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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체류 여행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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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떠올렸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는 아니지만 그래도 대체적으로 따뜻하다고 할 수 있는 내 고향 남쪽은 한껏 게으르게,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좀 미심쩍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으로 간세다리의 일상을 느껴볼 수는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려고 여행을 떠난 저자와는 달리 나는 겨울의 눈이 지붕만큼 쌓이는 곳, 아이슬란드가 멀다면 가까이 북해도라도 가서 실컷 겨울눈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물론 아직 가보지는 못한 곳이다.

휴양지로 알려진 발리,에서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할때까지도 그닥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행가 김남희는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쉼을 느끼고, 나는 추운 것은 싫지만 그래도 하이얀 설산과 구를 수 있는 눈밭이 있는 한겨울 속에서 따뜻함을 느껴보고 싶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그녀의 글을 읽어나갈수록 따뜻한 그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녀가 이야기하고 있는 발리와 치앙마이, 스리랑카, 라오스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푸르름이 뒤덮인 산책길을 나도 걸어보고 싶어졌고 그녀가 바라 본 자연의 숲을 거닐어보고 싶어졌다.

흰고래수염고래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게 조금은 멀찍이 떨어져서 푸른 대양을 헤엄쳐가는 그들의 모습도 보고 싶어졌다.  루앙프라방에서의 관광객이 넘쳐나며 탁발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기보다는 탁발셀카에 마음상하기도 하지만 조금 더 거리를 지나 탁발공양의 마음이 살아있는 그 골목어귀에서 나눔의 의미를 깨닫고 싶어졌다.

 

쉼과 휴양이라는 생각만 가득했었는데, 여행가 김남희의 이야기는 진짜 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겨울이 오면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을 고수할 것 같다는 그녀가 조금 부럽기도 하고, 나 역시 언젠가는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생각해보다가 정말 중요한 것은 이곳을 떠나 그 어딘가에서 쉼터를 찾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천천히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라고 되내어 보게 된다.

꽃청춘으로 인해 유명해진 관광지에서 그들의 행적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속도로, 나 자신의 방식으로 삶의 결을 고른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겠지.

아, 그래도 어쨌거나 나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의 질투는 온전히 버릴수가 없음은 인정해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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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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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보기 전부터 이 글을 쓴 두 사람의 시인은 결혼을 하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를 적은 글 이라고 조금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라는 제목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가 가장 궁금했었다. 이런 궁금증은 나만 갖고 있는 것일까?

혹시 책을 읽지 않았는데 나처럼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지 몰라 냉큼 스포일러를 퍼뜨리듯이 툭 털어놓는다. 이 말은 JJ-그들이 서로를 표현하고 있는 그대로 적어놓자면 - 의 글이 아니라 P의 글에 담겨있다. 책을 읽기 전에 어디 야생의 숲에서 길이라도 잃은 것일까,혹은 시드니 외곽의 오지 비스무레한 곳에서 야생동물과 마주치기라도 했을까, 라는 쌩뚱맞은 상상을 하며 긴박한 상황을 떠올려봤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르게 그들은 도심의 한복판에서 지나쳐가는 차량에 치일까봐 서로를 끌어당기며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던 것이다. 아, 김빠진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왠지 무덤덤해 보이면서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을 슬그머니, 아니, 조금은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문장이 아니던가. 시드니에서 한달을 생활했다는 것도 부러운데 그들의 사랑과 결혼 선물이라고 말하고 있는 이 책의 존재조차 부러워지고 있다.

 

두 사람의 글이 교차되어 편집되기에는 표현되는 글이 너무 달라서였을까. 각자의 생각과 느낌, 일상의 묘사가 따로 떨어져있다. 시드니에서의 생활은 분명 두 사람이 함께였을텐데 글로 표현된 그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왠지 그것이 싫지가 않다.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과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인 것이.. 뭐라 딱 꼬집어 얘기하기는 힘들지만 그냥 좋은데? 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혼자 괜히 키득거리게 되는 것은 뮤지컬 관람을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솔직히 처음부터 나는 P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중에 JJ는 과연 그에 대해 뭐라고 썼을까,가 더 궁금했었는데 별 얘기없이 슬그머니 지나가고 있어서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한사람은 계속 졸고 있다가 기가막힌 타이밍 - 박수를 쳐야하는 부분에서 정확이 깨어나 열렬한 박수를 치곤했다,라고 하는데 한사람은 지독한 풍자와 익살에도 잘 웃지 않는 경성사회에서 살고 있는게 틀림없다며 호주 노인들이 우습지 않은 대목에서도 웃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게 되는 일명 '싸움'이야기, 그러니까 그들의 멋진 표현으로 말하자면 '와인 한 병이 누워있다' '바람이 불고 수염은 자란다'를 읽다보면 재미있게 느끼다가도 또 뭔가 그들만의 사랑표현이 보여지는 것 같아 샘이 나기도 한다. 조율이 안된 피아노를 음이 틀려가며 거룩한 밤 고요한 밤을 되풀이하며 연주하고 있는데, 그것을 또 격정적으로 연주하고 있다며 전혀 거룩하지도 고요하지도 않은 밤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싸움'이라고 하기엔 적절하지가 않은 듯 하다. 그것에는 '와인'의 역할이 한 몫 단단히 한탓도 있겠지만.

