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이기도 하고 뭔가 밀려 있는 책을 읽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고.. 그래서 쌓아두기만 했던 미미여사의 책을 몰아서 읽기 시작하고 있다. 물론 그 시작은 '낙원'이 출판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서 읽다보니, 미미 여사의 글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고 있는 것을 새삼 느낀다.
누가 뭐라해도 나는 그래서 그녀의 글을 좋아할란다.

 


우리는 모두 쓸쓸한 사냥꾼이다. 돌아갈 집도 없이, 거친 들판에 내던져진 외톨이다. 이따금 휘파람을 불어도 대답하는 것은 바람 소리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람을 사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람의 따스한 온기를 그리워한다.

 

 

 

입시 공부 때문에 새해라는 기분이 나지 않을 거라는 심정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굳이 새해 연휴 가운데 하루 정도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먹을 갈아 신년휘호를 써 보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 숙제를 두고 학부모들 사이에 비난이 들끓었다. 중학교 삼학년인 아이들에게 이 중요한 시기에 입시와는 일 밀리미터도 관계없는 붓글씨를 쓰라니 무슨 소리인가, 하는 비난이었다...
하지만 이 담임선생님이 앳된 여교사가 아니라 내신 성적을 내세워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 또 그런 노하우를 지닌 교사였다면 학생들은 모두 군말 없이 붓을 들었으리라. 말하자면 역학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와씨는 새해 벽두부터 기분이 떨떠름했던 것이다.....
... 미노루는 타고나기를 자신감이 넘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덕분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 작은 문제에 부딪혀도 별로 흔들리지 않고 성장해 왔다. 이 신년휘호 사건만 해도 부모 모두가 '설날 기분도 나고 좋겠다. 써 보지 그러니'라고 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미노루의 어머니, 즉 이와 씨의 며느리는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실용적인 걸로 써 봐
어떤 거?
예를 들면 금연 이라거나
그럼 금주는?
그건 안 돼. 엄마도 마시는 걸
그럼 '술집 출입 금지'는?
그보다는 '술집 아가씨 택시로 태워다 주기 금지'라고 써 봐
그건 길어서 안 돼
미노루는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엄마, 개인 감정이 들어가 있어
당연하지. 엄만 화났는걸
참고로 아버지에게 뭐라고 쓸까 물어보니 '무사정신'이라고 써 보라고 했단다.
이와 씨는 부모가 그런 타입이기에 미노루는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자식의 인생을 초 단위, 분 단위가 아니라 더 길게 보려 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신년휘호 정도로 시끄럽게 구는 일은 없는 것이다.(153-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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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팍 2008-07-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미미여사의 모방범2권을 읽고 있는데 1권을 읽은 게 2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막힘없이 읽고 있답니다. 사람과 사회를 꿰둟어 보는 미미여사님의 안목에 가끔을 몸서리를 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소설의 흡입력은 왜 이리 뛰어난지 정말 괴물같은 작가가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당.

chika 2008-07-2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괴물같은 작가... ^^;;;
저는 이제 '왼딴집'을 읽어야겠는데... 담 주에 바쁠 예정이라 잠시 미뤄두고 있는 중입니다. 여유있게 읽고 싶어서요. ^^
 

아침에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1면에 영리병원 반대! 광고가 보이더라. 오호~! 하면서 두개의 지방지를 들고 광고를 보는 순간, 기분이 화악 나빠져부렀다.

4.3의 증언기록을 기획기사로 내기까지 했던 제민일보의 하단 통광고는 몽땅, 하나도 빠짐없이 영리병원 찬성 어쩌구다.
사진을 찍어 페이퍼로 올릴까..하다가 그게 더 기분나빠져부렀다.
뭐? 영리병원이 도내 관광을 살릴 기회라고?
돈있는 것들이 휴양삼아 돈처바르려고 이곳을 찾아오면, 그것들이 길거리에 돈을 뿌리고 다니겠냐?
그것들땜에 우리 원주민들은 병원의 치료 혜택도 못받는 신세가 될지도 모르는데.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하나 없이, 우리는 국가의 마루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아니, 되어가고 있다.
왠만한 물건은 배송도 안되는데다, 배송해준다해도 돈을 더 받거나... 잘 팔리지 않는 디자인 제품은 제고품처럼 이곳으로 넘어오고... 내가 모를 줄 알고? 우리 원주민들은, 계속 이런식이라면, 정말 아나키스트가 되고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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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8-07-23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덥고 지치고 피곤하고 정신상태마저 안좋으니 페이퍼가 이따위다. 말이 안되는 소리를 적어놓고. 아, 진짜로!!!

무스탕 2008-07-23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릴렉스~ 릴렉스~
주변이 흔들릴때 기준 잘 잡고 계셔야지요..

BRINY 2008-07-2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제시대 아나키스트들이 생각났습니다
 

평범하게 시작된 하루였다. 그런데 왜 이리 재수없는 날,인 것처럼 되어버리는건가.

덥고 짜증나고 배도 아프고, 속이 쓰려서 오후엔 일부러 우유까지 사 먹었는데 위가 쓰리다가 이제는 배가 아파버리는거다. 젠장. 퇴근한다던 국장님을 보며 속으로 퇴근 전 한시간은 좀 편한 자세로 쉬어봐야겠다, 싶었는데 약속이 취소되었는지 금새 올라와서 퇴근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안가고 있다. 아니, 먼저 가랜다.

