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같이 테니스를 치는 회원 중에 나랑 마음이 잘 맞는 형님이 있다.

나와는 달리 테니스도 아주 잘 쳐서,

백핸드를 칠 때는 페더러를 보는 듯하다.

페더러의 삶을 다룬 <페더그래피카>가 나왔을 때,

그 형님에게 보내드렸다.

"페더러를 닮으신 형님께 기쁜 마음으로 드립니다."라는 선물메시지와 함께.

형님은 매우 기뻐하시면서 잘 읽을게, 라고 했다.

그게 보름 전 일이다.


 

 

 

 

 

 

 

 

 

엊그제, 피곤해서 밤 10시부터 자기 시작했는데 문자가 왔다.

확인해보니 그 형님이었다.

"책 잘 읽을게요!"라고 쓰여 있었다.

뭐야. 지난번에 얘기해놓고선 왜 또? 그리고 책 준 지가 언젠데 이제 읽기 시작하는 거야?

혹시 예전에 보낸 문자가 며칠만에 온 건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난 너무 피곤했기에 답을 안하고 그냥 잤다.

오늘, 밴드에 들어가보니 책 몇권을 쌓아놓은 사진이 올라와 있고,

이런 설명이 있었다.

"사랑하는 후배가 또 책선물을 해줘서 밤새 읽어야겠어요."


사진을 확대해서 책의 목록을 봤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박생강)

-응급실에 아는 의사가 생겼다 (최석재)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읽기 (이현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이현우)

-신이 없는 달 (미야베 미유키)


아니, 저 책들은 내가 얼마 전 주문했던 건데???

그제야 난 사태의 전모를 파악했다.

1)  그 형님에게 페더그래피카를 보냈다.

2) 보름 후 내가 원하는 책을 골라 주문을 했다.

3) 그런데 알라딘의 주소창엔 최근 배송지가 떠 있었다.

4) 그래서 그 책들이 그 형님에게 갔다.

5) 그 형님은 내게 고맙다고, 잘 읽겠다고 했다.


잘 읽겠다고 인사까지 하는데 이제와서 "형님, 그거 제 책인데"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난 다음과 같이 댓글을 달았다.

"잼나게 읽어주세요!"

다 내 취향의 책이라 그 형님이 잘 읽어주실지 모르겠지만

평소 책을 좋아하던 분이니 그냥 쌓아두진 않을 것 같다.

저 책들은 내가 꼭 읽으려고 했던 거라 다시 주문을 해야 하지만,

좋은 책들의 세일즈 포인트가 오르고, 널리 읽힌다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먼 훗날, 그러니까 3년쯤 지난 후 그 형님께 사실을 말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형님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훼손시키면 안될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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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아 마태우스님. 우짭니까.. 몇년치 선행을 다 하신 걸로~

마태우스 2017-08-15 18:22   좋아요 0 | URL
다시 주문하려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요즘은 카드 사용하면 누적액이 문자로 바로 날아오니 ㅠㅠ

다락방 2017-08-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야 ㅋㅋㅋㅋ 그렇지만 책선물은 좋은 것이니까 ..........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 선물로 남겨두시는 게 좋을것 같아요. 하핫.

마태우스 2017-08-15 18:23   좋아요 0 | URL
그죠 이왕 선물한 거, 실수였다고 말해버리면 의미가 팍 훼손돼죠! 오랜만이어요 다락방님 울컥...반갑반갑.

