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에 흠뻑 빠져있다.

남들은 원작이 더 훌륭하네, 이런 소리를 하지만,

난 드라마가 훨씬, 훨씬 더 재밌다.

원작에선 극적인 드라마가 드물었던 반면

드라마에서는 각 캐릭터간의 갈등과 극적인 사건이 연속으로 벌어진 탓이다.

 

특히 회사돈을 횡령하는 걸로 나온 박과장 역의 김희원은

2차원적인 웹툰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악마의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웹툰에선 인간인가 싶게 그려놓은 주인공 오과장은

 

이성민이라는 연기파 배우 덕분에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부활했다.

웹툰에서는 그런 생각을 안했는데,

 

드라마로 보니 내게 저런 상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무튼 박과장이 맹활약한 9-10화를 보고 난 뒤

5만9천원에 구입한 미생의 해당 부분을 잽싸게 읽어봤다 (웹툰도 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 결과 웹툰의 대사 하나하나가 모조리 드라마에 반영됐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다른 구석도 있겠지만 스토리의 큰 줄기는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어,

"원작과 달라요"라고 불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게 이해가 안될 지경.

속단일지도 모르지만 원작이 재밌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엔

'난 원작을 다 봤어'라는 자부심과

 

그걸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어있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을 봤다.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이 나오고, 착해빠진 주인공은 악녀와 남자 하나를 두고 다투고 있다.

이전에 본 왔다 장보리도 그랬고, 모두다 김치도, 그 전에 본 <나만의 당신>에도 모조리

출생의 비밀과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미생을 보다가 그런 흔해빠진 드라마를 보니 미생이 새삼 소중해진다.

만일 미생이 공중파에서 제작됐다면

 

장그래와 안영이는 러브라인을 형성하고,

전무 아들인 장백기가 안영이를 호시탐탐 노리는데

알고보니 장그래가 사장 아들이었다, 뭐 이런 식의 스토리가 전개됐으리라.

사람들이 이런 러브라인에 얼마나 데었는지

유치원 선생이 장그래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그것도 아주 잠깐-회차에서는

"왜 갑자기 러브라인이냐" 이딴 식의 불만을 표출해 냈다.

 

거듭 말하지만 미생의 성공요인은

 

케이블에서 만들어서 시청률에 대한 압박을 덜 받는다는 데 있는 듯하다.

이름값보다는 연기력을 앞세운 배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고

 

-김대리 역의 배우는 도대체 어디 숨어 있다가 나온 거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드라마를 찍는 게 가능했던 것도 케이블 덕분이 아니겠는가?

5%를 넘나드는 시청률에 기뻐하다가도

 

몇 번 보다가 때려치운 <가족끼리 왜그래>가 20%를 넘는 시청률로 1위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미생이 그 가치에 비해 대접을 너무 박하게 받는구나는 싶어 안타깝다.

미생이 다 끝나고 난 5주 후에는 도대체 뭘 기다리며 한주 한주를 살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순오기 2014-11-17 14:35   댓글달기 | URL
간밤에 재방인지 삼방인지는 모르지만 9~10화를 모두 다 봤기 때문에
마태우스님의 페이퍼에 백배, 아니 2백배 공감하는 중입니다.
원작은 작년 수능 끝난 날 막내 선물로 사준 후 뻔질나게 대출중이라 아직 못 봤어요.ㅠ
이번에 들어오면 안 빌려주고 내가 읽을거에요~기필코!!ㅋㅋ

마태우스 2014-11-17 21:27   URL
앗 순오기님도 미생에 동참이군요 반갑습니다. 한번 드라마를 좋아하니 일주가 미생 단위로 가더군요^^ 근데 원작은 드라마 다 보고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리 결과를 알면 김새잖아요

곰곰생각하는발 2014-11-17 14:36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9 10화 받는데 짜릿했습니다.
사실 전 원작을 안 읽었는데
이거 보고 다시 원작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태우스 2014-11-17 21:28   URL
전 원작을 웹툰으로 봤어요... 작년 연말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 후부터 젤 존경하는 웹툰작가가 윤태호입니다.

