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하라로 알려진 이은희 작가님은 언젠가 내가 꼭 넘고 싶은, 

과학저술계의 별같은 존재다.

레벨 자체가 다른 분한테 혼자 라이벌 의식을 키워나가다

언제 한번 술자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느낀 건 이은희 작가님은 참 멋진 분이라는 사실.

도량이 넓은데다 유쾌하고 또 겸손하기까지 해서

남몰래 키우던 라이벌 의식은 개에게 줘버리고

이은희 작가님의 충실한 신도가 되기로 했다.


내일 부산 과학축전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프로그램을 보니 내가 토요일에 강의를 하고

그 다음날에 이은희 작가님이 강의를 하는 게 아닌가?


존경하는 분과 같은 곳에서 강의하는 게 기뻐서

담당자를 통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원래 쓰려던 문자는 다음과 같았다.

[.....제가 갑자기 문자를 드린 거는 선생님하고 같은 무대에 서는 게

너무 자랑스러운 일이라서 그래서 기뻐서 문자 드립니다...]


그런데 음성--> 문자변환 서비스를 이용해 문자를 작성한 결과

다음과 같은 끔찍한 문장이 됐다.

[....제가 갑자기 문자를 드린 거는 선생님하고 같은 무대에 자는 게 

너무 사랑스러운 일이라서....]

'서는'이 '자는'으로 된 것도 어이없지만, '자랑'이 왜 '사랑'이 된단 말인가?

일전에 음성문자를 보내다 오타가 난 사례가 있어서 꼼꼼이 확인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내 인생이 끝날 뻔했다.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는 짓을 그만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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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4-29 22:39   댓글달기 | URL
아 마태우스님!! ㅎ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4-29 22:47   URL
등에서 땀났어요.....ㅠㅠ

yureka01 2016-04-29 22:44   댓글달기 | URL
빵 터졌습니다 ㄷㄷㄷㄷㄷ

마태우스 2016-04-29 22:49   URL
뒤늦게 확인했으니 웃을 수 있는 거예요....안그랬으면 변태 될 뻔했어요^^

로자 2016-04-29 23:01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박장대소~~역시 마태우스님ㅎㅎㅎ

마태우스 2016-04-29 23:21   URL
오옷 제가 님에게 즐거움을 드렸다니, 기뻐요. 물론 저 당시 전 식겁했지만요

시이소오 2016-04-29 23:19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

마태우스 2016-04-29 23:22   URL
제가 혀가 좀 짧아서 그리 된 모양입니다. 스피치 훈련이 필요할 때죠...^^

마태우스 2016-04-29 23:22   댓글달기 | URL
근데 3일 연짱 글썼어요! 이대로라면 2016 서재의 달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시이소오 2016-04-30 00:00   URL
2016 서재의 달인 되실만큼 자주 글 올려주시길 ^^

hnine 2016-04-29 23:27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은희님 완전 팬이어요. <눈 이야기>는 이전의 다른 책보다 특히 더 공부를 많이 해서 썼겠더라고요. 눈이라는 한 기관에 대해 이 정도 깊이로 이 정도 이해력있게 쓴 책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마태우스님, 내일 강연도 호황리에 잘 마치시길 바랍니다!

마태우스 2016-04-29 23:46   URL
눈 이야기가 그렇군요. 언젠가 다른 작가가 쓴 <가슴이야기>를 읽고 굉장히 감동했는데, 이작가님이 눈에 대해 쓰셨네요. 저도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hnine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hellas 2016-04-30 01:23   댓글달기 | URL
음성문자의 위험성을 아주 쫄깃하게 알려주시네요. ;ㅂ;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그죠 이거 음성문자는 호환 마마보다 위험합니다^^

