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세계화 - 대안신서 3
헬레나 노르베리-호지+ISEC 지음, 이민아 옮김 / 따님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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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책을 읽으면서는 '머, 이럴수도...'라는 생각으로 술렁술렁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조금씩 읽어나갈수록 이건 머나먼 나라의 경제 이야기 책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현실감 넘치는 외침이 되어버렸다.

대형마트가 생겨나면서 동네 상점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대형마트의 일자리 창출로 인한 지역경제의 활성화 보다는 점점 대기업에 종속되는 지역주민들의 경제침체가 심화되어버리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우리밀이 좋은 것을 알지만 엄청난 가격차로 인해 수입밀을 먹게 되는 현실, 우리 고장에서 재배되어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귤보다 농약에 찌든 수입 오렌지가 더 많이 소비되는 현실이 그대로 책 속에 담겨 있다.

세계화라는 말은 지금까지 좋은 의미로만 쓰여지는 것이라고 의심없이 받아들였었는데, '세계화'라는 말의 이면에 담겨있는 경제구조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경제구조에 맞물려 있는 내 소비생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거대화로 치닫고 있는 세계경제는 덩치가 커지는 만큼 부의 집중 역시 강화되며 가속화되고 있다.

더구나 세계화라 하며 세계를 하나의 연결망으로 구축하는 인프라는 자세히 뜯어보면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거대기업의 생산과 판매 구축을 위한 것이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숨겨진 의미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인프라 사업은 사회 전체로 볼 때 이롭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업은 경제규모를 팽창시키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 때문에 그것들의 영향이 미치는 모든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서서히 갉아먹으며 그것들로 인해 가능해진 소비의 증가는 지구의 환경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런 허울좋은 '세계화'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계화를 주장하는 거대기업에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지역으로, 소규모로, 내 주변의 일상적 소비로 눈을 돌려보자. 잠시 나의 일상생활속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생활을 돌이켜보며 올바른 소비생활에 대해 깊이 느껴야 할 것이다. 이런 깨달음에서 소비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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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 문예교양선서 38
진 웹스터 지음, 한영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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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치이고, 업무에 시달리며 피곤에 쩔어 있을 때 말 그대로 상큼한 느낌이 드는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유로움과 휴식을 원할 때 이 책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이 키다리 아저씨는 어렸을 때 너무 좋아하던 책들 중 하나여서 문맥의 흐름과 줄거리를 꿰뚫을만큼 여러번 읽었던 책이었다.

어렸을때 읽었던 책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려 없는 지금, 빤히 알고 있는 내용의 책을, 더구나 어린이들이 보는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이 조금은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책을 구입하고 다시 읽어보니 후회되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그 줄거리를 익혀 아는 것이 아니라 그 글에 담겨 있는 느낌을 담아두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어린시절에는 일종의 동경어린 마음으로 키다리 아저씨를 느꼈었고, 지금은 이 세상 곳곳에서 행복과 희망을 주는 키다리 아저씨들을 찾아보며 내가 또다른 키다리 아저씨의 대리인이 되는 꿈을 꾼다.

물론 이 키다리 아저씨의 이야기속에는 소녀적인 감상과 가벼움이 있을지 모른다. 주인공 고아 소녀가 우연히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신분상승을 이룬다는 이야기로 비하시켜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보다는 주인공의 솔직 담백한 모습들, 자신의 재능을 살려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모습, 간간이 나오는 사회사업에 관련된 이야기들, 사회주의자라고 주장하는 모습...에도 무게를 주고 싶다.

딱딱하게 어렵고 불우한 이웃을 도와야된다는 교훈이 아니라 키다리 아저씨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러한 마음이 배어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는 깊이가 아닐런지. 더구나 소녀적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시절에는 더 깊이 있는 희망과 꿈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모두에게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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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나눔 나눔
조병준 지음 / 그린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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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병준과 함께 나누는 문화 이야기이다. 아니, 조병준이 나눠주는 문화 이야기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알지 못하던 수많은 삶을 알게 되었다. 그가 이야기 해 주는 이 많은 삶은 내게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아, 세상은 이처럼 나눌수록 커지는거로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작을수록 나누어라. 나누면 만난다'라는 '나눔'의 주제를 가진 건축가 이일훈님의 이야기가 여러 이야기 중 맘에 크게 남는다. 건축, 공간, 디자인 등등 이러한 것에는 전혀 문외한이기도 할뿐만 아니라 큰 관심도 없었는데, 이 글을 읽고 나서는 갑자기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져만 간다.

