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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파랑의 궤도
네이선 밸링루드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5월
평점 :
화성을 배경으로 한 미래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신식민지 개척시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소설이다. 놀라운 과학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것은 없지만, 또한 예측불허의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정말 멋진 영웅이 나오거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 소설은 묘하게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어쩌면 영웅이 없어서, 멋진 유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주지도 않고 소설 속 주인공이 원하는 바를 얻고 해피한 미소를 지으며 끝을 맺지도 않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곱씹어보니 이 소설의 이야기는 정말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멈출수가 없다.
이 이야기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화성으로 이주해 간 애너벨 크리스프에게 닥친 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엄마가 갑자기 지구로 떠나갔고, 그 이후 시작된 '침묵'의 시간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오기로 한 비행선이 오지 않음으로 인해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화성으로 왔다가 다시 지구로 돌아가기로 한 이들 역시 화성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엄마의 부재속에서 애너벨은 식당을 운영하는 아빠를 돕는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식당에 침입자가 생기고 그 이후 싸움에 휘말리게 된 애너벨의 아빠는 사람을 죽인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식당은 온 마을 사람들에 의해 약탈당하고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만다. 애너벨은 모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고, 무너져가는 아빠를 지켜내기 위해서, 식당에 침입해 식량 뿐만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유일한 실린더를 훔쳐간 사일러스에게서 실린더를 되찾아올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애너벨은 실린더를 찾기 위해 사람이 살 수 없다고 알려진 사막으로 떠난다. 그닥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주방 엔진 왓슨과 화성의 유일한 우주선 조종사 조와 사일러스 일당과 같이 식당을 약탈했던 샐리와 함께, 아니 함께라기 보다는 애너벨의 협박과 위협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하게 되지만 사실 엄마의 목소리가 담긴 실린더를 찾기 위해 떠나는 애너벨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어른의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애너벨의 결정으로 여정이 시작되고 그 여정의 선택으로 인한 대가와 책임은 사춘기 소녀가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잘것 없는 주방 엔진 왓슨이 사막을 건너며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애너벨의 가드 역할을 하며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으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이 소설이 단지 한 소녀가 엄마를 추억하기 위한 실린더를 찾아가는 모험만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버섯, 전쟁 엔진, 스트레인지, 사일러스, 침묵... 언급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뤄본다. 왠지 애너벨의 그 다음 이야기가 있어야만 할 것 같아서.
지금 이 단어들은 내게 섬뜩함을 떠올리게 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소설이 공상과학 소설이지만 과거를 투영하고 현재를 보여주며 미래를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전쟁 엔진을 적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결국 그 엔진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것임을 떠올린다면 과연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폐허를 만들어. 계속해서 빼앗고 또 빼앗기만 하지. 뒤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밖에 있는 전쟁 엔진 좀 봐라. 화성이 우리를 그렇게 인식하는 거야. 살인자, 파괴자라고."
전쟁 엔진이 우리를 뭐라고 불렀는지 떠올려다. '더러운 것들'이라고 했다. (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