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기 짝이 없는 옷을 이불로 사용한다던 소년, 어린 나이에 비해 너무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운명에 분노를 억누를 수 없는 한 아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치아가 하나도 남아나지 않은 입과 비참한 몰골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했다. 그녀는 마약쟁이 엄마의 낡은 담요를 뒤집어쓴 채 에스쿠데예르스 거리의 어느 건물 현관에 앉아있는 그 아이를 전혀 만나보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가 밤마다 친구들과 어울려 네그라 광장을 배회하는 모습 또한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가. 우린 어떻게든 버텨 볼 테니까 아무 걱정 할 것 없어. 우리도 언젠가 여기를 떠날 거야. 조만간 말이야""(135, 슬픔에 젖은 람블라 거리,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위험하다.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 엊그제 악몽을 꿨다. 비명을 지르려고 애를 써도 소리가 나오지 않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은 분명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 현실같은 악몽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기억한다. 갑자기 떠오른 꿈의 기억이 불안처럼 잠식해오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이 책을 계속 읽는다는 건 계속해서 불안한 심장박동을 높이는 것밖에 되지 않을테니.







블루밍. 정여울. 여러 문학작품들을 통해 심리학과 철학, 문학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혼자 입원했습니다. "아픈데 뭘 어쩌라는거니" - 아니, 만성변비를 참다 검사받고 난소에 생긴 8.5센티의 혹으로 수술을 받으려면 직장을 때려치워야 하고 비싼 1인실에 입원을 해야한다. 가족없이 홀로 수술을 받는 비혼 여성 조기순. 그녀의 38만8천원 1인실의 첫휴가 여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네가 뒤로 넘어지면 내가 최대한 버텨줄게"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실이 두려움을 완전히 녹이지는 못한다. '어째서 불안과 공포는 늘 내 못인 걸까'라고 세상을 향해 분통을 터트리는 날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날은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닌지 자책한다. 하찮아서 꺼내놓기 민망하지만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불안을 다정하게 살피고 다독이는책.









기억의 에티카. "말할것도 없이 '기억'은 결코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 현재의 문제다" 기억을 둘러싼 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은 기억의 전장에서 상대를 겨누는 무기가 된다. 그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은 주로 약한자다. 땅 위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들은 기억의 전장에서도 자주 유린당한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은 언제나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약한 이들의 고통과 죽음을 무의미로부터 건져내는 것은 오직 기억의 힘이다. 

여성의 대의. 지난해 작고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페미니스트로 불리는 지젤 알리미의 대표작. 그는 프랑스의인권변호사이자 페미니즘 운동가로 자발적 임신중단에 관한 법과 성폭행 범죄화법률 제장을 이끌었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평생 헌신한 그의 행적을 알수있다.









귀여움 견문록,이라니. 마스다 미리의 책은 이제 구입을 하지 않지만 이거 읽어보고 싶다. 귀여움이 넘쳐나려나...

일몰의 저편. "당신이 쓴 것은 좋은 소설입니까, 나쁜 소설입니까?" 성애 소설을 쓰던 작가가 문예윤리위원회라는 국가 조직에 의해 바닷가의 격리된 건물에 감금된다. 그곳에서 작가는 외설, 폭력, 범죄 등의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던 다른 동료들과 함께 형편없는 대접을 받으며 생활하게 된다. 국가,사회가 강요하는 윤리와 표현의 자유 간 모순을 일본 문학계의 거장이 도발적으로 그려냈다. 기리노 나쓰오,라니. 알수없는 기대감이 스멀거리기는하는데.







엄마에게 사랑이 아닌 상처를 받은 너에게. "상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 경험이지만, 너무 자주 겪기 때문에 무심코 간과해버리기 쉽다." 저자는 트라우마 치료의 선구자로 꼽히는 미국 정신의학전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솔직한 감정을 회피하게 된다. 거대한 사건뿐만이 아니라 일상의 상처도 아이에게는 영향을 준다. 부모가 아이를 농담거리로 삼거나 굴욕감을 느끼게 하고 약속을 어기는 것도 오래도록 남는다. 

















드디어 읽은 책. 작별하지 않는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제주여행. 몽골이 세운 원나라에 고려가 복속된 후 제주도는 한때 몽골의 자치령으로 운영됐다. 이후 원나라가 무너지자 고려는 제주도에 대한 지배권을 회복하려 했고 현지화가 된 몽골인들은 이에 크게 저항한다. 고려 공민황때 벌어진 목호의 난 이야기다. 이 책은 저자가 목호의 난을 주제로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 제주도의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며 쓴 탐방기다.









드디어 소장한 책. 달콤한복수주식회사.여태안읽음.

벌거벗은 미술관. 우리를 감동시키는것은 완벽함과 위대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민과 그것에 대한 도전으로부터 옵니다. 미술은 땅위에서 숨 쉬는 인간의 표정이며 분투이다. 미술의 완벽함을 부정하는 해석이 그 가치를 훼손할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완벽에 대한 환상을 걷어낼 때 진정한 휴머니즘으로서의 미술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우리가 선택한 가족.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선언은 피곤하다. 그럼 결혼은 왜 했어? 식의 오지랖에 이기적이라는 지적은 덤이니까.이런 시선에는 모성은 본응이라는 환상이 깔려있다. 