꼬마요정 2017-08-15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적 있어요. 저는 머 동생 집이어서 도로 받아왔지만요. 책 선물은 좋은거니까요^^; 형님분 횡재 하셨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3   좋아요 0 | URL
아 동생 집이면 당근 그럴 수 있죠. 근데 아는 형님이라서요^^ 그분한테도 횡재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7-08-15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그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죠.
박균호님 <독서만담> 두 권이 왔더라구요.
같은 날 저와 다른 분에게 각각 한 권씩 보내야 하는데
저한테 몰빵을 하셨죠. 진짜 만담 같은 일이.ㅋㅋ

어쨌든 좋은 일하셨네요.
가끔 누군가에겐 생각지도 않은 좋은 일이 일어나 줘야 세상 살맛도
나지 않겠습니까? 그걸 보통은 행운이라고 하잖아요.
마태님께도 언젠가 그런 좋은 일이 일어나길...!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5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저한테도 언젠가 좋은 일이 있겠죠^^ 저한테 잘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늘 감사드리며 살고 있어요. 스텔라K님도 그분들 중 하나고요

2017-08-15 14:18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08-15 18:24   좋아요 0 | URL
오머나 별말씀을요 그러지 마세용 제가 당근 사봐야죠! 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박균호 2017-08-15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나도 스텔라k님이 말씀하신 에피소드 말 할려고 했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7-08-15 18:26   좋아요 1 | URL
어머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다음 책 기대할게요! 그땐 제가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그 형님께 선물하렵니다

박균호 2017-08-1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저도 테니스 광팬이었어요 ㅎ 테니스2000이란 책 권합니다

마태우스 2017-08-15 18:26   좋아요 1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transient-guest 2017-08-16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알라딘의 자동주소저장에 당하셨군요.ㅎ 받은 분께서는 뜬금없이 책선물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듯..ㅎ
 
위험한 비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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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히가시노 게이고는 너무 치밀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작과
‘이건 뭐지?’라는 의아함을 갖게 만드는 범작을 왔다 갔다 한다.
최근작 <위험한 비너스>는 아쉽게도 후자에 속한다.
물론 그가 기본은 하는 작가라 범작이라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재미는 제공하지만,
사건이 해결되고 난 뒤에 느껴야 할 카타르시스가 영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위험한 비너스>에서 저자는 여성의 미모로 스토리의 부족함을 메우려 한다.
저자의 다른 책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대놓고 미모로 때운다.


책의 도입부에서 한 여성이 하쿠로라는 이가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온다.
그녀에 대한 소개를 보자.
“상당한 미인이라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6쪽)
그런데 하쿠로의 조수도 만만치 않다.
“나이 서른 살의 이 여성조수도 싸늘한 기품을 풍기는 미인”이다. (같은 쪽)
하쿠로가 이 조수를 채용한 이유가 뭘까?
“처음 보자마자 하쿠로는 채용을 결정했다. 물론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생판 아마추어일 테지만, 일은 어떻게든 가르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142쪽)

조수는 갑자기 등장해 하쿠로를 귀찮게 하는 미녀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다음은 그 조수와 하쿠로가 나누는 대화다.
조수: 오늘도 데이트예요?
하쿠로: 데이트라니. 그냥 친척 집에 데려다주는 것뿐입니다.
조수: 가슴이...꽤 크던데요? (113쪽)


다행스럽게도 이름이 가에데라는 그 미녀는 하쿠로의 제수씨였다.
하쿠로와 연락을 안하고 지내는 남동생과 미국서 결혼했다나.
그런데 그 남동생이 실종돼 찾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동생과 관계가 아무리 소원해도 이쯤되면 그 미녀에 대한 마음을 접어야 하건만,
하쿠로는 가에데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하고 길고 긴 모험에 나선다.
그 와중에도 시시때때로 그 미녀에게 시선을 준다.
“V자형의 옷깃 사이로 언뜻 가슴골이 보였다...하쿠로는 내심 당황하며...” (101쪽)
“오렌지색 원피스는 길이가 유리카 (친척 여자애)의 스커트보다 20센티는 더 짧았다. 나는 역시 청초한 것보다 이쪽이 더 좋구나, 라고 생각하며 하쿠로는 문을 열었다.” (328쪽)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하쿠로는 가에데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를 미친 듯이 질투하고,
심지어 그녀에게 고백까지 하려 했으니,
이런 부도덕한 인간이 주인공이 돼야 할까.


