도 마찬가지다. -어'로 끝나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는 모양이 예뻐서 제사 음식으로 쓰이는 반면에 모양새가 못생긴 것들은 대부분 魚 대신에 ~락,~치, ~둑'으로 불렸다. 물론 제사 음식 재료라는 영광스러운 만신전에는 오르지 못했다. ( 개불, 아귀, 볼락, 가시망둑 등은 주로 잡어 취급을 해서 재수 없다고 해서 버린 생선들이었다. )

 

개복치'의 영문 이름은 head fish'다.  다 자란 물고기의 경우 몸 길이는 4미터, 몸무게는 1000kg에서 최대 2000kg' 이다.  한마디로 거대 물고기'다. 그랜드 피아노의 무게가 400kg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무게의 물고기가 사이다 병'처럼 바닷속에 둥둥 떠서 송사리처럼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거다. 초등학교 때 담임 선생'이 장차 커서 무엇이 될 거냐는 질문에 나는 당당하게 물고기 잡는 어부가 되겠다고 해서 선생 김봉투'를 난처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래, " 나, 관심받고 싶어요 ! 사랑받고 싶어요. "  나는 인간에게 희망'을 품지 않는다. 인간'이란 간을 못 맞춰 소태가 되어버린 팔팔 끓는 소금국'과 같다. 국이 식으면 식을수록 짠 맛은 더욱 강하게 나고, 그렇다고 다시 끓이면 끓일수록 더욱 짜게 되는 그런 상태 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버리지도 못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이 절망은 열등감이 동반한 계급 선동'이 아니다.

 

1%이든, 99%이든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나는 인간을 경멸한다. 같은 이유로 이명박 정권을 경멸했던 것만큼이나 노무현 정권을 경멸했다. 다만 보수는 촌스런 옷을 입었고, 진보는 세련된 옷을 입었을 뿐이다. 벗겨보면 초라한 몸뚱이는 모두 거기서 거기였다 내가 인간에 대한 관심을 버리고 물고기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생선 비린내보다 더 지독한 것은 인간 수컷의 정액 냄새다. 그리고 지식인일수록 더욱 그 냄새를 풍긴다. 추파'는 교양과는 상관이 없다. 교수가 학생을 욕망의 대상으로 찍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풍경은 너무 흔한 배경이 되었다. 배운 놈은 추파를 던질 때에도 고상하게 말한다. 전교조 주최 바른 교육 세미나 때 유부남 교사'는 내 옛 여자친구에게 이런 고백을 하기도 했다. " 당신 손을 잡아보고 싶소 ! " 추파를 근사한 고백처럼 이용하는 이런 것이 교양의 스킬이라면 백 번이라도 침을 뱉어야 한다.  

 

어보/魚譜'는 물고기 족보'를 다룬 책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 개복치의 조상이 누구이고, 할아버지 물고기 존함은 무엇이며 친척은 누구인가를 다룬 책'이다. 이 어보'를 보면 종종 깜짝 놀라게 된다. 몸무게가 1000kg이나 되는 개복치의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복어'라는 것이다. 1000kg의 거대한 물고기의 할아버지가 100g 정도의 복어였다니 놀라운 일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코끼리 아버지'는 벼룩'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아, 암컷의 자궁은 정말 놀랍고 신비하구나 ! "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이지만 뛰어난 어보는 많지 않다. 제대로 된 어보'는 정약전의 < 자산어보 > 와 김려의 < 우해이어보 > 가 전부'다. 당시 글 쓰던 사람들은 모두 양반 가문이었으니 그들은 아마도 양반이 비린내나는 놈들과는 놀 수 없지 않는가,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 자산어보 > 와 < 우해이어보 > 는 공통점이 많다.

 

정약전과 김려'는 뛰어난 학자였으며 명문가의 인재였다는 점. 그리고 모두 귀양살이 때 어보'를 썼다는 점이다. 아, 그리고 그들은 가난한 사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던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외로운 섬에서 물고기와 놀았다. 아시다시피, 정약전은 정약용의 형'이다. 그는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낸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흑산에서 < 자산어보 > 라는 책을 썼다. 당대 가장 뛰어난 학자였던 그는 왜 비린내나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만 했을까 ? 아마도 그는 인간에게서 그 어떤 희망'도 찾지 못한 모양이다. 동생 정약용이 500권의 방대한 저서'를 남기는 동안 형은 글을 쓰지 않았다. 아무도 오지 않는 흑산'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 물고기의 생태 글을 읽다가 갑자기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그는 물고기를 통해서 무엇을 보았을까 ? 그 칼바람 부는 곳에서 말이다.  

 