부모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아이와 감정적 유대를 원해서, 같은 개인적인 동기와 경제적 여건 변화 등 외부적인 요소가 혼재한다. 부모가 되지 않고자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파트너와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위한 우려 등의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는 가족과 재생산 문제에 있어 각자에게 최선의 방식을 선택할 뿐이다. 여기서 가족의 개념은 출산, 결혼을 넘어 유대관계를 맺는 공동체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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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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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소설이 마음에 든다. 적당한 힌트를 주면서 그 힌트에 대한 의구심도 갖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 말이다. 이 책은 살인자의 아내,라는 제목이 가장 커다란 힌트를 주는 것이었고 또한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난 후에야 알았는데 이 책의 띠지 광고에 이미 '흡입력 있는 등장인물들, 놀라운 반전, 페이지를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는 법정 스릴러'라고 되어 있다. 사람마다 광고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책의 경우 정말 딱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제시카 야들리 연방검사는 남편 에디 칼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그가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후 딸 타라와 함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로스쿨에서 만난 웨슬리 폴과 사랑에 빠지고 타라와 함께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FBI요원인 케이슨 볼드윈이 찾아온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사건은 그녀의 전남편인 칼이 저지른 살인의 모방살인이라 생각하는데 도저히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니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이다. 끔찍한 과거를 떠올려야한다는 사실에 볼드윈의 부탁을 거절하려하지만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이들에 대한 마음이 더 강한 야들리는 결국 칼의 모방살인일지 모르는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이미 일어났던 살인사건의 범인은 밝혀졌고, 그 이후에 일어난 살인사건의 범인은 눈치채지 못하는게 이상할만큼 엄청난 암시로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의 정점은 범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 무엇인가가 더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미 중반쯤에 범인은 잡히고 그 이후 그 범죄의 유죄판결을 이끌어내는 것에 온 시선을 집중하는데 끝까지 방심을 할수가없었다. 소름이 끼칠만큼은 아니지만 어쨌든 진범에 대한 반전은 놀랍다. 다 읽고난 후 돌이켜보면 역시나 저자는 이곳저곳에 범인에 대한 암시를 마구 흘려놓았음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


법정에서의 전개가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저자가 법을 공부했겠다 싶었는데 로스쿨을 졸업하고 검사로 재판을 맡았으며 이후 로펌을 창업했다고 하니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재판의 전개가 이해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을 추천할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으로 소설로써 이야기의 흐름도 재미있었지만 곁가지처럼 뻗어있는 차별에 대한 항변과 극복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를 더하고 있어서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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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바보가 아니란다. 엄마를 봐…. 너는 바보가 아니야, 타라.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내서 그걸 악용하는 남자들이 있어. 연민의 감정, 용서하는 마음, 배려심, 측은지심, 사랑, 그들은 이런 것들을 갈구하고 그걸 너한테 악용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 성정은 약점이 아니야. 그런 성정은 네가 가진 힘이고 어떤 누구도 네가 거기에 반하는일을 하도록 만들지는 못해."
아이는 고개를 내저었다. "케빈은 바보예요. 책도 거의 안 읽는다고요. 그렇지만 내가 똑똑하면 뭐해요. 그 애 같은 애가 나를 완전히 바보로 만들었는데요."
너는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보잖아. 그런 걸로 자책하지 마."
아이는 마지막 눈물을 닦아냈다. "그럼 엄마도 그러지 말아요."
야들리는 타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딸의 손을 잡았다. 가는 동안 그들은 계속 손을 잡고 있었다.
223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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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드래곤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Wow 그래픽노블
캣 레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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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을 좋아하는데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그림과 글이 짧은 몇개의 컷으로 엄청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내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시각적으로 확연히 드러나게 해주기도 하며 나의 틀을 조금씩 넓혀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귀엽고 이쁜 그림을 좋아하지만 스냅드래곤을 읽으면서 정말 귀엽고 이쁘다는 것은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고 '답다'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 역시 깊은 편견에 빠져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스냅드래곤이 무슨 뜻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우리말로도 좀 생소한 '금어초'라는 꽃이름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물론 이 책에서는 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이름을 의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은 하나의 상징과 연결고리처럼 사람들을 이어주게 하기도 한다.

스냅드래곤은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데 유일한 친구는 반려견 굿보이뿐이다. 굿보이가 집을 나가 보이지 않자 무섭지만 굿보이를 찾기 위해 마녀가 살고 있다는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서 마주친 마녀가 캐릭터 티셔츠와 크룩스 신발을 신는 평범한 모습이라는 것에 조금은 웃음이 나온다. 늘 인상을 쓰며 힙하게 옷을 입는 소녀 스냅드래곤, 겉모습은 남자애지만 좋아하는 것과 행동은 여린 소녀의 모습인 소년 루이스, 마녀라고 했는데 할아버지처럼 그려진 외눈박이 톰, 딸과 딸의 친구 루이스의 남다른 모습에 놀라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주는 엄마... 

