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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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열전>을 낸 인연으로 을유문화사의 책을 종종 증정받는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을유가 책을 잘 만드는 출판사라는 점이다.

이번에 거기서 신간을 내면서 그 비결을 알 수 있었다.

내 책의 편집자는 편집을 하는 와중에 내게 수백통이 넘는 문자와 메일을 보냈다.

낮 동안엔 문자로 질문에 답을 하고,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켠 뒤 메일함에 들어가면 열통이 넘는 메일문의가 와 있었다.

그 편집자는 한 문장, 아니 한 단어조차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앞부분에서는 이렇게 말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표현 말고 좀 다른 표현을 해주시면 안될까요?”

이쯤되면 귀찮을 만도 하지만, 그의 지적이 모두 타당한 것들이고,

내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편집자가 고생을 하는구나 싶어서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밤 늦게는 물론이고 주말까지도 그 편집자의 메일은 계속됐다.

이런 편집자와 같이 일하는 건 행운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비단 내 책에만 이런 꼼꼼함이 발휘되지는 않았을 터,

그 결과가 바로 을유에서 나온 책들은 다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돼요라는 독자의 평이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사노 요코의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은 아주 유명한 저자가 아니면 팔리기 어렵다.

동화작가인 사노 요코는 매니아들 사이에서야 유명할지 몰라도,

난 그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다.

왜 이름이 낯이 익을까 생각해본 결과 존 레논의 아내였던 오노 요코랑 발음이 비슷한 탓이었다.

하지만 저자를 모르는 건 크게 상관이 없었고,

난 곧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해주는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유머도 곳곳에서 발휘되지만, 특히 좋았던 건 매사 조급해 하지 않는 여유였다.

예컨대 저자의 집 근처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은 저자에게 전날 밤 행적을 물었다.

그런데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는 게 아닌가?

여기에 대한 저자의 결심, “알라비아를 기억해 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날조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일기를 쓰기로 했다.” (221)

다 읽고 나니 책을 보내준 을유에 새삼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있는 책이긴 해도,

을유가 아니었다면 이 책을 사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아파지는 대목이 있었다.

211쪽을 보면 내가 나이 아흔다섯에 뇌연화로 편안하게 잠들 듯이 간다면....이리저리 상상해 본다.”는 구절이 있다.

실제로 저자는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는데,

저자 바람대로 95세까지 이런 유의 에세이집을 더 낸 뒤 뇌연화로 가셨다면 좋을 뻔했다.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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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꿀이 2016-05-29 14:12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지막 그 말같이 생각해요.
참 한국을 사랑했던 할머니세요.
제가 알 때 살아계시지 않았단 것이 안타까워요.

마태우스 2016-05-29 17:54   URL
앗 그렇군요 글에서도 민족주의에 경도되지 않는 분이구나, 싶었는데 사랑하기까지... 제가 살아계실 때 잘할 걸 그랬네요

갱지 2016-05-29 16:45   댓글달기 | URL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곱씹어보면 되려 무슨 경지에 다다른 듯한 늬앙스 입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7:55   URL
그렇죠 제목이 아주 맘에 들더라고요. 근데 말이 그렇지, 자기 일은 열심히 하신 건 아닌지 싶던데요.

희망찬샘 2016-05-29 17:26   댓글달기 | URL
책의 절반은 편집자의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읽지 못한 기생충열전이 급 땅기는데요. ^^ 사노요코님 새 책이 두 권 정도 더 최근에 눈에 띄네요.

마태우스 2016-05-29 17:56   URL
아, 글쿤요 책은 저자와 편집자가 만드는 거로군요. 사노요코님 새책이 또 나왔다니, 기대되네요

희망찬샘 2016-05-29 23:11   URL
아! 마태우스님같은 전문적인 글쓰기에는 이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제가 책을 내면서 느꼈던 점이랍니다. 편집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고생이 많으시구나... 하는! 점점 나아지는 책의 모양새를 보며 그런 생각 했더랬습니다. ^^

마태우스 2016-05-30 00:00   URL
희망찬샘님 갑자기 무슨 말씀인가 했더니 제가 님 댓글에 대한 답을 좀 건조하게 달았네요. 죄송합니다. 님 표현이 딱 맞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 또한 이번에 책 내면서 그걸 절실히 느꼈거든요. 저도 그렇지만 편집자 또한 이 책이 자기 거라는 인식이 없다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책은 무수한 오타와 비문이 가득한 책이 됐을 거예요. 본인이 고치면 못잡아내는 게 많거든요

희망찬샘 2016-05-30 00:03   URL
제가 실례를 했나 살짝 걱정 되었는데 다행이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책이좋아 2016-05-30 10:05   댓글달기 | URL
그 신간은 교수님의 필생의 역작이라고 밝히신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겠죠? 너무 재밌어서 여러번 웃었어요 ^^ 게다가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대박 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위화 지음, 이욱연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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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위화 작가를 참 좋아한다.