 

여행이라기보다는 일상의 모습과 같은, 일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 특별해 보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가볍게 표현했지만 이 책에는 '걷기'와 '산책하기'에 담겨있는 사색의 모습이 진중하게 박혀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좋았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의 글 표현이 사뭇 다른 느낌이어서 두 권의 책을 읽는 느낌과 동시에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이라고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색의 모습때문에 더욱더 그랬다는 이야기를 빼놓으면 안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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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6-02-22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와인 토한 이야기 ㅋㅋ 피인줄알고 식겁~

chika 2016-02-23 18:51   좋아요 1 | URL
ㅎㅎ 그죠? 두사람이 참 아옹다옹 재밌게 잘 사는 것 같아 좋았어요 ^^
 

 

페이퍼를 쓸 때마다 '내 서가 속 열린책들'이 보여서 자꾸만 꼼지락 거리는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사진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전, 내게 '열린책들'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폴 오스터와 파트리크 쥐스킨트 그리고 장 자크 샹뻬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건 여전한데다 그에 덧붙여 간혹 움베르토 에코와 하퍼 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사실 열린책들 블로그를 통해 두 분의 소식을 듣기도 했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바우돌리노, 저 안쪽에 감춰져 있는 전날의 섬, 푸코의 추, 장미의 이름.... 근데 앵무새 죽이기는 또 어디있는거지?

 

 

 

열린책들을 통해 폴 오스터의 작품들을 읽기 시작했고, 초판본을 구입하고 또 양장본을 구입하고...벌써 이십여년이 지나가고 있...아, 내가 그만큼의 시간을 살아왔단 말인가. ㅠㅠ

 

 

 

 

 

 

 

 

 

그런데 사실 최근에 출판된 책들은 찾아내기가 힘들다. 새삼 책정리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책 몇권을 들어내어 찍은 '천일야화'

책욕심을 버리고 읽은 책을 나눠주고 좀 깔끔하게, 그리고 가볍고 단순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이렇게 오래전 책들을 살펴보다보면 욕심을 버리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리고 만다. 아아, 이 모순된 마음을 어찌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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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제국 - 인류의 육식문화를 다시 생각하다
티머스 패키릿 지음, 이지훈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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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육식제국'이라는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어떤 것일지 미루어 짐작이 가기 때문에 읽어볼까 말까 망설였었다. 굳이 이 적나라한 이야기를 또 읽어봐야 할까, 싶었는데. 첫머리에서부터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저자는 이야기의 시작을 '감쪽같이 숨겨진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거리두기와 감추기라는 권력 메커니즘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유도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 그것은 곧 내게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릴적에는 정육점을 지나칠 때 갈고리에 걸려있는 커다란 덩어리들을 무심코 지나치곤 했다는 기억이 났다. 몇년 전 우리 동네 골목 초입에 정육점이 생겼는데 간혹 차량에서 뭔가를 내리는 것처럼 보이면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곤했다. 솔직히 도축되어 핏물은 거의 빠졌지만 그래도 그 형상을 알아볼 수 있는데다 배를 드러낸 동물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유쾌할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의도, 위장취업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작업장에서의 일과 그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평소 빈약한 상상력을 원망하던 마음과는 정반대로 내가 그리 풍부한 상상력을 갖지 않고 문자 그대로의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마음을 쓰다듬어내렸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은 남아있어 무심코 점심 시간에 여유가 생겨 책을 펼쳤다가 몇글자 읽지 못하고 다시 책을 덮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한글자 한글자 꼼꼼하게 읽어내려갈수도 없었다.

"이 책에는 도덕적, 물리적으로 혐오스런 것들에 대한 묘사도 담겨있다. 그러나 거부감이 들어 페이지를 건너뛰고 싶다면, 당신은 도축장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고 애쓰는 저들과 똑같은 부류라 할 수 있다. 도축작업의 은밀한 부분을 속속들이 파헤치지 않고 추상적인 논의만을 원한다면, 동물을 죽이는 일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조차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저들 무리와 다를 게 없다"(28)라는 저자의 일침은 바로 내게 하는 말이었구나...

