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 현대 미술을 만나는 가장 유쾌한 방법, 싱글녀의 오춘기 그림토크
권란 지음 / 팜파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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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느라 덮어둔 채 잊어버리고 있었다. 다시 읽어보려고 꺼내드는데 뒷표지에 적힌 글이 눈에 띈다. "어머, 현대 미술은 이렇게나 인간적인 거였어!"

어라, 내가 잠시 책을 읽으며 느낀 마음이 딱 이거였는데!

그림에 문외한인데다 박물관, 미술관과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은 여행을 가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가 봤던 루브르와 오르세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들이 평범하게 걸려져 있었고, 책의 도판으로 봤던 그림들과는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원화를 보기 전까지 책이나 티비에서 보는 것과 뭐가 달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 자신을 슬그머니 잊어버리고 싶을만큼 그 차이는 엄청났었다. 아무튼 단순하게 그림 구경만 하고 지나치다가 우연히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그림을 보니 뭔가 다른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그 후에 미술과 관련한 책들을 읽게 되면서 그림을 보는 것이 더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술에는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게 되었는데...

현대 미술작가전을 보고, 우리나라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집을 보면서 나는 역시 미술에는 영 문외한일수밖에 없다는 자괴감을 갖게 되었다. 딱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그저 막연히 느낌이 좋다고도 할 수 없고... 도대체 이게 뭐지? 하게 될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건 뭐지?'하는 느낌이 든다. "안목없이는 결코 즐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현대미술이 너무도 마음을 울리게 다가온다!"라는 문구는 정말 거짓이 아니구나 싶어진다. 권란이라는 기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읽어나가고 있는데 에피소드가 쌓여갈수록 한걸음씩 현대미술의 세계로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접했던 작품은 세개..네개? 아무튼 그 정도밖에 안되는데 그마저도 그닥 깊이 인식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니어서 완전히 새롭게 느껴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얼마 전 귄터 그라스 특별전을 보면서 그의 스케치가 아주 훌륭하다는 느낌은 아니라는 친구의 말에 '그렇기는 하지만 귄터 그라스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그림같다'라고 했는데 그림을 보는 것의 시작은 그처럼 자신의 느낌인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두어달쯤 전에 점심 먹고 소화시킬 겸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가 발견한 작은 전시실에서 봤던 작가 -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자신만의 특색있는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젊은 화가 두명의 작품 전시였는데,  그들의 화풍과 색채에서 느껴졌던 아마존 정글의 진한 초록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어쩌면 그 느낌을 나의 일상에 투영시켜 글로 풀어낸다면 이것이 바로 '현대미술을 만나는 그림토크'의 시작점이 되는 것 아닐까?

'마음에 바람이 부는 날엔' 현대 미술, 이라는 제목처럼 뭔가 좀 있어보이는 기분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보여주기의 느낌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내 느낌으로 즐기며 현대미술을 보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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