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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ls’ Rights 동물의 권리
헨리 스티븐스 솔트 지음, 임경민 옮김 / 지에이소프트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여, 인간적이기를! 그것이 당신들에게 주어진 제일의 의무이니, 자비심 말고 당신을 위해 필요한 덕성이 그 무엇이겠는가?"(162, 장 자크 루소의 에밀 인용)
동물의 권리,라고 했을 때 그리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라 생각해서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동물보호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라 생각을 했고 아직도 미비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요즘은 동물들에 대해서도 권익보호를 위한 활동이 많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러 측면에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글을 읽고 나의 생각도 다시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별생각없이 무심코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크게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생각으로 읽다가 조금은 지루한 듯한 느낌에 도대체 이 책은 언제 씌여진 책일까,하고 다시 뒤적여봤는데 저자 서문이 무려 1892년 9월이다. 무려 125년전이라니. 그 시간의 간극을 느끼고 나니 이 책은 결코 지루한 책이 아니라 놀랄만큼 위대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노예제 폐지가 공식화되었지만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했던 그 시대에 벌써 동물의 권리에 대한 글을 썼다니! 이 책을 그냥 허투루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동물의 권리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예전에 성서공부를 할 때 하느님이 아담에게 동물의 이름을 지어주라고 한 부분에서 이름을 지어 부른다는 것은 인간이 동물의 주인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그 피조물에 대한 책임감을 담고 있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다. 동물들의 권리에 대한 일반적인 원리를 읽다보면 동물이 감정도 생각도 없는 사물취급을 하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몇년 전 독일의 환경보호단체에서 도살의 처지에 놓인 젖소를 구입해 방목하는 동영상을 본적이 있는데 태어나서 줄곳 우리안에 갇혀 우유생산기계처럼 살았던 젖소들이 난생 처음 목초지에 방목되어 나오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처음엔 낯선 환경에 살금거리며 나오다가 곧 강아지처럼 좋아서 깡총거리며 목초지를 뛰어다니고 들꽃을 발견한 소는 가만히 멈춰서서 꽃향기를 맡기도 하고...
이런 동물을 하나의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생각이 아닌것이겠지.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만이 아니라 가축, 야생동물, 식용을 위한 도축 행위에서의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행위들, 스포츠라는 명목으로 또는 가죽을 얻기 위해, 심지어 한때는 여성모자의 장식 깃털을 얻기 위해 수만마리의 새를 도살하기도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동물 실험에 대한 논란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벌써 백년도 훨씬 더 이전에 이미 생체실험으로 사용되는 동물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사실 그보다 더 놀라야 하는 것은 21세기인 지금 현재, 여전히 동물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기를 얻기 위한 공장식 사육과 도축, 특히 최근 대량 생산을 위한 살충제 달걀 문제까지 떠올려보면 '동물의 권리'라는 것은 단지 동물에 대한 인도적인 자비일뿐만 아니라 그것이 곧 인간을 위한 공존의 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하늘 높이 솟구쳤다 수직으로 내려앉는/ 저 미물에게도, 나무숲이 있어/ 따가운 햇볕과 매서운 바람을 피하고/ 저 어여쁜 피조물에게, 하늘은/ 고요하고 순결한 생명을 사랑으로 주셨네" (75, 윌리엄 워즈워스 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