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를 쓰다보면 파일을 pdf로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연의 배신>도 그랬다.

추천사를 쓰려면 일단 읽어야 하기에 컴퓨터로 마구 화면을 넘기는데,

읽고 난 느낌은 "그런대로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 느낌을 살려 추천사를 작성했다 (사실은 부끄럽다.

다른 추천사를 보니 내 추천사가 너무 한심하다

이번 기회에 추천사 쓰는 요령을 확실히 터득한 걸 소득이라고 생각하자.)















나중에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 줬는데

안그래도 읽은 책도 없고 해서 그 책으로 <인물과 사상>에 독후감을 쓰려는

기특한 마음을 가졌다.

그래서 그 책을 읽는데, 와~ 책이 정말 재미있는 거다.

처음 읽는 것도 아니고, 전자책으로 한번 읽었던 걸 다시 읽는데

대략 3배쯤 재미있는 거다.

범고래가 사람을 죽이는 얘기는 전자책으로 볼 땐 "범고래가 사람을 죽였구나"라며

담담하게 넘어갔는데

책으로 보니까 손이 부르르 떨릴 만큼 전율이 왔다.

"이런 나쁜 범고래 같으니!"















비슷한 경험을 <아무 날도 아닌 날>에서도 한번 더 경험했다.

이 책 역시 추천사를 쓰려고 pdf 파일로 읽었고,

5월 30일에 있는 북콘서트를 위해 저자가 보내준 책으로 정독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후자가 대략 다섯배쯤 더 재미있었다.

전자책으로 읽을 때는 안그랬지만

책을 정독하다가 저자한테 "책 정말 잘쓰셨네요!"라는 문자를 보내기까지 했다.

역시 난 전자책에 특화된 세대가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고,

앞으로 3박4일 여행을 가더라도 책 여러 권을 낑낑대며 들고갈지언정

가벼운 전자책을 다운받아 가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이야말로 지불한 책값이 아깝지 않는 길이니까.


전자책이 필요할 때가 없는 건 아니다.

외국에 책을 보내려면 배송비가 무지하게 비싸던데,

외국에 있는 사람이 우리나라 책을 읽고 싶을 땐

전자책을 주문하는 게 훨씬 합리적일 듯하다. 

배송시간도 짧은데다 가격도 엄청 싸니까.

하지만 내 인생의 스케줄상 외국에 거주하고,

또 거기서 주문을 할 일은 없을 것 같으니

난 남은 여생을 종이책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한줄기 불안이 엄습하는데,

언젠가 종이책이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점.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을 쓴 세대-대략 2000년 이후 출생자들-가

사회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종이책 읽는 사람들을 구닥다리 취급하면서

종이책을 없애는 제2의 문화혁명을 벌이지 않을까?














그럴 땐 문화혁명 때 위화라는 중국의 소설가가 그랬던 것처럼

노트에 필사를 해서 나같은 사람들끼리 돌려보는 수밖에.

문화혁명 때와 달리 노트에 필사해서 돌려본다고 잡아가진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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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5-20 12:18   댓글달기 | URL
종이책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어요ㅠㅠ 그 재미있다는 <나를 찾아줘>를 전자책으로 (시험삼아) 사 봤는데 아직도 덜 읽었어요. 종이책으로 다시 살까 생각한다는-_-;;

마태우스 2015-05-21 00:37   URL
카...나를 찾아줘도 전자책은 재미가 덜한가봐요. 그거 진짜 재밌는데... 하기야, 전 내 심장을 쏴라, 인가를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완전 꽝. 이해도 잘 안되고...ㅠㅠ 필사라도 해서 종이책 읽으려고요 저는

2015-05-20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15-05-21 00:37   URL
세심한 배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도 산전수전 다 겪어서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답니다. 우리 모두 힘 내고요, 우리끼리 잘 지내요!

2015-05-21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된 게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나랑 제일 친한 친구의 아들이 캐나다에서 왔다.

