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제국 - 인류의 육식문화를 다시 생각하다
티머스 패키릿 지음, 이지훈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육식제국'이라는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어떤 것일지 미루어 짐작이 가기 때문에 읽어볼까 말까 망설였었다. 굳이 이 적나라한 이야기를 또 읽어봐야 할까, 싶었는데. 첫머리에서부터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저자는 이야기의 시작을 '감쪽같이 숨겨진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다. "거리두기와 감추기라는 권력 메커니즘에 대한 반성적 인식을 유도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고 밝히고 있는 바, 그것은 곧 내게 직접적으로 하고 있는 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만 생각해보니 어릴적에는 정육점을 지나칠 때 갈고리에 걸려있는 커다란 덩어리들을 무심코 지나치곤 했다는 기억이 났다. 몇년 전 우리 동네 골목 초입에 정육점이 생겼는데 간혹 차량에서 뭔가를 내리는 것처럼 보이면 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곤했다. 솔직히 도축되어 핏물은 거의 빠졌지만 그래도 그 형상을 알아볼 수 있는데다 배를 드러낸 동물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유쾌할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고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의도, 위장취업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작업장에서의 일과 그 풍경에 대한 묘사가 이어지기 시작했을 때, 나는 평소 빈약한 상상력을 원망하던 마음과는 정반대로 내가 그리 풍부한 상상력을 갖지 않고 문자 그대로의 글을 읽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마음을 쓰다듬어내렸다.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마음은 남아있어 무심코 점심 시간에 여유가 생겨 책을 펼쳤다가 몇글자 읽지 못하고 다시 책을 덮어버리곤 했다. 그리고 정직하게 고백하자면 한글자 한글자 꼼꼼하게 읽어내려갈수도 없었다.

"이 책에는 도덕적, 물리적으로 혐오스런 것들에 대한 묘사도 담겨있다. 그러나 거부감이 들어 페이지를 건너뛰고 싶다면, 당신은 도축장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려고 애쓰는 저들과 똑같은 부류라 할 수 있다. 도축작업의 은밀한 부분을 속속들이 파헤치지 않고 추상적인 논의만을 원한다면, 동물을 죽이는 일을 직접 담당하는 사람조차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리는 저들 무리와 다를 게 없다"(28)라는 저자의 일침은 바로 내게 하는 말이었구나...

 

커다란 멸치를 보면 자꾸만 그 눈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아 먹지 못한다는 친구가 떠올랐다. 사실 그 말 때문에 나 역시 가끔은 멸치의 눈을 가리고 먹어야 할때도 있지만. 그리고 지난 설에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점심에 소고기가 나왔는데 핏물이 약간 비치듯 구워야 맛있는 거라며 선홍빛이 도는 고기를 먹으라고 권해서 애써 눈길을 돌렸던 기억도 떠오르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졌다.

육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채식주의만을 고집하지도 않아서 조금은 방관자적 입장으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책의 내용은 단순히 육식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수준으로 육고기를 대량생산하며 육식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하고 그에 반하는 행동을 실천해나가야 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갇혀지내다 도축되기 위해 실려 온 소는 갇힌채로 12초마다 한마리씩 가공의 단계를 지나간다. 그 과정을 기다리다가 송아지를 낳은 소마저 도축의 운명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태어난 송아지의 운명은 어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몇년 전 독일에서 평생 우리안에 갇혀 우유를 제공하던 젓소들이 더 이상 젖을 짜내지 못하자 효용가치 없이 사료만 축내는 젓소를 도축하기로 한 결정을 접한 환경단체가 젓소를 구입하여 방목하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생애 처음으로 우리를 빠져나온 젓소들이 주춤주춤거리다가 목초지에 발을 내딛고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자 온 초목을 뛰어다니고 어린아이처럼 겅중거리며 뛰기도 하고 초목에 머리를 부비고, 처음 본 노란 들꽃의 향기를 맡기도 하는 모습은 정말로 놀라웠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자신의 육식을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지구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의 한가지로 에너지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제품 사용을 자제하고 대량살상과 도축을 줄이기 위한 육고기 섭취를 줄이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목적 실천을 하고 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다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져본다. 자그마한 실천이 모이면 커다란 힘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솔직히 적극적인 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은 못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상의 실천부터 이뤄나간다면 아주 작게나마 애써 '육식제국'을 읽은 의미가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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