하늘바람 2014-11-17 14:36   댓글달기 | URL
25일 저희동네 오시더라고요. 힛

마태우스 2014-11-17 21:28   URL
앗 그런가요 반갑습니다! 그날 뵐 수 있겠네요.

조선인 2014-11-17 14:48   댓글달기 | URL
드라마는 안 봤지만, 도서정가제에 마음이 급해 미생은 질렀지요. 드라마가 그렇게 재밌다니 언젠가는 보겠네요.

마태우스 2014-11-17 21:29   URL
59000원인 거 보고 웬떡이냐고 질렀습니다. 드라마를 지금 보시고 책을 나중에 보시는 게 어떨지요..

무스탕 2014-11-17 16:12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에 우연히 8회를 보고 9회, 10회를 챙겨봤어요.
그리고 오늘 1회부터 다시보기로 보고 있어요. ㅎㅎ

마태우스 2014-11-17 21:29   URL
우왓 1회부터 다 보시려면 책 한권값 들겠네요 그 대신... 볼 회차가 많아 마음은 든든하겠습니다 부럽...^^

가넷 2014-11-17 16:47   댓글달기 | URL
미생은 9권을 빨리 구입해야겠는데... 사실 8권까지 구입하고 안 읽고 있거든요.ㅋ 그나저나 원작과 달라요 라는 의견도 있다니 놀랍네요. 어차피 원작이 있는 드라마라고는 해도 매체가 다르니까 다르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인데, 그게 원작이 의도하는 바까지 해치는 수준이라고 하면 다르겠지만요.

다만 저도 안영이 배역을 맡은 강소라씨가 좀 안 맞다고는 생각되요. 안영이가 강소라씨처럼 풍만한 스타일도 아니고 좀 더 지적인 분위기가 풍기는데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그런데 사실 최근에 9회 10회 정도만 언뜻 본지라 연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네요.ㅋㅋ

마태우스 2014-11-17 21:31   URL
원작과 다르다는 얘기는 시청자게시판에 가끔 올라옵니다. 강소라 안어울린다는 말보단 덜하지만요. 그게 참 신기하죠? 웹툰과 드라마는 다른 장르인데 말입니다. 전 웹툰의 안영이보다 강소라의 안영이가 더 좋은데요, 너무 잘난체하는 캐릭터라 그런가봐요

moonnight 2014-11-17 17:25   댓글달기 | URL
원작도 드라마도 못 봤지만 요즘 드라마 인기라는 소문은 들었어요. 마태우스님이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니 잘 만들긴 잘 만들었나보네요. ^^

마태우스 2014-11-17 21:31   URL
아 뭐...저는 드라마 요즘 많이 봅니다. 얼마 전까진 장보리에 죽고 못살았지요^^

Stella.K 2014-11-17 18:13   댓글달기 | URL
걱정 마십시오. 째지게 재밌는 드라마는 언제 나와도 나오니까요.
비록 꼭 5주 후는 아니더라도.ㅋ

전 정말 어설픈 러브 라인이 없어서 이거야 말로 무공해 청정 드라마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드라마 좋다고 했다가 나중에 삼천포로 빠지는 드라마도 여럿 있는지라
끝까지 가 봐야 알 것 같긴합니다만, 뭐 원작이 좋으니까 좋게 끝나겠죠.
우리의 오 과장님 끝까지 잘해 줘야 할 텐데... 그러면서 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장그래도 장그래지만 오 과장이 좀 멋있거든요.^^

마태우스 2014-11-17 21:32   URL
진짜 오과장이 정말 생동감있는 캐릭터입니다. 아주 딱이더군요 김대리도 그렇지만... 그나저나 이거 끝나면 또 볼만한 게 나오겠지요?> 장보리를 좋아했던 게 좀 무안할 정도로 미생이 재밌네요

