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강릉으로 짧은 휴가를 떠나는 길이다. 짧다고 한 건 2박3일 일정이어서 그런데, 일요일이 포함돼 있어서 정작 휴가는 이틀이고, 화요일 저녁 강의가 있는 터라 실제로는 하루 반나절의 휴가라고 해야겠다. 그렇지만 어쨌든 샌들을 신고 여행 캐리어를 끌고서 집을 나섰으니 여행은 여행이다(기차로 이동하기에 여권은 챙기지 않았다. 제주도에만 가려 해도 신분증 대용으로 나는 여권을 챙겨야 한다).

금요일 밤에 본 영화를 제목에 단 것은 이달 KTX 컬처란에 짤막하게 영화소개가 실려서다. 짤막해도 영화소개로는 유일하다. ‘이달의 영화‘ 같은 인상이랄까.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개봉영화에 주목하지 않아서 상영소식은 뒤늦게 알았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홀로코스트 영화‘라는 것 이상의 정보 없이. 그 이상은 알아보지 않았다) 마침 동네 상영관 시간이 맞아서 아이와 함께 본 영화였다. 아마도 상영기간이 끝나가는지 9시반 타임의 관객은 열명을 겨우 넘길 만했다(추측이다. 중간쯤에 앉았는데 앞쪽에는 우리 포함 네명이었고, 뒷좌석에 얼마나 관객이 들었는지 돌아보지 않았다).

영화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루돌프 회스(헤스) 가족 이야기란 건 보면서 알게 된 사실. 기억에 회스의 회고록이 나왔었기에 찾아보았다. 절판됐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장 헤스의 고백록>이라고 나왔었다. 영화는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에겐 번역되지 않았다. 에이미스는 이언 매큐언, 줄리언 반스 등과 함께 동시대 영국 최고 작가의 한명으로 꼽히지만 한국 독자들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아버지 킹슬리 에이미스도 저명 작가여서 영국에서는 ‘에이미스‘라고만 부르면 헷갈리겠다). 몇권 번역됐지만 대개 절판되고 잊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영화를 계기로 번역될지 궁금하다.

에이미스의 소설은 2014년작이고 영화는 2023년 5월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우연찮게도 에이미스가 타계한 날이다. 1949년생이니 74세의 나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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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에 가까운 극장에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관람했다. 일년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하는 가족관람이었다. 가족관람은 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선택하는데, 어제는 '좀 무겁다'는 언질을 미리 주었다. 그리고 '재난영화'라고 덧붙였다(가족관람으로 본 몇편의 재난영화가 있었다. 2016년의 <터널> 같은). 



괜찮은 영화라는 얘기를 듣고 금요일밤에 곧바로 관람을 결정했고, 역시나 '괜찮은 영화'였다. 리뷰를 적으려는 건 아니어서 짧게 줄이면, 코맥 맥카시 원작의 <로드>보다 훨씬 낫다. 재미나 연기나 주제에서.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장르를 따로 설정해도 좋겠다. 


  














영화 제목의 저작권을 따로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목은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가져온 것이다. 2011년에 나온 책이고 현재는 절판상태. 그즈음에 아파트 관련서가 여러 권 나왔는데, 박해천의 후속작 <아파트 게임>과 박인석의 <아파트 한국사회> 등이 떠오른다. 















선구적이었던 건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책들이다. 특히 2007년에 나온 <아파트 공화국>이 화제가 됐었다(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아파트를 다룬 영화로는 <숨바꼭질>(2013)과 <드림팰리스>(2022, 아직 보지 않았지만)와 이어서 볼 만하다. 




























주제를 '유토피아'로 옮겨오면 블로흐의 <희망의 원리>의 번역자인 박설호 교수의 <서양 유토피아의 흐름>(전5권)이 두달 전에 완간되었다. 나는 3권까지인가 구입했던 듯하다. 서양 유토피아 사상의 전반적인 개관으로 읽을 수 있다. 
















그밖에 '유토피아'의 저작권자인 토머스 모어를 다룬 책부터 최근 유행인 '메타버스'를 다룬 <메타버스 유토피아> 등이 유토피아로 검색된다. 나의 관심도서는 무의식의 저널(엄브라) 시리즈의 <유토피아>다. 슬라보예 지젝과 가라타니 고진 등의 글이 실려 있다. 






 










그리고 한가지. 루마니아 출신의 작가 에밀 시오랑의 에세이 <역사와 유토피아>가 다시 나왔다. 애초에 <세상을 어둡게 보는 법>이라고 제목이 의아하게 번역됐던 책. 마침 얼마 전에 장석주의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도 나왔다. 시오랑 입문격으로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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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8-14 0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소개글이 많이 도움되네요.
 
 전출처 : 로쟈 > 옥스퍼드 에이젠슈테인

16년 전 페이퍼다. 에이젠슈테인에 대해 길게 적을 때도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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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드물어지면서(올해는 <헤어질 결심> 한편을 본 것 같다) 새로운 영화에 대한 흥미도 자연스레 줄어드는 성싶다. 대신 지나간 영화들을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데(영화감상의 반고비인가) 다행히 그렇게 되감아보는 데 도움미 될 만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박찬욱, 봉준호의 각본집, 그리고 이창동 각본집이다. 이번에 <밀양 각본집>이 출간돼 <시>와 <버닝> 등과 함께 영화 뜯어보기가 가능해졌다(남은 영화들도 마저 각본집이 나온다면 <박하사탕>을 고대한다).

˝<시 각본집>, <버닝 각본집>에 이어서 출간되는 <밀양 각본집>에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포함해 이창동 감독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전시켜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가 노트, 직접 스케치한 오프닝 씬의 콘티, 미공개 촬영 현장 스틸 70여 컷 등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장 가치 높은 콘텐츠들이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다.

또한 이 책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심층 인터뷰,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인터뷰,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의 강렬한 신작 에세이와 제주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이소영의 글이 함께 수록되어 있어 한국 영화사의 걸작 ‘밀양’을 더욱 다채로운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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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2-15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로쟈 2022-12-1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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