등장하는 캐릭터, 심지어 굿보이와 바이크를 좋아하는 사슴 유령까지 모두 좋았는데 스토리까지 너무 좋았다. 사실 좀 비현실적인 - 이런 것을 환상문학이라고 표현하면 무리없이 넘어갈수도 있겠지만 킬로드를 당하는 동물들을 구하는 것이나 폭력적인 남자를 물리치는 힘이 마법으로 표현되는 부분은 문제해결의 비현실적인 느낌인것을 빼면 말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억지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니 이 책은 차분히 한번 더 뒤적거리며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스냅드래곤과 잭스할머니와의 남다른 인연과 연결의 끈은 놀라운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이 하나의 에피소드는 얼마전에 읽었던 '햇살을 향해 헤엄치기'의 한 에피소드를 떠올리게 했다. 정체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 모든것을 바꿔야한다는 것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내 모습은 정체되지 않고 변화발전하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칭찬해보기도 한다. 

편견을 갖지 않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다는 것이 말로는 될지 모르지만 실천으로 체화시킨다는 것은 끊임없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임을 깨닫고 언젠가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그리 되기를 소망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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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17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떤 편견도 가지지 않는거 나이가 들어도 힘들어요. 진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네요. ㅎㅎ 그래서 책이라도 열심히 보면서 다르게 보고 나와 다른것도 받아들이고 제대로 보기위해서 노력하는거겠지요. ^^
 
세계 여행은 끝났다 - 좋은 날 다 가면 다른 좋은 날이 온다
김소망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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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세이를 읽고 또다른 여행에세이를 집어들었다. 세계여행에 대한 꿈에 부풀어있는데 '세계여행은 끝났다'라니. 사실 여행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일상에서의 특별함이고 여행이 끝나면 또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세계여행은 끝났다'라는 말에서 왠지 모를 하나의 종결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종결의 느낌보다 저자가 체험한 세계여행의 이야기가 궁금해 그저 책을 펼쳤을 뿐이었고 수많은 여행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는 여행의 끝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2017년 6월부터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났던 부부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여행을 끝내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여행에세이 외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들은 2019년에 출판이 되었었고 코로나로 강제여행금지 상태처럼 되어버린 지금 개정판이 나온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여행이 조금 더 자유롭던-기회가 된다면 떠날 수 있었던- 시기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금지당하는 지금 이 이야기들은 더 빛을 발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여행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지만 여행이 끝난 후 새로운 일상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쉬운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여행이 나를 변화시켜 줄 거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내 변화가 꼭 여행 중에 일어나야 한다는 집착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달라졌고, 더 분명해졌다."


그날의 기록,이라는 꼭지로 여행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서의 나날들에 대한 적응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떠난다거나 취업하기 전에 시간을 내어 떠나는 여행이야기의 시작이었지만 이 책은 오히려 여행이 끝나고 일상의 적응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그것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은 날이 다 가면 다른 좋은 날이 온다'라는 말이 딱 떠오르게 되는것과 같달까.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일상의 풍경이 교차되면서 나오는 이야기에는 나의 기억들도 떠오르고 이들 부부가 기획했던 '우리동네에 세계여행자가 산다'의 이야기는 실제 우리동네에서 이벤트처럼 이루어진다면 나 역시 흥미를 가질 것 같았다. 

세계여행은 끝났지만 모든 여행이 다 끝난것은 아니다. 언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제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힘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늘 준비를 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바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떤 여행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고, 세계여행은 뼛속까지 자리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207)는 말에 동감하며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는 건 그 다음의 여행을 위한 치열한 휴지기이고, 그 다음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은 조금은 특별하고 새롭게 시작될 일상을 위한 치열한 도전기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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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1-10-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슬슬 여행열정이 다시 불붙으려 하는데 문제는 두 해 동안 체력이 저질이 되어 버렸어요 ㅎㅎ 아 정말 떠나고 싶어요 낯선 곳 낯선 사람들 틈으로요. 좋은 리뷰 고맙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곳의 추억과 일상의 풍경을 교차 서술한다는 게 와닿네요. 담아갑니다^^

chika 2021-10-17 14:11   좋아요 2 | URL
저도 언젠가 가게 될 여행을 위해 오늘도 걷기운동을 열심히...까지는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서도 체력보강을 위해서도 운동을 잘 해야할까봐요.

바람돌이 2021-10-17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여행이 길어지면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이벤트처럼 될 듯요. 전 아직은 그런 여행은 해본적이 없어서, 딱히 여행이 나의 무엇을 바꾸어주는 경험은 모르겠어요. 다만 한동안 여행을 다녀오면 다음 1년을 살아가는 힘을 충천한다는 느낌이랄까? 뭐 그정도인거 같아요.

chika 2021-10-17 14:16   좋아요 1 | URL
저도 제일길게 가본게 보름정도인데 처음엔 정말 길어서 지겨울것같다했는데 나중엔 아쉬워지더라고요. 한달살이도 금세 지나가버릴듯.
암튼 조만간 모두 충전의 시간을 가질수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