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명

이명이라는 병이 있다.

귀에서 나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호소하는데, 

구체적인 언어로 들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환청과 구별되지만,

이런 게 지속적으로 들리면 신경이 무지 쓰인다.

치료가 안되는 경우도 꽤 있다는 게 더 무서운 점. 

지난 몇 년간 나도 이명이 좀 있었다.

이게 이명인가 하는 의혹이 들긴 했지만, 귀에서 이따금씩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래서 아내가 때릴 때면 이런 말을 했다.

"여보, 귀는 때리지 마. 내가 이명이 좀 있는 것 같거든."


얼마 전에는 하루가 지나도 그 소리가 없어지지 않아서

안되겠다 싶어 학교 병원을 갔다.

내 귀를 본 의사는 귓밥이 큰 게 있다면서

"이런 거 가지고 대학병원 오시다니!"라고 핀잔을 준다.

그걸 꺼내고 나니 소리는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 뒤부터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여보, 이제는 귀 때려도 되는 거지?"


2. 키

내 키는 176cm다.

대학 들어갈 때 172였고 졸업할 때 175였는데,

그 뒤 1센티가 더 커서 쭉 유지돼 오고 있다.

이 얼굴에 키라도 그 정도 돼서 다행이긴 한데,

최근 건강검진을 받다가 깜짝 놀랐다.

내 키가 177.4센티라는 것이다.

키가 무려 1.4센티가 크다니, 아직도 성장기인 것일까?

게다가 시력검사를 해봤더니 왼쪽 눈이 1.2, 오른쪽 눈이 0.7이다.

그 이전까지는 1.0에 0.5가 될까말까였으니

시력도 좋아졌다 (청력도 굉장히 좋다고 했다).

회춘이란 게 이런 건가 하면서 아내한테 말을 했더니

아내가 이런다.

"이게 다 내가 내조를 잘해서 그런 거야!"

몇 달 전부터 아내는 아침마다 영양제를 듬뿍 주면서 먹으라고 했는데,

알약이 어찌나 많은지 다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였다 (물 한컵 가지고 다 삼키질 못한다).

그런데 거기에 눈을 좋게 만드는 영양제도 있고 기타 몸에 좋은 영양제도 있으니

키가 크고 눈이 좋아졌다는 게 아내의 설명.

원래 영양제의 효능을 믿지 않았지만 아내가 그렇다면 믿어야지 않겠는가?

그래도 의혹은 남는다.

눈이야 좋아질 수 있다 쳐도 키는 도대체 왜 자란단 말인가?

이런 식이면 아내의 알약을 열심히 먹으면 루저의 기준인 180까지도 클 수 있을 듯하다.

아내에게 고마워서 이렇게 말했다.

"여보, 고마워. 귀 마음껏 때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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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5-04-18 11:04   댓글달기 | URL
눈 영양제가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한 번 나간 시력은 돌아오지 않는다는데 저는 좋아지는 것은 고사하고
더 잃지나 말았으면 좋겠어요. 키 역시 더 줄어들지나 말고.ㅠ

마태우스 2015-04-18 11:08   댓글달기 | URL
제가 먹는 성분이 루테인이라고 하는건데요 한번 드셔보세요 그것땜에 좋아진 것 같은데 키는 왜컸는지 잘 모르겠고요

오로라^^ 2015-04-18 16:25   댓글달기 | URL
루테인을 먹으면 실제로 효과가 있나보네요. 저도 애들에게 꾸준히 먹이고는 있는데... 좀더 확실히 좋아진다는 믿음을 갖고 먹여야겠군요^^ 그런데 키는 왜 크신 걸까요? ㅎㅎ 그게 더 궁금한데요.. 알아내시면 대한민국에 큰 파장이 일어날 듯 합니다^^

서민 2015-04-18 20:42   수정 | 삭제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키가 왜 컸는지 알면, 대한민국에 파장이 일겠죠^^ 저도 이유를 모르겠어요 0.1만 더 컸다면 178이라고 우길 텐데, 아쉽습니다.

세실 2015-04-19 00:27   댓글달기 | URL
루테인 저도 먹여야겠어요^^
오홋 대학가서도 키가 크다니....ㅎㅎ
하여간 마태우스님의 위트는 못말려요~~

2015-04-22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9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 날도 아닌 날 - 인생에서 술이 필요한 순간
최고운 지음 / 라의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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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을 직선적으로 하는 여성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온화함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그런 여성의 출현은 매우 드물었는데,

최근 몇 년간 주목한 분이 바로 ‘앨리스’라는 필명을 가진, 최고운이다. 

많은 팬을 거느린 파워블로거였던 그녀가 드.디.어. 자신의 책을 출간했다.

