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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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천안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은 인천이다.

거리로 따지면 더 먼 곳도 많지만,

부산과 울산, 여수 등 웬만한 곳은 다 기차로 갈 수 있는 반면

인천은 오직 버스로 가는 수밖에 없다 (터미널까지만 1시간 반이 걸린다).

버스는 기차보다 몇 배 더 피곤한 느낌을 주는지라

체감상 울산보다 인천이 더 멀게 느껴진다. 

어제, 그 인천을 갔다 왔다.

전날 경북대병원 모친상에 다녀온 것까지 겹쳐,

몸살이 나버렸다.


몸이 안좋을 때는 되도록 좋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끙끙 앓는 와중에 전날 읽었던 책 생각을 하며 버티는 중이다.

<범인에게 고한다>라는 책으로,

저자인 시즈쿠이 슈스케는 내가 처음 접하는 작가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이 어떻게 범인을 잡느냐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이 소설은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재미를 준다.

제목에 나온 것처럼 TV를 통해 범인과 대화를 시도하는 것도 나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내부정보를 흘리는 경찰 내부의 스파이와의 싸움이 더 재미있었다.

그 스파이가 정보를 유출하는 이유는 그걸로 좋아하는 여자를 사로잡으려는 욕망인데,

그런다고 해서 여자가 넘어올 리도 없지만,

이 가느다란 끈이라도 붙잡으려 하는 게 남자들의 일면인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점들.

1) 청문회 때 시종일관 ‘모른다’로 일관하는 정치인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평소 대기업 총수가 고위직 공무원이 해명 기자회견에 임하는 모습을 접할 때마

...왜 저런 추태를 보이나 하고 의아했는데, 지금 자신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마음은 이미 자취를 감췄고 이제는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돌변한 뒤틀린 심사밖에 남지 않았다.“ (128쪽)

2) 내가 그렇게까지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326쪽을 읽다보니 갑자기 주인공 형사가 이렇게 묻는다.

아리가는 어떻지?”

질문을 받은 형사가 대답한다.

최근에는 밖에 나오는 일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숨을 쉬었다. 

‘아리가’가 도대체 누구였지? 그새 까먹다니 난 바보야, 바보!

마구 자책을 하다가 할 수 없이 그전 페이지를 다 뒤져가며 ‘아리가’를 찾으려 했다.

다행히도 ‘아리가’는 326쪽에 이르러서야 처음 등장하는 인물이었고,

그 인물에 대한 정보는 책 맨 마지막에 나왔다. 

3) ‘청출어람’의 의미에 대해 새삼 알게 됐다.

주인공이 묻는다.

남색 (쪽빛)과 청색 (파란색) 중 어느 게 더 진한 색일까?”

이 질문에 부하 형사가 대답한다.

남색 말씀이시죠? 청출어람이라고, 쪽은 푸른 물감보다 더 푸르다, 라는 말이 있으니 파란색보다 진한 색이겠네요.” (394쪽)

이 구절을 읽고 난 그게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주인공은 나와 부하 형사의 무지를 깨우쳐 준다.

‘청출어람’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은 ‘이청어람(而靑於藍)’이고,

이걸 종합하면 이런 뜻이다.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

즉 남색보다 더 진한 건 청색이다.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기시감이 들 수도 있지만,

범인과의 싸움 말고도 공을 가로채기 위해 경찰끼리 다투고,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사랑을 위해 배신을 일삼는 등 인간사의 온갖 면들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소설이니,

장거리 여행을 떠날 분들이 챙겨가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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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07-26 13:40   댓글달기 | URL
엥 댓글이 사라져버렸다는ㅠㅠ;
어쨌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경북대병원까지 다녀가셨다니, 그이후 인천ㅠㅠ 몸살날 만도 해요ㅠㅠ
책은 바로 보관함으로^^

마태우스 2015-07-26 23:03   URL
네 덕분에 쾌차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낮잠을 좀 잤어요. 자는 동안 악당한테 쫓기는 꿈을 꿨지만, 몸은 한결 낫습니다 역시 잠이 보약...! 그나저나 경북대 근처엔 달밤님이 계셨군요 어째 어디선가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했더니ㅣ...!!!