 

아마 <허삼관 매혈기> 이후부터인 것 같다.

 

허삼관이 피를 판 후 돼지 간볶음에 황주를 마시는 장면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냥 재미있는 소설가라고만 생각했는데

 

그의 에세이집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간다>는 에세이집답지않게 탁월한 재미를 줬다.

 

다만 요즘 트렌드가 짧은 제목을 선호하는데 저게 뭔가, 하는 불만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낸 에세이집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도 똑같이 긴데,

 

글자수를 세어보니 14자로 같다.

 

이걸 보면 위화 번역자는 에세이집 제목은 14자로 쭉 가려나보다.

 

 

울산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이 책을 집어들고 갔는데,

 

역시 위화의 에세이집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마르케스나 포크너, 매큐언, 오스터 등 유명 작가들이

등장해 심심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갈 때 환승을 하느라 2시간, 올 때 1시간 40분에다

 

울산에서 일을 보기 전 50분 정도가 있었으니 충분히 다 읽을만 했지만,

 

강력한 훼방꾼 때문에 앞으로 30쪽 가량을 더 읽어야 책을 덮을 수 있다.

 

그 녀석은 다름아닌 스마트폰.

 

기차에서 내가 한 행동은 다음과 같다.

 

책을 좀 읽다가 (20분 가량) “아 참, 강정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아 참, 이대호는 안타 좀 쳤나?”라며 스마트폰 확인 (10).

 

다시 책을 좀 읽다가 (15분 가량) “, 오늘 농구 결과가 어떻게 됐지?”라며 스마트폰 확인 & 농구중계 시청 (20분 가량).

 

당연한 얘기지만 이 모든 것들은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하지 않았을 (못했을) 행동들이다.

 

조금 궁금하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놈의 스마트폰이 내 독서시간을 잘라먹고 있다!

 

내가 스마트폰 사기를 두려워하며 3년을 버틴 것도 다 이런 일이 생길까봐서였는데,

그런 일이 생기고 있다.

 

이 책처럼 재미있는 책에서도 집중을 못하면 어려운 책은 아예 못읽는 게 아닌가!

 

작년 알라딘에서 낸 통계를 보면 내가 책을 읽을 시간이 몇천시간 정도밖에 안남았다고 하던데,

 

그 시간을 쪼개서 스마트폰에 내주는 건 문제가 있다.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기 삶을 기록하고 더 나은 삶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이렇게 처절한 반성문을 쓴 것 역시 내일부터는 그러지 말겠다는 결심을 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거대한 스마트폰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거기서 빠져나오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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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종 2016-05-29 06:46   댓글달기 | URL
이 글 역시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ㅎㅎ
저 역시 스마트폰이 독서를 방해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음, 전 스마트폰에 살짝만 손가락을 담그렵니다. 필요한 정보와 궁금해할 필요가 없는 정보를 가려내는 혜안과, 과감하게 클릭질을 자제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0:05   URL
저도 그런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걸 어떻게 길러야 할지, 기르는 게 가능하긴 한 건지 몰겠네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게 지금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뭔가를 좋아하면 궁금함도 그만큼 커지잖아요....

나비종 2016-05-29 10:13   URL
궁금함의 범주를 조절하면 됩니다. 좋아하시는 스포츠 경기의 결과나 객관적인 사실만을 보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스스로 하는 거죠. 대개의 인터넷 서핑에서 훅 지나가는 시간은 기사를 확인하고 난 후에 이루어지거 같거든요. 다른 신문에서는 그 뉴스를 어떤 식으로 썼나. .다른 인간들의 견해, 그게 은근 궁금해지는 거라ㅎㅎ

마태우스 2016-05-29 12:51   URL
옷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나비님 전문가시군요. 전 기껏해야 충전을 하지 말자, 정도였는데.ㅠㅠ 글구 제가 정말 나쁜 건 남들 댓글 보는 걸 즐겨요. 그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답니다 ㅠㅠ

