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인문학 - 도시남녀의 괜찮은 삶을 위한 책 처방전
밥장 지음 / 앨리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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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라기보다는 '밤'에 더 꽂히는 이야기들이란 생각이 든다. 어렵지 않게 술술 읽을수는 있는데, 너무 술렁거리며 읽어버리고 말아서 결국 책장을 덮으며 내가 읽은 밤의 인문학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해보게 한다.

매주 수요일 밤, 방송의 품격을 높여준다 믿었던 수요예술무대의 막이 내려지고, 그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나갈 것이 없을까 하다가 일명 수요밥장무대를 만들었다고 한다. 더빠 - The bar 라는 술집의 단골들과 함께 읽은 책 이야기도 나누고 삶의 이야기도 나누며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인문학에 대해 정리해 놓은 것이 바로 [밤의 인문학]이다. 사실 인문학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우리의 삶에 대한 고찰이 인문학이라 할 수 있으니 어렵지 않고 쉽게 다가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이 더 어울리며, 그래서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안에 일관되게 삶의 자세를 성찰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어서 부담없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읽을 수도 있는 수요밥장무대의 모습이다.

 

사실 언젠가부터 피곤이 쌓여가기 시작하고 밤이 더이상 즐거움과 교류의 시간이 아니라 쌓여있는 피곤을 풀어내는 휴식의 시간이 되면서부터 밤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기기 시작했기에 개인적으로 수요밥장무대라 일컬어지는 밤의 인문학에 배경으로 깔려있는 더 빠,의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부터 약간 삐딱하게 다리 저편의 세상을 바라보듯 한꼭지씩 읽어나갔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맞지않는다는 선입견을 깨버리며 - 그건 어쩌면 실제로 술잔을 놓고 마주앉아 어색하게 그 분위기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 없어서인지, 그의 글들은 쓰윽쓱 넘기기 어렵지 않다.

딱딱한 강의가 아니라, 누가 하얗고 빨간지 구별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맥주잔을 놓고 마주앉아 책을 매개로 서로의 연결고리를 찾아 서로를 이해하고 만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밥장의 이야기처럼 글을 읽는 내 마음도 편했다.

 

어찌보면 독서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나중에 찾아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이 꽤 있었다. 더구나 궁금증의 위대함을 알고 있는 밥장은 어디쯤에서 이야기를 끊어먹어야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괜히 독서리스트가 더 늘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밤의 인문학'은 책에 대한 이야기책이라기보다는 삶의 이야기를 좀 더 부드럽게 이어가기 위한 연결고리처럼 등장하고 있다. 밥장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이 풀어놓고 그를 통해 우리들 각자의 삶의 고민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책의 중간중간 들어가있는 일러스트와 사진들은 밥장예술무대답게 예술의 분위기를 더 돋우어주고 있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또한 즐겁기도 하다. 밤이거나 인문학이거나 혹은 책이거나 예술이거나 삶이거나 일단은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는 것부터 찾아내면 그것으로 족하다,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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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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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였다면 호텔리어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슬슬 고등학생이 되어 대학입학을 고민해야 할 시기가 된 조카가 호텔리어쪽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조카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다재다능하고 공부도 잘해서 무엇을 해도 좋을 것 같긴 하지만 디자인쪽에 관심이 많을 줄 알고 있었는데 뜻밖에 현실적으로 본인이 다양한 것을 경험할 수 있고 상대방의 요구에 맞춰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다고 해서 자신의 성취감이 느껴진다면 그것을 좋아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의 관심사이기도 해서 조금 더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호텔도 하나의 기업과 같고 그 안에서 이뤄지는 일들이 단순하지 않다고 알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제이콥 톰스키는 뉴올리언스의 작은 호텔 대리 주차요원으로 호텔에 발을 들여놓은 후, 자신의 기지와 노력으로 점차 승진을 하기 시작해 프런트 데스크를 거쳐 객실 관리 지배인까지 된다. 사실 대리주차직에서 객실 관리 지배인까지 보직이동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성실함 하나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이 모든 과정들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일사천리로 쑥쑥 진행되고 올라가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 사이에 수많은 일들이 있고, 제이콥 톰스키는 자신만의 업무 능력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협력이나 배려도 잘 해내고 있어 그의 승진이 그저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조금 예상은 되는 부분들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역시 이처럼 적나라하게 호텔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글을 읽으니 왠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호텔을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인중에 미리 예약을 하고 가족이 여행을 떠났는데, 마침 하루 숙박을 하기로 한 지역에서 국제회의인지 뭔지가 열려 예약이 되어있는 호텔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방을 내줘버리고 나몰라라 하고 그날 몇시간을 헤맨끝에 겨우 숙소를 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음에 또 찾아 올 단골인지, 생애에 딱 한번 들리게 되는 여행 손님인지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왠지 공감이 가면서도 내가 호텔리어가 아닌 투숙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암담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의 내용은 재미있게 술술 읽히지만 '분노 조절이 안되는 호텔리어'라는 측면보다는 저자 제이콥 톰스키가 호텔리어로서의 체험을 풀어놓으며 자신의 성공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더 크다. 그리고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과거의 호텔과 고향처럼 느껴지는 그곳과는 달리 대도시에서의 호텔은 하나의 기업경영이고 인간관계가 아닌 직장내의 상하, 동료 관계 그 이상은 아니라는 자괴감이 얼핏 느껴지기도 한다.

