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써 즐찾이 1500명이 되었다. 지난 9월에 1300명 돌파를 '기념'하는 페이퍼를 적은 일이 있으니까 넉 달만이다. 인터넷세상을 뒤져보면 총방문자수가 백만 단위로 나가는 블로그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32만명을 조금 넘어서고 있는 현재의 방문자수나 1500명의 즐찾수가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다만 즐찾수에 비하면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가끔 놀라긴 한다. 주로 만나는 사람들의 범위가 '먹물' 동네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가 보다). 그럼에도 기록해두는 건 이 '서재질'을 하면서 올해 염두에 둔 목표를 채운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리뷰: 84
마이리스트: 45TOP3 
마이페이퍼: 1525TOP1 
즐겨찾기등록: 1500명

물론 연초부터 이런 목표를 가졌던 건 아니고 아마도 여름쯤이나 돼서야 연말까지는 이 정도 수치에 도달하겠구나란 생각을 해본 것 같다(30만과 1500). 하니 올해의 남은 열흘 동안은 서재의 문을 닫아도 좋겠지만, 딱히 갈 데도 없고 해서 하던 일들은 계속 해나갈 것이다(적어놓고 보니 멋쩍은 소리군). 대신에 조촐한 '기념'으로 그냥 페이퍼 하나 정도만 만들어둔다. 오래전에 쓴 시 '개살구나무'를 옮겨놓으면서(그러고 보니 제 철도 아니군)...  

개살구나무

개살구나무는 마침내
삶이 풋풋했습니다

정오의 햇살 하나하나가
개살구나무의 꽃잎에 먼저 닿으려고
길게 목을 빼었습니다.
개살구나무 꽃들 살짝 얼굴 가리고
진땀 빼며 달려오는 햇살 하나하나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겠지요
해서 개살구나무에는
새침한 햇무리가 이사를 온 듯했습니다
초저녁 샛별이 저만치 산보를 나와도
개살구나무 햇무리는 정말
눈치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게 서른 날이 가고
개살구나무 꽃들은 저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같았습니다
개살구나무 꽃들은 저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우리도 알 건 다 알지요!)
바람만 불어도 호드득
달빛만 고와도 호드득
참 잔망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서른 날이 가고
아, 이게 무엇일까요?
개살구나무 곳곳에
주렁주렁 가득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빛 좋은 개살구가 말이죠
그리하여 세상은 온통
빛 좋은 개살구들의 세상이었습니다!
그래 그걸 바라다보는 우리 마음도
풋풋하기 짝이 없었는데요,
혹 우리도 前生에는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튼 개살구나무는 마침내
삶이 눈부셨습니다
(세상에 무얼 더 바랄 것인지요?)


P.S. '개살구나무'에 관한 자료를 잠시 찾다보니 정민 교수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김영사, 2006)에 이런 구절이 있다:

"그들은 입으로는 고담준론을 일삼는, 세상에 더없이 훌륭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옛사람의 글귀를 훔쳐 짜깁기하여 남의 눈을 속이는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만을 인생의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는 공부는 죽어도 하려들지 않는다. 고상한 체 우아를 떨지만, 막상 어렵사리 과거에 급제해서 일선 행정을 맡기면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 공문서 작성도 못하고, 재정업무나 소송 또는 재판을 맡기면 허수아비처럼 앉아 아랫사람의 눈치나 보면서 전례만 따진다. 국방의 엄무는 아예 감당할 엄두조차 못낸다.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 잘난 체는 저혼자 다 하지만 쓸 만한 구석이라곤 한 군데도 없는 헛똑똑이들이다."(313쪽)

고시공부에 뜻을 둔 적이 없으므로 여기서 다산이 비판하는 '빛 좋은 개살구'와 스스로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나는 군대에서나 조교시절 '공문서 작성'에 유능했다) 마지막 문장이 좀 걸리긴 한다. "잘난 체는 저혼자 다 하지만 쓸 만한 구석이라곤 한군데도 없는 헛똑똑이"이라는 게 어쩐지 귀에 익기 때문이다(물른 대부분 귓전으로 흘려보냈다). 그나마 '훌륭한 사기꾼' 신세라도 면하려면 스스로를 경계하는 수밖에 없겠다. 다산(정민)의 일갈을 조금 더 들어보자.