평소 친분 덕분에 추천사를 쓰는 영광을 안았던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하나. 저자에게 첫 책은 자신의 분신이다.

개쓰레기란 말이 딱 어울리는 <마태우스>를 냈을 때도 무지하게 흥분하는 게 인간인데,

<아무 날도 아닌 날>같이 어디다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낸 저자라면

나보다 열배쯤 더 흥분한 나머지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로서 한 마디 조언을 해본다. 

최고운님, 혹시 이 책이 기대만큼 안팔리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인생은 길고, 앞으로 최고운이란 이름을 걸고 나올 수많은 책들을 생각한다면

이번 책은 님의 존재를 알리는 출발신호에 불과하니까요.


둘째, 새로운 작가를 알게 되는 것은 독자에게 기쁜 일이다.

게다가 이 작가는 글을 참 시원하게 쓴다.

“본인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여자가 언짢아할 땐 무조건 미안해, 하도록 설계된 남자는 확률적으로 2퍼센트 정도 존재한다고 전해지나, 실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46쪽)

이게 뭐가 시원하냐고 하겠지만, 다음 구절을 보라.

“버스를 들고 뛸 수도 없는 이상 일단 오고 있는 남자에게 지랄은 하지 말자.” (47쪽)

이건 비교적 순화된 예일 뿐 읽다보면 상상 이상의 것을 보게 되는데,

간혹 이런 감탄도 절로 나온다.

“이 작가님, 참 거침없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이런 작가와 친분이 있다는 게 행복했고,

이런 좋은 책에 추천사를 썼다는 사실도 뿌듯했다.


에세이란 쟝르는 유명한 사람만 써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유명인의 에세이에 없는 파격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작가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

한권쯤 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격려가 있어야 작가가 지치지 않고 글쟁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이분의 직설적인 멘트들이 우리 사회를 빛내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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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5-04-14 09:48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싹수가 보이는 작가에게 격려를 해주고 싶다면,
한권쯤 사 주는 것도 좋겠다.
그런 격려가 있어야 작가가 지치지 않고 글쟁이의 길을 걸어갈 수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직장생활을 처음하면서 이 생각으로 젊은 한국작가들의 책을 의도적으로 구매했는데,
요즘 과학,예술책을 중심으로 구매하다 보니 잠시,, 다시금 마음을 잡아보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4-14 13:12   URL
오옷..우향님,이렇게 고마운 말씀을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님같은 분들이 계셔서 좋은 작가들이 계속 나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개 2015-04-14 12:28   댓글달기 | URL
부제가 더 마음에 드는데요 ^^

마태우스 2015-04-14 13:11   URL
이 책의 부작용은 글 한편이 끝날 때마다 술과 거기 맞는 안주가 사진으로 올려져 있다는 거죠. 알콜 욕구를 엄청 자극하는 책이랍니다.

아무개 2015-04-14 13:27   URL
어이쿠 이런!
다욧 끝나면 보는걸로!! ^^:::::::
 












지난 주말, 감염내과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때문에 어머니랑 같이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내와 나는 혹시 비행기가 추락하면 남은 개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비행기를 안타는 게 원칙,

그렇다면 나 혼자 그냥 당일치기로 다녀오려고 했지만

강의 시각이 일요일 오전 8시 경이라 전날 가서 숙박을 할 수박에 없었다.

숙소야 주최측에서 제공해 준다지만,

비싼 호텔에서 나 혼자 자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기에 어머니를 모신 것.

3시 비행기였고, 또 바람이 심해서 연착을 엄청 한 탓에 호텔에 간 시각은 오후 6시 반,

칠돈가라는 엄청난 곳에서 저녁을 먹고난 뒤 엄마가 <장미빛 연인들>을 본다고 해 일찍 들어와 쉬었다.


문제는 다음날.

엄마는 투숙객에게 공짜로 제공되는 호텔 수영장을 이용하러 가셨다.

그때 시각이 7시 40분이었고, 난 어머니를 모셔다 드린 후 강의장으로 갔다.

원래 어머니와 난 9시 반경 호텔에서 만날 예정이었다.

수영을 두시간 정도 하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그러고 나선 제주도에 있다는 에펠탑을 보러 갔다가

바다를 좀 보고 공항에 가는 것이 내 계획이었다.

강의는 8시 20분부터 시작됐고, 

강의실에 시계가 없는 바람에 난 2G 휴대폰을 스톱워치삼아

강의하는 곳 앞 테이블에 올려놓고 강의를 시작했다.

