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문학 전공자라면 제목에서 저자의 이름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로널드 힝글리(1920-2010). 영국의 러시아문학자이자 번역자, 전기작가다(확인해보니 옥스퍼드대학에서 나온 19권짜리 체호프 선집의 역자이자 편집자였다. ‘옥스퍼드 체호프‘는 나도 처음 들어본다. 1980년에 완간).

국내에 소개된 유일한 책이 두 차례 나온 <러시아의 작가와 사회>로 러시아문학 독자나 문학도에게 필요한 기본지식을 제공해주는 책이다(작가론이나 작품론이 아닌). 현재 절판. 갖고 있는 책이지만 또 행방을 확인하기 어려울까봐 중고본을 주문하고 페이퍼를 적는다. 저자는 여러 작가와 함께 스탈린의 전기도 썼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체호프>와 <파스테르나크> 등이다.

그밖에 <러시아의 작가와 사회> 속편격에 해당하는 <소련의 작가와 사회>와 <러시아 비밀경찰> 등의 저작도 갖고 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기본서는 어느 문학과 관련해서도 존재해야 하고 또 소개돼야 마땅하다. 영문학과 관련해서 이런 성격의 책이 있지만(절판됐다) 다른 지역 문학 소개서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학사의 짝이 될 만한 책임에도 현재까지는 비어있다고 해야할까.

각종 세계문학전집이 문학분야의 주종이 된 지도 20여 년이 되었으니 이젠 그 수준도 높여볼 때가 되었다. 대단한 수준도 아니다. 기본서들을 좀 갖추자는 정도니까. 그런 게 바탕이 되어야 세계문학 강의와 독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해볼 수 있겠다. 앞으로 10년간 내가 해보려는 일이다. 세계문학2.0 혹은 1.5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 강의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012년에 초판이 나왔던 책이이 10년만에 독자를 다시 만난다. 작가로 보면 고골부터 고리키까지 다루고 있고, 특히 톨스토이와 <안나 카레니나>에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검색해보면 아직도 ‘러시아문학 강의‘라는 제명의 책은 내가 쓴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와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 강의>밖에 없다. 러시아문학 거장의 책과 나란히 비교된다는 게 부담스럽지만(다른 책들이 안 나오는 이유일까?) 겨냥하는 독자가 다르다는 게 나대로의 믿는 구석이다. 순서만 보자면 로쟈를 먼저 읽고, 나보코프의 강의책도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나보코프 강의책이라는 맥락에서는 유럽문학 정전들을 다룬 <나보코프 문학강의>가 <러시아문학 강의>의 짝이다. 거기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돈키호테 강의>가 추가될 수 있는데(분량은 훨씬 얇다) 안 그래도 돈키호테 강의를 진행중이라 영어본을 참고하고 있다.

한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19세기, 20세기)는 <도스토옙스키 강의>와 <톨스토이 강의>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연되고 있다(결정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야만 마무리할 수 있다). 시대별로는 솔제니친 이후의 러시아문학 강의도 가능한데 책으로 묶기는 어려울 것 같다(20세기 강의의 독자가 19세기 강의 독자의 절반인 걸 감안하면 그보다 더 인지도가 낮은 작가들을 다룬 책을 내는 건 아직 무모해서다). 대신에 2학기에 진행할 러시아 단편문학 강의는 책으로 꾸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행해봐야 알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스토옙스키 전작 읽기 강의를 재작년부터 2년여에 걸쳐서 두 차례 진행하고 오늘 마무리지었다. 나대로는 도스토옙스키 이해의 기본 방향을 잡고 세부를 다듬어보는 기회였다. 아직 과제는 많이 남아있지만(국외를 포함하면 도스토옙스키 관련 연구서만 해도 다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나와있다) ‘교두보‘는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 쟁점과 이견들을 가늠할 수 있게 되었기에.

강의를 책으로 정리하는 일이 올해의 과제 중 하나이다. 더불어 도스토옙스키 이전과 이후를 추적하는 강의도 계속 진행할 예정인데 당장 내달부터는 고골 전작 읽기를 시도한다. 고골 도스토옙스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바로 지목할 수 있는 작가다(도스토옙스키는 데뷔시에 ‘제2의 고골‘로 불렸다). 러시아 바깥에서는 발자크와 디킨스가 도스토옙스키에게 영향을 준 주요 작가다. 따라서 도스토옙스키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는 것은 이런 작가들을 되짚어 읽어본다는 뜻이다.

또 반대로 도스토옙스키가 영향을 준, 도스토옙스키 이후의 작가들도 따라가볼 수 있다. 이미 몇차례 강의에서 다루긴 했는데, 20세기 전반기 작가로 앙드레 지드(프랑스), 버지니아 울프(영국), 헤르만 헤세(독일) 등을 떠올릴 수 있다(랠프 프리드먼이 <서정소설론>에서 한데 묶은 세 작가인데, 도스토옙스키와의 관계도 비교거리가 된다). 그에 덧붙여서 카뮈와 사르트르, D.H.로렌스, 카프카 등도 도스토옙스키와 비교에서 궤적이 잘 드러나는 작가들이다. 고로 ‘도스토옙스키 이후‘를 제 규모로 다루는 일도 상당한 견적의 과제다. 최소한 올해의 몫은 해내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2-02-24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6 2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톨스토이의 <참회록> 새 번역본이 나왔다. 정확히 개정번역판이다. 앞서 <고백>으로 번역돼 나와서 선택지가 넓어졌다. 인간 톨스토이를 이해하는 데 아주 요긴한 저작이라고 언급해온터라 이번에 붙인 추천사에도 그렇게 적었다.

˝작가 톨스토이를 만나는 길은 에두르지 않고 『전쟁과 평화』와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근대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한 정점을 보여준 작가이면서 그 위대한 성취를 단번에 부정한 회의적 정신의 거인이었다. 그의 이름이 ‘위대한 작가’라기보다 ‘거대한 인간’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작가를 넘어 인간 톨스토이를 만나려는 독자에게 『참회록』은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곧바로 인간 톨스토이의 육성을 들을 수 있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흥미로운 러시아문학 연구서가 번역돼 나왔다. 러시아의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 이리나 시롯키나가 쓴 <문학 천재 진단하기>(그린비)다. 고골과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병적학뿐 아니라 러시아 정신의학의 발달사까지 다루고 있는 책으로 '정신의학자들이 탐구한 위대한 러시아 작가들'이 부제다(저자의 다른 책으론 러시아 아방가르드 연구서도 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이리나 시롯키나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의 정신의학사를 소개하며 문학, 정신의학, 이데올로기, 권력이 뒤얽힌 흥미로운 사실들을 들려준다. 이러한 연구는 그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2002년 미국 현대언어협회로부터 알도 앤 잔 스카글리오네상(Aldo and Jeanne Scaglione Prize) 슬라브어 문학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번역본의 책갈피에는 같이 읽어볼 만한 책들도 소개돼 있는데, 로널드 르블랑의 <음식과 성>, 안나 도스토옙스카야의 회고록 <도스토옙스키와 함께한 나나들>과 함께 내가 쓴 <애도와 우울증>도 들어 있다. 프로이트의 글 '애도와 우울증'을 러시아의 두 시인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에 적용해본 학위논문이었다. 
















러시아에서의 정신분석 수용에 대해서는 마틴 밀러의 <프로이트와 볼셰비키>(그린비)가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제임스 라이스의 책도 있군. 고골 전작 읽기를 포함해 올해 러시아문학 강의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 이 분야의 책들도 챙겨두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