재는재로 2014-11-17 19:06   댓글달기 | URL
간만에 글남기네요진짜공감가는글입니다 지상파면 무조건 러브라인 넣고 삼각관계
이제그만 오과장님진짜멋진요즘미생안보고는대화가않되는
모방송의내일도 원작파괴가너무심하네요 되지도않는원작에도없는러브라인
만들어재미없게하는그렇게만들어봤자시청률도안나오는데 미생쭉이대로만갔으면
그리고욕심이라면 시즌2를

마태우스 2014-11-17 21:33   URL
왜 공중파는 러브라인을 좋아할까 한번 연구해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재는재로님 넘 오랜만입니다. 간만에 미생으로 뭉쳤다고나 할까요..^^ 저도 시즌2 콜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18 12:48   댓글달기 | URL
다시 1화부터 정주행 하시면 되는 것을...

마태우스 2014-11-21 12:55   URL
오, 그런 방법이..^^ 근데 돈들잖아요..>!!! 다시보기 할 때마다 1200원씩...

열혈팬 2014-11-19 08:28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요즘 미생에 꽂혀서 심장이 오랜만에 바운스바운스 합니다. 멜로는 없는 데 매번 볼때마다 콧끝이 찡해요..오과장 김대리가 사람 설레게 할 줄 꿈에도 몰랐네요.ㅎㅎ웹툰도 보고 싶은데 드라마 다 끝나고 보는게 낫지않을까 싶어 망설이고 있어요..^^

마태우스 2014-11-21 12:55   URL
맞습니다 웹툰 미리보면 드라마 볼 때 긴장감 떨어집니다. 저는 하도 오래전 웹툰을 본 덕분에 기억이 안나서, 드라마를 손에 땀 쥐고 봅니다.^^

레와 2014-11-21 18:00   댓글달기 | URL
언제부턴가 tVn 드라마만 보고 있어요.ㅎㅎㅎㅎ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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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님(이하 존칭생략)이 소설책을 냈다.

설마 우리가 아는 그 김경?

패션지 에디터로 일하면서

톡톡 튀는 글로 사람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줬던 그분?

맞다. 바로 그 김경.

네이버에서 김경을 검색하면 여러 명이 뜨지만,

내가 아는 그분을 제외하면 다 가짜 김경이다.

김경을 좋아하는 이들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나 역시 내가 김경의 팬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다른 팬들이 부러워할 일이겠지만, 난 김경과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삶에서 잊지 못할 50대 장면에 포함된 그 만남은

경향 필진의 밤이라고, 경향 측에서 자기 신문에 글을 쓰는 필진들을 초청했을 때 극적으로 성사됐다.

연말인데다 집이 천안이라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고,

자리배치 결과 왼쪽과 오른쪽은 물론이고 테이블 전체에 아는 이가 없어 온 걸 후회하며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건너편 테이블에 김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난 뒤 갑자기 온 보람이 생겼다.

김경은 티 안나게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광채를 본다.

그 뒤부터 난 이제나 저제나 인사할 기회만 엿봤지만,

나 역시 숫기가 없는 인간이라 자리가 파할 무렵에야 겨우 인사를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김경에게 다가가 ..팬이어요.”라고 한 것.

김경은 토끼같은 표정으로 누구신지요?”라고 했지만,

난 좋아하는 사람과 인사를 나눠서 기쁜 마음이 더 컸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인기칼럼 연재하는 나를 모르다니! 너무해요!”라는 마음이 없진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 그가 첫 소설책 <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를 냈다.

인터뷰집과 에세이 부문에서 탁월한 글솜씨를 발휘했던 김경인지라

소설은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경의 소설은 김경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글에서 기대하는 발랄함이 주인공들을 통해서 철저하게 구현이 됐으니까.

