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편소설 읽기를 잘 하지 못한다. 소설로 그려지는 우리시대의 이야기에 담긴 뜻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가 더욱이 김소진의 소설을 읽는다는 건 힘든일이 아닐 수 없었다.그런데 김소진의 이야기에는 뭔가 여운이 남는다. 뭔가 이제 시작할 듯 하는데 이야기는 벌써 끝맺음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잠시 멈춰 그 느낌을 되새김질 해 본다. 나와는 동떨어진 듯한 이야기들.. 그래서 꾸며진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며 읽어나가지만 어느새 내가 읽고 있는 것은 단편소설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이 들게 된다. 자꾸만 김소진의 삶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은 그런 이유때문이겠지.노곤하게 찌든 민중의 삶을 이야기 하여 선동하는 것도, 부유하게 사는 상류 지식인의 삶을 이야기하며 풍자하는 것도 아닌... 그런 적나라함이 없기에 어쩌면 이렇게 여유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의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삶, 아둥바둥 거리며 어떻게든 나는 잘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는, 흔히 볼 수 있는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김소진의 이야기에 빠져들면서 책을 덮을 때쯤에는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외면해서는 안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