준비를 워낙 열심히 한 탓에 강의는 물 흐르듯 진행됐는데,

8시 50분을 넘겼을 무렵,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이었지만 내겐 그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주말엔 전화하는 이가 거의 없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엄마였다.

강의 중인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를 하다니, 이건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난 그만 넋이 나가버린 채 강의를 하다말고 전화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특징은 전화벨이 다 울려 안내멘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벨은 수십초 가까이 울린 끝에 꺼졌다.

안도하기엔 일렀다.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해온 것.

그 전화 역시 수십초 가량 내 넋을 빼놓았다.

흐름을 잃어버린 뒤여서인지 전화가 온 뒤 내 강의는 엉망이었다.

게다가 전화 때문에 스톱워치 기능이 정지돼 강의 시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강의장을 나간 뒤 엄마가 그 후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영장이 너무 좋아. 너도 수영장으로 와라."

수영장에서 엄마를 만나자마자 따졌다.

도대체 강의 중인 걸 아시는 분이, 그리고 제주도에 온 목적이 바로 그 강의인데, 

왜 강의할 시간에 전화를 하냐고.

"수영장 물이 너무 좋아서 그랬지."

다시금 따졌다.

"엄마, 전화를 안받으면 못받을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 안해요? 그 다음 전화는 도대체 왜 했어요?"

엄마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게 말이다. 난 친구들한테도 항상 그러는데."

엄마가 강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전화건 게 아니라는 건 잘 알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도 강의를 망친 어머니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다 없어지진 않는다. 

덧붙이는 말: 난 기생충이 별 게 아니라고, 회 먹으라는 말을 평소에 하고 다니지만, 이번에 고래회충에 걸렸다는 만우절 거짓말을 하고 난 뒤 횟집으로부터 항의를 많이 받았다. 그 중 단대 학부모라는 분은 이런 글을 남겼다.

"너같은 놈이 교수로 있는 줄 알았으면 내 애를 단국대에 보내지 말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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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08 03:41   댓글달기 | URL
아..마태우스님 ㅋㅋ 현각스님의 만행 참 잘 읽었는데 ㅋㅋ
저도 엄마의 만행에 너무 무서웠던 적이 있지요. 공부한다고 폰을 무음으로 해 놓고 책 밑에 두고 한참 있다가 폰을 봤더니... `부재 중 전화 24건`.. 24건이라니 놀라서 봤더니 전부 엄마...ㅠㅠ

마태우스 2015-04-08 05:47   URL
오오오옷 24건....아이고, 왜그러셨대요. 울엄마는 그래도 2통밖에 안했으니 만행이라 할 수 없는 건가요^^

곰곰생각하는발 2015-04-08 05:29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마지막 끝줄이기분 좋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마태우스 님이야말로 단대의 스타교수님 아니십니깡..

마태우스 2015-04-08 05:49   URL
스, 스타까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 보고 애를 학교에 보내진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의대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학생이 절 만날 기회가 거의 없을텐데요... 암튼 곰발님 웃어주시니 좋네요

blanca 2015-04-08 07:16   댓글달기 | URL
어머님 귀여우세요.

마태우스 2015-04-09 04:17   URL
네 그런 면이 있지요^^ ㄹ어머니도 여자니깐요^^

아무개 2015-04-08 08:24   댓글달기 | URL
고래회충 크하하핫


마태우스 2015-04-09 04:18   URL
어맛 아무개님 안녕하세용. 고래회충은 제게 올 상반기의 화두인 듯&&

다락방 2015-04-08 09:25   댓글달기 | URL
아...어머님 ㅠㅠ

마태우스 2015-04-09 04:19   URL
글게말입니다 이해불가예요 사실은..

Mephistopheles 2015-04-08 11:14   댓글달기 | URL
왠지 이번 만우절로 인해 마태님 수명이 많이 늘어나셨을꺼라고 생각되어집니다..ㅋㅋㅋㅋ

마태우스 2015-04-09 04:19   URL
그죠^^ 욕은 가끔씩 먹어줘야 합니다

비연 2015-04-08 16:27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만우절 내용 보고 전 정말 진짜인 줄 알았으니. 아마 넘 진실같아 원망 많이 들으셨을 듯. 그나저나 엄마들은 가끔 그러실 때가 있나봐요. 저희 엄마도 가끔..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안녕하셨어요. 내연녀 얘기를 해도 다 믿다니 ㅠㅠ 암튼 비연님 어머님 얘기도 나중에 해주세요

재는재로 2015-04-08 16:41   댓글달기 | URL
와우만우저내용 빵터지네요 다음에서글읽어봣습니다마태우스님은마성의남자도대체어떻게여자들의마음을훔치시건지알고싶습니다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세요 외모가 안되니 훔치기라도 해야죠^^