 

역시 완전히 익명이 될 수는 없다. 주절주절 늘어놨다가 지워버렸다. 아, 짜증난다. 되는 일 하나 없는 것 같다. 하루의 마감을 이렇게 해야하는건가?

내가 아이큐 400이 결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뇌파를 보내고 있다. 국장, 제발 지금 퇴근해라, 퇴근해라, 퇴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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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8-07-2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큐 400이 안되는 내 뇌파로도 이룰 수 있었다. 국장님 퇴근하셨다. ... ;;;;;;;;;;;;;;;
 

나도 휴가받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라는 충동.

 

시작이 어쨌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은근슬쩍 독일,이야기를 꺼냈고 베네치아와 아씨시에는 가보고 싶어서... 애들이 프랑스, 이탈리아를 외치도록 꼬드기고 일정을 잡아보자고 했다. 은근히 애들이 알아서 할까..싶었는데, 아무도 신경안쓴다. 이놈들은 오로지 지들이 떠난다,는 것만 알고 있다. 내가 이곳저곳을 이야기하면 또 오로지 그곳만 찾아보고 '좋더라~'만 남발하고 있다. 나는 분명히 루브르에 가게 된다고 하면 거기서 반나절은 거뜬히 보낼 수 있다, 니들도 그러냐? 라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더구나 너무 늦게 준비를 시작해... 저렴한 항공은(그나마 저렴하지도 않다! 젠장. 텍스포함하면 백만원은 껌값이 되겠더라) 이미 다 예약이 차버렸고(다들 여행만 가나보다. 아침뉴스엔 면세점 수입이 사상최고치를 달했다,라고 한참 떠들어대더니) 내 맘대로 에어프랑스만 뒤졌다. LH항공은 대륙내 국가간 비행요금이 특가랜다. 근데 어쨌거나 출발은 독일내의 도시인게다. 그리고 확실히 왕복예매가 편도예매보다 몇십만원 싸다. 미친짓같다. 이게 자본제사회의 예약제,라는거?
기본적으로 도시이동도 다 포기하고 파리에만 죽치고 있다 오는 것으로도 몇백이 들겠다. 그러다보니 갈등이 극대화되는거다. 내가 그 돈으로 단 며칠 즐겨보자고 해야 되나? 난 여행생활자가 아니야. 하지만 너의 삶의 가치가 일상이었나?
다들 돈없다고 난리인데다가..상습적으로 돈을 빼가는(이라고하니 뭔가 강탈같다. 돈을 꿔가는) 식구도 있는 판국에 거금을 들여 여행간다고 하는 것이. 아니, 그래도 내가 이러다보면 나중에는 더더욱 떠날 기회가 없을것이다. 그러니 지금 그냥 맘 잡고 떠나야하지 않을까.
오늘은 뭔가 결론을 내야할 것 같다. 아, 가지말까의 또한가지이유. 같이 가는 녀석들과는 취향이 좀 안맞을 것 같은데다가 이놈들이 아무 계획이없다. 그렇다면 역시 담력을 길러 혼자생활하기의 내공을 쌓고 혼자 여행을 떠나야할까?

 

떠나면 엄청 깨질 돈과 노력.... 대신에 책이나 왕창 사서 편히 드러누워 낮잠이나 즐길까,라는 귀차니즘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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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7-1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독일에 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정말, '호어스트'가 말한 것처럼, 베를린 사람들이 그렇게나 세상 최고의
불친절과 심술을 자랑하는지 보고 싶어요. 어떨까요? 베를린 사람이 잘못 가르쳐 준 길 때문에 해미는 기분은? ㅋ

chika 2008-07-1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 사람들이 저녁 8시만 되면 다들 귀가해버려서 거리가 텅 비는거 아세요?(암튼 제가 들은바로도, 본 바로도 그렇긴 합디다만)
아는 애가 몇년전에 혼자 여행갔는데, 길을 잃고 헤맬 때 국제전화로 서울에 있는 녀석에게 길을 물었다죠. ㅋㅋㅋ

하루(春) 2008-07-2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시애틀에 가고 싶습니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찍은 그 집에 가보고 싶습니다. 혹자들은 별다방 1호점이 거기 있어서 단지 그 이유로 가고 싶다는 사람도 있지만, 전 정말 우울한 곳인지, 비가 많이 오는지 궁금해서요. ㅋ

2008-07-20 2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힘을 내서, 당신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어 (2권, 383)

 

'낙원'이 왜 낙원인가, 생각해봤어. 사무실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더 맘놓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이 분위기에서도 나는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의 동산을 떠올리지는 않았어. '상징'을 떠올리는 건 감동적인 문학작품을 읽고 난 후에 떠올리는 것으로 어울리는 게 아니잖아.

소설은 하루에 한권을 읽어제끼던 내가 일주일동안 낙원만 읽었어. 나는, 낙원을 읽는동안...
느낌의 정리가 안된다.

이제 뭘 해야할지... 그냥 넋놓고 있을뿐이야.

 

점심시간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열심히 살아가려는 그 모습을 보니, 이야기를 하는 동안 슬그머니 부끄러움이 고개를 내밀려고 하기도 했다. '내 생의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고 해 보려고 해'라는 말이 왜 그리 짠하게 들리던지. 나는 여전히 나 자신만 생각하면서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라는 투정이나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부끄럽게 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자극하기를 바란다.

힘을 내서, 당신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어.
- 미미여사, 고맙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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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07-16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와 격려가 되는 한마디로군요.

힘을 내서, 당신의 인생을 살면서, 행복해질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