온 김에 친구와 더불어 천안에 들렀기에 맛있는 식당에 데리고 갔는데,

자기 딴에는 나를 다 알아볼 줄 알았나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은 그리 길지 않고,

게다가 내가 뭐 그렇게 인상적인 방송활동을 한 것도 아닌지라

이젠 어딜 가도 그다지 알아보는 이가 없다.


하지만 출판계에선 아직 내가 잊혀지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나를 과대평가하는 곳이 좀 있다보니

자신들이 내는 신간에 추천사를 써달라는 요청을 가끔 받는다.

특히 요즘엔 추천사를 세명 정도 받는 게 기본이 된 것 같아 추천사 일이 더 많이 들어온다. 

안그래도 어려운 출판시장에서 내 추천사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뭐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추천사를 쓴다.

<독한 것들>이란 책에 대한 추천사를 부탁받았을 때도 그런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기생충학자 정준호 씨 등이 집필한 책이 아닌가!


그로부터 얼마 후, 추천사를 쓴 보답으로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왔다.

그 책을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책의 띠지에 내 사진이 떡 하니 박혀 있었던 것.

내가 저자도 아닌데 왜 내 사진을? 

충격적인 사건이 있으면 분노-부정-절망-타협-수용 의 5단계를 거친다는데,

내 마음은 앞의 두 단계에서만 왔다갔다 했고,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한동안 고민하다 다음과 같이 입장정리를 했다.


1) 추천인의 사진을 책에 싣는 건 책을 쓴 저자에 대한 결례다.

이 책은 EBS에서 방영한 <독>을 책으로 옮긴 것으로,

피디와 작가, 카메라 담당하신 분 등 저자가 총 4분이다.

그 네 분 모두 나보다 훨씬 잘생겼는데 나만 띠지에 들어간 건

좀 어이없다.


2) 추천자의 사진을 책에 싣고 싶다면 미리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그랬다고 하더라도 난 거절했겠지만,

그런 언질이라도 주고 실었으면 지금처럼 황당하진 않았을 것 같다.


3) 가장 화가 나는 점은, 이건 2)의 결과이기도 한데,

띠지에 들어간 내 사진이 너무 한심하다는 거다.

아무리 못생긴 얼굴이라도 사진에 따라 괜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저 사진은 내가 "죽이고 싶다"는 느낌이 들만큼 한심해 보인다.

특히 저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이라니!

정 사진을 싣겠다면 가지고 있는 사진 중 비교적 괜찮은 걸 줬을 텐데.


물론 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같은 걸 할 마음은 없다.

게다가 그 출판사는 작년에 내가 정준호 등과 함께 쓴 <기생>을 출간했던 곳이니

그렇게 한다고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알라딘에서만 푸념을 하고 말 테지만,

뜨고 나면 치러야 하는 대가가 이런 것일 수도 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사태의 이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 사진을 보고 안되겠다 싶어 거울을 보게 됐고,

우리 학교 성형외과에서 피부관리를 받기로 한 것.

시술이 시행될 다음 주부터 난 웃지 않을 것이다.

웃으면, 얼굴이 너무 어색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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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5-16 05:45   댓글달기 | URL
사진까지 실으면서 사전에 알리지 않은 건 어이없네요. 이건 예의가 없는 거잖아요.ㅠ 그래도 마태님 얼굴 한번 더 볼 수 있어 좋구만유~^^

마태우스 2015-05-16 09:32   URL
윽...저 얼굴은 굳이 안보셔도...ㅠㅠ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넘어가려고요 (피부관리의 결심을 굳혔다는 것!).

2015-05-16 06: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6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5-16 07:07   댓글달기 | URL
주객이 전도된 느낌?
마태우스님 잘 나온 사진도 많은데 심하네요^^

마태우스 2015-05-16 09:32   URL
우왓 세실님 안녕하셨어요. 사실 제가 잘 나온 사진이 별로 없어요. 얼굴 구조상 잘 나올 수가 없다는...^^ 님은 아무리 후진 카메라로 찍어도 미녀인데, 흑.

2015-05-16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6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5-05-16 13:43   댓글달기 | URL
처음에 마태님 책인줄 알았다는...