무스탕 2015-04-08 16:47   댓글달기 | URL
그자나도 얼마전 고래회충 뉴스를 들었을때 마태님 생각 났었어요.
이것도 조건반사인가요? ㅎㅎㅎ

마태우스 2015-04-09 04:20   URL
무스탕님...`무`스탕이니 무조건반사일걸요...!

soyo12 2015-04-08 23:23   댓글달기 | URL
엄니들은. 다 그러신가봅니다. 저희 엄니는 너 좋으라고 그러지란 말도. 당당하게. ^.^

마태우스 2015-04-09 04:21   URL
글게 말입니다. 그래도 저희 엄니는 반성이라도 하셨으니...^^

peolpan 2015-04-12 20:37   댓글달기 | URL
지승호 님과의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책 앞 부분 재미있네요.
특히 어린 시절 이야기.
연구에 집중하기 전 많이 노셨다고 해서 어찌 노셨는가 했더니 알라딘에서....
그래서 책 다 읽고 알라딘 찾아들어왔는데, 아직도 활동하시네요.

꾸밈없는 소박한, 너무 솔직해서 읽기에 좀 민망한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기생충 열전도 곧 읽어봐야겠습니다.

마태우스 2015-04-13 23:49   URL
앗 부끄러운 제 삶의 일부라, 읽으셨다니 좀 부끄러워집니다. 알라딘에서 많이 놀았구요, 지금도 마음은 알라딘에 있지요. ^^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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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세월호 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인터뷰집이다.

대부분이 구어체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책은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흐르는 눈물 때문에 책을 덮고 하늘을 바라봐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반장이었던 미지를 잃고 난 뒤 어머니는 미지가 반장 나가는 걸 막지 못한 걸 후회한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미지는 그 당시 갑판까지 올라와 해경에게 저 밑에 우리 친구들 많으니까 구해달라고 했단다.

물론 해경은 그 말에 신경도 안썼고, 결국 미지는 친구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아래로 내려갔다.

반장만 아니었으면 살아나왔을 텐데 하면서 많이 자책했어.....책임감 있는 사람이 훌륭하다는 건 다 아는데 미지가 그렇게 가고 나니 잘 모르겠어. 훌륭한 게 뭔지.” (56쪽) 

말썽꾸러기였던 창현이에게 늘 잔소리만 했다는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아들, 딸과 사이가 좋은 채 헤어지는 사람들도 너무너무 가슴이 아프지만, 나처럼 사이가 안좋다거나 서로 대치하다가 떠나보낸 그 아들과 딸에 관한 아픔도 정말 크거든. 후회가 굉장히 많이 남아요.” (146쪽)


세월호 얘기를 그만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유족들은 멈출 수 없다.

배가 왜 침몰했는지, 해경은 왜 학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해군 UDT 등에서 도와주겠다는데 거절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진 게 없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서 구했는데 못 구했다 그러면 우리도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본 적도 없고,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창현 어머니의 증언, 157쪽)

게다가 유족들을 흡사 범죄자 취급하듯 대하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가족들을 몰아붙일지는 정말 몰랐어요. 우리는 국민도 아닌 것 같아요....대통령 눈길 한번 사로잡으려고 살려달라고 그렇게 외치는데 눈길 한번 안주더라고요...그게 사람인지요.” (같은 쪽) 


하지만 정말 슬픈 건, 이 시대를 같이 살고 있는 우리들의 냉담한 시선이다.

우리 애들은 갑자기 죽은 것도 아니고 사고 나고서도 한참을 연락하다 죽었잖아요. 엄마가 걱정하니까 우리 살아서 갈 건데 왜 걱정하냐고 화내고 간 아이도 있는데. 그런데도 교통사고라느니, 놀러가다 죽은 건데 왜 그러냐니까 상처가 돼요. 세월호는 달라요. 뭔가 있다고요. 의문이 너무 많다고요.” (82쪽, 승희 어머니의 증언) 

유족들이 벌써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챙기고도 더 받아내기 위해 떼를 쓴다는 의견도 많다. 

이제는 돈 얘기만 해요. 우리 진짜 돈 받은 것 없어요. 해수부에서 긴급자금으로 준 거 말고는 없어요. 사람들이 자식 팔아서 돈 벌려고 그런다는 말들 많이 하는데...어떻게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식 아니라고 돈이랑 자식이랑 어떻게 바꿀까 싶고.” (83쪽)

그럼에도 유족들을 돈에 굶주린 하이에나 보듯이 하는 댓글들을 보면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사고가 언젠가는 자기 일이 될지도 모르는데, 왜들 이럴까. 