 

커다란 멸치를 보면 자꾸만 그 눈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아 먹지 못한다는 친구가 떠올랐다. 사실 그 말 때문에 나 역시 가끔은 멸치의 눈을 가리고 먹어야 할때도 있지만. 그리고 지난 설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점심에 소고기가 나왔는데 핏물이 약간 비치듯 구워야 맛있는 거라며 선홍빛이 도는 고기를 먹으라고 권해서 애써 눈길을 돌렸던 기억도 떠오르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육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만을 고집하지도 않아서 조금은 방관자적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책의 내용은 단순히 육식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수준으로 육고기를 대량생산하며 육식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고 그에 반하는 행동을 실천해나가야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갇혀지내다 도축되기 위해 실려 온 소는 갇힌채로 12초마다 한마리씩 가공의 단계를 지나간다. 그 과정을 기다리다가 송아지를 낳은 소마저 도축의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태어난 송아지의 운명은 어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몇년 전 독일에서 평생 우리안에 갇혀 우유를 제공하던 젓소들이 더 이상 젖을 짜내지 못하자 효용가치 없이 사료만 축내는 젓소를 도축하기로 한 결정을 접한 환경단체가 젓소를 구입하여 방목하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생애 처음으로 우리를 빠져나온 젓소들이 주춤주춤거리다가 목초지에 발을 내딛고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자 온 초목을 뛰어다니고 어린아이처럼 겅중거리며 뛰기도 하고 초목에 머리를 부비고, 처음 본 노란 들꽃의 향기를 맡기도 하는 모습은 정말로 놀라웠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육식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지구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의 한가지로 에너지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대량살상과 도축을 줄이기 위한 육고기 섭취를 줄이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목적 실천을 하고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자그마한 실천이 모이면 커다란 힘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솔직히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은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상의 실천부터 이뤄나간다면 아주 작게나마 애써 '육식제국'을 읽은 의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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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 현대 미술을 만나는 가장 유쾌한 방법, 싱글녀의 오춘기 그림토크
권란 지음 / 팜파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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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덮어둔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시 읽어보려고 꺼내드는데 뒷표지에 적힌 글이 눈에 띈다. "어머, 현대 미술은 이렇게나 인간적인 거였어!"

어라, 내가 잠시 책을 읽으며 느낀 마음이 딱 이거였는데!

그림에 문외한인데다 박물관, 미술관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여행을 가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가 봤던 루브르와 오르세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들이 평범하게 걸려져 있었고, 책의 도판으로 봤던 그림들과는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원화를 보기 전까지 책이나 티비에서 보는 것과 뭐가 달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 자신을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싶을만큼 그 차이는 엄청났었다. 아무튼 단순하게 그림 구경만 하고 지나치다가 우연히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니 뭔가 다른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후에 미술과 관련한 책들을 읽게 되면서 그림을 보는 것이 더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술에는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게 되었는데...

현대 미술작가전을 보고,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집을 보면서 나는 역시 미술에는 영 문외한일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을 갖게 되었다. 딱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저 막연히 느낌이 좋다고도 할 수 없고... 도대체 이게 뭐지? 하게 될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건 뭐지?'하는 느낌이 든다. "안목없이는 결코 즐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현대미술이 너무도 마음을 울리게 다가온다!"라는 문구는 정말 거짓이 아니구나 싶어진다. 권란이라는 기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에피소드가 쌓여갈수록 한걸음씩 현대미술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작품은 세개..네개? 아무튼 그 정도밖에 안되는데 그마저도 그닥 깊이 인식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니어서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얼마 전 귄터 그라스 특별전을 보면서 그의 스케치가 아주 훌륭하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친구의 말에 '그렇기는 하지만 귄터 그라스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림같다'라고 했는데 그림을 보는 것의 시작은 그처럼 자신의 느낌인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두어달쯤 전에 점심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가 발견한 작은 전시실에서 봤던 작가 -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만의 특색있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화가 두명의 작품 전시였는데,  그들의 화풍과 색채에서 느껴졌던 아마존 정글의 진한 초록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 느낌을 나의 일상에 투영시켜 글로 풀어낸다면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을 만나는 그림토크'의 시작점이 되는 것 아닐까?

'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이라는 제목처럼 뭔가 좀 있어보이는 기분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보여주기의 느낌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내 느낌으로 즐기며 현대미술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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