마태우스 2015-05-17 22:59   URL
그죠? 저도 제 책인 줄...^^

pek0501 2015-05-16 14:05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제가 볼 땐 사진 괜찮은 걸요. 안성기 영화배우의 주름 같다고나 할까요?

마태우스 2015-05-17 22:59   URL
앗 페크언니 그래도 주름 시러요 없애고 싶어요 ㅠㅠ

보슬비 2015-05-16 14:31   댓글달기 | URL
추천사에 사진을 넣는것도 이상하지만 추천사를 써주셨으니 사진사용도 허락하신거라 생각하는 출판사가 더 이상한것같아요. 게다가 마태우스님 더 멋진사진도 많은데 마태우스님이 싫어하시는 사진선택이라니...

이제 추천사 써주실때마다 잘 나온 사진도 출판사에 함께 제공하셔야겠어요.^^

마태우스 2015-05-17 23:01   URL
보슬비님 안녕하세요. 이 글 덕분에 간만에 인사하네요. 원판 불변의 법칙 때문에 잘 나온 사진은 사실상 없답니다^^

재는재로 2015-05-16 18:29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이더눈에띠는 바로마태우스님얼굴만보이네요
그래도더좋은사진도있는데 사진발이좀안받네요

마태우스 2015-05-17 23:01   URL
그죠그죠. 너무 한심해 보이는 사진이어요 흑.

카스피 2015-05-17 22:19   댓글달기 | URL
ㅎㅎ 중후해 보이시는데요.얼마전에도 무슨 시사주간지에 기사가 실린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사진은 이 책보다 더 근사하게 나온 사진도 많던데 출판사가 상당히 결례를 저지른것 같네요.
근데 오늘 인터넷에서 본 태아는 기생충이다란 몰지각한 글을 올린 여성에 대한 반박글을 올리신 분이 혹 마태우스님이 아니신가요?

마태우스 2015-05-17 23:02   URL
카스피님 안녕하세요 넘 반갑습니다 그건 저 아닙니다. 제가 요즘 사정이 좀 안좋아서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몰랐답니다. 반박글도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그저좋은휘모리 2015-05-18 10:00   댓글달기 | URL
그 출판사 나빴어요.
마태우스님 사진은 사람좋아보이게 나왔어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5-05-19 03:51   URL
윽....저 얼굴이 사람좋게 보이는군요. 나빠 보여도 주름없으면 좋겠어용...^^

2015-05-18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9 0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이명

이명이라는 병이 있다.

귀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환청과 구별되지만,

이런 게 지속적으로 들리면 신경이 무지 쓰인다.

치료가 안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게 더 무서운 점. 

지난 몇 년간 나도 이명이 좀 있었다.

이게 이명인가 하는 의혹이 들긴 했지만, 귀에서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아내가 때릴 때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귀는 때리지 마. 내가 이명이 좀 있는 것 같거든."


얼마 전에는 하루가 지나도 그 소리가 없어지지 않아서

안되겠다 싶어 학교 병원을 갔다.

내 귀를 본 의사는 귓밥이 큰 게 있다면서

"이런 거 가지고 대학병원 오시다니!"라고 핀잔을 준다.

그걸 꺼내고 나니 소리는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뒤부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는 귀 때려도 되는 거지?"


2. 키

내 키는 176cm다.

대학 들어갈 때 172였고 졸업할 때 175였는데,

그 뒤 1센티가 더 커서 쭉 유지돼 오고 있다.

이 얼굴에 키라도 그 정도 돼서 다행이긴 한데,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내 키가 177.4센티라는 것이다.

키가 무려 1.4센티가 크다니, 아직도 성장기인 것일까?

게다가 시력검사를 해봤더니 왼쪽 눈이 1.2, 오른쪽 눈이 0.7이다.

그 이전까지는 1.0에 0.5가 될까말까였으니

시력도 좋아졌다 (청력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회춘이란 게 이런 건가 하면서 아내한테 말을 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이게 다 내가 내조를 잘해서 그런 거야!"