책이 나오고 난 뒤 유족들은 전국을 돌면서 북 콘서트를 열고 있다.

어제는 천안에서 했는데, 천안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주노씨, 그리고 장항선씨 이외에는 유명인이 살지 않는 탓에

부끄럽게도 내가 북콘서트 사회를 봤다.

그 덕분에 사람들은 알게 됐다.

내가 방송을 그만둔 게 아니라 잘린 것이며, 왜 잘렸는지 그 이유를 말이다1) 

이제 곧 세월호 1주기가 돌아온다.

우리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이 책을 사서 읽으시라. 

정부에서 조작해 낸 유족들의 모습 대신, 진짜 유족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으니까.

-------

1) 그날 사회를 잘 못봤다는 뜻입니다! 아직도 섭외 많이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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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5-03-22 02:47   댓글달기 | URL
무슨사건만때만반짝관심시간이지나면흐부지되는이런여론의관심과아직도제대로처리되지않는법!적인문제 자식을잃은부모는가슴에대못이박힌채살고있는데이런사건을자신의이익을위해이용하는인간들그리고악의적인 악플러들 얼마적오뎅사건도그렇고진짜인간이싫어지네요
방송그만두신게아니라짤린신?요즘방송에서보기힘들던데그런사정이
오랜만에글올리는데 잘지내시죠

마태우스 2015-03-22 10:53   URL
재는재로님 안녕하셨어요 저는 그닥 잘 못지냅니다 올해는 자신을 찾겠다 이딴 소리 했는데 별로 그러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방송에 그닥 애정이 없어졌어요. 그 대신 다른 곳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할까요. 그래서 요즘 그쪽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악플러들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오죠 저게 사람인가 싶고, ㅠㅠ

보광적선 개도적선 2015-03-22 04:19   댓글달기 | URL
통곡의 목소리 누군가 들리겠지?

마태우스 2015-03-22 10:53   URL
그랬으면 좋겠는데 귀가 잘 안들리시는 듯....

blanca 2015-03-22 12:50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월호 사고날이 하필 결혼기념일이었어요.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너무 화가 나고 슬플 것 같아 차마 이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아침에 웃으며 혹은 자잘하게 다투며 보낸 아이들이 죽어 돌아왔을 때의 부모의 심정을 어떻게 온전히 헤아리겠습니까. 마태우스님의 용기 있는 헌신에 응원이나마 보탭니다.

그리고 방송하차에 사연이 있었군요. 힘내세요!!!!

마태우스 2015-03-22 17:11   URL
블랑카님 안녕하세요? 결혼기념일이 하필....ㅠㅠ 마음껏 기뻐하지 못하시겠군요ㅠㅠ 그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기는커녕 놀리는 애들이 천지라, 이런 땅에서 살고싶지 않네요. 갑자기 미국 가서 살자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구 방송하차 얘기는 농담이었어요. 그냥 사회를 잘 못봐서 사람들이˝쟤가 저래서 잘렸구나˝라고 생각할 거란 얘기였어요. 사실은 섭외요청이 오면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는.... 대신 다른 일에서 제 재능을 발견해서 그쪽으로 올인하고 있어요. 암튼 격려 감사드려요

paviana 2015-03-22 14:47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차마 읽을 수가 없어서 그냥 책상에 올려놓고 있어요. 북콘서트 잘하신거지요? 물어보신다는 것에 대한 답은 들으셨나요? 방송은 안하시는게 나아요. 그 시간에 우리 술이나 마셔요. ㅎㅎ

마태우스 2015-03-22 17:13   URL
앗...글고보니 물어본다는 걸 깜빡....ㅠㅠ 죄송해요. 면목없게도 ㅠㅠ 글고 제가 방송에 재능이 별로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후후후, 시간내서 만나요.

paviana 2015-03-23 00:34   댓글달기 | URL
기사 찾아보니 미지 아버님이랑 창현이 어머님이 가셨더라구요. 제가 미지랑 페북 친구라서 더 아픈 친구에요. 많은 분들이 마지막에 우셨다고 하던데...ㅠㅠ

2015-04-0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8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삼성의 몰락 - 이재용(JY) 시대를 생각한다
심정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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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몰락>에 관심이 간 건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도 망한다고 생각해 와서다.

도대체 삼성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궁금해 책을 샀지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난 제목에 낚여 소중한 시간을 날렸다.

중간쯤 읽다 때려치웠어야 하지만 굳이 끝까지 읽었던 건,

이 리뷰를 쓰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삼성의 몰락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삼성에 몇 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저자가 자신이 삼성에 대해 아는 것을 얘기한 것뿐이다.

