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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어 Chair - 혁신적인 의자 디자인 500
파이돈 편집부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6월
평점 :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겉모습(?)에 대해서는 특별히 해 본 기억이 없는데 이 책은 왠지 뭔가 한마디 해야할 것 같다. 도서정보에 다 적혀있기는 하겠지만 650여쪽에 양장, 판형은 보통의 문학도서보다 크다. 내가 평소 그림도판이 있는 미술서가 이랬으면 좋겠는 완벽 펼쳐짐과 화면 가득 도판이 자리잡고 있는 책의 형태다. 아니, 사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의자 사진과 짤막하게 이름, 연도, 작가, 한정판인지 시제품인지 정도만 적혀 있어서 이건 뭐지? 하고 있었다.
의자의 기능성과 인테리어가 되는 디자인을 본다는 기분으로 책장을 한참 넘기다가 문득 책의 뒷부분에 설명이 있는 것 같아 그제야 책의 구성을 살펴봤다. 역시 책을 받으면 '목차'를 먼저 봐야한다는 것을 간과했던 습관의 결과다.
아무튼 이 책은 큰 의자 사진이 중심이며 일단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 순수하게 나의 느낌과 감상을 먼저 떠올려보게 된다. 솔직히 대부분의 의자는 한번쯤 봤었던 형태인지라 술렁술렁 넘겨보곤 했는데 이건 어떻게 앉을 수 있지? 라거나 실제로 의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든 것인지 작품으로만 만들어낸 것인지 궁금한 것들은 뒷부분의 찾아보기를 뒤적거려 그 의자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며 책을 읽으니 훨씬 더 재미있어진다.
개인적으로 흔들의자가 좋은데 두개밖에 소개되지 않아 왠지 섭섭했고 입체적인 의자를 평면 사진으로 보고 있으려니 실제 사람이 앉았을 때의 형태가 어떤지 궁금한 의자들도 있는데 그 모습은 상상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이 아쉬웠다. 특히 파네 의자 - 설명을 읽으면 저절로 빠네 파스타가 떠오르는데 빵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섬유로 만들었다고 한다. 부드럽게 보이지만 앉을 수 있는 굳기가 있는데 사람이 앉으면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한다. 이건 실제 누군가 앉아있는 모습을 봐야 확실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뱅크위트(연회)의자는 여러 동물인형들을 모아놓고 의자를 만들었다. 이건 특별히 설명을 보지 않아도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지 않은가. 1966년에 만들어진 자이수 의자는 좌식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는 익숙한 형태다. 요즘 척추교정을 하거나 바른 자세를 잡기 위한 기능성 의자로 많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데 자이수 의자를 처음 본 느낌은 식당에 갔을 때 방석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좌식 등받이 의자와 같은 것이었는데 제작연도가 1966년인 것을 확인하고 기능성보다는 실용성이 더 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왜 목차가 타임라인과 인덱스로 구분이 되어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하면서 이 구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시대별 순서로 나열이 되었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책을 보는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의자를 보고 인덱스로 설명을 찾기 위해 타임라인을 펼치면 그 시기를 다시 확인하게 되어 의자의 변천사도 인식하게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