서니데이 2016-04-30 10:45   댓글달기 | URL
음성문자 신기해요.^^ 두 문장의 의미가 많이 다른데 잘 모르나봅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태우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건조기후 2016-04-30 11:25   댓글달기 | URL
음성으로 문자를 작성하니까 내용이 음성적으로 되나 봐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6-04-30 22:21   URL
와 건조기후님 고수시네요. 제가 요즘 이런 유머 좋아하는데...^^

표맥(漂麥) 2016-04-30 16:41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솔직히 마테우스님 잘 몰랐는데...
지금 tvN 어쩌다어른... 토크쇼 주인공으로 나오는군요...^^

기생충과 라면사리... 고구마줄기... 너무 재미있었구요.
웬지 지금 글과 말씀하시는 기생충 강의가 잘 어울린다는 착각(?)을 합니다.^^

다음엔 괜히 아는체~ 하고 싶어지네요... 기생충정신 아자아자 홧팅!!!
항상 건강하시길...^^

마태우스 2016-04-30 22:22   URL
알라딘 마을 주민이면 지인인 거죠. 기생충정신으로 대동단결합시다!

꿈꾸는섬 2016-04-30 16:51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감사해요. 크게 웃었어요.ㅎㅎㅎㅎ

마태우스 2016-04-30 22:22   URL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자리에서 뵐게요!

꿈꾸는섬 2016-05-01 09:21   URL
마태우스님^^
정말 좋은 자리에서 뵙고 싶네요.^^

moonnight 2016-05-01 12:53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사랑스러운 일이네요. 마태우스님! ^^;;; 하리하라님께서 이 페이퍼를 읽으신다면 정말 유쾌해하실것 같아요^^ 저는 이 분 저서를 한 권도 못 읽었는데ㅜㅜ 여기저기서 훌륭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꼭 도전해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16-05-01 12:51   URL
하리하라님도 이거 읽으시면 좋아하실까요? 하기야, 성격이 워낙 쾌활하신 분이라... 달밤님은 하리하라님 잘 모르시는군요 도전한다면 먼저 눈 이야기를 추천합니다. 저도 안읽었지만 평이 아주 좋더라고요.

헐렝이 2016-05-01 12:18   댓글달기 | URL
아 ㅋㅋ맨날 맛깔나는 글 눈팅만하다가 오늘 빵터져서 첨으로 댓글 남겨봅니다 ㅋㅋ하마터면 경찰서에 가실뻔...

마태우스 2016-05-01 12:51   URL
안녕하세요 이참에 님과 인사나누네요. 정말 경찰서 갈 뻔했어요 ㅠㅠ
 













결혼 후 2번째로 구한 집은 당산동에 있는 삼성래미안아파트였다.


기차역이 가까워 천안까지 출퇴근하기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집주인이 정말 좋은 분이라,


계약기간이 지났는데도 그냥 있으라고 해줬다.


“1억쯤 올려받아봤자 쓸 곳도 없고...”


돈이 많아서 이런다고 할 수도 있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다 이렇게 관대하진 않을 터였다.


나보다 젊은 남자였는데 선생님소리가 절로 나왔고,


고개가 90도까지 구부러졌다.



그럼에도 그곳을 나온 건 순전 몸이 아파서였다.


내가 몸담은 병원에 입원하면 50%를 할인해 주는데,


그곳을 놔두고 다른 곳에 입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집이 천안이면 아내가 서울서 왔다갔다 하면서 간병을 하는 건 불가능하니


천안으로 이사를 가자는 게 아내의 결정이었다.

 


그게 2011년 말의 일이었다.


천안에선 사람이 살지 못하는 줄 알았건만,


지방에서의 삶은 생각보다 좋았다.


갑자기 방송에 나가게 돼 역으로 서울에 올라가는 일이 잦아졌지만,


출퇴근 시간에 차가 밀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주말마다 차를 타고 맛집을 다닐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천안에 살 가치는 충분했다.



그런데 요즘 학교가 어려워서 그런지 교수들에 대한 괴롭힘의 정도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연구를 열심히 하라는 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무리 봐도 이해하지 못할 괴롭힘이 우리를 짓눌렀다.


