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산책자, 2009)가 한국일보에서 주관하는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의 저술(교양) 부문 수장작으로 선정됐다. 수상 후보작으로 올랐다는 소식은 두 주 전에 접했고, 수상작 선정 소식은 며칠 전에 알았다. 저술상은 2003년부터 학술 부문과 교양 부문으로 나뉘어 시상되며, 2007년엔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부키, 2007), 2008년엔 박태순의 <나의 국토 나의 산하>(한길사, 2008)가 수상작이었다. 뜻밖의 수상으로 아직 얼떨떨하긴 하지만 서재를 자주 찾는 분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수상자 인터뷰 기사와 심사평을 옮겨놓는다.     



한국일보(09. 12. 18)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로쟈의 인문학 서재' 이현우  

<로쟈의 인문학 서재>의 저자 이현우(41ㆍ서울대 노어노문학과 강사)라는 이름은 낯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 책깨나 읽고 영화깨나 본다는 사람치고 그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동유럽의 털북숭이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얼굴을 아바타 삼아, '로쟈'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공간에 글을 쓰는 자칭 "곁다리 인문학자"가 바로 그다. 이 책은 그의 왕성하고도 분방한 인문적 주유를 보여주는 문화 비평집이다. 



그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 이 대학 대학원에서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시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수신문' 등에 서평을 연재하고 있고,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해 서평을 쓰고 있다.

"좁게는 러시아 문학이 전공이죠. 그 분야의 대학 강의도 하고 있고. 그런데 문학이 문체분석만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삶을 깊이 그리고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자연스레 다방면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철학이나 역사에도 굳이 칸막이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경계 없는 인문지성'으로 부르는 그의 외연을 금 그어 보려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이다. 이씨에겐 영역의 경계뿐 아니라 문화의 생산과 소비 사이의 경계도 큰 의미가 없는 듯했다. 온라인 글쓰기 특유의 '제스처'(댓글 형태의 글 등)도 간간이 보이는 이 책을 통해, 이씨는 비평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시나 소설도 직접 써 보면 더 잘 읽을 수 있게 되고, 강의도 직접 해봐야 자신의 앎을 정확히 할 수 있습니다. 막연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의 빈 틈을 보게 되는 거죠. 일종의 앎의 변증법이랄까요. 어떤 텍스트를 소비하는 것은 그 텍스트에 대한 글을 씀으로써 완성된다고 해도 될 겁니다."

비평서라는 책들이 쉬 두루뭉술한 칭찬으로 흐르기 쉬운데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때로 무람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신랄하다. 이씨는 "심성이 본래 그렇다"며 웃었다. 그리곤 "좋은 면만 보기엔(*보기에도) 인생이 짧지 않냐고도 하지만 비평은 분명한 가치 판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아이들도 좋은 면만 보면 다 천사 같지만, 야단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

'로쟈'라는 필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이름. 그런데 다소 험상한 지젝의 얼굴을 그 아바타로 사용하는 까닭이 궁금했다. "지젝은 코뮤니스트죠. 코뮤니스트는 생산 수단을 공유한다는 개념(공산주의)으로 주로 쓰이는데,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을 거예요. 함께 즐길 수도 있고요. 내가 방점을 찍는 부분은 앎을 공유하는 거예요. 지식이라는 재화는 얼마든지 나눠 가질 수 있으니까요."(유상호기자)   

  

'대중지성'의 교양서 쓰기 새로운 지평 열어  

● 심사평

교양 부문 저술상 심사에서는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질문이 좌중을 선회했다. 시민의식과 상식의 최대공약수를 교양의 핵심으로 볼 것인가, 반짝이는 예지와 지적 정밀성에서 교양의 위안을 구할 것인가, 시선들이 엇갈렸다. 저자가 책의 단독 책임자인가, 편집자의 개입은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가도 쉬운 결론을 허용치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하는 책들이 교양의 영역을 확장하는 길잡이로 떠올랐음을 말하는 것일 터. 그런데 길잡이라. 책에 대한 책이야말로 교양의 길잡이로는 제격이 아니겠는가.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서 우리 시대의 독서꾼 로쟈가 보여준 책 읽기의 황홀함 혹은 고통은 그가 일관성 있게 책을 집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었다. 심사위원들이 이 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대중지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그의 작업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다.