곰곰생각하는발 2015-07-26 16:44   댓글달기 | URL
역시 차 안에서는 추리소설보다 좋은 것도 없지요.
차 안에서 < 제2의 성 > 읽어보십시오. 가뜩이나 짜증나는 데 더 짜증이 납니다.. ㅎㅎㅎ
저도 사람 이름을 까먹곤 해서 아예 사람 이름만 나오면 노란 색연필로 밑줄을 긋습니다.
그래서 어라 ? 아리가 ???! 아리가가 누구지 ? 라고 할 때 읽었던 부분을 다시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 이름에 밑줄을 안 그으면 아리가 가 나오는 대목 찾느라 한참 걸리더라고요...

마태우스 2015-07-26 23:04   URL
맞아요 추리소설 짱입니다. 글구 사람이름 나올 때마다 표시를 해놓으면 도움이 되겠군요! 이래서 나이 젊을 때 한권이라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나이들면 색연필이네요^^ 팁 감사합니다

보슬비 2015-07-27 00:09   댓글달기 | URL
방콕하는 사람을 위한 책도 권해주세요~~ ㅎㅎ
 
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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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6년간 내가 구입한 책은 1658권이다.

1년에 100권 가량으로, 한 달에 열권도 채 읽지 못한다는 얘기다.

산 책을 모두 읽은 게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내 독서량은 더 떨어지는데,

가장 슬픈 얘기는 내가 80까지 살아도 5천2백권을 더 만나볼 수 있단다.

눈이 밝고 체력이 좋을 때 한 권이라도 더 읽자며 스스로를 채찍질해 본다.

또한 이 통계는 내가 제일 즐겨 읽는 분야가 한국소설이고, 2위가 추리/미스터리소설이라는 걸 알려 줬는데,

이 정보를 접하기 전까지 난 추리/미스터리가 내가 제일 선호하는 분야인 줄 알았다. 


엊그제 부산에 갈 때 집어든 책도 스릴러에 속하는 <차단>이었다. 

이 책은 제바스티안 피체크가 법의학자인 미하엘 초코스의 자문을 얻어 쓴 스릴러로,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 놓고도 오랫동안 책장에서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책을 펴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난 이 책에 흠뻑 빠졌고,

그날 굉장히 피곤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을 왕복하는 4시간여 동안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전 남친이자 변태인 스토커에게 시달리는 20대 여자가 있고,

자기 딸이 납치된 40대 남성 법의학자가 있다.

딸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죽은 시체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시체가 하필이면 20대 여성이 피신해 있는 섬에 있다.

그래서 법의학자는 우연히 연락이 닿은 그 여성에게 부검을 의뢰한다.

생전 안해본 부검과 스토커 양쪽을 상대해야 하는 여성 쪽이나,

온갖 어려움을 헤쳐가며 그 섬에 가야 하는 남성이나 어느 쪽이 더 어려운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지경. 

책은 마지막까지 스릴이 넘쳤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제목이었다.

‘차단’보다는 ‘처단’이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책에 나온 의미있는 대목들을 짚어보자.

1) 저자 피체크는 사귀는 남자가 스토커인지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웨이터의 의미 없는 겉치레 인사에 화를 낸다거나, 문자메시지에 더 빨리 대답하지 않는다고 질책할 때에도, 그녀는 그의 사소한 질투심을 단순히 웃고 즐기며 흘려보냈다.” (25쪽)

내가 아는 분 중에도 이런 분이 있었다.

데이트 도중 아는 선배를 만나 잠시 얘기를 했더니 남자가 주저앉아 울더란다.

어떻게 다른 남자와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그 결과 그녀는 매우 힘든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니,

이런 단서가 나오면 잘 달래서 헤어지자.


2) “그 늙은 마녀가 그놈에게 3년 반을 선고했어.”(179쪽)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에는 

십대 여자애를 성폭행한 뒤 죽음으로 몬 파렴치범이 3년 반 징역형을 받은 데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독일도 마찬가지라는 게 놀라운데,

혹시나 안믿을까봐 피체크는 책 맨 뒤에 실제 판결 사례들을 적어놨다.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 성폭행범은 재범을 저지를 확률이 무지 높기 때문이다.