김경 자신의 자전적 소설로 추측되는 이 책의 소득은

저자가 글과 삶을 일치시키는, 그런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다짜고짜 익명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전 애인을 동원해 그 남자에게 달라붙는 다른 여자들을 처리하는 주인공이라니,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김경 자신의 분신인 주인공 김영희는 회사를 그만둘 때 이런 사직서를 쓰려고 했다.

 

[사 직 서

 

지겨워서 그만둡니다.


2011923

김영희]

 

하지만 김영희는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끓어오르는 게 내 안에 남아 있어서 또 다시 편지를”(235) 쓴다.

그냥 한줄로 보내는 게 더 김경다운데라며 아쉬워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무려 15페이지에 걸쳐 전개되는 그 편지는 이 책의 가장 빛나는 부분으로,

음미하며 읽다보면 저자가 왜 굳이 이 편지를 책에 집어넣었는지 깨닫게 된다.

242쪽을 읽다가 그만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는데,

그 후 책을 잠시 접고 파안대소를 할 수 있게 만든 저자를 향해 감사인사를 드렸다.

주인공의 행적대로 강원도 평창에서 집을 짓고 화가 남편과 살고 있다는 김경,

그로 인해 평창은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곳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별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김경을 잠시라도 좋아했다면, 이 책과 함께 우주로 나가보기를 권한다



 
 
다락방 2014-11-13 10:07   댓글달기 | URL
오늘 경향신문에서 김경의 칼럼을 읽고 마태우스님의 이 리뷰를 떠올렸어요. 저는 김경을 잘 모르고 그러므로 팬도 아니었지만, 이 책은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마태우스 2014-11-17 02:16   URL
어머나 님 덕분에 무플방지 했어요..>! 감사. 제가 잘해야 하는데, 요즘 사정이 많이 어렵습니다 흑흑.

노란곰 2014-11-21 10:10   댓글달기 | URL
이분의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를 보고는 (물론 제목때문에 엄청 고민하다 하이드님 리뷰보고 읽었어요) 김경의 글은 무조건 읽게 됐어요. 역시 마태우스 님도 팬이 되셨군요.

제 맘 속에 담고 있는 사직서의 문구는,

˝너 때문에 그만둡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던지고 덩실덩실 춤추며 나오려구요. 아ㅡ

마태우스 2014-11-21 12:54   URL
안녕하세요 노란곰님 전 아직 패배자 그 책을 안읽었는데요 좋은 책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전 경향 칼럼들과 김경님의 인터뷰집에 반해서 팬이 됐는데요 아직 부족한 팬이군요 제가 ㅠㅠ 글구 너 때문에 그만둔다, 이것도 멋진 사직서네요.^^ 그래도 웬만하면 그만두심 안됩니다...
 
싸가지 없는 진보 - 진보의 최후 집권 전략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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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야당을 여당보다 더 욕하고 있다. 

사실 야당의 행태를 보면 욕을 안하기가 힘들 지경인데,

그런 답답함을 가진 사람들이 강준만 교수의 책 <싸가지 없는 진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소위 진보진영이 보여주는 한심한 행태들을 나열하고 그 원인을 분석한 이 책은

역시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물론 진보의 잘못이 단순히 싸가지 없음이냐는 반박이 가능하겠지만,

할아버지한테 “할아버지, 밥 쳐먹어”라는 말을 손자가 했을 때 

방에서 이를 잡던 할아버지가 과연 그 메시지에만 주목해 순순히 밥을 드시러 나오겠느냐를 생각한다면

싸가지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만은 없으리라.


예컨대 다음 대목을 읽고 무지하게 찔렸다.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이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을 어리석고, 탐욕스럽고,

더 나아가 사악하다고까지 생각하는 한 민주당은 필패하게 되어 있다...