몇 달 전부터 아내는 아침마다 영양제를 듬뿍 주면서 먹으라고 했는데,

알약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였다 (물 한컵 가지고 다 삼키질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 눈을 좋게 만드는 영양제도 있고 기타 몸에 좋은 영양제도 있으니

키가 크고 눈이 좋아졌다는 게 아내의 설명.

원래 영양제의 효능을 믿지 않았지만 아내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눈이야 좋아질 수 있다 쳐도 키는 도대체 왜 자란단 말인가?

이런 식이면 아내의 알약을 열심히 먹으면 루저의 기준인 180까지도 클 수 있을 듯하다.

아내에게 고마워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귀 마음껏 때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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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18 11:04   댓글달기 | URL
눈 영양제가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한 번 나간 시력은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저는 좋아지는 것은 고사하고
더 잃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 키 역시 더 줄어들지나 말고.ㅠ

마태우스 2015-04-18 11:08   댓글달기 | URL
제가 먹는 성분이 루테인이라고 하는건데요 한번 드셔보세요 그것땜에 좋아진 것 같은데 키는 왜컸는지 잘 모르겠고요

오로라^^ 2015-04-18 16:25   댓글달기 | URL
루테인을 먹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나보네요. 저도 애들에게 꾸준히 먹이고는 있는데... 좀더 확실히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먹여야겠군요^^ 그런데 키는 왜 크신 걸까요? ㅎㅎ 그게 더 궁금한데요.. 알아내시면 대한민국에 큰 파장이 일어날 듯 합니다^^

서민 2015-04-18 20:42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키가 왜 컸는지 알면, 대한민국에 파장이 일겠죠^^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0.1만 더 컸다면 178이라고 우길 텐데, 아쉽습니다.

세실 2015-04-19 00:27   댓글달기 | URL
루테인 저도 먹여야겠어요^^
오홋 대학가서도 키가 크다니....ㅎㅎ
하여간 마태우스님의 위트는 못말려요~~

2015-04-22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9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5-16 05:51   댓글달기 | URL
루저에게 희망을 주는 페이퍼~^^
키는 작아도 불편한 줄 모르고 사니까 괜찮은데 시력은 더 많이 많이 좋아지면 좋겠어요.
 
아무 날도 아닌 날 - 인생에서 술이 필요한 순간
최고운 지음 / 라의눈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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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을 직선적으로 하는 여성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온화함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그런 여성의 출현은 매우 드물었는데,

최근 몇 년간 주목한 분이 바로 ‘앨리스’라는 필명을 가진, 최고운이다. 

많은 팬을 거느린 파워블로거였던 그녀가 드.디.어. 자신의 책을 출간했다.

평소 친분 덕분에 추천사를 쓰는 영광을 안았던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하나. 저자에게 첫 책은 자신의 분신이다.

개쓰레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마태우스>를 냈을 때도 무지하게 흥분하는 게 인간인데,

<아무 날도 아닌 날>같이 어디다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낸 저자라면

나보다 열배쯤 더 흥분한 나머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한 마디 조언을 해본다. 

최고운님, 혹시 이 책이 기대만큼 안팔리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인생은 길고, 앞으로 최고운이란 이름을 걸고 나올 수많은 책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책은 님의 존재를 알리는 출발신호에 불과하니까요.


둘째,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것은 독자에게 기쁜 일이다.

게다가 이 작가는 글을 참 시원하게 쓴다.

“본인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여자가 언짢아할 땐 무조건 미안해, 하도록 설계된 남자는 확률적으로 2퍼센트 정도 존재한다고 전해지나, 실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46쪽)

이게 뭐가 시원하냐고 하겠지만, 다음 구절을 보라.

“버스를 들고 뛸 수도 없는 이상 일단 오고 있는 남자에게 지랄은 하지 말자.” (47쪽)

이건 비교적 순화된 예일 뿐 읽다보면 상상 이상의 것을 보게 되는데,

간혹 이런 감탄도 절로 나온다.

“이 작가님, 참 거침없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런 작가와 친분이 있다는 게 행복했고,

이런 좋은 책에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도 뿌듯했다.