한정숙ㆍ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09.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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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1-14 23:02 
    오후에 한국출판문화상 시상식이 있었다. 박사학위 수여식이 있던 날을 제외하면 가족들의 꽃다발을 받아본 게 처음이지 싶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수상소감을 말하면서 몇 사람 언급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이 블로그를 아끼시는 분들과 <로쟈의 인문학 서재> 독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한국일보(10. 01. 15) "안팎 어려움 속 출판계 격려… 사회적 자랑"  "제 56년 출판 인생의 고비마다 한국출판
 
 
다락방 2009-12-18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립니다, 로쟈님!! :)

hnine 2009-12-1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하루 아침에 터진 '대박'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보람있으시겠어요.
위의 기사중 하이라이트 해놓으신, '텍스트를 소비하는 것은 그 텍스트에 과한 글을 씀으로써 완성된다'는 말씀이 눈에 특히 들어옵니다.

순오기 2009-12-1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합니다.
12월 첫주문으로 샀는데~ 깐깐한 독서본능 끝내고 읽으려고요.^^

2009-12-18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9-12-1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멋진 일이에요 ^^

토토랑 2009-12-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지금 읽고 있는데 ^^*

무해한모리군 2009-12-1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긴세월 곰삭여 뽑아낸 작품인데 상받으셔야죠
축하드립니다 으흣^^*
참 영상, 사진 이런거 잘받으시는거 같아용~~~

eleos 2009-12-18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로쟈님의 작업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도 늘 눈팅만 해서 정말 죄송했답니다.;;
바쁠수록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펠릭스 2009-12-18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제와 애정이 있는 저서였습니다. 우리는 상호 독자의 입장인데요. 선택의 독립성과 원활한 균형감 그리고 지적 호환성을 잘 유지한 저서라 생각했습니다.(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 감사합니다 **.

나비80 2009-12-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하십니다. 로쟈님의 글을 늘 갈무리해가며 보고 있는 저로서도 영광이네요. 축하드려요!^^

비로그인 2009-12-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인에게 자유란 무엇인가'를 읽을땐 소름돋는 공감을 느꼈습니다. 축하드려요^^*

쥬베이 2009-12-1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축하드려요!!

stella.K 2009-12-18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산체보고파 2009-12-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늘 눈도장만 찍었는데, 한줄 안 적을 수 없네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계속 좋은 등대지기가 되어주시길 바라며
새해에도 건승하십시오.

mcjhu 2009-12-1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2권도 기대합니다.^^

폭설 2009-12-1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축드립니다.^^

종횡무진 막힘이 없으시던데... ^^
아마, 님의 신도수는 순복음교회를 능가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도 시베리아 원시림과도 같은
깊고, 넓고, 심오하고,
그리고 고독도 적당히 묻어나는 글 많이 쓰시기를~~~

게슴츠레 2009-12-18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로자의 저공비행"도 '무보수 중노동' 처지를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된 건가요?ㅎㅎ 앎에 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이래저래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서 수상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네파벨 2009-12-18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마노아 2009-12-1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9년을 멋지게 마무리해주는 의미있는 수상이네요. 로쟈님 축하해요.^^

수유 2009-12-18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Mephistopheles 2009-12-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로쟈님..더불어 보내주신 책 잘 읽겠습니다..^^

L.SHIN 2009-12-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을 보관함에 담고 말다니.

goghim 2009-12-1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받아 마땅합니다!!

딸기비누 2009-12-18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럴 것 알았어요~ 축하드려요!^^ 인문숲 강의도 기대할게요~~

무이 2009-12-1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생 댓글 한번 잘 안다는데,
정말 축하할 소식이네요.
축하 드립니다.

leopard 2009-12-1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노이에자이트 2009-12-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어떤 직함보다도 '우리시대의 독서꾼'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봅니다.