다행히 올해 안식년을 신청해 그 칼날을 피했지만,


얼마 전 만난 동료선생에 의하면 의대 기초에 있는 다른 교수들은 다들 힘들어 죽을 지경이란다.


처음으로, 다른 학교에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깨달은 건, 이제 난 다시는 서울에 올라가 살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살던 래미안아파트의 전세금은 35천이었고,


그 돈으로 천안에 54평짜리 넓은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


우리 아파트의 가격은 5년 전과 비교해서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그때 내가 살던 아파트는 전세값만 해도 7억이 됐다.


5년간 35천이 올랐다면 1년에 평균 7천만원,


어떻게 이 전세값을 감당하면서 거기 살고 있는지, 서울 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친구를 만났을 때 어떻게 서울에 사느냐고 물어봤다.


그 친구가 해준 얘기는 정말 눈물겨웠다.


돈은 많지만 마음이 넉넉지 않은 주인을 만난 탓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그냥 우리 학교에서 쭉 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교가 휘두르는 칼날이 아무리 매서울지라도,


집주인의 칼날보다는 훨씬 무딜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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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28 10:21   댓글달기 | URL
서울 천만이 붕괴가 됐다고 하더군요.
꼭 서울 고집할 일 없지만 이러다 유령도시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더군요.
그렇지 않으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 제발 전세 싸게 받을테니
다시 서울 올라와 살라고 할 날이 오던가. 그럼 얼마나 좋겠어요?ㅋ
근데 마지막 말씀 정말 살이 베이는 것 같습니다.ㅠ

마태우스 2016-04-28 23:01   URL
천만이 붕괴됐군요. 그래도 서울엔 여전히 중요한 시설들이 많이 있고, 돈있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더라고요. 유령도시는 걱정 안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ngs01 2016-04-28 13:25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직장이 있는데도 굳이 서울에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님의 아내분 선택이 옳습니다.
서울에 내 집이 있는 사람이지만 지방에 직장이 이전한다면 미련없이 떠날 생각이 있네요...

마태우스 2016-04-28 23:02   URL
네 저도 내려간 다음에야 왜 진작 내려가지 않았을까 후회했습니다. 근데 이제 다시는 서울에 가지 못한다는 걸 깨달으니, 조금 허전하긴 하더라고요.

다락방 2016-04-28 14:08   댓글달기 | URL
저도 천안으로 내려가고 싶네요. 직장만 그곳에 있다면 말이죠. 저는 전문직도 아니라 이직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마태우스님의 이 글을 읽으니 천안에 직장 구해서 천안으로 내려가고 싶어져요. ㅜㅜ

마태우스 2016-04-28 23:03   URL
다락방님의 댓글을 보며 다락방님이 오시면 정말 좋겠다, 천안이 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 꺼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ㅜㅜ 일자리 좀 알아볼게요..!

pek0501 2016-04-29 13:19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서울에서 살지만 남편 따라 대구에서 산 적이 있어요.
살아 보니 지방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요. 백화점이니 극장이니 문화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서울인지 대구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더라고요. 집값이 서울에 비해 싸다는 건 큰 장점이고요.

안식년, 축하드립니다. 부럽부럽...

마태우스 2016-04-29 22:00   URL
대구는 정말 그렇겠네요. 천안은 백화점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서 서울과 구분이 아주 잘 됩니다^^ 하지만 저야 뭐, 백화점 갈일이 거의 없어서 구분의 의미는 없습니다. 글구 안식년은 정말 축하받을 일이어요. ㅠㅠ 무서운 칼날을 피하고 있다는..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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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팍한 아버지의 밥을 차리느라 결혼을 꿈도 꾸지 못하는 여자 (한파특보),

 

사업을 말아먹고 남편과 떨어져 시골에 숨어사는 여자 (흉몽)

 

남편을 교통사고로 보낸 뒤 트럭을 몰며 사는 여자 (폭염),

 

김이설의 단편집 <오늘처럼 고요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극한상황에 몰려있다.

