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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우리가 잊어버린 표정이 있다 - 씩씩한 사진쟁이 이상엽의 아시아 이야기
이상엽 글.사진 / 동녘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왠지 멋진... 아니, 조금 많이 색다른 사진집이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책 표지의 사진을 보고 그 안에 담긴 사진들은 더 맘에 들꺼라는 생각만 가득했었던 거였지요.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조금은 김이 빠지게 흑백사진뿐이더군요. 게다가 책의 내용을 훑어보기전에 사진만 휘리릭 넘기며 봤을 때도 흑백사진이 멋있기는 커녕 그냥 어둡고 까맣게만 보여 조금은 실망하게 되었지요.
그렇다고 책을 안읽을수는 없쟎아요. 그래서 처억, 책을 펴들고 읽기 시작했지요.
아, 근데요.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내가 언제 이 책을 받고 툴툴거렸냐 싶게 내용이 좋은거예요. 물론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어요. 조금만 더 이야기해주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꼭 그정도까지만 이야기 하고 다른 지역 다른 이야기를 해버리는 거예요. 그래도 이 책은 내가 잊고 있었던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잊어버린 것도 아니지요. 알지 못했고, 그리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일꺼예요.
괜스레 '여행'을 떠올리며 들떠서는 멋진 색색의 사진만 기대했던 내게 이 책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지요. 내가 잊어버린 '여행'의 의미요.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말을 다시 떠올려보게 해 줬어요. '아름답다'는 말은 그저 보기에 좋은 그런 풍경을 말하는 것은 아니예요.
1부. '진정 우리가 배울 것은 관용'이라는 글에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그들에 대해 이해는 커녕 아직도 여전히 오해하고 있는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나도 아시아에 속해 있는데 아시아는 미개해, 라는 생각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걸 깨달은거예요.
2부, 부서짐과 세움이 뒤엉킨 씁쓸한 풍경에서는 우리가 오로지 '발전'이라는 이름만 갖고 지나온 세월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발전'이라는 말 뒤에는 허울을 뒤집어 쓴 경제의 논리만 있을 뿐이었는데....
중국의 사라져가는 옛도시 '리룽'을 취재하며 '분명히 10년 후 상하이 사람들은 나에게 리룽 사진을 사러 올꺼야'라며 그때에는 사진을 비싸게 팔아야겠다는 저자의 말이 맘에 남았어요. '리룽이 더는 남아있지 않을테니 말입니다'라는 말 속에 사라져가는 옛도시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거든요. (만일 정말 비싸게 팔아서 돈 벌 생각으로 사진을 찍었다면 저자의 이런 책은 나오지 않았을꺼라 믿기때문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저자는 정말 나쁜 여행자가 되는거라구요. 그지요?)
3부,관광을 버리고 역사를 얻다, 라는 글까지 읽으며 내가 잊어버린 것이 너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언젠가부터 여행이 아니라 관광을 했던거였어요.
길에서 만난 수많은 것들의 역사와 문화,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다 알지는 못하더라도 말없이 서 있는 그 모습과 그곳을 살아온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 낸 거예요. 이제 언젠가 기회가 되어 그곳을 찾게 되면 잊지 말아야겠다 결심을 했어요. 내가 잊어버린 표정, 네. 그것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 리뷰 쓰기 싫다고 징징거린 책이었습니다. 좋구나, 라는 느낌은 있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우연인지 이 책에는 호텔캘리포니아라는 노래가 실려있고, 서재 페이퍼를 읽다가 호텔캘리포니아,를 봤습니다. 지금 계속 반복재생하며 노래를 듣는 중입니다. 이 글 역시 노래를 들으며 썼습니다. 괜히 이런 우연이 좋아지는 느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