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탱 게르의 귀향
내털리 데이비스 지음, 양희영 옮김 / 지식의풍경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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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책을 좋아하지 이런 책은 좀 별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명하듯이 씌어져 있는 이 글들이 내 흥미를 끌어내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그녀 - 알라딘 서재 주인장 이따우양 -에게 선물해달라고 떼를 쓰고 받은 책의 초반이 이래서 조금 민망해지려고 할 즈음에 조금씩, 그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 이런것이었던가?
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로 시선이 돌려진다. 그리고 글쓴이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다보면 '사실'안에 숨겨있는 '진실'이 슬쩍 고개를 내민다. 점점 재미있어지는 이야기에 아, 역시 이 책은.. 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똑같지만 어떤 시선으로 그 이야기를 바라볼지는 사실을 알고 있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이 책을 추천한 따우양과 똑같이 나 역시 이 이야기의 이면을 보게 해 준 저자의 시선에 감탄하게 된다.
역사적 사실에 담겨 있는 또 다른 이면의 진실은 역시 소설보다 재미있다. 더구나 오래 전 옛날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기에 그들의 일상은 우리와 엄청 다를것이라는 막연함이 조금 더 구체적인 일상으로 다가오는 재미도 있으니 흥미롭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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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5-10-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라드 드 빠르디유 나오는 엣날 영화는 재미있었어요...

숨은아이 2005-10-15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

chika 2005-10-15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주미힌님/ 영화를 보면 또 느낌이 새로울 것 같아요. 봐볼까요?
숨은아이님/ 네. 내 손이 이 책을 이제야 꺼내더라구요~ ^^;;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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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빛이 쏟아진다.
줄줄이 걷고 있는 친구들. 먼지 자욱한 길. 가까워져 오는 시내의 소음.
그러나 그때, 두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똑같은 것을.
앞으로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 긴 세월.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버린 지금부터, 두 사람의 새로운 관계를 기다리고있는 시간. 이제는 도망 칠 수 없다. 평생 끊을 수 없는 앞으로의 관계야말로 진짜 세계인 것이다.
그것이 결코 감미로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두 사람은 예감하고 이다.
이 관계를 짜증스럽게 생각하고, 밉게 생각하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두 사람은 알고 있다.
그래도 또 서로의 존재에 상처받고, 동시에 위로받으면서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도.
두 사람은 말없이 걷고 있다.
같은 눈, 같은 표정으로.
그들은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곳을 향해 걷고 있다.-349-3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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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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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길을 걷는다. 우울해질때면 특히 더 먼길을 돌아 집으로 가곤 한다. 아니, 화가 났을때도 머릿속이 복잡할 때도 먼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보면 마음이 풀린다. 길을 걷다보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되어버린다.

몇년전이었을까. 아이들과 함께 길을 걷다 문득 쳐다본 하늘은 무수한 별들로 반짝거렸고, 스쳐지나가는 별똥별은 그 밤 내내 마음 설레이게 했었던 그 날.

책을 받아들고 그런 추억에 빠져있었다. 단지 걷기만 했을 뿐.. 이라는 말 속에 담겨있는 뜻이 내게는 의미있게 느껴진 것은 그 날의 그런 추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의 가방을 들어주고 물집이 잡혀 절뚝거리는 친구를 기다리며 끝까지 함께 하고자 하는 아이들, 졸립다고 투덜대면서도 버스에 타기는 싫다며 괜찮은 척 뛰어보이기까지 하던 어린애티를 벗어나지 못한 열네살의 꼬마들. 친구들과 나누는 소곤거림, 간간이 들리는 기도소리까지.