책의 마무리 또한 미모 타령이었다.
사건이 해결된 뒤 가에데가 병원에 찾아오는데, 거기에 대한 묘사다.
“선명한 노란색 블라우스에 가죽 스커트를 매치한 차림이었다. 블라우스 버튼을 두 개쯤 풀어서 가슴골이 내보였다. 그리고 스커트 길이는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짧았다.” (481쪽)
하쿠로: 어허, 속옷 보이겠네.
가에데: 안 보여요. 정확히 계산했거든요.
맨 마지막 대목은 점입가경이다.
“가에데는 긴 속눈썹으로 윙크를 날리더니 육감적인 다리를 척 꼬았다. 아닌 게 아니라 속옷은 보이지 않았다.” (481쪽)

물론 나도 남자고, 아무리 소설이라도 미녀가 나오면 감저이입이 더 잘된다.
그래도 이건 좀 너무했다 싶다.
내가 그에게 기대하는 건 미녀 타령이 아닌, 치밀한 사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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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6 02:09   좋아요 0 |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7-08-06 16:15   좋아요 1 | URL
우왓...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족관계 이런 거에 무지 약해요 ㅠㅠ 처제---> 제수씨로 고쳤습니다. 님도 즐거운 8월 되시길!

transient-guest 2017-08-06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간 히가시노 선생은 점점 김성모 공장장처럼 변해가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마태우스 2017-08-06 16: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transient-guest님,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저도 님같은 촌철살인을 하고 싶었어요! 지식이 있다는 건 촌철살인을 가능케 한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제가 요즘 책을 그전보다 훨씬 덜 읽는데요, 역시 독서에 길이 있는 듯요.

transient-guest 2017-08-07 14:5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선생님. ˝월간 히가시노˝는 제가 원조가 아니구요, 동진 DJ가 세간의 평을 인용한 것입니다. 그러니 촌철살인은 제가 감히 claim할 수는 없구요...알쓸신잡 시즌 2가 있다면 선생님이 섭외되었으면 합니다. ㅎㅎ 책읽기만한 것이 없으니 계속 읽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마태우스 2017-08-15 11:37   좋아요 0 | URL
윽 답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원조가 아니라도 그 말을 인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 해도 멋진 거라고 봅니다. 적절한 곳에 인용하는 것도 능력이니깐요. 전 요즘 책을 점점 못읽고 있어요. 그래서 슬퍼요. ㅠㅠ

transient-guest 2017-08-16 06:42   좋아요 0 | URL
윗글을 보니 순전히 주문오류로 인해 읽을 책이 사라지는 사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ㅎ

제이크 2017-08-2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합니다. 이번 책 너무 여자 외형 묘사가 심하고 그놈의 스커트 길이는 왜이렇게 자꾸 얘기하는지 몰입이 되다가도 여자 캐릭터, 심지어 지나가는 손님인 여자도 미인이니 어쩌니 묘사해대서 짜증나 죽는줄 알았네요... 주인공이 금사빠에 여자 밝히는 성격인걸 보여주려고 하는건가, 싶었지만 그런 부도덕한 주인공과 가에데가 결국에 이어지는 듯 나와서 더 어이없었어요. 대체 작중 묘사 그대로 잘빠지고 잘난 가에데가 주인공 어디에서 매력을 느꼈기에? 전체적인 스토리나 사건성도 그저 그랬고 이번 책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이네요..
 
페더그래피카 -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의 그래픽 평전
마크 호지킨슨 지음, 김솔이 옮김, 김기범 감수 / 소우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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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기사가 떴다.
‘테니스 황제 조코비치,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
여기엔 테니스 기사로는 이례적으로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 대부분이 이런 내용이었다.
“테니스 황제는 페더러 뿐이야. 조코비치가 어떻게 황제일 수 있어?”
그런 댓글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로저 페더러는 아내를 만나기 전 가장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아내와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을 때, 슬그머니 1위 자리를 탈환했던 사람이니까.
페더러 때문에 일찍부터 스포츠중계 채널인 스타TV를 달았고,
페더러의 경기 때마다 밤을 꼴딱 새가며 TV를 봤다.
페더러가 우승을 하며 좋아할 때 나도 같이 기뻐했고,
페더러가 패배의 아픔에 눈물을 흘릴 때 나도 같이 울었다.


