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아침을 챙기고 출근하면 업무시간 5-10분정도 전에 도착한다. 

갑질직원은 늘 나보다 일찍 출근해서 변함없이 부시럭대며 아침을 먹는 것 같은데, 어쩐 일로 사무실 에어컨도 안켜고 앉아있다. 아, 정말. 에어컨이 안켜져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갑질이 출근안했다면 하루가 행복하겠구나, 싶었는데.

제정신이 아닌건지 에어컨도 안켜고 소리도 안내면서 앉아있다. 

자기 책상주변을 파티션보다 더 높이 문구함 등으로 쌓아놓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며 갑질은 없냐고 묻는데, 에어컨도 안켜져 있으니 다들 오늘 출근안했냐고 묻는다. 흠... 

글쎄. 내 첫 느낌은 미친년 보는 것 같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냥 사회성 없고 인성 더럽고 자기 감정만으로 타인을 잣대질하며 자기 망상에 빠져 자기가 희생하고 있으며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갑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도무지.


근무시간에 부시럭대며 간식을 먹을때, 이상한 냄새가 풍기는데 괜히 역겨운 냄새와 듣기 싫은 소리를 들으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내 자유시간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밖에 나가 놀다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에 잠시 쉬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갑질이지만 주의력결핍먀냥 일하면서 낼 수 있는 온갖 소음을 다 내는데 서랍을 여닫는 소리뿐만 아니라 필기구를 던지는 듯한 소리, 자판이나 계산기도 펀치하듯이 마구 두들겨대는데... 

그 전형적으로, 하기 싫은데 시켜서 하니 기분나빠서 한다는 듯한 온갖 짜증이 묻어나는 소음들에 스트레스가 올라온다고 했더니 신경쓰지 말라면서 나중에 손가락관절 다 나갈거라고, 걱정말라고 하는 말이 자꾸 생각나서 지금은 오히려 웃음이 난다. 

사실 인간적으로 일부러 저러는 것이 너무 스트레서여서 너무 심하게 소리내는 날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거나 이어폰 꽂고 락음악을 듣거나 그랬는데 이제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있다.


니가 무엇을 하든 나와는 상관없다, 너의 인성과는 달리 나는 나의 품성을 지키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우편물, 팩스 들어온 것에서 갑질이 지것만 쏙 빼고 가도 나는 그런 유치한 짓은 하지 말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그렇지만 누가봐도 담당이 알아서 해야 하는 일을 업무지시가 없다고 하지 않는 그런 짓도 나는 안할란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내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갑질이라고 하지 않는데, 갑질은 일부러 그러는건지 나를 제대로 지칭하지도 않고 - 그래, 이거 저거 하면서 사물취급하지 않는 걸 그나마 낫다고 해야하려나?

아무튼.

지금도 혼자 종이 파닥이고 연필 집어던지면서 발악하듯이 소리를 내고 있는데, 아침부터 나는 멜로망스의 음성을 듣느라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사실 음악볼륨을 키우고 이어폰을 꽂고 있으니 주변 소리가 잘 안들려서리.


미친X을 상대하려면 똑같이 미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나는 나 자신의 존재로 일상의 삶을 이어가면 될 것이고 미친짓은 개무시하는 것으로 이겨내보련다. 하아... 얼마나 남았을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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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25-08-05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이 많으시네요. 살다보면 정말 별의별 인간들을 다 만나게 되나봐요. 이 글 읽으며 저도 몇몇 인간들이 생각나네요. 폭염인데 가능하면 스트레스 적게 받으시길, 아무쪼록 잘 극복하시길 바랍니다.

chika 2025-08-05 16:28   좋아요 0 | URL
네. 살다보면 정말... 그래도 이 작은 인간관계에서 아주 이상한 사람은 만나지 않는 것을 행운이라 여기며 살고 있었는데 아직 세상을 덜 살았나봅니다;;;
그래도 주변에서 저를 이해해주고 짜증나서 욕할 때 같이 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됩니다요.

감은빛님도 폭염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hoban0917 2025-08-05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쓰레기는 내다 버리시고 평안을 찾으시길 바래여~

chika 2025-08-05 16:29   좋아요 0 | URL
넵. 내가 버릴 수 있는거면 버리겠지만 어쩔 수 없이.... 분리수거일이 되는 날까지 참는거라 생각해보게습니다. ㅎㅎㅎ
 

사무실 전기공사로 오후 임시 휴무가 되었다.
이렇게 생긴 시간을 그냥 보낼수없어서 샤갈전을 보러 미술관을 가려니. 오호통재라. 휴무일.
그래. 동네 도서관도 월요일 휴무라 느낌이 쎄하드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쿠폰을 쓰러 스벅에 왔다. 집동네도 관광객으로 넘치는데 사무실 동네마저 관광객 천지다.
차 한잔 받아놓고 술술 읽힐것 같은 히사시노 게이고의 신작을 들고왔는데. 집중이 되려나....