에세이란 쟝르는 유명한 사람만 써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유명인의 에세이에 없는 파격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작가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

한권쯤 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격려가 있어야 작가가 지치지 않고 글쟁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이분의 직설적인 멘트들이 우리 사회를 빛내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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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5-04-14 09:48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작가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
한권쯤 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격려가 있어야 작가가 지치지 않고 글쟁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직장생활을 처음하면서 이 생각으로 젊은 한국작가들의 책을 의도적으로 구매했는데,
요즘 과학,예술책을 중심으로 구매하다 보니 잠시,, 다시금 마음을 잡아보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4-14 13:12   URL
오옷..우향님,이렇게 고마운 말씀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님같은 분들이 계셔서 좋은 작가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개 2015-04-14 12:28   댓글달기 | URL
부제가 더 마음에 드는데요 ^^

마태우스 2015-04-14 13:11   URL
이 책의 부작용은 글 한편이 끝날 때마다 술과 거기 맞는 안주가 사진으로 올려져 있다는 거죠. 알콜 욕구를 엄청 자극하는 책이랍니다.

아무개 2015-04-14 13:27   URL
어이쿠 이런!
다욧 끝나면 보는걸로!! ^^:::::::
 












지난 주말, 감염내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때문에 어머니랑 같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내와 나는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면 남은 개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비행기를 안타는 게 원칙,

그렇다면 나 혼자 그냥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지만

강의 시각이 일요일 오전 8시 경이라 전날 가서 숙박을 할 수박에 없었다.

숙소야 주최측에서 제공해 준다지만,

비싼 호텔에서 나 혼자 자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기에 어머니를 모신 것.

3시 비행기였고, 또 바람이 심해서 연착을 엄청 한 탓에 호텔에 간 시각은 오후 6시 반,

칠돈가라는 엄청난 곳에서 저녁을 먹고난 뒤 엄마가 <장미빛 연인들>을 본다고 해 일찍 들어와 쉬었다.


문제는 다음날.

엄마는 투숙객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러 가셨다.

그때 시각이 7시 40분이었고, 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린 후 강의장으로 갔다.

원래 어머니와 난 9시 반경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수영을 두시간 정도 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선 제주도에 있다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가

바다를 좀 보고 공항에 가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강의는 8시 20분부터 시작됐고, 

강의실에 시계가 없는 바람에 난 2G 휴대폰을 스톱워치삼아

강의하는 곳 앞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준비를 워낙 열심히 한 탓에 강의는 물 흐르듯 진행됐는데,

8시 50분을 넘겼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이었지만 내겐 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주말엔 전화하는 이가 거의 없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엄마였다.

강의 중인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하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난 그만 넋이 나가버린 채 강의를 하다말고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특징은 전화벨이 다 울려 안내멘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벨은 수십초 가까이 울린 끝에 꺼졌다.

안도하기엔 일렀다.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해온 것.

그 전화 역시 수십초 가량 내 넋을 빼놓았다.

흐름을 잃어버린 뒤여서인지 전화가 온 뒤 내 강의는 엉망이었다.

게다가 전화 때문에 스톱워치 기능이 정지돼 강의 시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강의장을 나간 뒤 엄마가 그 후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영장이 너무 좋아. 너도 수영장으로 와라."

수영장에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따졌다.

도대체 강의 중인 걸 아시는 분이, 그리고 제주도에 온 목적이 바로 그 강의인데, 

왜 강의할 시간에 전화를 하냐고.

"수영장 물이 너무 좋아서 그랬지."

다시금 따졌다.

"엄마, 전화를 안받으면 못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해요? 그 다음 전화는 도대체 왜 했어요?"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게 말이다. 난 친구들한테도 항상 그러는데."

엄마가 강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전화건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도 강의를 망친 어머니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다 없어지진 않는다. 

덧붙이는 말: 난 기생충이 별 게 아니라고, 회 먹으라는 말을 평소에 하고 다니지만, 이번에 고래회충에 걸렸다는 만우절 거짓말을 하고 난 뒤 횟집으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다. 그 중 단대 학부모라는 분은 이런 글을 남겼다.

