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차근차근 연필 드로잉 - QR코드로 60초 만에 배우는 마카쌤의 쉽고 빠른 이지 드로잉
마카쌤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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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여행을 떠나서 여행일지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채색화는 엄두를 내지 못하더라도 드로잉은 작은 노트와 연필 하나만 있어도 가능한 것이니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생각날 때마다 드로잉 연습을 하곤 했다. 물론 꾸준히 했다면 지금쯤은 어설프게라도 주위 사물을 드로잉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여전히 드로잉 초보다. 많은 드로잉 책을 보면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습만이 드로잉 실력을 높이는 길이다,라는 것을 체감한 이후 책이 아닌 연습에 매진을 하기로 했건만 역시 생초보에게는 길잡이 책이 필요한 것인가보다.

이번 드로잉 책을 펼치고 여지없이 선긋기로 시작하는 내용을 보는데 분명 그 전에도 한번쯤 봤을테지만 이번만큼은 실제로 선을 그어보며 느껴보고 있다. 직선을 긋는 연습을 할 때 손목을 움직이는 것과 팔목을 움직이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큰 것인지.


선을 몇번 그어보다가 기본 사물은 내 주위의 것으로 시작을 할까 하다가 책이 있으니 기본 형태를 잡는 것과 명암을 넣는 것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 그러니까 책 제목처럼 일상 속 차근차근 연필 드로잉,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적당한 노트와 적당한 연필을 집어들고 따라그리기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그린다는 생각없이 형태를 보면서 내가 그린 그림이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알 수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세밀하게 잘 표현할 수 있는 연습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적으로 먹는 과일부터 시작해 사물, 동물, 사람의 신체 부분과 전신의 모습까지 구분하여 그림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과정 단계를 그냥 뛰어넘기는 것이 아니라 큐알코드를 확인해 직접 마카쌤이 그리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따라하기가 쉬워진다. 어설픈 실력으로 따라그리기를 하면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그린 형체가 무엇인지 알수는 있어보여 계속 노력해봐야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카쌤의 드로잉 팁을 통해 명암을 표현하거나 사물의 형태를 어긋나지 않게 하는 방법 등 그림을 좀 더 정교하게 따라그릴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을 배울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된다. 

