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서소울 옮김 / 김영사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친구들이 이쁘고 화려한 그림동화책을 폼나게 읽고 있을 때, 나는 집에 쌓여있는 무식하게 글자만 많은 동화책들을 읽었더랬다. 그때 읽은 피터팬이나 지금 완역본이라고 떠들어대는 피터팬이나 다를 것이 하나도 없는데... 왜 이 책은 완역본,인거지? 책을 읽고 첫 느낌이 겨우 이런거라니.... 왠지 씁쓸하다. 나는 정말 피터팬과 함께 하늘을 날수없는, 팅커 벨이 살아나기를 열망하면서 박수를 열심히 쳐주고 있는 그런 어린아이가 될 수 없는 것인가?

사실 어쩌면 나는 피터팬보다 후크선장을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린시절 수십번씩 읽고 읽고 또 읽어대던 동화책을 잠시 멀리하고 어른 행세를 하고 있을 즈음 영화가 나왔었지. 연기력 뛰어난 더스틴 호프만때문에 후크선장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어린시절에 빽빽한 글자들만 읽으며 상상을 끄집어 내지 못한 내게 영화 후크는 피터팬을 능가하는 놀라움과 흥미로움 자체였으니까.

그래서인것일까. 이십여년만에 읽어보는 피터팬은 무척 신나는 모험이야기가 아니다. 천방지축 잘난 척 하는 피터팬이 그리 이쁘지도 않고, 잘 삐지며 웬디를 죽일뻔하기 까지 한 팅커 벨은 천사같은 요정의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이고, 해적들 역시 하나도 멋지지 않고, 네버랜드의 아이들은 평범하게 그 존재감이 없었다. 어쩐지... 나 자신이 좀 서글퍼졌다. 한때, 피터팬이 뮤지컬로, 만화로, 영화로, 책으로 마구 마구 나와서 인기를 끌 때, 팅커 벨을 살리기 위한 '요정을 믿는다고 말해요!'라는 말에 우리 모두는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면서 '요정을 믿어요!'라고 외쳐대기도 했었는데, 난 지금 왜 이렇게 냉소적으로만 피터팬을 읽게 된 것이지?

..... 어쩌면 화려한 수식어구에 익숙해져버려서 단순하고 명확한 피터팬의 매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맑음을 잠시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피터팬은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영혼을 담은 어린아이가 아니던가.
그리고 나는, 어렸을 때 수십번을 읽어버려서 새로운 느낌없이 읽어버렸지만, 단순하고 천진한 어린 피터팬이 조금은, 아주 조금쯤은 자기가 잘났다고 으시대는걸 이쁘게 봐 줄 나이잖은가.
피터팬은 여전히 멋있는 녀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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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5-07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보고 싶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