놀라운 사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논객들과 언론인들의 대부분은

그런 시각으로 새누리당과 그 지지자들을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203쪽)

그 다음에 이어지는 “상대가 분노하게끔 조롱하면서도 그걸 풍자나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한다는 내용까지 읽으면

“이건 딱 내 얘기잖아!”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정치라는 게 어차피 숫자로 결판나게 마련이고,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

새누리 지지자들을 ‘어리석은 사람들’로 취급하면서 그 어떤 설득이 가능하겠는가?

이런 견지에서 본다면 내가 그간 썼던 글은 참 싸가지 없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썼던 ‘이제 유권자를 욕할 때다’라는 글은 그 하이라이트로,

거기서 난 맹목적으로 새누리만 지지하는 유권자가 정치 후진화의 일등공신이라고 얘기했다.

정몽준 아들이 주장한 ‘국개론’의 다른 버전인 이 글은 욕을 무지하게 먹었고,

댓글 중엔 “새누리당이 이 글을 좋아합니다”는 내용이 여럿 있었는데,

내가 그닥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라는 게 사실은 다행이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진보의 최후 집권전략’이란 부제처럼 강교수는 진보의 집권을 바라는 충정에서 이 책을 쓴 반면,

난 새누리와 그 지지자를 조롱하는 것으로 떠보려는 사악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쓴다는 점.

진보의 집권보다는 내 명성을 쌓는 것에 급급하다보니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었다고 그간의 행태가 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글 한편 쓸 때마다 몇천명씩 찾아와서 댓글을 달아주는 건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력이니까. 

강교수님의 지적에 십분 동의하면서도 <대통령님을 부탁해요>를 쓴 건,

다 나 잘되려고 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강교수님



 
 
다락방 2014-10-02 10:18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언제나 최종 장바구니 결제에서 밀렸는데, 이번에 장바구니 결제할 때는 반드시 넣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리뷰입니다, 마태우스님. 땡투는 당연히 마태님께로! ㅎㅎ

마태우스 2014-10-02 14:48   URL
어마나 감사합니다 님의 땡스투가 제게 큰 힘이 되네요^^ 글구 이런 말씀 안드리려 했는데 제가 웬만하면 다락님한테 땡스투한답니다!!

브라우니 2014-10-02 10:44   댓글달기 | URL
공감만 누르고 가기 아쉽기도 하고^^ 그럼 어떡해야 할까 답답해 5장의 내용이 너무 궁금합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도덕 부분이요

마태우스 2014-10-02 14:50   URL
어찌할까 답답하죠. 책을 읽어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구요. 야당이 저모냥인데 여당 지지자한테 왜 여당 찍냐고 하는 것도 참 웃기긴 합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14-10-02 11:42   댓글달기 | URL
조롱이냐 설득이냐...
그런데 설득조차 조롱으로 받아들이는 인간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보니...

마태우스 2014-10-02 14:50   URL
그렇죠 그게 저같은 사람이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게 해가 된다네요 암튼 답답합니다 야당이 잘하면 웬만하면 지지할텐데....ㅠㅠ 메피님 그간 안녕하셨어요 연락도 통 못드렸네요

긴봄 2014-10-02 13:59   댓글달기 | URL
모든 글이 설득적일 필요는 없죠.
마치 3일동안 꽉 막혀 있던 속을 시원하게 빡! 뚫어주는 것 같은
마태우스님 스타일의 글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14-10-02 14:51   URL
긴봄님, 격려 감사드립니다 근데 제 스타일의 글은 당장은 속을 뚫어드릴 수 있어도 오래가지 않는답니다ㅠㅠ 야당이 잘해야 할텐데요

하늘바람 2014-10-03 00:36   댓글달기 | URL
강교수님 손석희씨와 이야기하는 걸 보고 이책 재밌겠다했어요. 진짜 궁금하네요

마태우스 2014-10-04 23:36   URL
아 그거 보셨군요.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싸가지가 없으면 안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그런 책이죠!

2014-10-0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4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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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39권 읽었어.”