경기 내내 무릎을 꿇고 TV를 보는 날 아내는 이렇게 타박했다.
“야, 페더러가 이겨서 버는 상금 중 단 1달러라도 너한테 준 적이 있냐?
좀 적당히 하고 잠 좀 자자.”
아내에게 말했다.
나이로 봐서 페더러의 전성기가 지났으니, 이번 대회가 페더러의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며,
화려한 은퇴를 위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 말을 그 다음해에도, 그 다음다음해에도, 그 다음다음다음 해에도 했는데,
2017년 페더러는 호주오픈과 윔블던에서 우승을 하면서 오히려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일방적인 짝사랑이었지만 우리는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
페더러가 우리나라에 와서 시범경기를 했을 때,
경기장에 앉아 있던 내 옆으로 페더러가 지나갔다.
그쪽으로 나타날 거라곤 생각도 못했기에 당황해서 아무런 말도 못한 게 못내 후회된다.
미리 알았다면 유창한 영어로 이렇게 말해줬을 거다.
“Federer, I love you very much."


황제 페더러의 삶을 담은 <페더그래피카>가 나왔다.
아직 현역인 선수의 전기가 나오는 건 이례적이지만,
페더러의 커리어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메이저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19회를 우승한 것도 그렇지만,
역경을 만날 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섬으로써 팬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치는 원핸드 백핸드는 그를 테니스선수가 아닌, 아티스트로 여겨지게 만들고,
코트에서 절대 흥분하지 않는 모습은 인간이 아닌 신 같다.
다른 테니스스타와 달리 모델이 아닌,
어찌보면 평범한 여인과 오랜 연애 끝에 결혼한 것도 멋진 일이다.
딸을 목욕시키다 무릎을 다쳐 한동안 코트를 떠나있을만큼 가정적인 면모도 보여주는 황제,
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페더그래피카>를 보니 테니스스타였던 매츠 빌랜더는 이렇게 말했단다.
“문제는 관중이 언제나 로저 편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그를 이겨 버리면 분위기를 망쳐 버리는 거죠. 선수 입장에서는 정말 기분 나쁜 겁니다.” (228쪽)
그의 라이벌인 조코비치는 또 이렇게 말한다.
“어떻게 하면 관중을 제 편으로 만들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죠. 하지만 관중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같은 쪽)


페더러에 대해 모르는 게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다.
예컨대 비외른 보리가 세운 5회 연속 윔블던 우승에 도전하던 샘프라스를 페더러가 이김으로써 기록달성을 좌절시켰을 때,
보리가 페더러의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를 걸어 “자신의 기록을 보호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는 사실 (141쪽) 등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비화다 (난 보리가 그런 것에 그렇게 신경을 쓰는지 몰랐다 ㅋㅋ)
페더러를 둘러싼 비화들과 더불어,
그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진도 이 책의 소장가치를 높여준다.
그래서 말씀드린다.
전국의 페더러빠들이여, 이책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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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7-3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니스는 잘 몰라서...
그냥 이름만 알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이런 사람이었군요! (막 놀라는 중)
페더러빠는 아닐지라도 문득, 이 책에 흥미가 생기는 중^^;

마태우스 2017-07-30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비연 님 안녕 하셨어요 알아두면 매우 좋은 사람입니다 댓글 감사드려요

꼬마요정 2017-07-3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더러는... 너무 잘 생겼어요~^^;; 상관없는 이야기인데도 영화 ‘윔블던‘이 생각납니다. 테니스가 공통점이라는 것 외엔 닮은 게 없는데 말이죠... 더운 여름, 잘 지내시죠?