"하나마나한 허접스런 공부, 쓰나마나한 시답잖은 이야기, 대충 읽어보면 속내가 다 들여다보이는 한심한 글, 이런 것은 시간낭비요 출판공해일 뿐이다.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그 힘으로 남까지 감염시키는 공부를 하라고 했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세상이 꼭 필요로 하는 공부'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 그 힘으로 남까지 감염시키는 공부' 정도는 앞으로도 애써 노력해봐야겠다. 우리도 전생에는 다 빛 좋은 개살구들이었으므로 이번 생에는 딴 욕심부리지 말고 그저 공부나 열심히 해보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P.S.2. 알라딘 기네스 자료가 올라왔길래 관련항목만 옮겨온다(http://blog.aladin.co.kr/zigi/1768979). 역시나 순위에 오른 건 방문자수와 즐찾수, 그리고 페이퍼수이다.

2. 올 한 해에 방문자 수가 제일 많은 서재 (2007/9/3 ~ 12/9)

- 로쟈님의 로쟈의 저공비행 : 65089
- 마라토너님의 서재 : 60072
- 보슬비님의 하늘을 읽다... : 34553
- 하이드님의 litte miss coffee : 29724
- 물만두님의 만두의 추리 책방 : 28165
- 대전복수동정지윤님의 순리를 따라 바른 길을 가고자... : 25970
- 울보님의 내딸에게 힘이 되어주는 엄마의방 : 25300
- 마노아님의 비우고 채우기 : 25141
- 아프락사스님의 자유를 찾아서 : 24151
- 이매지님의 Baker street 2218 : 22322

11. 가장 많은 마이페이퍼를 쓴 알라디너

- 무화과나무님 : 1287편
- 마노아님 : 1052편
- 샤랄라님 : 793편
- 이매지님 : 762편
- 로쟈님 : 721편
- 아프락사스님 : 689편
- 뽀송이님 : 660편
- santaclausly님 : 616편
- 올리브님 : 526편

16. 올 한 해에 즐겨찾기 많이 된 서재

- 로쟈님의 로쟈의 저공비행 : 578
- 바람구두님의 바람소리 쓸쓸한, 風簫軒 : 219
- 물만두님의 만두의 추리책방 : 189
- 체셔고양2님의 그대도 아직 내가 그리운가요... : 189
- 아프락사스님의 자유를 찾아서 : 188
- 마태우스님의 처음처럼이 있는 서재: 168
- 혜경님의 처녀자리의 책방 : 164
- 나귀님의 나귀: 162
- 하이드님의 little miss coffee : 155
- 딸기님의 텅빈 책꽂이 : 141

25. 가장 많이 즐겨찾기(찜)된 마이페이퍼

- 향기로운님의 페이퍼에서 음악 올리기 : 14
- 세실님의 성인을 위한 상황별 도서목록 : 7
- Apple님의 열대야도 잊을수 있는 멋진 책들. : 6
- Mephistopheles님의 향기로운님... : 6
- 로쟈님의 마르크스와 막스 브라더스 : 6
- 로쟈님의 장한나와 러시아문학 : 6
- 로쟈님의 불교와 파시즘의 기묘한 만남 : 6
- 마냐님의 어떤 남자의 꿈 : 6
- 따우님의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동영상 내 컴퓨터에 저장하는 법 : 6
- 로쟈님의 한나 아렌트의 삶과 세계사랑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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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moon 2007-12-18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과 사진, 잘 보았습니다. ^^ 새로운 거 배우는 걸 참 좋아하는데, 더욱 힘이 되었습니다.

로쟈 2007-12-19 00:01   좋아요 0 | URL
군자호학이라고 했지요.^^

깐따삐야 2007-12-1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이신 로쟈님. 부탁이 있어요. 쟁여두신 시 많으시죠? 자주자주 올려주세요. 네? ^^

로쟈 2007-12-19 00:48   좋아요 0 | URL
자주 올리고 있는데요.^^;

깐따삐야 2007-12-19 00:55   좋아요 0 | URL
털썩~ 눼.-_- 로쟈님 무셔.

로쟈 2007-12-19 01:13   좋아요 0 | URL
아, '자주자주'에는 못 미치긴 합니다.^^;

소경 2007-12-19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를 보니 어릴적 남의 집 개살구 나무아래 살구를 노리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 제 버릇 남 못주나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

로쟈 2007-12-19 08:43   좋아요 0 | URL
감사. 다 빛 좋은 개살구이지만.^^

마늘빵 2007-12-19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성같이 등장한 로쟈님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한해였습니다. :) 감사합니다.

로쟈 2007-12-19 20:01   좋아요 0 | URL
이런, 저는 알라딘 '원주민'인데요. '혜성같이'라 하심은??..

마늘빵 2007-12-19 23:03   좋아요 0 | URL
-_-a 앗. 그건 그전엔 있으신지 몰랐는데 올해 어느 순간부터 파바박 눈에 띄셨다는.

로쟈 2007-12-19 23:43   좋아요 0 | URL
제가 작년까지는 너무 '조용히' 지냈었나 봅니다(일설에는 알라딘의 '4대천왕'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