일산 어린이 납치 미수사건은 여자 어린이 3명을 성추행해 10년을 징역살이하고 출소한 지 2년인 전과자의 소행이다. 지난 2006년 용산의 10세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살해 범인도 50대 성추행 전과자였다. 그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5개월 만에 사건을 저질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아동상대 성폭행범의 재범률이 일반 범죄보다 10% 포인트 높은 50%나 된다.”(2008. 4. 2. 매일신문 사설)

혜진. 예슬이가 죽고 난 뒤 여기에 대한 대책을 만든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막상 이루어진 건 별 게 없었고,

그 뒤 조두순이란 범죄자는 술을 마셨다는 게 정상참작돼 12년의 형량을 받았다 (5년 뒤 출소다!)

사회를 정상적인 곳으로 만들려면 비정상적인 놈들은 영원히 격리하는 게 답이 아닐까?


3) 사건의 주인공 법의학자는 조수를 자청한 재벌에게 이런 말을 한다.

법의학자: 자네에게 누가 이런 말 한 적 있나? 자네 지나치게 목을 꼿꼿이 세우고 상대와 이야기한다고 말일세.

재벌: 그럼 교수님께도 누가 이런 말을 드린 적이 있나요? 사춘기 소녀들처럼 아주 유치한 수준의 유머감각을 가지고 계신다고요. (196-197쪽)

재벌의 말도 근거가 있는 것이겠지만, 이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 

너무 거만하다고 했으면 거기에 대해 반박을 해야지, 

“너도 유머감각이 유치하다”라고 물타기를 시도하다니!

내가 물타기에 민감한 건, 메르스 대처를 잘 못했다고 대통령을 욕했을 때

연평해전 어쩌고 하면서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에 질린 탓이다. 


책 뒷날개를 펴보니 피체크의 소설이 2권이나 더 나와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란다.

피체크의 책들은 내가 앞으로 만날 5천여권 중 일부가 될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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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밥 2015-07-19 10:43   댓글달기 | URL
눈이 밝고 체력이 더 좋을 때...ㅠ

마태우스 2015-07-19 15:02   URL
저도 이거 쓰면서 슬펐어요 흑흑.

재는재로 2015-07-19 11:38   댓글달기 | URL
눈알사냥꾼의작가의신작이네요언제발매됗지 정보감사 나중에읽어봐야겠네요
공소시효도그렇고 소년법도 그렇고 얼마전소녀살인사건을저지른가출소녀에게엄중한처벌을했죠 죄를저지른사람에게는 그만큼 의합당한처벌이
최근읽은 검찰측죄인을봐도 법을테두리를빠져나가는인간이많아서 유전무죄무전유죄

마태우스 2015-07-19 15:03   URL
그죠 눈알사냥꾼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책을 썼더라고요. 무조건 사서 읽으려고요. 유전무죄라는 것도 있지만, 일단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너무 낮아요. 조두순도 그리 많이 가진 자는 아닌 듯한데, 5년 후에 출소한다니 무섭지 않나요... 제가 아버지면 나오는 순간 어떻게든 했을텐데, 일본의 히가시노 게이고도 방황하는 칼날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너무 봐준다고요...

2015-07-1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15: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희돌이 2015-07-21 06:33   댓글달기 | URL
오호~ 부산 내려오실 때 피체크의 [차단]을 읽으며 오셨군요.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좀 잔인하긴 하지만 가독력은 끝내주죠. 메스를 들이대는 이런 류의 스릴러를 더 좋아하시려나^^
http://blog.aladin.co.kr/fineday/7659691
부산 강연 후기 남겼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발자취를 남겨 주시죠~~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당신이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 이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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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에 다섯 명이 묶인 채 누워있다.

하필이면 기차는 제동장치가 고장났으니, 그대로 간다면 그 다섯 명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다섯명이 묶인 곳 직전에 지선이 하나 있어서,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기차의 방향을 그 지선 쪽으로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지선에도 한 사람이 묶여 있는 것.

이럴 때 어떻게 해야만 할까? 

벤담 식으로 단순히 숫자만 따지면 기차를 지선으로 돌리는 게 맞지만,

그 한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나 아는 사람일 경우에도 그게 가능할까? 


명확하게 판명이 나지 않는 딜레마를 다루는 학문을 트롤리학이라고 부르며,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는 이 트롤리학에 대한 책이다.