마태우스 2017-08-01 00:13   좋아요 0 | URL
오옷 꼬마요정님, 페더러 스탈 좋아하시는군요. 외모가 멋진 건 맞지만, 잘하니까 잘생겨 보이는 것도 있지 않나 싶어요. 영화 윔블던도 봤었는데, 그것보단 페더러의 인생스토리가 훨씬 감동적이랍니다. 나달에게 1위를 빼앗겼다 되찾고, 나이들어 잠잠하다가 다시 부활하는 게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니깐요. 암튼 페덜이 우승한 윔블던 덕분에 더운 여름 잘 보냈답니다. 댓글 감사요

심술 2017-08-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저도 올해 페더러에 감동했어요.
2012 윔블던 우승 뒤로는 나달,조코비치,머리,바브링카에 밀려
그랜드슬램 대회 우승이 없어서 올해 페더러가 이렇게까지 훌륭하게
부활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아울러 나달도 2014롤랑 가로 우승 뒤 부상에 시달려서 어쩌면 다시는 우승 못 하겠다
생각했는데 올해 호주오픈 결승에서 페더러에게 지긴 했지만 결승까지 올라
한동안 흔했지만 어느새 보기 힘들어졌던 페더러vs나달 결승전을 모처럼 다시 빚어내더니
롤랑가로에서는 세 해 만에 정상에 서는 걸 보고 감동받았어요.

역시 유명한 야구 격언처럼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었어요.
저도 한동안 침체기에 있었는데 올해 페더러와 나달 보면서 힘을 얻었죠.

이 책 나온 줄도 몰랐는데 찾아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고 더운 날씨에 건강하세요.

마태우스 2017-08-06 16: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심술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저도 님처럼 페더러와 나달에게 두루 감동하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하는데 좀 편협하다보니ㅠㅠ 나달이 프랑스 먹었을 때 메이저타이틀 수 18-15라고,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나달 상대방을 막 응원했다는...ㅠㅠ 암튼 꺼져가는 줄 알았던 선수가 다시 힘을 낼 때, 팬들도 덩달아 힘이 생기는 듯해요. 이 책 참 좋은 책이어요 후회 안하실 거예요.

심술 2017-08-07 10:51   좋아요 0 | URL
저도 나달보다 페더러가 더 좋긴 한데 나달도 최근 몇 년 부상 입고 헤매는 걸 보니 슬슬 좋아지더라고요. 그래도 페더러가 더 좋아요.
 

 

 

 

 

 

 

 

 

 

 

 

 

 

 

 

학교에 원하는 책이 없는지라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신방도서관이라고, 굉장히 근사한 외관에 책도 많이 있는데다

도서관 앞 전경도 꽤 아름다워 이용객이 많다고 소문난 곳이다.

강아지 산책 땜시 그 앞에 간 적은 있었어도 책 빌리러 간 적은 처음인데,

1층 사무실에 가서 "대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묻자

한 여자분이 "2층에 가서 하시면 됩니다"라고 한다.

그 말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지만, 내가 서운했던 건

"아니 날 몰라보다니!"였다.

내가 이렇게 바람이 든 건 최근 몇 년간 도서관에 강연을 나가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도서관은 물론이고 광주나 부산기장, 대전 등등

전국의 도서관에서 강연요청이 오는데,

강의하러 갈 때마다 직원 분들이 이렇게 말한다.

"아유, 이렇게 와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처음엔 이런 말들에 전혀 현혹되지 않았다.

간혹 우쭐한 마음이 들 때마다 "저건 그냥 예의상 한 말이야. 정신차려 민아!"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는데

계속 듣다보니 마음이 점점 풀어진다.

게다가 다음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이지 더 버티기가 어려웠다.

2017년 1월, 창원의 모 도서관, 운영회의.

위원1: 올해 도서관 특강 연자를 정해야 하는데요, 누가 좋겠어요.