종종 내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던 지기지우는

지난주 토요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읽은 책 권수를 말했다.

9월까지 39권이라, 예전 같으면 ‘제법 읽었네’라며 기특해했겠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뭐야? 나보다 훨씬 더 읽었잖아?’

나를 책의 화신으로 알고 있을 그 친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내가 올해 읽은 책은 그보다 더 적을 터였다.

집에 와서 내가 올해 대체 몇 권이나 읽었을까 세려고 하다가 놀라 버렸다. 

책을 읽고 리뷰를 통 쓰지 않은 탓에 읽은 권수조차 파악이 안됐으니 말이다. 

새벽 다섯시에 부스스 일어나 리뷰를 쓰는 이유는

그간의 삶에 대한 통렬한 반성 때문이다.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는 

천부적인 이야기꾼 천명관의 단편집이니 망설일 필요가 뭐 있냐는 마음으로 사들인 책이다.

독특한 제목이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를 미리 말해 주는데,

내 기대와 달리 이 단편집은 마냥 재미있게 읽을 수만은 없었다.

주인공들의 삶이 녹녹치 않은 게 이유였는데,

특히 <전원교향곡>은 그 결말마저 찜찜하다.

“아니 아무 죄도 없는 돼지는 왜 죽이는 거야?”는 생각을 하며 잠시 책을 덮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미가 없다, 이런 건 아니다.

짧은 단편 안에 삶의 애환과 미스테리, 그리고 기막힌 반전까지 집어넣은 <핑크>는

저자가 왜 천부적인 이야기꾼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며,

마지막에 넣어 둔 <우이동의 봄>은 읽는 내내 훈훈하다.

표제작인 <칠면조...> 역시 ‘칠면조가 그렇게 쓰이다니, 역시 천명관이구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자신의 묘비명에 어떤 문구가 새겨지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천명관 씨, 무슨 굼벵이가 이렇게 잘 달립니까?



 
 
마립간 2014-10-02 09:11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생각을 하지만 행동을 하지 않는 저를 보고 독서에 멈춘 발달 장애가 아닌가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마태우스님은 독서가 약해졌기보다 독서를 넘는 발전을 하신 것이 아닌가요.

마태우스 2014-10-02 10:10   URL
마립간님 안녕하세요. 댓글 보고 감탄했어요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어서요.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책을 많이 안읽어서 여러가지로 어렵습니다 책읽고 글쓰는 게 제일 좋은데 그러지 못하니깐요 ㅠㅠ 암튼 반갑습니다
 













사적인 모임을 거의 안하다시피 하는데 왜 카드값은 그렇게 많이 나오는가,

지난 일년여 동안 날 괴롭힌 수수께끼였다.

답을 알아내진 못했어도 카드결제일은 어김없이 다가오는데,

어디서 돈 나올 곳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원래 기업은행 통장이 있었는데 학교에 입주한 은행이 바뀌면서

기업은행을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된 게 말이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ARS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21만원이라는,

알토란같은 돈이 입금돼 있다.

잘됐다 싶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통장을 해지하기로 했다 (통장과 현금카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천안에 있는 여러 개의 기업은행 지점 중 내가 택한 곳은 나사렛대 지점.

좀 한적한 곳에 있어서 차 세우기가 편하리라고 생각해서였는데,

과연 그랬다.

차를 세우고 은행에 가서 별 생각없이 번호표를 뽑는 순간,

어디선가 광채가 나는 게 보였다.

“뭐지? 누가 플래시를 비추나?”라는 생각에 빛의 근원지를 봤더니,

이럴 수가.

매우 청초한 미녀가 앉아서 고객을 마주하고 있다.

천안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시하는 거지 뭐)

천안, 그것도 코딱지만한 나사렛대 지점에

그런 미녀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이왕이면 그 미녀한테 업무를 보려고 했지만

세상 일이란 건 뜻대로 안되는 법,

달랑 두 개 있는 창구 중 내 번호를 누른 쪽은 안미녀 쪽이었다.