골치아프게 이런 걸 왜 생각하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쏜 미사일은 런던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떨어졌지만,

처칠은 그것들이 런던의 중심부를 정확히 타격한 것처럼 정보를 흘렸다.

물론 런던 남쪽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지만,

처칠은 런던과 런던 시민을 택했던 것. 

홍수가 나서 양쯔강이 범람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정부는 대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양쯔강의 댐을 폭파하기도 했다. 

다음은 어떨까.

1884년 배가 침몰해 세 명이 구명보트에서 표류하게 됐는데,

마침 먹을 것이 떨어졌다.

일행 중 한 명인 17세 소년은 원래 몸이 약했기에 그냥 놔두어도 죽을 판이었다. 

그 소년을 잡아먹지 않으면 세 명 모두 죽고,

소년을 잡아먹으면 나머지 두 명은 살 수 있는 상황.

결국 둘은 소년을 잡아먹었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는다.

그때 잡아먹힌 소년의 이름이 바로 리처드 파커였으니,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에 나오는 뱅갈 호랑이의 이름이 

리처드 파커인 게 우연은 아니었다.


이런 식의 헷갈리는 상황들이 잔뜩 나오는지라

시종일관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이렇게 주장해서는 안되겠다 싶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엔 짐이 곧 국가고, 짐에게 반항하는 건 위헌이다, 이런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꼭 한번 이 책을 읽으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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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5-07-16 07:35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 님은 그 분으로 생각하셨겠지만, 저는 그 분이 마립간인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정의나 윤리라는 게 정말 복잡한 개념이라는 것. 그러니 내가 믿는 게 오로지 옳다. ; 이 문장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군요.

마태우스 2015-07-16 09:13   URL
안녕하세요 마립간님 저 책은 자기 확신을 가진 모든 분들께 다 해당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비록 옳다 하더라도 한번쯤 성찰을 할 필요가 있을 테니깐요. 근데 요즘 페미니스트 분들과 무슨 일이 있으신가봐요...?? 제가 사정을 잘 몰라서 죄송합니다. 아무튼 힘내십시오.

마립간 2015-07-16 11:27   URL
저는 자기 확신이 없지만, 자기 확신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이고,

페미니스트 분과는 무슨 일이 있기 보다 ... 아마 제가 요즘 페미니스트 관련 도서 판매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기소침할 일은 없습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15-07-16 23:07   URL
아...페미니즘 도서에 도움을 주고 계시다면, 결국 페미니즘을 도와주고 계시는 거군요;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모든 결정은 다른 것들에 영향을 미치는 거라는 게 실감나네요. 아무튼 더운 여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과거와 달리 나이가 드니까 더위보다 추위가 더 무서워졌어요 -.-

보슬비 2015-07-16 22:11   댓글달기 | URL
그분은 읽으셔도 왜 이게 딜레마인가? 하실것 같아 두려워요...
아주 명확한 판단을 하실것 같거든요.. -.-;;

마태우스 2015-07-16 23:08   URL
오오 제가 아는 그분을 님도 아시는군요^^ 딜레마가 뭔지도 잘 모를 것 같아요 호호호.
 















황우석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네티즌들은 입에 거품을 문다.

예를 들어 황우석이 미국에 특허를 신청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치자.

“황우석이 정말 훌륭한 과학자인데, 못난 이 나라가 그를 끌어내렸다.”

“우리나라가 줄기세포 기술 1위였는데, 이제 후진국 되는구나.”

특허라는 게 신청만 하면 거의 다 받아들여지는, 별 거 아닌 권리인 걸 모를 수 있지만,

줄기세포가 가짜로 밝혀진 지 10년이 다 되도록 황우석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집단무지. 무지몽매. 정신박약 등등 내가 아는 어떤 4자성어를 동원해도 

표현할 길이 없다. 


강양구 기자 등이 기획한 <과학수다> 1권에서 가장 흥미로운 분은 바로 류영준 교수다.

황우석의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걸 제보했던, 그래서 한동안 피신을 당해야 했던 류영준은

현재 강원의대 교수로 재직 중인데,

그가 실명을 밝히면서 자기 목소리를 낸 건 <과학수다>가 처음이란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많은 네티즌들의 착각과는 달리 줄기세포 세계 1위국인 적이 없었다.