루체오페르 2009-12-18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것도 다른 쟁쟁한 후보작들을 보니 수상이 더욱 빛나네요.^^

Joule 2009-12-18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 저자 되시기 전에 로쟈 님 스튜디오나 사진 잘 찍는 친구 통해서 정말 로쟈 님 다운 사진 하나만 찍어두세요. 작가에게는 그 사람만의 사진이 한 장 있어야 해요. 수염이 안 난 에코와 프로이드, 지젝을 상상할 수 없잖아요. 그들은 아이 때도 젊었을 때도 항상 그런 모습이었을 것 같죠. 하루키의 최근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느끼한 중년 아저씨가 되어 버려서. 하루키가 레이먼드 카버가 사진 찍은 스튜디오에서 자기도 프로필 사진 찍었다고 어느 수필집에서 자랑하던데 그 사진은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있는 건지.

카스피 2009-12-18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시페루스 2009-12-18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로쟈의 인문학서재"책을 다읽지는 않았지만 좋은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정된것을 축하드립니다.^^ 참고로 저는 처음 댓글을 달았습니다.

kimji 2009-12-1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저도 괜히 제 일처럼 기쁩니다^^

PhEAV 2009-12-19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얼떨떨하긴 하지만" 이라고 쓰신 것을 읽고 사진을 보니 사진도 왠지 그런 표정이신 것 같은 느낌이 ^^;;
정말 축하드립니다~

2009-12-19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9-12-1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우리들의 로쟈님인듯한 기분에 으쓱했는데...이젠 모두의 로쟈님이군여ㅎㅎ 넘넘 축하드립니다. 진짜 신나는 일이 많네요. 알라딘...여러가지 이슈도, 사건도 많고 올 한해 정말 근사한 소식도 많았슴다. 정점을 찍으신 것 거듭 축하요....제 수준에 안 맞는 거 같아 좀 미뤄두고 있는데...기어이 보긴 봐야겠군여 ㅎㅎㅎ

로쟈 2009-12-20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일이 답글을 달지 못하지만,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까지는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암약'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12-19 0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1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ti 2009-12-1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려요!!!!!

로쟈 2009-12-20 22:55   좋아요 0 | URL
감사.^^

stefanet 2009-12-1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축하드립니다.
기념(?)으로 사놓고 여지껏 시작하지 못한 로쟈님 책을 올해 안에 꼭 다 읽어야겠습니다.
다음달 한겨레 문화센터 강연때 뵙겠습니다. (제가 그 때 졸지 않기만을 바랄뿐...;;;;;;)

로쟈 2009-12-20 22:56   좋아요 0 | URL
흠, 졸지 않게 해드려야 할텐데요.^^;

jhokug 2009-12-2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로쟈 2009-12-21 20: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09-12-2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축하드립니다(솔직히 놀랐음ㅋ). 같은 블로거로서 기분좋은 일입니다. "지식이라는 재화는 얼마든지 나눠 가질 수 있으니까요."- 이 말 맞습니다. 누군에겐가 차 한 잔을 사준다면 내겐 재화의 손실이 생기지만 지식은 누구에게 아무리 나눠주어도 전혀 손실이 없습니다. 탈무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빼앗을 수 없는 것은 ( )( )이다." 바로 (지)(식)입니다. 만약 전쟁이 난다고 해도 재산을 빼앗기고 건강을 빼앗길 수 있어도, 지식은 그대로 가질 수 있는 재산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그 사람의 고유한 가치라고 할 수 있지요. 앞으로도 지식을 나눠주는 일에 애써 주시길... 다시 한 번 축하 드립니다.

로쟈 2009-12-24 17: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지식의 공유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대학 등록금도 낮아지지 않을까라는 게 바람이기도 하구요...

homania 2009-12-2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사서 읽지는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슴다..
어쨌든 독자는 독자. 축하날려요 ㅎㅎ

로쟈 2009-12-24 17:59   좋아요 0 | URL
어쨌든 감사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