이제야 사물그리기를 하면서 눈길은 자꾸만 마지막장에 있는 채색응용으로만 가고 있다. 아직 채색을 할 수 있는 실력이 되지는 않지만 가끔 드로잉에 색을 넣어보면 드로잉에 조금 더 재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 드로잉 실력을 모두에게 선뜻 보여줄 수 있는 날이 올까 싶지만 일단 오늘의 드로잉 연습은 했으니 그 날이 하루정도는 앞당겨졌으리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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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귀신이다.
귀신인 내가 귀신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주 적절한 일 아닐까?
나는 죽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 한다. 여기서는 그저 혼자 중얼거릴 수 있을 뿐이다. 나의 ‘존재‘ 방식은 빛도 아니고 소리도아니다. 그림자다. 물리 현상이 아니라서 과학으로 실증할 수 없다. 나의 ‘존재‘는 계량화가 불가능하고 측량도 할 수 없다. 계산할 수 있는 단위도 없다.
기억은 나의 존재이자 순환의 매개다. 나의 기억과 타인들의기억을 통해 나는 존재한다. 이곳에 존재하고 현장에 존재하고여기에 존재하고 저기에 존재한다. 나는 기억에 의지하고 기억에 기생한다. 기억이 있는 곳, 말할 이야기가 있는 곳이 바로 내가있는 현장이자 구전의 역사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의 목구멍과구강과 혀끝에 존재한다. 손으로 이야기를 쓸 때는 펜 끝에 존재하여 빠른 속도로 종이 위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종이를 태우거나 찢어 버리기 전에 나는 종이 위에 정착한다. 하지만 종이가 훼손된다 해도 사람들에겐 암기력이 있으므로 종이는 머릿속에 완전한 복사본으로 저장된다. 그리하여 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정착하게 된다. 비밀로 가득 찬 기억이 나의 따스한 침대가 되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고 익명으로 감춰진 더럽고 사악하고 부패한,
일생에 매장된 그 비밀들이 나의 부드러운 매개체가 된다.
나무와 물, 흙과 풀도 있다. 내가 자주 기어 올라갔던 그 반얀나무는 나를 기억한다. 내가 수없이 절을 했던 그 추풍나무도 나를 기억하고, 내가 베어 버린 대나무들도 나를 기억한다. 내가 숨었던 그 밭도 나를 기억한다. 이 작은 시골은 나를 기억하고 있다.
나의 삶과 죽음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나는 바로 이곳에서 귀신이 되었다.
하지만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식탁 위 솥에 담긴 죽을 일가족 아홉 식구가 다 먹고 나면, 먼저 아찬에게 방금 먹은 죽이 물었는지 진했는지 묻고, 이어서 내게 물었다. 이어서 다섯 딸에게 묻고 다시 두 아들에게 물었다. 제각기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고 대답도 둘 중 하나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사이에 수많은 ‘중간‘이 있었다. 한 가닥 줄로 이 ‘중간‘을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진함과 묶음 사이는 한 가닥 줄이다. 어떤 외부의 힘도 이 줄을 곧게 펼 수 없다. 줄은 왜곡되어 선회하면서 수많은 굴곡과 모퉁이를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매듭을 형성한다. 모든 굴곡에는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그 그림자가 보호처를 제공하므로 사람들은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죽이 묽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마음속으로는 진했다고 할 수 있고, 진했다고 말한 사람은 더진하기를 갈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이‘가 있기에, 나는 수시로 그 사이의 매개체를 찾을 수 있었다. 비밀이 가득 쌓여 있는 곳이 가장 좋은 매개체가 된다. 그곳은 따스하고 축축하다. 때문에 나는 계속 ‘존재‘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저 타이완 중부 시골에서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농가의 아들로, 밭에 나가 수확을 하고 차를 몰고 화물을 실어 나르는 일을 했을 뿐인데 무슨 화려한 거짓말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죽음은 일종의 기묘한 전환이라 귀신이 된 뒤로 모든 언어의 한계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전에 할 수 없었던 말들을이제는 얼마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귀화(鬼話), 귀신의 말이다. 7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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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브랜드북 - Scoop of Happiness
배스킨라빈스 지음 / 워크컴퍼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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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 브랜드북,이라는 제목이 직관적으로 이 책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한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민트초코를 좋아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또 찾게 된다. 물론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이유로도 종종 찾는 아이스크림이기도 해서 얼마나 많은 맛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배스킨라빈스 '31'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31가지 맛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31의 의미는 날마다 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시기별로 게절별로 조금씩 종류가 달라지는 모든 맛은 이미 31가지가 넘는다. 


브랜드북이니 당연히 배스킨 라빈스 혹은 라빈스 배스킨 등 이름을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기업의 역사 같은 이야기도 나오지만 사실 그에 대한 관심보다는 눈길을 잡아끄는 다양한 색감의 아이스크림요리 사진에 더 관심이 간다. 배스킨 라빈스 브랜드북이지만, 이 책은 단순히 배스킨 라빈스라는 아이스크림의 기업정신이라거나 브랜드에 대한 홍보라기보다는 아이스크림 자체에 집중을 하게 한다. 