바로 이때 (2000년대)가 한국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선두 그룹을 한창 쫓아갈 때였어요. 한 5위권 정도나 될까요?” (157쪽)

그나마도 줄기세포 연구가 나온 지 얼마 안된 새로운 분야였고,

우리나라가 불임클리닉으로부터 난자를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였단다. 

게다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비해 판이 큰 것도 아니었고,

2012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가 노벨상을 받은 테마는 ‘역분화줄기세포’였다. 

즉 줄기세포 중에서 배아줄기세포는 그저 하나의 가능성일 뿐,

네티즌들의 착각처럼 수백조의 가치를 지닌 엄청난 기술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지금 황우석은 러시아에서 매머드를 복제한다고 그의 전매특허인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역시나 “그것 봐라. 황박사는 역시 대단한 분이야” “미국이 수백억을 주면서 스카우트하려고 했는데 애국심 때문에 안갔지” 등등의 댓글을 단다.

애국심 때문에 미국에도 안간 사람이 왜 러시아와 손을 잡았는지 미스테리인데,

황박사가 계속 언플을 하는 것도 국제적으로 사기를 친 사람을 영웅으로 모시는 이런 네티즌들이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인 듯하다. 

황박사는 이전에 백두산 호랑이를 복제한다고 큰소리를 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랑이 핵을 호랑이 난자에 넣어야 하는데 황박사는 희한하게도 고양이 난자를 구하러 다녔단다.

선배들이 관악산 고양이까지 잡으러 다녔다고 해요. 고양이가 얼마나 사나워요. 절대 안잡혀요. 또 고양이의 생리상 배란은 발정기 때나 하니 성숙한 난자를 구하기도 어렵죠.” (161쪽)

결국 호랑이 핵을 돼지 난자에 집어넣으면서 “절대 발표 때는 돼지라고 하지 않고 극비라고” 했단다.

그랬다 하더라도 호랑이 핵이 든 돼지 난자는 호랑이 자궁에 넣어 키우는 게 맞지만, 그냥 돼지 자궁에 넣었다! 

여기서 다시 황박사의 특기가 나온다.

호랑이 핵이 든 돼지 자궁에 돼지 수정란도 같이 넣었다. 왜?

초음파 사진이 착상이 되는 걸로 나오면, 그게 호랑이 핵이 든 돼지 난자인지, 돼지 수정란인지 구분할 수 없잖아요.” (162쪽)

돼지 자궁에서 돼지가 자라는 걸 호랑이인 것처럼 속일 생각이었던 것. 

우리는 지금 이런 과학자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


오늘, 또 한편의 뉴스가 나왔다.

황우석이 매머드 세포의 재생에 실패해 다른 대학에 재생을 부탁했다.

그런데 재생이 성공하니까 그 소유권은 자기한테 있다면서 그들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것. 

공동연구의 개념조차 모르는 네티즌들은 역시나 황박사를 옹호하기 바쁜데,

이런 광경이 반복되는 걸 보고 있자니 그저 씁쓸하다.

“여러 사람을 잠깐 속일 수 있다. 한 사람을 오래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여기에 한 구절을 더 붙여야 한다.

“단, 한국에서는 여러 사람을 겁나게 오래 속여먹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아무리 무지한 자들도 댓글로 자기 의견을 표출할 수 있고,

심지어 투표까지 할 수 있다!

그 결과 황우석은 십년째 영웅으로 군림하고 있고, 이 글과는 관계 없지만,

그분께서 현재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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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2015-07-16 00:36   댓글달기 | URL
저도 방금 과학수다1을 읽었는데 황우석 교수 이야기는 정말 한숨이 나더라고요.. 제보자 영화를 보면서도 분개했지만 이 책의 줄기세포 부분은 진짜 흥미로웠어요. 이젠 안타깝다 못해 불쌍해지기까지 합니다. 한참 황우석박사 잘 나갈때 공연장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서 싸인받고 사진찍고 했던 기억도 있는데 집안의 가보가 될 줄 알았던 싸인은 벌써 폐기처분 되었고요. 그나저나 과학수다가 재미없을 줄 알고 1권만 구입하는 엄청난 실수를 범해버린 바람에 그 유명한 서민교수님과 정준호 박사님의 수다를 못들은게 한이라서 지금 장바구니에 담고 오는 길입니다요~^^

마태우스 2015-07-16 00:54   URL
앗 오로라님, 저 세권 있는데 제가 2권 보내드릴게요 빨랑 장바구니에서 지우시고요, 주소랑 전번 주세용. 저 세권 받았거든요. 참참참, 황우석 사인 받았다고요. 흠흠. 저도 한때 황빠였다니깐요. 조작 사실이 들통나고 나서 얼마나 민망했던지.