내가 처음 < 개복치 > 라는 신비한 물고기에 대해 알기 시작한 계기는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서였다. 작은 모래알도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는 바다에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개복치가 가볍게 유영하는 모습은 아름다운 차원을 넘어서 신비했다. 그리고 매우 순한 물짐승이라는 사실도, 300만 개의 알을 낳는다는 사실도, 학명이 몰라몰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잊고 있었던 것은 이 개복치'라는 물고기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박민규 소설집 < 카스테라 > 에 실린 단편 제목이 " 몰라 몰라, 개복치라니 " 였다. 오래 전에 읽었으나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유투브에서 우연히 개복치란 이름을 보고 나서 클릭을 했던 이유는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잊고 있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무의식의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이 단편을 읽지 않았다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잘 읽기 위해서는 잘 잊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므로 책은 잊기 위해 읽어야 한다. 고대 대자보 < 모두들 안녕하십니까 > 에 대한 현상은 < 잉여 > 와 < 응답 > 이 만들어낸 인정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魚'라는 계급 족보를 얻고 싶었으나 결국은 얻지 못하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공감이 되어 메아리를 쳤던 것은 아니었을까 ?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 魚 > 라는 이름을 얻고, 누구는 < ~치, ~ 둑, ~락 > 으로 살아야 하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없는 서자의 설움이 공감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 아, 아아... 아아아아 !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응답하라, 개복치 ! 어디 있느냐. 작은 얼굴이 미인의 조건이라지만 그래도 3등신이면 어떠냐 ? 응답하라, 꼴뚜기 ! 숏다리라고 창피할 거 없다. 힘 없는 문어 다리보다는 너처럼 발딱 서 있을 수 있는 하체의 힘이 있지 않더냐 ? 응답하라, 쭈꾸미 ! 이젠 세상 밖으로 나오너라 ! " 

 

너무 슬퍼하지 말자. 개복치는 거대한 물고기이지만 그 뿌리를 찾아가면 통통한 복어'가 조상이다. 사이즈가 힘의 논리로 지배되는 물 밖 세상의 승자 독식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족보'다. 어쩌면 정약전은 그 사실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란 문어 같은 명문가 후손들만 사는 동네가 아니다. 개복치도 살아가는 터전이고, 꼴뚜기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터전이다. 건투를 빈다. 오늘 나는 아껴두었던 데낄라를 마시겠다. 아껴둔 데낄라를 비울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아... 앞을 가린다. 레몬 털어 쪽 팔고  손등에 소금 올려 손등 핥으며 다시 한 번 불러본다. " 치어스 ! 개복치를 위하여, 꼴뚜기를 위하여, 쭈꾸미를 위하여 ! 그리고 새치처럼 희끗희끗한 손거스러미 같은 실밥을 머리에 달고 사는 봉재 공장 향숙이에게도 치어스 !! 치어스 !!!! 치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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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vous 2013-12-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물학 계보의 김중혁 소설가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ㅎㅎ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5 14:49   좋아요 0 | URL
김중혁 작가 소설은 몇 편 읽었어요. 근데 김중혁이 박물학 글쓰기에 해당되... 음, 맞어. 그렇게 부르더군요. 박물학이기보다는 분류학'적 글쓰기라는 게 더 어울릴 것 같기는 합니다. 재미있게 쓰시는 분 같더군요.
기대하는 작가이면서 별 기대는 하지 않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한계가 보이거든요... 뭐, 제가 평론가도 아니고 헤헤..

수다맨 2013-12-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을 가볍게, 심지어는 벌레와 같다고 (사실상) 인정한 작가들이 생각납니다.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셀린느, 김훈 등등 어찌 보면 쿤데라도 이 계열에 들어갈 것 같구요. 이들은 인간 삶을 둘러싼 조건(이념, 법, 지도자, 복지 등)들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인간 삶이 비극과 추악의 결합에 지나지 않는다고 우울하게 고백하지요. 조심스럽게 말하자면, 곰곰발님도 이 계보에 들어가시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계보를 중시하는 분들일수록 작고 소박한 것에 많이 기뻐하는 것 같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1:29   좋아요 0 | URL
우엘벡 하니 짐 크레이그도 문득 생각납니다. 그리고 죽음'을 정말 기똥차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인간 < 동물 < 식물 < 물고기... 순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생존력.. 힘.. 이런 것으로만 이룬 제 평가입니다.
글구 보니.... 정말 제가 김신용, 손창섭, 우엘벡, 김훈'을 좋아한 이유가... 흠....
휴머니즘에 대한 극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저는 요따위를 강조할 수록 반감이 들어요. 제가 보기엔 그 휴머니즘은 인간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보다는 어떤 집단, 연맹, 이념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다맨 2013-12-16 02:02   좋아요 0 | URL
넵, 김훈ㅡ저는 사실 이 작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ㅡ이 작품에서 빈번히 말하는 '헛것'이야말로 바로 그 집단, 혈맹, 이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신용은 아예 스스로 "개"이자 "세상의 바이러스"에 불과했다고 토로하고 있구요. 그런데 오히려 이런 작가들(휴먼의 고전적 정의를 포기하고 인간을 벌레처럼 보며 집단을 증오하는 분들)이 '진짜' 인간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는 것은 참 역설적인 일인 듯합니다.
짐 크레이스라는 작가를 곰곰발님 덕분에 알게됐네요 ㅎㅎ "그리고 죽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조만간 읽어야겠습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6 02:20   좋아요 0 | URL
오, 헛것에 대한 정의가 재미있군요. 한번 이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김훈과 헛것'이라....
김훈은 철저한 보수주의자'가 맞긴 하죠. 하여튼, 짐 크레이크의 < 그리고 죽음 > 은 매우 탁월한 소설이에요.
읽다가 깜짝 놀라게 됨.... 아, 자꾸 크레이크라고 하게 되네요. 크레이스...


rendevous 2013-12-19 04:14   좋아요 0 | URL
김신용이 혹시 잉어라는 시 쓰신(읽어본 작품이 이것밖에 없어서ㅜ) 시인 말씀하시는 건가요? 비관주의 계열?을 좋아하는데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군요 ^^

곰곰생각하는발 2013-12-19 04:2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잉어' 쓴 시인이 맞습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