‘삼성의 몰락’이란 제목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삼성의 현주소가 어떻고 경쟁자는 어떻게 치고 올라오며, 앞으로 삼성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가 나와야 하는데,

이 책은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이리갔다 저리갔다 해서, 읽다가 멀미가 날 정도였다. 

다 읽고 나서도 “대체 삼성이 어떻게 된다는 거야?”라는 의문이 풀리지가 않는다.

이것보다는 잘나가는 기업 몇 개를 선정해 그들의 장단점을 날카롭게 분석한 <사라진 실패>를 읽는 것이 삼성의 미래를 점치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논문심사를 하다보면 “유감스럽지만 이 논문은 우리 학술지에 실리기엔 적합하지 않습니다”라는 평가를 매길 때가 있다.

논문을 ‘억셉트’할 때는 그리 긴 설명이 필요없지만,

‘리젝트 (reject)’를 할 때는 왜 적합하지 않은지 이유를 말해줘야 한다.

이 책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 볼까 한다.

리뷰가 무지하게 길어질 거라는 얘기다.


1) 불필요한 대목

-“나는 의지만 있다면 여당의 힘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이나 비서관 같은 자리로 옮겨갈 수 있었다...그럼에도 정치권으로 선뜻 옮기지 못한 이유는 정치권에서는 일정 기간 경제적 궁핍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23쪽)

자신이 잘난 체를 하는 것 같은 이 대목을 굳이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이 페이지에서만 ‘나는’이란 말이 네 번이나 나온다. 


-“이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내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꿔야 한다고 주창하며...이건희 회장의 그룹 임원들에 대한 질타는 욕설과 막말도 섞여 있었다고 한다. 성격 급한 오정환은 휴식시간에 회의장을 벗어나 사표를 썼다. 잘못한 게 없는데 단체로 이회장에게 야단을 맞는 상황에서 월급쟁이로서의 자존심이 한계에 달했다고 한다. 후배 임원들이 그를 말렸고 그는 사표를 거두었다.” (180쪽)

이런 얘기는 흡사 이 회장의 독선적인 면을 강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앞뒤 문맥을 보면 전혀 그게 아니다. 바로 다음에 천재 한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 경영론이 나온다. 비판적으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천재경영론을 해설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휴대폰 책임자인 오정환 얘기는 왜 나왔을까? 자신만 아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서현의 남편인 김재열에 관해 얘기하면서 “이건희 회장도 IOC 위원으로 피선되는 데는 두 번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주니어급인 김사장이 빠른 시간 내 IOC 위원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5쪽)

이것 역시 삼성의 몰락과는 쥐꼬리만한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박동건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은...정통 삼성맨이다. 입사 후 10년만에....”(159-160쪽)

“홍종만 전 삼성자동차 사장....박 부회장과 정 부사장은 상고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161쪽)

난 삼성에 근무하는 개개인을 알고 싶어 이 책을 집은 건 아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삼성 임원들에 대한 소개가 제법 나온다. 224-231쪽에는 대놓고 임원들을 소개하는데, 이들 때문에 삼성이 어둡다는 게 아니라면 아무 의미없는 대목이다. 


2) 중복

-“삼성전자는 2013년 베트남 전체 수출의 18퍼센트를 차지하며 베트남 경제를 견인했다...2014년 삼성이 베트남에 집행했거나 계획 중인 전체 투자 규모는 110억달러에 달한다.” (26-27쪽)

“2009년 생산을 개시한 삼성전자 베트남 휴대전화 사업부는....베트남 전체 수출의 18퍼센트를 차지했다...삼성잔자의 베트남에서의 위상이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 (274쪽)

물론 베트남에 투자하는 것이 삼성의 앞날에 영향이 있다면 사소한 중복도 나쁘지 않지만,

문제는 그저 통계숫자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점이다.


-(중국 휴대폰 업체인) 샤오미는..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유통비용도 최소화했다...온라인 판로를 이용해 유통비용을 80-90퍼센트 줄였다.“ (54쪽)

“새롭게 떠오르는 중국의 샤오미는 애플, 삼성과는 전혀 다른 사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온라인 중심의 판매 유통망이 가장 특징적이며...” (242쪽)



3) 자동차에 대한 집착

저자는 자동차만 보고 삼성에 입사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동차 얘기를 할 때는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다.