오로라^^ 2015-07-16 00:58   댓글달기 | URL
헉!! 이런 영광이!! 정말 그래도 되나요? 전 알라딘에서 서민 교수님 서재 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책까지 주신다니 너무 행복해지면 어쩌죠? 갑자기 너무 떨려요^^ 책 안읽는 우리 애들에게 일단 자랑부터 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5-07-16 01:05   URL
아유 저같은 놈한테 떨다뇨. 아내한테 늘 말하는 건데요, 전 그냥 벌레예요^^ 기생충학자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긴 한데, 아무튼 너무 미안해 마시고 주소 주세용. 안그래도 책 세권이나 받아가지고 어찌해야 하나 이러고 있었답니다.

2015-07-16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슬비 2015-07-16 22:20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야겠어요.

마태우스 2015-07-16 23:09   URL
아 네...제가 쓴 책은 아니지만, 제가 출연하는 책이 님의 도서관에 꽂히다니...기쁘네요. 감사합니다^^

2015-07-17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9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5-07-28 03:40   댓글달기 | URL
저도 속았던 일인입니다. 사기와 조작도 오래 하다보면 이골이 나서 계속 그걸로 먹고살게 되는 예를 황우석씨나 리명박씨, 박근혜씨가 보여주고 있네요.ㅎ 자주는 못 구하지만, 어쨌든 책 주문할 때 잊지 않도록 저도 넣어갑니다. 저 드디어 기생충 열전을 이번에 구했습니다. ㅎㅎ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레이야freyja 2015-07-28 06:16   URL
ㅎㅎ 트란님‥ 리명박‥아침부터 큰웃음 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마태우스님 의 기생충열전을 이미 갖고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입니다~

마태우스 2015-07-28 09:13   URL
안녕하세요 트란님,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어야 할텐데 갑자기 걱정이 되네요.ㅠㅠ 저는 정직하게 살아야 할텐데요...ㅠㅠ

마태우스 2015-07-28 09:13   URL
프레이야님도 사셨군요 부끄럽습니다ㅠㅠ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transient-guest 2015-07-28 09:18   URL
츠카야마 아키히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한국어로 읽으면 월산명박이라고 하네요.ㅎㅎ
 

어제 잠을 못잔 탓에 약간 빨리 퇴근을 했더니 아내가 CGV 채널을 보고 있다.

“여보가 좋아할 만한 영화야. 지금 막 시작했어.”

정말 영화는 딱 내 스타일이었고, 날 엄습했던 잠은 어디론가 도망간 뒤였다. 

영화에 나오는 ‘소설 속 소설’의 주인공 ‘로리’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어느 출판사에서도 책을 내주지 않는다. 

로리는 생활비를 빌리러 아버지한테 가고,

“넌 재능이 없다”는 핀잔을 받는다.

이 대목에서 난 책 다섯권을 망해먹고 난 뒤 어머니가 하셨던 말을 떠올렸다.

“이제 책 그만내면 안되냐? 네 책 사주기 힘들다.”

로리는 자기가 작가로서 재능이 없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다른 생계수단이 없었던 그는 결국 출판사에 취직해 허드렛일을 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계속 스포일러이니, 주의하시길.

로리는 사귀던 여자와 결혼해 파리로 신혼여행을 가는데,

그곳 골동품점에서 낡은 가방을 하나 구입한다.

나중에 열어보니 그 가방에는 엄청난 소설의 원고가 들어 있고,

그 소설은 자신이 읽은 어떤 소설보다도 뛰어났다.

심지어 아내는 그 소설을 읽고나서 ‘당신이 드디어 해냈다’며 눈물을 흘린다.

