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옆 작업실 -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조윤석.김중혁 지음, 박우진 사진 / 월간미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어렸을적의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이고 누군가의 눈에 띌새라 움크리고 앉아 혼자 놀던 아이였어. 그때의 내 놀이터는 세들어 살던 우리집의 커~다란 마당이었지. 부모님은 일 나가시고, 언니 오빠들은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시간, 쬐끄만 내게 우리집 마당은 엄청나게 커다란 놀이터였던것이야. 풀을 뜯어 소꼽놀이도 해 보고, 꽃피는 계절이 되면 화사하게 핀 꽃들을 모아 꾸며보기도 하고.... 혼자 뭔가 거창한 것을 해보지는 못했겠지만,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았고, 혼자 놀아도 심심하지 않았고... 아니, 난 혼자라는 느낌조차 없었어!

''놀이터 옆 작업실''을 들여다보면 혼자 놀고 있었지만 절대 혼자라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행복하게 지내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이들은 모두 자신의 놀이터에서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렇게 행복한 것 처럼 보이거든. 아니, 분명 행복해하고 있는 걸거야. 작업이 힘들고 먹고 사는 것이 좀 걱정스럽다고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행복하지 않다, 는 뜻은 아니니까말야.
그럴게 아니라 책을 한번 쓰윽 훑어보면 될거야. 사진만 휭~ 봐도 알 수 있어.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열두명의 사진이 나왔는데 다들 웃고 있거든. 자기들이 즐겁다는 것을 숨길수가 없는거야. 웃지 않는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슬며시 미소짓는 입을 보게 될꺼야. 그러니 어찌 행복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냐구.

문화소외지역인 지방의 촌구석에 박혀있지만, 내가 누리지 못하는 문화에 대한 부러움을 느껴봤던적은 그리 많지 않은데 벼룩시장에서의 즐거운 작가들을 보니 부러움과 시샘이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것 같아. 그들의 작업과 작품들은 내가 흉내내기조차 어려운 것들이고, 유난히 창의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한 열등감이 있는 나로서는 그들의 작품을 볼수만 있어도 좋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버린것이지. 난 사실 그런 놀이터는 상상도 못해봤거든.
책을 꺼내 다시 그들의 모습만 찾아봤어. 다들 웃고 있어.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그 맑은 눈동자도 보이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지만, 지금 이순간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오늘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열정이 보이는 듯해.

그래서... 부럽냐고? 처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들의 즐거운 표정과 희망을 꿈꾸고 있는 눈빛을 봤을땐 부럽기도 했고 아무것도 아닌 나 자신이 초라해보여 책을 재밌게 읽는것과는 다르게 내 맘 한구석이 불편해지려고 했던건 사실이야. 그런데말야, 놀이터에 대한 기억이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었어.
놀이터에 가본 적 있지? 놀이터에는 여러가지 놀이기구가 있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놀지. 아이들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다구. 그러니까 내 말은 말야, 나도 내 놀이터에서 내 나름대로 즐거움을 느끼며 놀았던 것이고 지금도 그렇게 즐겁게 이힛~!거리며 웃고 있다는게지. 이젠 나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을 향해 슬며시 미소짓는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

놀이터 옆 작업실에서 보여준 것은 홍대 앞 예술벼룩시장의 즐거운 작가들, 중에서도 열둘의 이야기가 실려있고 하나같이 개성이 뚜렷하고 다양한 모습의 작품들이야. 디자인, 그러니까 넓게 표현하자면 예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셈이지. 그렇다고 나같은 책벌레는 이 책을 책으로만 읽고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로 끝내버린다고 생각하면 안돼.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로 했다니까. 우선 지금은 볕좋은 자리에 가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것으로 시작할래. 잠깐,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니까. 내가 좋아하는 건 책이니까 나도 나만의 책을 만들어볼까...하구. 잘 못만들면 어때? 내가 즐거운데...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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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1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고 싶어서 벼루고 있는 책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