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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풍경
쟝 모르.존 버거 지음, 박유안 옮김 / 바람구두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그런데 특히 내 관심을 끈 것은 강 가까이 나무 뒤쪽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신비의기운은 바로 거기서 붐어져 나왔고 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미묘한 빛들의 희롱, 들리지 않는 소리들, 미소를 짓지 않고는 못 배길 우연한 만남, 이 모든 것들이 엄연히 벌어지면서도 그 높은 곳의 내게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쌍안경(혹은 집에 두고 온 내 카메라의 망원렌즈)이 있었다한들 무슨 소용이었으랴......
세상끝에 서 있다는 느낌을 가진 적이 종종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그 느낌이 꼭 지리적으로 모든 길이 뚝 끝나는 곳에서 접하는 공허감일 필요는 없을 터, 세상의 끝에 이르렀다고 해서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상태일 필요는 없을 터. 세상끝의 느낌은 오히려 성취감과 관련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자신이 떠나온 세상, 자신이 속한 세상, 간혹 달아나고 싶은 어떤 특정 세상의 마지막, 거기서 세상끝의 체험이 벌어지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렇게 하여 나는 내 머릿속의 여행앨범을 펼쳐놓고 손에 잡힐 듯한 과거로 여행을 떠났고, 그 길가에서 여러 '세상끝' 정거장들이 나를 반겼다. (24-25)
세상 끝의 풍경, 에 대한 책느낌을 도저히 쓸수가 없어 장모르의 글이나 옮겨적고 말아야지, 생각했다. 그렇게 책을 쳐다보며 자판을 마구 쳐내려가면서 문득 내가 느끼는 나의 세상끝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며칠동안 책을 들고 다니면서 쳐다본 사진들이었고, 다시 책장 한켠에 박아두었다가 또 꺼내들고 돌아댕기면서 다시 본 사진들은 처음의 그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사진 속 풍경은 변함이 없는데, 그 풍경을 받아들이는 내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그냥 툭 건네는 말 한마디 같았는데, 세상에서 스치듯 만난 수많은 표정들을 한 장의 사진으로 담았을 뿐인것 같았는데... 되짚어볼수록 내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좀 더 깊은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아직은 그래도 내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있지만, 조금 더 지나면 장모르가 건네는 이야기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
"실제로 세상 끝에 이르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부단히 움직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 이곳이 세상의 끝은 아니지만, 이곳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