위원2: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설민석 선생과 서민을 부르면 좋겠습니다.

위원1: (한숨을 쉬며) 부르면 좋지요. 근데 그분들이 부르면 온답니까?

위원3: 저....제가 한번 불러보겠습니다.

나머지 위원들이 반신반의하며 위원3을 바라봤지만

위원3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내가 처음 방송에 나가던 21년 전-3개월만에 잘렸다-

그녀는 몇 안되는 나의 팬을 자처했고,

옷도 보내주는 등 내게 고맙게 해준 적이 있으니까.

게다가 난 그분한테 뭐 하나 제대로 해준 게 없어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위원3의 연락에 난 흔쾌히 그러마고 했고,

5월달에 그 도서관에 가서 강의를 하고 왔다.

어릴 적 은혜를 갚은 스토리인데다

잠시나마 설민석과 동급으로 취급되기까지 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좀 자만하기 시작했던 게 말이다.

그러니 신방도서관의 직원이 날 몰라준 게 서운할 수밖에.

2층에 올라갔더니 남자 직원 셋이 앉아 있었다.

원래 내가 기대한 반응,

직원: 아니, 서민선생님이 저희 도서관에 오시다니! 영광입니다.

나: 별말씀을요. 부끄럽습니다 (속으론 흐흐흐)

직원: 이 동네 사시나봐요?

나: 네, 6년 전에 이사왔습니다.

직원: 아, 몰랐습니다. 그러시면 저희 도서관에서 언제 강연이나 한번...

나: 그럼요, 저희 동네인데 부르면 기꺼이 가야죠.

하지만 대출카드를 만드는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날 알아보지 못했고,

근처를 오간 도서관 이용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빌려서 나가는데, 도서관 벽에 신방도서관 특강에 관한 포스터가 붙어 있다.

"강사 누구누구, 금요일 10시반부터 강의...."

도서관을 나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흥, 나보다 안유명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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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28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마태우스님을 몰라보다니, 그 분은 텔레비젼도 안보시고 책도 안 읽으시는가 봅니다. 저는 길에서 만나면 반가움에 펄쩍펄쩍 뛰었을텐데요! ㅎㅎ
오랜만입니다, 마태우스님!!

마태우스 2017-07-28 12:20   좋아요 0 | URL
어머나 다락방님 첫 댓글 감사드려요! 같이 흥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천안이 TV가 잘 안나오는 곳이 많다는....ㅋㅋㅋ
 

 

 

 

 

 

 

 

 

 

 

 

 

 

 

 

 

가락시장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목적지인 서울역까지 가려면 한시간은 걸릴텐데,
그 역이 3호선의 거의 끝지점이라 앉을 자리가 있었다.
나이가 드니까 요즘은 앉아 가는 게 참 편하고,
그날은 여러 모로 힘든 하루였기에 그 자리가 고마웠다.

그런데 역을 지날수록 사람이 많아지더니, 할머니 한 분이 내 앞에 서신다.
노약자석도 있는데 하는 원망, 그리고 왜 하필 내 앞에서 서시는지 하는 원망이
내 마음을 채운다.
옆을 보니 한창 때로 보이는 청년이 스마트폰을 하느라 머리를 쳐박고 있고,
그 옆에도, 또 그 옆에도.
그러고보면 스마트폰은 무료한 시간을 때울 수 있게 해주는 이외에
자리를 안비켜주는 수단도 되는 모양이다.

정말 일어나기 싫었지만, 할 수 없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야 했다.

할머니는 미안해하면서 앉으셨고,
난 문 쪽으로 가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내리고 탔는데, 그때 할머니 옆자리에 있던 청년이 자리에서 일어났던 모양이다.
할머니가 내 쪽을 보면서 소리를 지르셨다.
“학생, 여기 앉아!”
빈자리에 앉으려던 다른 남자가 그 소리에 놀라 멈칫했다.
그리고,
거기 있던 사람들의 눈이 내게로 향했다.
젊어 보이는 건 분명 좋은 것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학생은 좀 심하지 않은가.
그때 난 좀 부끄러웠고, 할머니한테 다음 역에서 내린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진짜로 다음 역에 내려버렸다.