“1999년 말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 포기를 결정했을 때 xxx 기획팀장은 ‘그룹이 향후 20년은 후퇴할 것이다’고 지인들에게 단언한 바 있다.” (76쪽)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포기는 정권의 압력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잘못 기획된 사업 경쟁력 저하가 자동차 사업의 포기로 이어졌다.” (19쪽)

“야당의 삼성 때리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1997년 삼성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던 김대중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삼성을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았다....삼성의 자동차 사업도 김대중 정권이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이 아니다. 사업성이 저하된 상황 속에서 사업 추진파가 이학수 중심의 반대파와의 파워 게임에서 패배한 결과다.” (134쪽)

“삼성이 자동차사업을 계속 유지해왔다면 오늘날 전자와 자동차가 결합하는 글로벌 흐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 것이다.” (21쪽)

얘기의 핵심이 뭘까? 삼성이 자동차를 포기한 게 몰락의 이유일까?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설사 그게 이유라면, 다시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일까. 그런 것 같다. 298쪽을 보자.

“삼성이 자동차 사업을 계속 추진했으면 나는 삼성을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은 전자 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도 자동차 사업에 재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281쪽) 

그게 너무 안타까운 건 이해하겠지만, 개인적인 소회를 삼성의 몰락으로 포장해 책을 쓸 필요가 있을까? 저자의 다음 주장도 동의하기 어렵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다시 진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현대자동차 그룹은 그때나 지금이나 삼성의 자동차 사업 재진입에 크게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278쪽)

그때 현대가 삼성자동차에 신경쓰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독주하는 판에 새로운 경쟁자가 생기는 것을 반기는 사업자는 세상에 없다. 저자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4) 일관성 없음

“이건희 회장의 최고 치적으로 평가받았던 것은 반도체 사업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은 이 회장의 단독 과업으로 보기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사업은 창업자 이병철 회장의 직접 지시로 시작되었다.....1988년 초부터 반도체 경기는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1987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건희 회장으로서는 행운이었다.” (44-45쪽)

“이 회장 재임 기간 중 삼성이 발전했다는 것은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경영자로서 이만하면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182쪽)


5) 억측

48쪽부터 세 페이지는 도대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권 부회장은 해외 대형 투자를 못하는 이유는 기술을 빼앗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당시 (2013년) 중국 시안에 70억 달러를 쏟아부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었다.” (48쪽)

이 대목을 읽으면 겉과 속이 다른 삼성을 비판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다음 쪽엔 놀라운 얘기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생산라인과 연구개발 투자를 해외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핵심 기술과 인력유출 우려가 뒤따른다. 이러한 투자는 1997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시화되었다. 1997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삼성그룹은 거의 사색이 되었다.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 죽이기의 타깃이 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글로벌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산과 제한된 연구개발센터를 해외로 이전해야 하는 측면도 있었다.

김대중에 이어 2002년 노무현이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자 삼성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때부터 삼성의 핵심 역량 해외 옮기기는 본격화되었다.“ (49쪽)

그렇다면 삼성이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소위 말하는 좌파정권 때문인가? 그런데 박근혜 정부인 2013년에는 왜 중국 시안에 공장을 짓는 것일까? 그 다음 페이지를 보자.

“삼성의 의사결정 과정은 공기업적 마인드가 강했다...재무적 이익만 고려하면 해외 투자가 유리하지만” (50쪽)

삼성이 평택에 공장을 짓는 것이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삼성의 공기업적 마인드 때문이라는 설명인데,

그 다음 구절이 도무지 이해 불가다. 재무적 이익만 고려하면 해외 투자가 유리하다니, 바로 직전에는 좌파 정권 때문에 해외에 나간다고 했지 않는가? 다음을 보자. 

“삼성전자는 2014년 5월 시안에 70억달러를 투입해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건설해 기술유출 우려를 낳고 있다...이재용 체제가 연착륙하려면 무엇보다 중국 시장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삼성전자 시안공장을 현지 방문했다. 시장에서 삼성전자 시안 투자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63쪽)

“2014년 박찬훈 시안반도체 법인장은...고객 대응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의 50퍼센트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는 만큼 현지 생산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같은 쪽)

정리하면 이렇다. 좌파정권 때문에 해외로 나갔다. 사실 해외로 나가면 재무적 이익은 훨씬 좋다. 그런데 기술유출 우려가 있다. 그런데 좌파정권이 아닌, 친기업적 정권이 들어섰는데도 계속 해외로 나간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보면 고객 대응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나더라 이 말을 이해하라고?


6) 쥐꼬리만한 이유

-저자는 삼성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중국인들의 스마트폰 선호 성향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67쪽). 그런데 그게 아닌가보다. 

“중국 시장에서의 침체는 중국삼성 CEO의 교체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중국에 주재했던 소식통의 언급이다.” (69쪽)

박근희 부회장이 장 모 사장으로 교체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것. 그게 이유인가? 그게 이유라면, 이런 식으로 잘못된 인사가 남발되는 사례가 몇 개 더 나와야 맞다. 하지만 그 다음 나오는 말은 놀랍다.

