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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행은 끝났다 - 좋은 날 다 가면 다른 좋은 날이 온다
김소망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9월
평점 :
여행에세이를 읽고 또다른 여행에세이를 집어들었다. 세계여행에 대한 꿈에 부풀어있는데 '세계여행은 끝났다'라니. 사실 여행은 하나의 이벤트처럼 일상에서의 특별함이고 여행이 끝나면 또다시 예전과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떠올린다면 '세계여행은 끝났다'라는 말에서 왠지 모를 하나의 종결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 종결의 느낌보다 저자가 체험한 세계여행의 이야기가 궁금해 그저 책을 펼쳤을 뿐이었고 수많은 여행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이야기는 여행의 끝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 책은 2017년 6월부터 1년간 세계여행을 떠났던 부부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여행을 끝내게 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 '여행에세이 외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들은 2019년에 출판이 되었었고 코로나로 강제여행금지 상태처럼 되어버린 지금 개정판이 나온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오히려 여행이 조금 더 자유롭던-기회가 된다면 떠날 수 있었던- 시기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을 금지당하는 지금 이 이야기들은 더 빛을 발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여행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지만 여행이 끝난 후 새로운 일상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쉬운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렇다.
"여행이 나를 변화시켜 줄 거란 기대는 애초에 없었다. 내 변화가 꼭 여행 중에 일어나야 한다는 집착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조금씩 달라졌고, 더 분명해졌다."
그날의 기록,이라는 꼭지로 여행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서의 나날들에 대한 적응과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떠난다거나 취업하기 전에 시간을 내어 떠나는 여행이야기의 시작이었지만 이 책은 오히려 여행이 끝나고 일상의 적응을 위해 몸부림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는데 그것이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좋은 날이 다 가면 다른 좋은 날이 온다'라는 말이 딱 떠오르게 되는것과 같달까.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일상의 풍경이 교차되면서 나오는 이야기에는 나의 기억들도 떠오르고 이들 부부가 기획했던 '우리동네에 세계여행자가 산다'의 이야기는 실제 우리동네에서 이벤트처럼 이루어진다면 나 역시 흥미를 가질 것 같았다.
세계여행은 끝났지만 모든 여행이 다 끝난것은 아니다. 언제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이제 체력이 예전같지 않아 힘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늘 준비를 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다 싶으면 바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떤 여행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주고, 세계여행은 뼛속까지 자리잡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를 준다"(207)는 말에 동감하며 여행이 끝나고 또 다른 일상이 시작되는 건 그 다음의 여행을 위한 치열한 휴지기이고, 그 다음의 여행이 시작되는 것은 조금은 특별하고 새롭게 시작될 일상을 위한 치열한 도전기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