앞으로 호텔에 묵게 될 날은 거의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언젠가 호텔에 가게 된다면 지금까지보다는 조금 더 호텔리어들의 일과 그들의 움직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보게 될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내게 있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 관심은 딱 이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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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식탁 -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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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어쩌면 내게 있어서 조금은 슬프게도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과자의 그 달콤하고 짭짤한 맛들에 대한 기억때문에 장바구니를 들고 마트로 달려가고 싶어졌다. 그 맛에 대한 기억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해서 끊지 못하고 자꾸만 찾게 된다는 책의 내용이 백퍼센트 체험으로 이해되는 순간이다.

[배신의 식탁]은 설탕, 지방, 소금에 대한 이야기이다. 물론 그것 자체의 해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기보다는 가공식품에 첨가된 그 조미료들이 어떻게 우리에게 해독을 뿌려대고 있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글이다. 사실 우리 생활에서 설탕, 지방, 소금을 빼버린다면 우리 몸은 심각한 영양소 결핍으로 사망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설탕과 지방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소금은 우리가 단식을 하고 있을때에도 섭취해야한다고 할만큼 중요하고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소금의 해악에 대해 여기저기서 언급되면서 우리 식단의 짠맛에 대한 염려증은 곧바로 염장의 일종이라 일컬어지는 김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치가 나트륨 덩어리라 많이 먹으면 몸에 해롭다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감자칩 한봉지에 담겨있는 나트륨의 양은 체크하고 있을까?

 

"뭐니뭐니 해도 지방이 설탕을 능가하는 보물이 될 만큼 뛰어난 장점은 맛이 입안에서 휘몰아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은 설탕과 달리 입안에서 은근하고 꾸준하게 매력을 발산한다. 두 성분을 마약에 비유한다면 설탕은 뇌를 급습해서 강타한다는 면이 필로폰이라고도 불리는 메탐페타민과 같다. 지방은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효과를 발휘하는 아편과 비슷하다(205)

이처럼 중독성이 강한 설탕과 지방의 맛은 쉽게 끊기가 힘들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졸음을 쫓고 뇌와 혀가 원하는 단맛을 느끼고 싶어 사탕을 먹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치즈없는 치즈제품, 반이상이 설탕과 소금덩어리로 된 과자들에 대해 경악을 하면서도 이러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금씩 식성을 바꿔보려고 하는 노력은 멈추지 않으리라.