“삼성은 애플에게는 기술적인 안전성과 완전성에서 뒤쳐져 있고, 중국 업체들과는...가격경쟁력의 합리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70쪽)

그렇다면 다시 박 부회장이 들어서도 안되는 거 아닐까?

그런데 75쪽을 보자. 

“한편 삼성은 특유의 발 빠른 인사 및 조직 개편으로 단기 시장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이걸 보면 삼성은 인사를 아주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뭐가 진실일까?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을 때 삼성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졌다.” (120쪽)

이 책에서 저자는 김대중 정권이 삼성에 적대적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하도 여러 번 강조해서 멀미가 나는데, 막상 대통령이 된 뒤엔 그다지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았단다. 왜? 

“정권 역시 삼성을 건드리기에는 부담이 되었다.” (120쪽)

“정권이 국가경제를 책임지면 정책 방향에 배치되는 기업이라도 끌어안게 되어 있다.” (134쪽)

매우 당연한 얘기 같은데, 저자는 또 다른 이유를 댄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은 호남의 대표적 기업인 대상그룹의 자제인 임세령과 전격 결혼을 발표한다. 삼성의 심리적 긴장도가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나는 이재용의 호남 기업 오너 자제와의 결혼이 삼성이 DJ 정권을 잘 견디게 해준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121쪽)

이게 사실이라 해도, 이게 <삼성의 몰락>에 들어갈 내용인지 의심스럽다. 앞으로 좌파정권이 들어서지 않아야 삼성이 잘 나갈 것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 이니셜은 삼성 직원들 사이에서 쓰였다. 그런데...사회 전반에까지 일반화된 것을 보면 삼성이 일반 대중들에게도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183쪽)

JYP면 몰라도 JY는 처음 들어봤다. 굳이 이런 말도 안되는 억측을 쓰지 않아도 삼성은 일반 대중에게 아주 깊이 각인돼 있다. 


7) 이남석 교수

이 책에는 중대 교수인 이남석이 자주 인용된다. 삼성 비서실에 근무했던 경험이 있으니 그의 말을 소개하는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글쎄 네 번이나 나온다. 

“이남석 중앙대학 교수는......비판했다.” (77쪽)

“이남석 교수가 이와 관련해 적절한 사례를 제시했다...10여년이 지났지만 그의 박사논문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99쪽)

“2006년 이남석 중앙대학 교수에 따르면....” (188쪽)

“이남석 중앙대학 교수는 삼성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277쪽)

이렇게 자주 인용되는 걸 보면 석학인 모양인데, 솔직히 난 그분의 말씀이 아주 정확하게 핵심을 찌른다,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세 번째로 인용됐을 때는 좀 짜증이 났다. 


8) 글을 맺으며

299쪽엔 이런 좋은 말이 쓰여 있다. “이 책이 잘 팔리면 수익의 상당부분은...전직 수도자와 가난한 수도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아무쪼록 그랬으면 좋겠다.”

책의 수익금이 그렇게 쓰인다 해도, 이 책을 사서 수도원에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것보단 그냥 수도원에 기부를 하자. 아무쪼록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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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5-03-14 15:37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었나싶어 리뷰를 봤더니 리뷰가 무려 23개나 달려 있고 평점도 8.3이다. 내가 이상한 걸까?

곰곰생각하는발 2015-03-14 23:17   댓글달기 | URL
노무현 정권이 비판을 많이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삼성과의 밀월이었는데 ( 노무현이 이학수를 말할 때 형님 형님 했다는... ) 노무현 정권 탄생해서 기겁을 했다는 저자의 말은 의아한데요....
그리고 사실 삼성은 대한민국 불굴의 1위`를 확정지은 때가 바로 노무현 정권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즉 적대적이라기보다는 밀월 관계였다고 보는게 주로 좀 쎈 좌파들의 비판이었는데...
멀리 볼 것도 없이 fta통섭 본부장이 김현섭 삼성전자 해외 법무 사장 아.. 이름이 가물가물.... 이었고 주미대사가 중앙일보 홍사장 아니었습니까....

마태우스 2015-03-15 18:14   URL
우왓 역시 곰발님은 아는 거 많으시네요. 노무현 시절 삼성이 원탑이 됐군요. 전 이상하게 한참 전에 그리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려요

soyo12 2015-03-15 01:33   댓글달기 | URL
전직 삼성맨스럽게 제목을 잘 달았나보내요. ^.^

마태우스 2015-03-15 18:14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원래 제대로 된 제목은 ˝자동차 다시 해요, 잉˝이 좋을 듯한데, 너무 거창하게 달아서 저를 낚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