 

38세 때, 영등포역에서 기차를 내렸을 때
한 할머니가 날 보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학생, 가방 열렸어!”
그때는 그 말이 무용담 비슷한 거였는데,
13년이 지난 지금은 그 말이 더 이상 듣기 좋지 않다.
난 너무 늙었고, 누가 나이를 물으면 머뭇거려야 하고,
누군가에게 자리를 비켜주기보단 양보받을 나이가 멀지 않았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대체 왜 그러셨을까.
눈이 나빠서?
어쩌면, 자리를 양보받은 것에 대한 보답으로 그러셨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 학생 말고 총각 정도면 제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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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07-0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태우스 2017-07-04 15:35   좋아요 0 | URL
첫 댓글 감사드립니다.

붕붕툐툐 2017-07-03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 동안이라서...라는 답을 듣고 싶은 건 아닙니까?ㅋㅋㅋㅋ(제 생각엔 할머님 눈에 책을 읽으면 다 학생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17-07-04 15:31   좋아요 0 | URL
동안인 줄 알고 살던 때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주름이 가득해서 더 이상 그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ㅠㅠ 님의 설명에 납득이 가네요 감사요

꼬마요정 2017-07-04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적 있어요. 대학생일 때.. 아.. 돌아가고픈 시절이군요. 버스를 타고 천 원짜리 지폐를 냈더니 800원을 거슬러주더군요. 초등학생이냐고.. 하하하하. 이건 뭐..
또 얼마 전에는 할머니가 타셔서 둘러보니 제가 제일 어린(?) 거 같아 일어나서 서서 책 보는데 학생, 여기 앉아.. 다 쳐다보는 게 부끄러워서 다음 역에 내린다고 하고 내렸다가 다음 차를 탔죠..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학생‘ 아니겠어요..ㅎㅎㅎ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니 자신감을 가지세요!!

마태우스 2017-07-04 15:32   좋아요 0 | URL
오옷 초등학생...요정님 사진 보니까 뭐 그럴 수 있겠다 싶네요 (몇년 전에 봤던 사진 말입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학생이란 말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홍퀸 2017-07-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ㅎㅎ제목에 딱 들어맞는 선행의기적이네요!!!ㅋㅋ 배낭메고 책보고있으면 눈나쁜분들한테는 학생으로 보일법하죠!ㅋㅋ 나이들어서 고시공부하는 학생으로 보일수도있는거고요 ㅋㅋ암튼 그 묘한기분 저도 얼마전에 겪어서 알겄네요 총각~ㅋ

마태우스 2017-07-04 15: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고시 마지막 시험이 그즈음이던가 그랬죠^^ 총각이라 불러주셔서 감사요.

stella.K 2017-07-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니 아직도 마태우스님을 알아 보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저 같으면 마태님께 당장 자리 양보해 드렸을 텐데...
사람들 넘하네요.ㅋㅋ

마태우스 2017-07-24 15:53   좋아요 0 | URL
어맛 스텔라K님! 답이 늦어 죄송요. 반갑기 그지없고요 프사 바꾸셨는데 제가 몰랐네요. ㅠㅠ

꿈꾸는학생 2017-07-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총각행세(?)를 위한 밑밥을 까는 방법이 있군요. ㅎㅎㅎ 써먹어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7-07-24 15:54   좋아요 1 | URL
고수십니다 제 의도를 꿰뚫어보시다니.

카스피 2017-07-0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선행의 작은 보답이 아닐까 싶네요^^

마태우스 2017-07-24 15:54   좋아요 0 | URL
그, 그렇겠죠? 제가 너무 젊어보인다, 이건 아닌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