 

2012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모넬연구소의 논문은 소금은 아낌없이 사용하는 업계의 행태가 미국인의 짠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맞춘다는 면에서가 아니라 원래는 없던 소금 중독을 유도한다는 것(321)으로 인식하게 하고 있다. 원초적으로 짠맛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식품들로 인해 짠맛에 중독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강한 설탕과 지방, 소금은 사실 우리의 식생활에서 완전히 없앨수는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공식품에 길들여지는 입맛의 변화는 그만큼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언젠가 광고에 혹해서 기왕이면 과자를 먹더라도 몸에 조금 덜 해로운 것을 먹어야지, 라는 생각에 조금 비싸지만 그런 과자를 선택해 먹으려는데 누군가 옆에서 '래봐야 과자는 과자일뿐'이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었다. 마치 설탕을 먹이지 않으려고 택시까지 타면서 천연재료와 유기농식품만을 먹이는 노력을 하지만 늦잠을 자서 아이가 학교에 지각하게 되니 편의점에 들어가 그나마 덜 해로울 듯한 뮤리얼바를 사먹인다면 그것 하나로 이미 아이는 설탕덩어리를 집어삼킨것과 마찬가지라는 에피소드와 똑같은 것이다.

 

나는 바보처럼 이 책을 읽으며 과자를 먹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요리를 할 때도 되도록이면 소금이나 설탕을 넣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가. 달걀말이도 소금없이 하고 찌개의 단맛도 양파로 내는 맛에 만족하려고 하며 그 맛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공식품의 달고 짜고 부드러운 풍미를 아주 가끔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생활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맛이 좋다한들 치즈 빠진 치즈 식품을 먹고 싶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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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찮게 천사학,을 미리 읽었다. 좀 오래전에. 기억이 희미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 흥미로웠던 이야기이다. 천사와 악마라는 이분법이 아니라 왠지 제3의 인류, 아 또 이러고보니 베르베르의 소설 제목이 나오는군. 아무튼. 그건 잘 모르겠고 또 하나의 인류라 칭할 수 있는 천사이야기. 책으로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진다. 표지를 어떻게 해서 출판하게 될지 궁금했는데 조금 만족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내친김에 읽고 싶은 책들을 좀 뒤적여보고 있다. 읽고 싶은 책도, 사고 싶은 책도 많은데 일단은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옷부터 장만해야 할 것 같아 망설이고 있는 중.

레모니 스니켓은 그 이름만으로도 읽고 싶고. 결괴도 다루고 있는 주제가 흥미로운데. 사실 당장 읽을 자신이 없어 구입을 서두르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 바로 읽고 싶은 것은 루됭의 마귀들림. 페북에 올라 온 글을 잠깐 읽었는데 흥미로울 듯 하다! 읽고 싶어졌어.

 

 

 

 

 

 

 

 

 

 

 

 

식사를 하러 갔다가 여느 가정집 마당처럼 꾸며놓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 쓸쓸한 가을이 깊어져 겨울이 되어가고 있지만 한낮의 햇살이 내리쬐는 꽃핀 마당을 보고 있으려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다. 아, 그러고보니 저쪽 한구석에 자잘하게 피어있던 꽃들도 이뻤는데.

누구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고 있지만 이제 눈깜박할새에 다가올 크리스마스는 아직 안중에 없다. 해야할 일이 태산인데 크리스마스는 뭐. 그냥 빨간날 중 하나일뿐.

 

 

 

 

 

 

 

 

 

 

 

 

 

 

 

 

 

해피포터 시리즈를 한참 읽다가 딱 멈추고난 후 전권을 다 구입하긴 했지만 책으로 읽지는 못했다. 그 이후에 출간된 캐쥬얼 베이컨시는 읽었고. 쿠쿠스 콜링은 그 조앤이 가명으로 출판한 책이라고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표지는 눈에 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눈에 띄는 표지는 미츠지처럼과 우무베. 아, 좀 잔혹하다는 이야기에 몇년간을 망설이고 읽지 않았던 책이 눈에 보이니 어떨까 싶다. 섬뜩한 것 보다는 그냥 좀 말랑말랑한게 읽기엔 편하겠지.