나비종 2016-05-29 13:36   URL
다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ㅠㅠ 본문보다 댓글을 더 즐겨보는 1인입니다. 북플에서도 마찬가지구요ㅡㅡ;

마태우스 2016-05-29 13:50   URL
아아 님도 댓글을...ㅠㅠ 댓글읽는 재미가 좀 쏠쏠해야 말이죠. 정말 재미있는 댓글이 많아요. 한심한 댓글도 없진 않지만, 천재적인 댓글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답니다. 근데 그러다보면 시간이 한두시간은 금방 간다는...ㅠㅠ

나비종 2016-05-29 14:05   URL
방앗간에서 가래떡 나오는 걸 보신 적 있으신가요? 모락모락 따끈하고 부드러워보이는 떡이 끊임없이 꾸역꾸역 나오죠. 님의 댓글이 가래떡 댓글이라^^; 끊임없이 그 댓글에 댓글을 달고 싶어지게 하신다는ㅋㅋ
저 역시 공감가는 댓글을 보고 그분들의 공간에 들어가서 머물다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훅 갔네요ㅠㅠ 아, 그렇다고 상주하면서 댓글이 탄생하기만 주시하는 스토커는 아닙니다. 책읽다가 댓글 알림음에 다만 손빠르게 반응할 뿐ㅎㅎ

마태우스 2016-05-29 17:57   URL
방앗간 가래떡에 비유하시다니, 멋지십니다. 이런 비유력을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배워야 한다고 봐요. 저도 님 덕분에 즐거웠어요. 감사드려요!

비연 2016-05-30 09:14   댓글달기 | URL
저는 심지어 야구를 틀어놓고 책보다가 몇 점 났지? 라며 보고 또 좀 보다가 그럼 어제 메이저는? 이러면서 보고... 스마트폰을 끄던가 해야지 정말... 이란 생각을 하고 꺼봤는데 왜 이렇게 불안? 암튼... 마태우스님의 말씀에 심히 동감요...=.=;;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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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를 드디어 다 읽었다.

거의 한달 가량 가방에 이 책을 넣어두고 다닌 느낌인데,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책은 2013년 맨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둘째, 저자인 엘리너 캐턴이 그 상을 받을 당시 무려 28세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셋째, 책이 1권은 525, 2권은 670쪽으로 매우 두껍다.

내가 남자인 탓에 캐턴이 미녀작가라는 것도 얘기한다.

 

한달 가까이에 걸쳐 이 책을 읽은 건 단순히 책이 두꺼워서만은 아니었다.

예컨대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이보다 더 두꺼워도 열흘 내에 읽어버리지 않았던가.

이 책이 힘들었던 건 이야기의 스케일이 큰데다

파면 팔수록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느낌을 준 까닭이다.

읽을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느낌이라 책을 덮을 때마다 배가 고팠던 기억도 난다 (그래서 요즘 더 배가 나왔다)

앞서 말한대로 이 책은 맨부커상 수상작이다.

한강 작가가 올해 이 상을 타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 기억을 상기해보면 한강 작가의 책도 너무 어려워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 기억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았지만,

그것 역시 만만한 책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그저 경이롭다.

한강 작가의 책이 1, 2, 4위를 독점하고 있으니 말이다.

상을 타면 아무래도 관심이 가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책이 좀 난해하다보니 한강 작가의 책을 읽는 게 독서량의 증대로 이어지기보단

일회성으로 그칠 것 같다는 점이 아쉽다.

외국의 인정을 받은 후에야 책을 읽기보단 평소 책을 고르는 자신만의 눈을 갖고 책을 읽으면 좋으련만.

이런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다.

<느낌표>라는 공중파 프로에서 선정된 책들이 날개돋힌 듯 팔렸지만,

그게 독서습관의 정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다.

느낌표에서 내는 퀴즈를 맞춘 사람에게 60초 동안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다 가져갈 권리를 줬다.

내가 봤던 회차에서 당첨이 된 남자는 그 시간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박스에 책을 쓸어담았다.

대충 봐도 200권 이상의 책이 박스에 담긴 것 같은데,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평소 책을 읽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했다.

그가 평소 책을 좋아했다면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은 안읽게 된다는 것도 잘 알았을 테니,

마구잡이로 박스에 책을 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날 그가 담은 책 중 과연 그가 읽은 책은 얼마나 될까.