"너같은 놈이 교수로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애를 단국대에 보내지 말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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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08 03:41   댓글달기 | URL
아..마태우스님 ㅋㅋ 현각스님의 만행 참 잘 읽었는데 ㅋㅋ
저도 엄마의 만행에 너무 무서웠던 적이 있지요. 공부한다고 폰을 무음으로 해 놓고 책 밑에 두고 한참 있다가 폰을 봤더니... `부재 중 전화 24건`.. 24건이라니 놀라서 봤더니 전부 엄마...ㅠㅠ

마태우스 2015-04-08 05:47   URL
오오오옷 24건....아이고, 왜그러셨대요. 울엄마는 그래도 2통밖에 안했으니 만행이라 할 수 없는 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8 05:29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지막 끝줄이기분 좋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님이야말로 단대의 스타교수님 아니십니깡..

마태우스 2015-04-08 05:49   URL
스, 스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보고 애를 학교에 보내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의대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학생이 절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텐데요... 암튼 곰발님 웃어주시니 좋네요

blanca 2015-04-08 07:16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귀여우세요.

마태우스 2015-04-09 04:17   URL
네 그런 면이 있지요^^ ㄹ어머니도 여자니깐요^^

아무개 2015-04-08 08:24   댓글달기 | URL
고래회충 크하하핫


마태우스 2015-04-09 04:18   URL
어맛 아무개님 안녕하세용. 고래회충은 제게 올 상반기의 화두인 듯&&

다락방 2015-04-08 09:25   댓글달기 | URL
아...어머님 ㅠㅠ

마태우스 2015-04-09 04:19   URL
글게말입니다 이해불가예요 사실은..

Mephistopheles 2015-04-08 11:14   댓글달기 | URL
왠지 이번 만우절로 인해 마태님 수명이 많이 늘어나셨을꺼라고 생각되어집니다..ㅋㅋㅋㅋ

마태우스 2015-04-09 04:19   URL
그죠^^ 욕은 가끔씩 먹어줘야 합니다

비연 2015-04-08 16:27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만우절 내용 보고 전 정말 진짜인 줄 알았으니. 아마 넘 진실같아 원망 많이 들으셨을 듯. 그나저나 엄마들은 가끔 그러실 때가 있나봐요. 저희 엄마도 가끔..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안녕하셨어요. 내연녀 얘기를 해도 다 믿다니 ㅠㅠ 암튼 비연님 어머님 얘기도 나중에 해주세요

재는재로 2015-04-08 16:41   댓글달기 | URL
와우만우저내용 빵터지네요 다음에서글읽어봣습니다마태우스님은마성의남자도대체어떻게여자들의마음을훔치시건지알고싶습니다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세요 외모가 안되니 훔치기라도 해야죠^^

무스탕 2015-04-08 16:47   댓글달기 | URL
그자나도 얼마전 고래회충 뉴스를 들었을때 마태님 생각 났었어요.
이것도 조건반사인가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무스탕님...`무`스탕이니 무조건반사일걸요...!

soyo12 2015-04-08 23:23   댓글달기 | URL
엄니들은. 다 그러신가봅니다. 저희 엄니는 너 좋으라고 그러지란 말도. 당당하게. ^.^

마태우스 2015-04-09 04:21   URL
글게 말입니다. 그래도 저희 엄니는 반성이라도 하셨으니...^^

peolpan 2015-04-12 20:37   댓글달기 | URL
지승호 님과의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책 앞 부분 재미있네요.
특히 어린 시절 이야기.
연구에 집중하기 전 많이 노셨다고 해서 어찌 노셨는가 했더니 알라딘에서....
그래서 책 다 읽고 알라딘 찾아들어왔는데, 아직도 활동하시네요.

꾸밈없는 소박한, 너무 솔직해서 읽기에 좀 민망한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기생충 열전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4-13 23:49   URL
앗 부끄러운 제 삶의 일부라, 읽으셨다니 좀 부끄러워집니다. 알라딘에서 많이 놀았구요, 지금도 마음은 알라딘에 있지요. ^^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