한달쯤 전 ?른에서의 새벽이 생각난다. 어둠이 짙게  깔려있고, 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던 그 시간에 깨어 삼십여분의 길을 같이 걸으며 대화를 나눈 사람이 있었다.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그 느낌, 밤하늘, 싸늘하지만 맑게만 느껴졌던 공기, 빛을 발하는 초, 곁을 스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모습, 혼자 산책을 하며 기도를 하던 수도자들의 모습.. 이 모든 장면이 겹쳐지며 나를 감싸던 그 느낌은 잊을 수 없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린 서로 '그 새벽의 만남'에 대한 공감이 있기에 마음의 친구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

이 책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간혹 책을 읽으며 일본아이들의 심성일까, 라는 생각을 해 봤지만 밤에 함께 길을 걷는 모두가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단지 길을 걸었을 뿐'이라는 문장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을 알면서 책을 펼쳐들었으니 나는 이미 많은 기대치를 갖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혹시 그저 그렇게 읽고 끝내버릴까봐 선뜻 읽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 나는 잠시간을 줄이면서 하루의 끝과 시작의 접점이 되는 시간즈음을 경계로 책을 다 읽어버렸다. 내 안에 담겨 있는 의미와 추억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끝까지 나를 붙잡아 버려서이다.

추억이 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든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될 거라는 것은 확실하다. 아니면 어쩌지? 아니, 그래도 확신해야겠다. 내가 재밌게 읽은 책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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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플레이하고...노랫말을 읽어요.

時には昔の話をしようか                   가끔은 옛날 얘기를 해볼까?
通いなれたなじみのあの店                언제나 가던 그곳의 단골가게.
マロニエの竝木が窓邊に見えてた       마로니에 가로수가 창가에 보였었지
コ-ヒ-を一杯で一日                         커피 한잔으로 하루..
見えない明日をむやみにさがして       보이지 않는 미래에 모든 것을 바치고
誰もが希望をたくした.                     누구든지 희망에 매달렸지..(*)
ゆれていた時代の熱い風に吹かれて    흔들리던 시대의 뜨거운 바람에 떠밀려
體中で瞬間(とき)を感じた.               온몸으로 순간을 느꼈어..
そうだね.                                       그래...
道端で眠ったこともあったね             길가에서 잠든 적도 있었지
どこにも行けないみんなで.               아무데도 갈 곳 없는 모두가..
お金は なくてもなんとか生きてた      돈은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갔어
貧しさが明日を運んだ.                     가난에 실려 내일이 왔고..
小さな下宿屋にいく人もおしかけ       작은 하숙집에 몇 명이든 밀어닥쳐
朝まで騷いで眠った.                        아침까지 떠들다가 잠들었지..
嵐のように每日が燃えていた             매일매일이 폭풍처럼 불타 올랐어
息がきれるまで走った.                     숨이 끊어질 때까지 달렸었지..
そうだね...                                     그래...
一枚殘んた寫眞をごらんよ                단 한 장 남은 사진을 보게
ひげづらの男は君だね.                     덥수룩한 수염, 그 남자는 자네라네..
どこにいるのか今ではわからない       어디에 있는지 이제는 알 수 없는
友達もいく人かいるけど.                  그런 친구도 몇 명인가 있지만..
あの日のすばてが空しいものだと       그날의 모든 것이 허망한 것이었다고
それは誰にもいえない.                     그렇다고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지..
今でも同じように見果てぬ夢を描いて 지금도 그때처럼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며
走りつづけているよね.                     끝임없이 달리고 있다네..
どこかで...                                     어딘가에서...

오늘은 정말 내가 돼지가 되고 싶은 날입니다. 차라리 돼지가 되겠어! 라고 외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지만.. 정말 허망한 꿈같기만 합니다.

'날지 않는 돼지는 평범한 돼지일 뿐이야'를 외쳐대곤 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이 노래의 노랫말은 지금 처음 봅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훠얼씬 더 좋아질 것 같아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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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0-1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참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퇴근시간이 넘고 이 노래만 줄기차게, 줄기차게....

chika 2005-10-14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국하는 파시스트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돼지가 되겠어!라고 외칠 수 있냐고 묻는다면...

2005-10-15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0-15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늦게 봐서 지송해요.
어제는 제가 허둥지둥 제 방에 걸린 몇 통의 엽서만 읽고 나가느라.
가사 무지 좋은데요?
붉은돼지인가요? 저 아직 못 봤어요.^^
추천하고 퍼갑니다!^^
 
앰 아이 블루?
마리온 데인 바우어 외 12인 지음, 조응주 옮김 / 낭기열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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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래 쓰려고 했던 제목은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였다. 하지만 '하느님'이라는 말을 꼭 붙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바로 지워버린다. 내게는 하느님의 사랑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일테니.