이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난 이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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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2016-05-29 01:58   댓글달기 | URL
두가지 다 동감입니다. 첫째 작가 한강의 책이 어려울 것 이라는 것. 저는 채식주의자를 영화로 봤는데요 어려웠습니다. 영상이 그럴진대 책은 더 어렵겠지요. 사놓은지 오래된 한강의 시집이 한권있는데요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둘째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은 안읽게 된다는 것. 저는 자기 계발서가 영 맞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사지도 않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책을 한권이라도 더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9 02:06   URL
코난님 동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새벽 두시에 동감해주시니 더 감사하네요! 채식주의자가 영화로도 나왔군요 으음. 저도 자기계발서가 맞지 않지만, 그래도 미움받을 용기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더군요. 책의 쟝르보다도 클라스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용.

stella.K 2016-05-29 10:59   댓글달기 | URL
헉, 60초 동안 200권이 가능한가요? 자기는 안 읽어도 남 좋은 일 시켰겠죠. 아니면 나 느낌표에서 가져 온 책이라고 전시하고 자랑하던가.ㅋ 저도 마태님 생각엔 기본적으로 동감입니다만, 이렇게라도 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게 일견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우리나라가 그 상으로 인해 위상이 높아졌으니 이제라도 책 좀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번역가들도 좀 대우 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9 12:48   URL
책꽂이에 있는 걸 마구 쓸어담았으니, 사실 200권이 더 됐을 것 같습니다. 글구 스텔라K님처럼 ˝이제라도 책 읽어야겠다˝는 분이 많아진 건 좋은 일이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거든요. 마지막 말씀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번역료가 너무 짠데다, 십여년 전과 비교할 때 전혀 오르지 않았답니다.

CREBBP 2016-05-29 12:50   댓글달기 | URL
한강님 기사를 본적 있는데, 그동안 년에 2천부 가량씩 팔렸대요. 그 분들에게 감사한다고 .. 그리고 독자들이 책을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조심스럽고 미안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마치 어렵게 써서 죄송하다는 것처럼.. 소설을 사회에 대한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고..

마태우스 2016-05-29 12:49   URL
제가 글은 저렇게 썼지만, 사실 소설이 다 쉬워야만 하는 건 아니죠. 제가 너무 가독성 측면에서만 생각했네요.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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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더 체격이 크고...”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늘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의 소설만 쓰는 작가가 이렇게 유쾌하다니.

한강 작가가 멘부커상을 받은 게 부럽지 않느냐는 기자의 유치한 질문에도

정작가는 시종 재치있게 입담을 과시한다.

 

인터뷰에서 받은 충격과는 별개로, <종의 기원>은 좀 아쉬운 작품이었다.

물론 정작가가 굉장히 글을 재미있게 쓰는 능력의 소유자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고,

이 책 역시 책 첫머리부터 가졌던 궁금증이 갈수록 커지며 읽는 나를 빨아들인다.

책장을 넘길수록 드러나는 진실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는, 더 커다란 궁금증을 낳는다.

그게 완전히 해소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소설의 결말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아마도 이건 사이코패스에 대한 저자와 나의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저자가 말하는 사이코패스는 그렇게 된 나름의 이유가 있고 인간미도 있는 반면,

내가 생각하는 그것은 <악의 교전>에 나온 그 선생처럼

별다른 이유없이 수십, 수백명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정작가는 이번 책에서 그 사이코패스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너무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는데,

그게 궁금증의 해소로 이어지기보단 아쉬움으로 작용했던 것 같다.

 

<7년의 밤>을 읽고 정유정 작가에 꽂혔던 나는

전작인 <내 심장을 쏴라>와 그 이후 작품인 <28>을 읽고 실망한다.

그리고 다시 <종의 기원>이 아쉬움을 던져준 걸 보면,

<7년의 밤>이 정작가의 대표작으로 계속 남아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한 가지 해법은 <종의 기원>

앞으로 쓸 시리즈의 프리퀄이 되는 것이다.

스포일러긴 하지만 사이코패스를 표방한 유진은 잡히지 않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데,

그 이후 그가 벌이는 잔혹한 범죄극이 시리즈로 나온다면 괜찮을 듯 싶다.

정작가를 포기할 마음이 아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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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6-05-28 10:34   댓글달기 | URL
저도 나무 보고팠던 책이어요

마태우스 2016-05-28 23:42   URL
네 재미는 있답니다 읽으셔도 후회는 안하실 듯요

남희돌이 2016-05-28 11:04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게 이어져도 재미있겠네요. 유진의 행보가 갑자기 뚝. 그렇게 끊겨서 저도 아쉽긴 했어요.