 

아니 어떻게 이리도 불행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책을 읽다보면

 

그에 필적할 또 다른 주인공이 나타나곤 했다.

 

상황이 상황이다보니 이전의 단편은 까맣게 잊고 새 단편에 몰입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근 하루만에 책을 다 읽어 버렸다.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는 다음에서 알 수 있다.

 

어제 강의록 준비 때문에 새벽 4시에 자면서

 

오늘 아침 천안에서 가락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가며 눈을 붙이려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졸리지도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극한상황을 설계할 수 있는지, 작가의 능력에 그저 감탄하고

 

사람들이 왜 김이설!”을 외치는지 알겠다.

 

 

외부강의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소설은 왜 SF가 없느냐고,

 

과학 전공자들이 소설을 좀 써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소설이란 게 우리가 외면하던 현실을 드러내 줌으로써

 

세상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이라면,

 

SF보다는 <오늘처럼 고요히>가 소설의 역할에 좀 더 충실한 게 아닐까 싶다.

 

십년쯤 전 김이설 작가님과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둘이서 만난 건 아니고, 내가 속한 모임에 잠시 나오신 건데

 

그때가 작가님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였나 그 전이었나 헷갈리지만,

 

아무튼 그 당시만 해도 난 김이설 작가님이 이렇게 잘되실 줄 몰랐고,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말도 거의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작가님이 이렇게 멋진 책을 연달아 내실 줄 미리 알았다면

 

그때 좀 잘할 걸 그랬다.

 

 

참고로 난 작가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작가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신 같은 존재니, 어찌 평범한 인간과 같을 수 있겠는가?

 

가끔 날보고 작가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원래 있는 기생충에 대해 기술하는 책을 냈다고 해서 작가가 되는 건 아니기에

 

그때마다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곤 한다.

 

그런 경우가 잦다보니 귀찮아서 네 작가 맞습니다라고 한 적도 몇 번 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난 내가 작가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작가면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쓴 분한테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잖은가?

 

아무튼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사람을 보면 같이 놀기 싫은데,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이 너무도 많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배려가 없고 비인간적인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책을 써가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이설 작가님,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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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6-04-28 03:44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님 저도 좋아하는 작가예요:) 마테우스님도 존경합니다:) ㅎㅎ 오늘 이 책 읽다 자야겠네요>_<

마태우스 2016-04-28 09:14   URL
안녕하세요 hellas님, 저랑 좋아하는 작가가 같아 반갑네요. 근데 저는 저를 존경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나쁜놈이라는....-.- 근데 새벽에 안주무시네요. 저도 주로 밤에 일하는데 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기억의집 2016-04-28 07:59   댓글달기 | URL
김이설 작가의 책은 안 읽었지만,,,, 불행이라면 필립 로스만 하겠습니까! 네메시스 읽으면서 하아,,, 이렇게 불운한 삶을 끊임없이 지치지도 않고 그려내다니,하며 놀라워하며 읽었습니다. 김이설도 필립 로스과군요!

마태우스 2016-04-28 09:15   URL
안녕하세요 기억의 집님, 필립 로스 책 딱 하나 읽었던 것 같은데, 그 책은 불행에 관한 책은 아니었어요. 네메시스를 제가 안읽었네요. 좋은 책 추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희망찬샘 2016-04-28 19:40   댓글달기 | URL
극한 상황... 읽고 나면 맘이 좀 안 좋을 거 같아요.

마태우스 2016-04-28 23:04   URL
안녕하셨어요. 근데 의외로 맘이 안좋진 않아요. 극한상황 속에서 희망이 피어나는 내용도 아니라 거의 대부분이 절망하다 끝나는데, 그래도 기분이 나쁘다든가 그러지 않는 게 신기했어요.

pek0501 2016-04-29 13:23   댓글달기 | URL
그분도 `작가님`이라고 불러야 하잖은가?
- 어떻게 요런 생각을 하셨는지... 마태우스 님의 유머는 죽지 않고 늘 살아 있군요.