아이스크림 레시피가 실려있어서 내가 맛보지 못했던 아이스크림맛에 대한 설명이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이건 정말 하나의 훌륭한 디저트 메뉴가 담겨있다. 아이스크림을 커피에 넣어 먹는 아포가토나 와플에 얹어 먹는 것 정도밖에 생각해보지 못한 내게는 책을 펼치는 순간 배스킨라빈스 브랜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그냥 '디저트' 레시피의 신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한국적인 디저트를 만들어보기 위해 '쌀떡참기름카라멜아이스크림'레시피를 개발했다고 하는데 기본재료가 '쌀떡궁합'이다. 쌀떡궁합 맛이 있다는 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참기름과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안된다.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자체가 화려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책을 보면 오히려 아이스크림이 담백해보이는데 갖가지 과일과 화사한 꽃과도 어울리는 플레이팅 사진을 보면 정말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모든 사람이 우리의 모든 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플레이버는 누군가의 가장 좋아하는 맛이 될 수 있다"(어바인 라민스)


요리연구가들의 레시피는 정말 그 맛을 짐작할 수 없게 하는데 그래도 빵과 아이스크림, 떡과 아이스크림은 맛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되지만 파스타에 아이스크림은 아무리 파스타에 곁들이는 파르메산 치즈와 풍미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정말 예측불허다. 그래도 하나씩 다 맛보고 싶어지는 아이스크림 요리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리해본다면, 맛을 궁금해하며 사진을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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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 - 벨 훅스의 지적 여정을 소개하는 일곱 편의 독서 기록
김동진 외 지음, 페페연구소 기획 / 동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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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훅스 같이 읽기'는 벨 훅스의 책에 대해 각각의 저자가 서평처럼 책에 대한 글을 서문처럼 정리해놓고 이어 그 주제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과 체험을 통한 사유의 변화과정에 대해, 성과 계급, 연대 등 7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애초에 벨 훅스를 처음 접했을 때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문제와 별반 차이가 없을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이중삼중의 차별과 억압에 대한 이야기가 나의 사유를 확장시켰던 것처럼 이들의 이야기 역시 사회에 대한 폭넓은 사유의 장을 열어주었다. 


내가 갖고 있는 일종의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왠지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뭔가를 구분짓는 것 같아서 그 말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차별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차이에 대해서는 인정할 것을 인정해야하는 것인데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때만해도 페미니즘은 운동권 학생들이나 언급하는 문제로 인식되는 것이었기에 일차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언급하기 이전에 페미니즘에 대한 개념정의부터 차분히 이야기해야 했다. 더구나 진보적인 사상을 갖고 평등을 언급하더라도 남녀의 성구분이 아닌 성차별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 사실 이렇게 글로 쓰고 있다보니 그동안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대한 개념정의를 모두가 올바르게 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긴 하지만 - 성평등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벨 훅스 같이 읽기,를 처음 접했을때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좀 망설여지기도 했고 내가 읽은 벨 훅스의 책이 많지도 않아서 과연 '벨 훅스 같이 읽기'에 공감과 이해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 책은 '같이 읽기'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각각의 책을 읽은 각각의 저자들이 책의 내용과 연결되는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겹쳐 에세이처럼 쓰고 있어서 의외로 쉽게 읽히고 더 많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선생님의 비건에 대한 자신의 신념과 그걸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는 장재영님의 이야기는 굳이 페미니스트를 언급하지 않아도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보게 하고 있다. 

수십년을 독일에서 살았으면서도 독일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국어를 쓰면서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사는 것을 이해못한다고 했을 때, 독일에 공부를 하러 간 유학생으로서의 입장과 생계를 위한 이주민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저자뿐 아니라 나 역시 편견에 빠져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벨 훅스 같이 읽기를 읽고나니 왠지 벨 훅스의 책을 직접 읽어보고 싶기도 하고 나 자신의 체험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어지기도한다. 굳이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달지 않고서라도 모든 부분에서 차별이 없는 세상을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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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할아버지의 시계 칼림바 악보를 보게 되어 요즘 연습중.
책 읽어야겠는데 책에는 손이 안가고 칼림바 연습중이다. 이도저도아닌것같은.
머리가 아픈건 무엇때문이려나.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지브리 악보집이라도 살까싶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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