마태우스 2016-05-28 23:43   URL
그죠 미드 중 덱스터라고 있는데, 전 한번도 안봤지만 그게 사이코패스 살인마 얘기 아닌가 싶네요. 암튼 주인공인 유진이 덱스터처럼 그려진 시리즈를 기대하려고요. 사실 맨 마지막에 주인공이 탄 배 안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 아무도 없는 배가 발견되는, 그런 시나리오라면 아쉬움이 해소됐을 듯요

북프리쿠키 2016-05-28 20:16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7년의 밤밖에 아직 접해보지 않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마태우스 2016-05-28 23:43   URL
아직까진 그게 베스트예요!!
 














하리하라로 알려진 이은희 작가님은 언젠가 내가 꼭 넘고 싶은, 

과학저술계의 별같은 존재다.

레벨 자체가 다른 분한테 혼자 라이벌 의식을 키워나가다

언제 한번 술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느낀 건 이은희 작가님은 참 멋진 분이라는 사실.

도량이 넓은데다 유쾌하고 또 겸손하기까지 해서

남몰래 키우던 라이벌 의식은 개에게 줘버리고

이은희 작가님의 충실한 신도가 되기로 했다.


내일 부산 과학축전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보니 내가 토요일에 강의를 하고

그 다음날에 이은희 작가님이 강의를 하는 게 아닌가?


존경하는 분과 같은 곳에서 강의하는 게 기뻐서

담당자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원래 쓰려던 문자는 다음과 같았다.

[.....제가 갑자기 문자를 드린 거는 선생님하고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자랑스러운 일이라서 그래서 기뻐서 문자 드립니다...]


그런데 음성--> 문자변환 서비스를 이용해 문자를 작성한 결과

다음과 같은 끔찍한 문장이 됐다.

[....제가 갑자기 문자를 드린 거는 선생님하고 같은 무대에 자는 게 

너무 사랑스러운 일이라서....]

'서는'이 '자는'으로 된 것도 어이없지만, '자랑'이 왜 '사랑'이 된단 말인가?

일전에 음성문자를 보내다 오타가 난 사례가 있어서 꼼꼼이 확인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내 인생이 끝날 뻔했다.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는 짓을 그만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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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4-29 22:39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4-29 22:47   URL
등에서 땀났어요.....ㅠㅠ

yureka01 2016-04-29 22:44   댓글달기 | URL
빵 터졌습니다 ㄷㄷㄷㄷㄷ

마태우스 2016-04-29 22:49   URL
뒤늦게 확인했으니 웃을 수 있는 거예요....안그랬으면 변태 될 뻔했어요^^

로자 2016-04-29 23:01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박장대소~~역시 마태우스님ㅎㅎㅎ

마태우스 2016-04-29 23:21   URL
오옷 제가 님에게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뻐요. 물론 저 당시 전 식겁했지만요

시이소오 2016-04-29 23:19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마태우스 2016-04-29 23:22   URL
제가 혀가 좀 짧아서 그리 된 모양입니다. 스피치 훈련이 필요할 때죠...^^

마태우스 2016-04-29 23:22   댓글달기 | URL
근데 3일 연짱 글썼어요! 이대로라면 2016 서재의 달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시이소오 2016-04-30 00:00   URL
2016 서재의 달인 되실만큼 자주 글 올려주시길 ^^

hnine 2016-04-29 23:27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은희님 완전 팬이어요. <눈 이야기>는 이전의 다른 책보다 특히 더 공부를 많이 해서 썼겠더라고요. 눈이라는 한 기관에 대해 이 정도 깊이로 이 정도 이해력있게 쓴 책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마태우스님, 내일 강연도 호황리에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6-04-29 23:46   URL
눈 이야기가 그렇군요. 언젠가 다른 작가가 쓴 <가슴이야기>를 읽고 굉장히 감동했는데, 이작가님이 눈에 대해 쓰셨네요. 저도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hnine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hellas 2016-04-30 01:23   댓글달기 | URL
음성문자의 위험성을 아주 쫄깃하게 알려주시네요. ;ㅂ;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그죠 이거 음성문자는 호환 마마보다 위험합니다^^