공공도서관 가입하고 바로드림서비스도 받아봐야하는데... 세상만사 쉬운게 없는거같아. 이미 회원이라고 떠서 확인해보니 네이버로 로그인을 해서 쌩뚱맞은 숫자아이디가 뜨는거라는데. 도서관도 찾아가봐야하고.

일단. 지금은 두어시간 책읽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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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8-05 1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뜻하지 않은 휴식 좋네요. 좀 더 길었으면 좋으련만 말이죠.

chika 2025-08-05 10:27   좋아요 1 | URL
그래도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보내니 좋았습니다 ㅎ

hoban0917 2025-08-0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읽고 싶던 책인데 궁금하네요

chika 2025-08-05 16:30   좋아요 0 | URL
2백여쪽까지 읽은 상태라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뭔가 새로운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이야기전개라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좋아하신다면 읽으셔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타인이 품고있는 오래된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질 때 사람은 비로소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걸지도 몰랐다. 269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305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가족의 틀 안에서만 그녀를 바라봤으면서,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 착각했다. 나는 나만 알았다. 말로는 엄마를 위해 살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그 속에진짜 엄마는 없었다. 내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수수께끼인 줄 알았다. 나의 마음을 갈라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졌으니. 타인이 품고 있는 오래된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질 때 사람은 비로소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걸지도 몰랐다. - P269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추억, 친구, 여유, 반짝반짝 빛났던 학창 시절⋯⋯⋯⋯ 가진 걸 다 잃었거나 혹은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이야. 마치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의 모양이었던 것처럼 굴어. 해가 갈수록 까먹는 거야,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나,
이십 년 전의 나를. 그럴 때 뭘 해야 하는지 아니?"
나는 고개를 도리질했다.
"미리도 꼭 너처럼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하더라."
내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모녀가 그것까지닮았나 봐요."
"그럴 땐 말이지, 고향에 가는 거야. 미리한테 어디 멀리가기 전에 어머니 집 뒤에 있는 밭에 가서 흙냄새를 좀 맡아보라고 했어.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고향에는변하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기 마련이거든. 우리가 죽어도그 자리를 영영 지킬 바다도 있고,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해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동네 친구 한두 명도 남아 있지.
외모와 이름마저 바뀐 걔를 여전히 미리라고 불러줄 사람들이 말이야. 고향은 그런 곳이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알려주는 장소인 거지. 나에게 언제든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것을 모르고 떠나면 그건 방황에 그칠 수 있지만, 알고 떠난다면 그건 진짜 여행이 되거든."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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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에게 용기를 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수오에게 이 말을 하며 나는 지난 일에 대한 진실을 말할 때야말로 최상의 용기를 내야 한다는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용기라는 단어가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의 크나큰 용기가 필요했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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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웨터를 천천히 위로 잡아당겼다. 같이 말려 올라간내의를 정리해 주었다. 엄마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마치 전속력 달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당시 엄마에게는 옷을 벗는일조차 숨이 가쁠 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처음 스웨터조차벗지 못하는 엄마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망가고싶어‘였다. 그러나 다음 날 엄마가 그것을 벗을 노력을 했다는 걸 알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지켜주고 싶다‘로,
"그거 알아? 엄마 지금 진짜 엉망이야........
내가 스웨터를 개키며 말했다.
"그런데 괜찮아 괜찮아, 정말."
나는 재촉하지 않아. 엄마는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는 걸아니까. 어쨌든 이 스웨터를 벗으려고 시도했던 거잖아. 그작은 의지를 봤으니 됐어. 아주 손쓸 수 없는 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 줬으니 그걸로 충분해. 나는 속엣말을 했다.
다음 날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출근했다. 여전히 물건을모았고 나에게 학교생활이나 수험생으로서 힘든 일은 없는지 다정하게 물었다. 그러다가도 엄마는 불시에 그날처럼 고장나 작동하지 않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의 마음은 조급해졌고, 멈춘 인형의 태엽을 감듯 엄마에게 괜찮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엄마의 상한 마음을치료하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엄마에게 마음을 써주는사람, 엄마를 가여워하며 쓰레기 집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나는 엄마와 나를 분리해 생각하지 못하게되었다. 엄마의 고통이 곧 나의 고통이었고 엄마와 나를 거의 동일 인물 수준으로 느끼게 되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건지 기억을 추적하다보면 한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고흥에 처음 내려와 내가 엄마의 머리를 묶어주던 장면이 ......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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