[나눔으로써 안과 밖이 생기고, 안과 밖의 관계가 생겨납니다. 관계는 교류 또는 왕래를 낳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발생하는 거지요. 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안과 밖이 서로를 인식하게 됩니다. 인식 영역이 확장되는 겁니다]라는 건축가 이일훈님의 이야기는 단지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의 기본이 아니라 우리 사람사이에도 기본이 되는 이야기가 되겠지.

이 책은 '문화 이야기'라는 말에 딱 들어맞게 세상의 여러 문화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중에 특히 건축가 이일훈님의 이야기를 적어놓는 이유는 이 책을 쓴 조병준 역시 건축의 '건'자도 모르는 사람이며 이 책을 읽은 나 역시 건축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을 쓴 사람이나 글을 읽은 사람이나 건축가의 인터뷰 이야기는 너무나 재미있었고 참 좋았다는 것이다.

조병준의 <나눔 나눔 나눔>은 '문화'라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세상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라는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나눔으로써 커져가는 세상을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책을 펴들어 상상력이 있고 꿈이 있고 즐거움이 있는 세상을 느껴보는건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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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
이보아 지음 / 민연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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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그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을 포기하고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면서 나는 문화지식인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이런 우월감을 부끄럽게 만든 책이 이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라는 책이다.

몇몇에게 책의 제목과 같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처음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지 못하다가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면 모두들 사뭇 진지해져버리는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년 전 외규장각 문서의 반환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무심코 우리것이니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만 잠시 했을뿐 정작 외규장각 문서에 대한 나의 관심과 태도는 어떠했었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

이 책은 부제에 나와 있듯이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그 주된 대립 논조는 '문화재는 인류의 공동 재산'이라는 것과 '문화재는 민족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이 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 보고 책장을 열어보자. 두 논조의 의미를 얼핏 생각해보면 결코 어느 한쪽이 틀렸다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화 제국주의에서 주장하는 문화재가 인류의 공동 재산이라는 말은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시간이 지난 후 부모를 찾게 되었을 때, 부모님과 가족을 되찾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물적 제조건이 좋은 곳에서 그냥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한것이라고 우기는 어거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말이 너무 비약적인가...? 어쨋든 이 책의 주제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생각을 나눠야 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의 문화 유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진정 우리의 문화 유산에서 우리는 선조의 숨결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보자. 별을 관측하던 신라시대의 첨성대가 경주가 아닌 먼 이국의 어느 유리관 안에 담겨있다면, 그래서 그곳을 지나던 어느 이방인이 '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먼 옛날에 별을 관측하던 거야?'라고 말 한마디 내뱉고 지나가는 모습.

그곳에는 첨성대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이 바라보던 우주가 없다.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문화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사람도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최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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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김소진 문학전집 3
김소진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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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편소설 읽기를 잘 하지 못한다. 소설로 그려지는 우리시대의 이야기에 담긴 뜻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가 더욱이 김소진의 소설을 읽는다는 건 힘든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김소진의 이야기에는 뭔가 여운이 남는다. 뭔가 이제 시작할 듯 하는데 이야기는 벌써 끝맺음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잠시 멈춰 그 느낌을 되새김질 해 본다. 나와는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들.. 그래서 꾸며진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가지만 어느새 내가 읽고 있는 것은 단편소설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자꾸만 김소진의 삶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겠지.

노곤하게 찌든 민중의 삶을 이야기 하여 선동하는 것도, 부유하게 사는 상류 지식인의 삶을 이야기하며 풍자하는 것도 아닌... 그런 적나라함이 없기에 어쩌면 이렇게 여유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의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삶, 아둥바둥 거리며 어떻게든 나는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김소진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외면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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