천주교 교리에서는 분명 콘돔의 사용이나 동성애는 죄악이라 가르치고 있다. 지금도.
물론 나 역시 그 교리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언급을 회피하고 지내왔다. 나는 그걸 '죄'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죄'의 개념은 또 뭐지?

나는 가끔 꽤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사제나 수도자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가 있다. 언젠가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금은 그들이 이상해 보이겠지만, 문화적으로 또 다른 문화가 형성되면 우리 다음 세대에는 동성애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수녀님 한 분이 꺼내셨다. 그분은 아마 천주교 교리라는 것, 교회의 법이라는 것도 문화와 시대가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것을 정확히 인지하고 계신 것 같았다.

그런 얘기를 가만히 듣고 계시던 수녀님 한 분이 정말 진지하게 물음을 던진다. 천주교에서 금기시하는 동성애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그러니까 쉽게 말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동성애자의 천성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천주교에서 어떻게 인정해 줘야 하는가, 라는 물음. 이런 비유를 하면 돌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 손가락이 하나뿐이라고 해서 사람이 아닌것은 아닌것처럼 태어나서 자신이 동성애자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도 어쩔 수 없이 동성애의 성향을 갖고 있다면 그것 역시 하느님이 창조하신 신성한 창조물이라는 것 때문에 고민스럽다는 말씀.

묵묵히 밥을 먹으며 수녀님들이 본질에 다가서고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었다. 하느님의 법은 교회의 법보다 우선한다. 교회법은 단지 인간들이 만들어낸것일 뿐이지 않는가.

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눈이 붉어질만큼 감동을 받았다. 내가 실제로 동성애자를 만나도 그들을 나와 구별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것과는 또 다르다. 나의 이상은 하느님의 법을 따르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들을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지만 현실의 내 모습은 어떠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지만 나를 일깨우고 노력하면 언젠가는 나의 현실과 나의 이상을 품은 내가 일치를 이루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여러 단편 모두가 내게 감동적이지만, 특별히 나는 - 내가 여전히 종교적인 습성에 물들어있음을 나타내버리고 있는 것이겠지만 - '세상의 모든 양치기들'이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의 주제가 단지 동성애라는 것만이 아니라 지금 현재는 구별되어지는 모든 소수자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영화는 카메라가 얀센의 <예술의 역사> 1985년판 553쪽에 나오는 15세기의 예수 탄생 그림을 천천히, 그리고 밀도 있게 훑으면서 끝난다. 황토색 그림은 네덜란드의 화가 게르트겐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성모마리아는 당연히 갓 나온 달걀처럼 청순하고 순결하다. 소는 온순해 보인다. 천사들은 마리아의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비해 자그마한 난쟁이 같아보인다. 배경에 있는 마구간 문 사이로 밤하늘이 내다보인다. 하늘에 보이는 하얗고 흐릿한 점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 천사다. 저 멀리 있는 양치기들은 언덕의 그늘이 드리워져 어두운 실루엣만 보인다. 한 명은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 있다. 두 명은 그늘 속에 서로 붙어 있다. 어깨를 맞댄 채, 마치 한쌍의 연인처럼. 그보다 더 멀리 조그맣게 보이는 것은 여자 양치기들인지도 모른다. 또 언덕 저편에는 혼혈 양치기들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 뒤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양치기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밖에도 불교신자, 무신론자, 채식주의자 등등 우리가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부류의 양치기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캐비지 선생님은 이런 평을 남긴다.
"음.... 딱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성탄 이야기는 본디 사람들을 갈라놓는 게 아니라 하나로 묶어주기 위해 생겨났다는 점이다. 아주 훌륭해. 오래된 신화를 현실로 만들고 새 생명을 불어넣어라. 그것이 너희의 세상이다" (세상의 모든 양치기들 본문 113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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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0-18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눌렀어요.
누가 이벤트 선물로 이 책을 찜해서요.
저도 빨리 읽고 리뷰 써야 하는데.
받을 땐 꿈결 같고......유행가 가사가 생각나네요.^^

chika 2005-10-18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감사합니다. 로드무비님 리뷰 쓰시기 전에 제가 후다닥 써버린 것이 다행이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