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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정지현 옮김 / 낭기열라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씁쓸한' 초콜릿일까. 잠깐 고민을 했더랬다.
너무 진한 맛 때문에 다크 초코렛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진한 다크 초코렛은 달콤함 보다는 쌉싸롬한 맛에 더 가까우니까. 먹는 것이라면 무장 들이담는 나 역시 진한맛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가끔 그렇게 쌉쌀한 다크 초코렛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주 가끔은 '이거 맛있는걸?'하며 즐기기도 하고. 그나저나 이 책의 느낌을 어떻게 적어볼까....?
초코렛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뜬금없이 초코렛 얘기만 꺼내게 되고 책의 느낌은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멀뚱멀뚱 책 표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시작과 과정을 모두 건너뛰어 마무리를 지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제와 별다를 것 없지만, 에바의 마음은 완전히 달라져있고, 이제 우리의 사랑스러운 에바는 여름을 맞이한다. 그것이 내게 주는 의미는 더 이상 땀이 번져 얼룩진 옷과 땀냄새와 수영복 밖으로 비어져 나오는 살들이 에바와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바는 화려한 변신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한껏 멋지게 변할 것이라는 암시도 없다. 단지 조금씩 변해갈 것이라는 마음은 느낄 수 있다. 그래, 그것이 훠얼씬 더 소중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빤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뻔뻔하게 처음의 시작과 끝을 미루어 짐작하게 해버리는 구조를 갖고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버린 것이다. 그런데 그 빤한 이야기가 스며들듯이 내 마음을 더 뒤흔들어버렸다. 그저 평범하게 등장하고 사라진 남자친구 미헬과 별로 중요하게 나오지도 않는 프란치스카와 에바의 다른 친구들로 인해서 말이다. 엉뚱하게도 내 천주교 세례명이 프란치스카여서 좀 더 세심하게 마음이 끌렸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에바가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깨달아가게 되는데에는 친구들의 '그래,넌 그래. 근데 그게 어때서?'라는 대답이 분명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어떻게 아냐구? 당연히 내가 그랬었으니까.
난 항상 '네가 싫어'라는 말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게 어때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내 어릴적 기억속에 '난 네가 좋아'라는 말도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그런거야.
다크초코렛이 싫은 이유는 너무 진해서 씁쓸한 맛이 나기 때문이고, 또한 그것이 다크초코렛의 진짜 맛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이유도 되는 것이고.
언제나 어느때나 어느 누구나 모두 다크 초코렛을 좋아한다든가, 싫어한다든가 라는 말은 할 수 없는거야.
추운 겨울의 하루처럼 오늘도 미친듯한 바람이 불어대고 눈이 내리고 길이 얼어도 자세히 살펴보면 바람이 움직이는 길이 보이고 먼지같은 눈송이속에서도 반짝이는 것들이 보인다. 이거야말로 굉장한 일이 아닌가.
에바가 발견한 '굉장한 날'이 바로 오늘 내가 본 '바람길'같은 날이 아닐까, 싶다.
내게 오늘은 반짝이는 겨울날이다. 굉장한 날이다. 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