<오늘처럼 고요히>, 이 책에 대해 호평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되네요. 장바구니에 담겠사와요.
궁금해서 구입하게 될 것 같아요...

마태우스 2016-04-29 22:01   URL
헤헤 저만큼 그분 생각하는 사람이 또 있겠어요^^ 암튼 이 책,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나비종 2016-04-30 20:20   댓글달기 | URL
책이 궁금해졌으니 리뷰어의 역할을 충분히 하셨습니다. ^^

마태우스 2016-04-30 22:20   URL
아 네...나비종님 감사합니다. 리뷰에 대한 가장 좋은 찬사네요^^

나비종 2016-04-30 22:29   URL
뒤에 댓글을 더 쓰려했는데, 엔터키를 잘못 누르는 바람에^^; 그래서 그만 두었습니다ㅎㅎ
음. . 제가 쓰려던 댓글은, 저 역시 작가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요. 창의적인 면에서 치밀한 예술가이며, 세심하게 주변을 관찰해야 한다는 점은 과학자와 통하는 점도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같이 놀기 싫은 1인에 속하지 않아서요~ㅋ
 
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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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당신>을 읽은 뒤 뒤늦게 박범신 작가의 팬이 됐다.


그 여세를 몰고 주문한 게 바로 <주름>,


소설의 주인공인 김진영은 시인인 천예린과 바람이 나는데,


이야기의 대부분이 둘 사이의 지독한 사랑을 다루고 있다.


그 사랑이 어찌나 지독한지 나중에 읽다가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


둘의 관계는 칼자루를 쥔 게 여자 쪽이라,


여자가 사랑을 나누다 도망가면 남자가 쫓아가고, 여자가 또 도망가고,


이런 과정이 책 전반에 걸쳐서 되풀이된다.


도망가는 것도 스케일이 커서,


서울에서 대전, 대전에서 부산, 뭐 이렇게 가는 게 아니라


케냐에 갔다가 모로코에 갔다가 스코틀랜드와 북극해를 어우르는 장대한 도망인데,


너무 긴 여정이다 보니 나중엔 지겨웠다.


알고보니 이 책은 오래 전 나왔던 책인데 원래 내용을 줄이고 또 줄여


2006년에 개정판으로 나온 거란다.


그 이전 버전 대신 개정판을 읽은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전 버전을 읽었다면 읽다가 지쳐 쓰러질 뻔했다.

 


이 소설엔 둘간의 정사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것도 너무 많이.


나이가 나이다보니 불륜을 비롯해 야한 장면이 나오는 이야기에 솔깃해하긴 하지만,


이건 뭐 시도때도 없이 하는 장면이 나오고,


심지어 몇 달씩 벌거벗고 사는 광경까지 연출하니,


야하기는커녕 적당히 좀 하지!’란 한숨이 내 입에서 터져나오기까지 했다.


단순히 부도덕한 러브 스토리로만 읽지 않기를 바란다.” (430)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지만,


꽃뱀에게 넘어간 남자, 그 남자를 사랑한 꽃뱀”, 이렇게밖에 이 소설을 정리할 수가 없다.


회사돈까지 횡령하면서 여자를 쫓아가고, 그녀의 노예로 살겠다고 날뛰는


50대 아저씨를 저거 말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세편을 연달아 읽었으니 이제 당분간 박범신 작가를 멀리할 생각이다.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나온다.


주인공 김진영이 몸이 안좋아 열이 팔팔 끓을 때,


그녀는 ...얼음주머니를 내 이마에 문질러주고 있었다.” (270)


소아과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안 사실인데 열이 날 때 얼음주머니는 별로 좋지 않단다.