서니데이 2016-04-30 10:45   댓글달기 | URL
음성문자 신기해요.^^ 두 문장의 의미가 많이 다른데 잘 모르나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태우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건조기후 2016-04-30 11:25   댓글달기 | URL
음성으로 문자를 작성하니까 내용이 음성적으로 되나 봐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와 건조기후님 고수시네요. 제가 요즘 이런 유머 좋아하는데...^^

표맥(漂麥) 2016-04-30 16:41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솔직히 마테우스님 잘 몰랐는데...
지금 tvN 어쩌다어른... 토크쇼 주인공으로 나오는군요...^^

기생충과 라면사리... 고구마줄기... 너무 재미있었구요.
웬지 지금 글과 말씀하시는 기생충 강의가 잘 어울린다는 착각(?)을 합니다.^^

다음엔 괜히 아는체~ 하고 싶어지네요... 기생충정신 아자아자 홧팅!!!
항상 건강하시길...^^

마태우스 2016-04-30 22:22   URL
알라딘 마을 주민이면 지인인 거죠. 기생충정신으로 대동단결합시다!

꿈꾸는섬 2016-04-30 16:51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감사해요. 크게 웃었어요.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4-30 22:22   URL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자리에서 뵐게요!

꿈꾸는섬 2016-05-01 09:21   URL
마태우스님^^
정말 좋은 자리에서 뵙고 싶네요.^^

moonnight 2016-05-01 12:53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사랑스러운 일이네요. 마태우스님! ^^;;; 하리하라님께서 이 페이퍼를 읽으신다면 정말 유쾌해하실것 같아요^^ 저는 이 분 저서를 한 권도 못 읽었는데ㅜㅜ 여기저기서 훌륭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꼭 도전해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16-05-01 12:51   URL
하리하라님도 이거 읽으시면 좋아하실까요? 하기야, 성격이 워낙 쾌활하신 분이라... 달밤님은 하리하라님 잘 모르시는군요 도전한다면 먼저 눈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저도 안읽었지만 평이 아주 좋더라고요.

헐렝이 2016-05-01 12:18   댓글달기 | URL
아 ㅋㅋ맨날 맛깔나는 글 눈팅만하다가 오늘 빵터져서 첨으로 댓글 남겨봅니다 ㅋㅋ하마터면 경찰서에 가실뻔...

마태우스 2016-05-01 12:51   URL
안녕하세요 이참에 님과 인사나누네요. 정말 경찰서 갈 뻔했어요 ㅠㅠ

Mikuru 2016-05-19 23:10   댓글달기 | URL
음성은 때때로 무서운 문장을 만들어주더군요....

마태우스 2016-05-26 11:06   URL
글게요 이거 말고도 아찔한 순간이 여러번 있었더랬죠^^

꿀꿀이 2016-05-25 07:00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잘 지내시나요?
오랜만에 놀러 왔습니다.
즐거운 리뷰 보고 갑니다.^^

마태우스 2016-05-26 11:07   URL
안녕하셨어요 리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주 써야 하는데 그놈의 사정이...ㅠㅠ 암튼 꿀꿀이님도 잘 지내시길!

북프리쿠키 2016-05-26 09:34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열렬한 팬입니다 친추드렸어요!!!!!!!ㅋ

마태우스 2016-05-26 11:08   URL
안녕하세요 친추는 북플에서 그랬다는 거죠. 북플 가서 한번 확인할게요!

북프리쿠키 2016-05-26 11:44   댓글달기 | URL
넵!!

남희돌이 2016-05-28 11:02   댓글달기 | URL
한 달 늦게야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다니요. ^^
부산과학축전에서 마태우스님 뵈었어요. 얌전히 앉아 강의준비하시던 마태우스님 쿡 찔러
아마도....젤 먼저 사인 받았던~ <기생충 열전> 책에다~
이번에 새로 나온 <기생충 콘서트> 지금 사러 들어왔다가 들렀네요.
음성 문자의 아찔함이라니...저는 그냥 문자로만 보낼래요.

남희돌이 2016-05-28 11:23   URL
http://blog.naver.com/super760/220699012897
http://blog.naver.com/super760/220699016646

마태우스 2016-05-29 01:39   URL
앗 부끄럽습니다. 기생충콘서트 사주셨다니, 제가 죄송하네요. 기생충 책을 두권이나 사게 만들다니요 ㅠㅠ 링크해주신 사이트 가봤더니 제가 사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강의에 대해 좋게 평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