계속되는 생활고로 고민하던 로리는 결국 그 소설을 자신의 것인 양 출간하고,

그 소설은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권위있는 상을 휩쓴다.

일단 성공하면 그 다음부터는 탄탄대로를 걷기 마련,

로리가 이전에 썼던 작품들도 차례차례 출간이 된다. 

그러던 중 한 노인이 접근하는데, 노인은 그 원고를 자신이 썼으며,

자신의 아내가 그걸 기차에 놓고 내리는 바람에 잃어버렸다고 말한다.

물론 그 노인은 이제와서 그걸 보상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하면서,

단지 당신이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한다고 한다. 


로리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이대로 묻을 것인가, 아니면 잘못을 바로잡을 것인가.

출판사 국장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국장은 그에게 왜 그러냐며 뜯어말린다. 

여기서 국장이 그에게 한 말은 “온갖 언론들이 너를 물어뜯을 것” “실수 안해본 사람이 어디 있냐” 등이었는데,

만일 내가 감독이었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었을 것 같다.

“한국이란 나라에는 신모 작가가 있어. 그 작가는 표절이 들통났는데도 계속 아니라고 우기고 있잖아. 자네는 좀 더 통 큰 표절이긴 하지만,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데 먼저 고백할 필요가 뭐가 있어?”

네이버 평점 7.9에 불과한 이 영화를 재미있는 본 건,

내가 앞으로 계속 책을 내기로 마음먹은 탓일 것이다. 

좋은 책을 쓰고 싶은데 재능은 조금 떨어지는 로리의 심정이 절절히 이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책을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책들은 나무의 희생에 값하는 그런 책들인 것일까.

영화를 보고 난 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엄습하는 졸음에 정신을 잃었다. 

잠에서 깨보니 온갖 상념들은 다 사라지고, 내일 오전까지 보낼 원고마감이 날 기다린다. 긴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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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5-07-07 04:12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이 더 스토리 인거죠
찾아봐야겠어요
제 스탈

마태우스 2015-07-07 10:18   URL
사실 책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그 영화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용.

오로라^^ 2015-07-07 07:23   댓글달기 | URL
브래들리 쿠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저도 나름 재미있게 본 영화에요. 선택에 따르는 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죠.

마태우스 2015-07-07 10:19   URL
아 네 맞아요 브래들리 쿠퍼가 나오죠. 다 보고나니 낡은 가방을 찾으러 골동품점을 뒤져야 할 것같다는...^^

푸른살이 2015-07-07 09:07   댓글달기 | URL
보고 싶네요. 더스토리

마태우스 2015-07-07 10:19   URL
안녕하세요 푸른살이님 이미지가 아주 멋지십니다!

푸른살이 2015-07-07 10:52   댓글달기 | URL
네. 감사합니다. ㅋ

해피북 2015-07-08 12:33   댓글달기 | URL
영화이야기인듯 무심히 읽다가도 문제를 꼬집어 이야기하시는 솜씨에 미소짓게 되네요 마태우스님의 글을 책에서나 서재에서나 변함없이 만날 수 있어 참 좋아요 ㅋㅂㅋ,, 이 영화 결말이 궁금해 보고 싶네요. 맛있는 식사 하세요^~^

마태우스 2015-07-16 00:37   URL
안녕하세요 해피북님. 결말이 궁금하시면 제가 가르쳐 드릴까요. 글쎄 그 작가가 말이죠.... 으윽....드, 등에 칼이....

pek0501 2015-07-09 12:37   댓글달기 | URL
“이제 책 그만내면 안되냐? 네 책 사주기 힘들다.”

“한국이란 나라에는 신모 작가가 있어. 그 작가는 표절이 들통났는데도 계속 아니라고 우기고 있잖아. 자네는 좀 더 통 큰 표절이긴 하지만,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데 먼저 고백할 필요가 뭐가 있어?”

제가 하하하~~~ 웃은 대목이올시다.

마태우스 2015-07-16 00:38   URL
어머나 페크언니 답변이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 제가 좀 잘해야 하는데ㅠㅠ 통 못그러고 있네요. 근데 페크언니 비밀댓글로 주소 좀 가르쳐줄 수 있나요. 제가 전에 알았었는데 휴대폰 분실 땜시 날라갔어요.

2015-07-15 15: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6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16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