물수건으로 이마를 문질러 주면 열이 내려가는 건 사실 물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며,


얼음주머니는 피부 혈관을 수축시켜 열 발산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한다.


그래서 찬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게-이마보단


면적이 넓은 가슴 쪽을-훨씬 좋다고 한다.


소설을 읽고 난 결론.


역시 돈거래는, 아무하고도 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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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16-04-27 02:00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게 쓰셔서 이밤에 막 웃었어요ㅎㅎㅎ근데 여자는 왜 도망가는 건가요? 그게 참 궁금하네요

마태우스 2016-04-27 04:00   URL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자가 도망가는 이유는 돈 떼어먹고 도망가는 첫번째 도망 말고 두번째부터는 자신이 죽을 날이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 때문인가 그렇게 추측되는데요, 몇번을 그러니까 ˝이젠 좀 죽어도 될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

hellas 2016-04-27 02:27   댓글달기 | URL
제발 그만들둬! 라고 할만큼 정사씬이 많다니 궁금은 합니다만. 그러기엔 작가분의 글이 너무 남성남성하신지라 읽게 될진 모르겠네요. ;ㅂ; 유쾌한 리뷰입니다

마태우스 2016-04-27 04:01   URL
정사씬 묘사가 처음엔 아주 리얼해요. 차에서 격정에 휩싸여 처음 하는 장면....근데 그 다음부터는 ㅠㅠ 아유 정말 그대로 말할 수도 없고, 아무튼 좀 거시기합니다.

nomadology 2016-04-27 11:15   댓글달기 | URL
실망하셨다는 리뷰같은데 오히려 궁금해지네요.

마태우스 2016-04-28 00:33   URL
앗 그런가요. 사실 아주 실망은 아니구요 처음에 둘이 막 그러고 그럴 땐 재밌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길어지니까 짜증이 났다는 거고요.^^

세실 2016-04-27 11:36   댓글달기 | URL
짐승같은 사랑! 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어요. 주름은!
바이칼호수, 알흔섬은 가보고 싶은~~

마태우스 2016-04-28 00:34   URL
바이칼호수는 말이 호수지 바다 아닐까 싶어요 가본 적은 없고, 아마 평생 못갈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보고싶긴 합니다. 구글로 찾아보면서 위안하려고요.

stella.K 2016-04-27 12:09   댓글달기 | URL
박범신 작가는 저도 좋아하는 작가긴 하지만 그의 모든 작품이 다
좋은 건 아니더군요. 전에 고산자를 읽었는데 저는 그닥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은교는 좋았는데...
소금과 당신은 마태님이 좋으시다고 하시니 저도 나중에 읽어 보겠습니다.
그런데 나이 드니까 야한 게 끌리시던가요?ㅋㅋ

마태우스 2016-04-28 00:35   URL
사실 나이 들기 전에도 야한 게 끌렸죠 근데 그땐 안그런척 하고 살았고 지금은 그냥 솔직해진 거죠. 음하하하. 제가 은교 안읽은 게 좀 트라우마예요. 지금이라도 읽으면 되는데 왠지 뒷북같고요

blanca 2016-04-27 13:33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리뷰 읽다 빵 터져요 ㅋㅋ 이런 내용인지는 몰랐어요.

마태우스 2016-04-28 00:35   URL
우왓 블랑카님이닷. 님처럼 멋진 리뷰 쓸 능력은 없고 하니 엽기로 나가는 겁니다 하하.

Conan 2016-04-28 10:17   댓글달기 | URL
마테우스님 리뷰를 보고나니 꼭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전에 소금을 읽고나서 너무 여운이 남아서 후배한테 책을 사주고 읽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참 매력있는 작가인것 같습니다~

2016-04-2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록스 호텔
피터 니콜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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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드’와 ‘오디세이’의 차이를 아는가?”


몇 년 전 책을 읽다가 이 구절을 읽고는 흠칫했다.