“해지해 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난 뒤

그냥 취소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하자면 그녀한테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내게는 절세미녀로 소문난-사실은 내가 소문낸, 실체는 확인된 바 없는-아내가 있는데

내가 왜 다른 여자를 생각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해지했나?’라고 후회한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Mephistopheles 2014-09-24 23:48   댓글달기 | URL
일주일 내로 그 지점에 가서 다시 계좌를 트지 않을까에....제 손모가지에 난 억센 털 하나를 걸지요.

마태우스 2014-09-25 08:03   URL
생각해봤더니 계좌를 트는거 말고도 은행에 갈 방법이 많이 있드라구요 보험도 그렇고 ㅎㅎㅎ 참 손에 있는 털은 한번깎으면 잘 안자라지않을까요 우리나이면

다락방 2014-09-25 08:35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드값 감당이 안돼요 ㅠㅠ 그래서 신용카드를 하나만 남기고 죄다 해지했어요. 이게 분명 제 재정상태에 어떻게든 도움을 줄거라고 근거없이 믿고 있습니다. ㅠㅠ


마태우스 2014-09-28 17:39   URL
카드는 하나인 게 좋죠 두개면 정말 감당이 안됩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BC카드랑 삼성카드 두개를 쓸 때는 현ㄱ ㅅ ㅂ ㅅ 도 이용하고 그랬어요 ㅠㅠ

레와 2014-09-25 14:08   댓글달기 | URL
뭔가 큰거, 예를 들면 명품백이라든가 백화점 쇼핑을 이틀에 한번씩 한다든가, 이런적도 없는데 왜 항상 카드값은 많이 나올까요. 미스테리입니다. ㅠ_ㅠ

마태우스 2014-09-28 17:38   URL
레와님도 그러시군요 호호호. 제가 궁금해서 인터넷 들어가 명세서를 봤더니요, 글쎄 기차값이 56만원인 거 있죠. 서울에 정말 많이 다니긴 다니는 듯.ㅠㅠ 그리고 거기다가 글세.....이하생략입니다.ㅠㅠ

moonnight 2014-09-25 14:55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미스테리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네요. 왠지 위로가 된다는. ㅠ_ㅠ; 저도 다가오는 결제일을 어떻게 넘길까 고민중이랍니다. ㅠ_ㅠ;;;

마태우스 2014-09-28 17:37   URL
결제일이 한달에 한번이라 다행이어요,라고 쓰려다생각해보니 신용카드 결제일이 일주일마다라면 사람들이 소비를 훨씬 줄일 거라고 책에 쓰여 있더군요. 당장 돈을 안내도 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소비를 더 많이 한다네요. 우리 모두 결제일 잘 넘기면서 삽시다

순오기 2014-09-25 19:43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이런 솔직함이 좋아요~ ㅋㅋ
강연에서 보여준 사진을 보면 미인아내가 분명하던 걸요.
알라딘에 한번 올려야지 싶어 PT 자료 찍어두었는데...^^

마태우스 2014-09-28 17:35   URL
앗 그러셨군요 근데 제 아내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 예쁜 스탈인데 그거 감안해서 뽀샵좀 해주시길...^^

pek0501 2014-09-29 00:06   댓글달기 | URL
으음~~ 오해하지 않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좋은 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요즘 저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태양이로 나오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이름 검색해 보니
그의 이름은 서하준이네요. 팬입니다. 꼭 친정에서 재방송으로 보게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남자예요.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팬이니까 저도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마태우스 2014-10-02 05:39   URL
오해 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라마에서 태양이로 나오는 남자라면, 흠. 제가 안보는 드라마인가 봐요. 지난주 야구 땜시 장보리 결방한다고 해서 제발 비와서 야구 취소되라고 했더랬지요^^ 암튼, 오해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2014-09-30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02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