 

 

 

 

 

 

이 책 구입하려고 들어온건데 지금 뭐하는 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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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심판 1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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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책을 집어들지 말았어야 하는데, 초저녁에 깜박 잠이 들어 한밤중에 잠시 눈을 뜨게 되었는데 머리맡에 두었던 이 책에 눈길이 가는 바람에.. 결국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밤을 새고 말았다. 이 책을 다 읽은 느낌을 고스란히 담아내기엔 머리가 멍한 상태가 너무 오래가고 있다. 그 새벽에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내 안에 한가득했는데 지금은 그 느낌들이 어디론가 숨어들어가버려서 도무지 '영혼의 심판'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야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씌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전작 '속삭이는 자'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 도나토 카리시는 다음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우연히 가톨릭 사제를 만나고 그로부터 바티칸 내사원과 사면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범죄자들의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바탕으로 범죄의 기록을 모아놓은 일명 악의 도서관에 대해서도 듣게 되고 다른 누군가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화하기 전에 가장 먼저 작품을 쓰고 싶어 준비중이던 작품을 뒤로 미루고 서둘러 '영혼의 심판'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소설의 시작부터 심상치가 않다.

 

로마, 당직의사인 모니카는 긴급구조요청을 받고 현장으로 출동을 한다. 응급환자는 가슴에 심상찮은 문신을 새겨넣고 있는데 우연히 고개를 돌려 집안을 둘러보던 모니카에게 6년전 납치 살해된 쌍동이 여동생의 유품이 눈에 띈다. 유품의 발견으로 그 응급환자는 모니카의 여동생뿐 아니라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임이 밝혀지고, 누군가 교묘하게 의도하는 것처럼 범죄의 피해자 가족과 미제사건의 밝혀지지 않은 진범이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마의 또 다른 곳에 사는 여대생 라라의 실종사건은 외출 후 실종처럼 보이지만 문의 걸림쇠가 안쪽에서 걸려있어서 단순 실종사건이 아님을 알게 되는데 그곳을 찾은 마르쿠스는 라라의 집에서 연결된 지하통로를 발견하게 된다.

연관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연쇄살인 사건의 한 고리처럼 서로 연결되며 라라의 실종 역시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 짐작이 되는데...

여기에 미망인이 된 경찰 산드라는 어느 날 남편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남편이 남긴 유품에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 범인의 행방을 찾아가게 되면서 사건과 사건의 연결고리들이 촘촘하게 맞물려 들어며 이야기가 진행되어 간다.

 

"왜 내가 죽어야 하는 거지?

시신들은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돌이키고 싶고, 되감고 싶고, 제2의 기회를 얻고 싶은 덧없는 욕망이 담긴. 마르쿠스는 확신했다. 사람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그걸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는 순간 경악하게 된다고. 살해된 피해자들은 절대로 '세상에, 내가 죽다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에, 내가 죽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216)

 

영혼의 심판이라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배경 자체도 흥미롭지만, 범죄의 구성과 전개가 절묘하게 맞물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분석이 정교하게 묘사되면서 영혼의 심판은 더욱더 빨려들어가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하나의 사건 뒤에 밝혀지는 진실들이 또 다른 의심과 또 다른 진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조금은 쉽게 그 진실을 알아챌 수 있는 복선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에피소드에는 반드시 또 다른 반전의 이야기가 숨어 있어서 끝을 향해 가면 갈수록 더욱 흥미로워진다.

하지만 영혼의 심판이 무척 흥미롭게 읽히는 것은 이야기 자체를 읽는 즐거움과 더불어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 도나토 카리시는 이 소설이 모티브를 제공한 사제의 '항상 빛의 세계에 서달라'는 말을 작품속에 녹아내고 있으며 선과 악, 죄악과 용서, 심판에 대해 좀 더 깊이있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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