그 두 개가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책은 친절하게도 답을 알려줬는데,


전자는 트로이 전쟁 이야기고, 후자는 전쟁에 참여했던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란다.


‘아, 그렇구나. 내가 이런 곳도 모르고 있었구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게 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지 않은 자의 한계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 뒤 난 만나는 사람들마다 “일리야드랑 오디세이 차이점 알아?”를 묻고,


모른다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한다.




소설 <록스호텔>은 표면적으로는 ‘오디세이’를 표방한다.


슐리만이란 사람이 트로이전쟁이 실제 사실에 근거한 거라고 믿고 결국 트로이를 찾아냈듯,


이 소설에 나오는 제럴드도 ‘오디세이’에 묘사된 지형과 똑같은 곳을 발견한 것.


바위를 던진다는 라이스트뤼곤인 (거대한 식인종)을 피해 숨었던 절벽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보니파시오의 코르시카 섬 항구 진입로 부근인 것 


같습니다. 그곳에 있는 동굴이 바로 오디세이가 외눈박이 폴리페모스를 


조롱하는 묘사 속에 등장하는 부분일 테고요.” (83쪽)


그래서 제럴드는 지중해 곳곳을 탐사하며 오디세이가 갔던 여정을 반복하고,


그걸 <이타카로 가는 길>에 담는다. 


이것만 보면 이 책은 문학과 현실을 융합하려는 아름다운 시도일 듯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표면상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는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꽤 많이 지녔다.


록스호텔의 주인인 루루는 미모가 뛰어나 여러 남자의 구애를 받고,


제럴드의 딸 에기나는 더 한층 미모가 뛰어나 다들 어떻게 해보려고 난리가 아니다.


루루의 딸인 루크는 멋진 여자만 보면 껄떡거리는데, 진짜 좋아하는 여자는 에기나다.


그런데 루크의 어머니인 루루와 에기나의 아버지인 제럴드는 사실은 전에 결혼했던 사이.


이들 말고도 더 많은 ‘썸’이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오가는데,


그 중에는 할머니와 소녀라는, 좀 이해하기 힘든 ‘썸’도 있다.




이렇게 과거의 비밀과 나이를 가리지 않는 ‘썸’이 나오는 소설을 읽다보니


평소 즐겨봤던 막장드라마가 떠올랐다.


그 중 한 장면을 보자.


[루크가 식당에서 알바를 하는 여자에게 반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장면.


루크: 그때는 못생겼을지 몰라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여자: 지금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죠....아무튼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다니 정말 재미있네요.


루크: 내가 진짜 당신과 나누고 싶은 건....


루크는 그녀의 아름답고 커다란 입매와 어두운 잇몸, 그리고 매혹적인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말 아름답다. 그렇다면 이제....


(그때) 멀리 도로 쪽에서 환하게 헤트라이트 불빛이 비쳤다 (100-101쪽)]


그 불빛은 그녀의 애인이 타고온 BMW의 것으로, 루크는 그냥 헛물만 켜고 만다. 


읽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애인은 왜 지금 나타나고 그래? 조금 더 있다 오지.”



자랑 같지만 난 막장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꽤 있는 편이다.


소설 <록스 호텔>에 열광한 것도 이게 막장드라마를 생각나게 해서였다.


참고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된 마요르카에는 진짜로 록스호텔이 있던데,


책을 읽고 그곳에 가서 며칠 숙박을 한다면 참 아름다울 것 같다.


외국여행을 못하는 나로선 다 그림의 떡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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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4-17 07:30   댓글달기 | URL
이책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의붓아버지(였던)의 딸!... 막장의 단골 ㅎㅎ

마태우스 2016-04-19 00:31   URL
와앗 안녕하세요 세실님 아니었다면 무플 될 뻔....^^ 마지막 결론도 막장드라마와 비슷하더군요. 그나저나 세실님 앞으로 친하게 지내요. 좋은 친구분들이 많으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