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 -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
이보아 지음 / 민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프랑스에 여행을 갔을 때 그 유명한 몽마르뜨 언덕을 포기하고 오르세 미술관과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면서 나는 문화지식인이라는 오만에 빠져 있었다. 이런 우월감을 부끄럽게 만든 책이 이 <루브르는 프랑스 박물관인가>라는 책이다.

몇몇에게 책의 제목과 같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 처음엔 그 질문의 의도를 알지 못하다가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면 모두들 사뭇 진지해져버리는 이 책은 우리 모두가 한번쯤은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년 전 외규장각 문서의 반환과 관련된 기사를 접하면서 무심코 우리것이니 돌려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만 잠시 했을뿐 정작 외규장각 문서에 대한 나의 관심과 태도는 어떠했었는지 반성도 하게 된다.

이 책은 부제에 나와 있듯이 '문화재 약탈과 반환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그 주된 대립 논조는 '문화재는 인류의 공동 재산'이라는 것과 '문화재는 민족의 유산'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어보기 전에 이 말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 보고 책장을 열어보자. 두 논조의 의미를 얼핏 생각해보면 결코 어느 한쪽이 틀렸다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문화 제국주의에서 주장하는 문화재가 인류의 공동 재산이라는 말은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가 시간이 지난 후 부모를 찾게 되었을 때, 부모님과 가족을 되찾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 물적 제조건이 좋은 곳에서 그냥 지내는 것이 더 행복한것이라고 우기는 어거지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 말이 너무 비약적인가...? 어쨋든 이 책의 주제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관심을 갖고 생각을 나눠야 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의 문화 유산'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진정 우리의 문화 유산에서 우리는 선조의 숨결을 느끼는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해보자. 별을 관측하던 신라시대의 첨성대가 경주가 아닌 먼 이국의 어느 유리관 안에 담겨있다면, 그래서 그곳을 지나던 어느 이방인이 '아시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먼 옛날에 별을 관측하던 거야?'라고 말 한마디 내뱉고 지나가는 모습.

그곳에는 첨성대에서 느낄 수 있는 우리 선조들이 바라보던 우주가 없다.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문화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은, 사람도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자신의 존재 의미를 최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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