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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 질병과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열망과 과학
정진호 지음 / 푸른숲 / 2017년 7월
평점 :
나는 약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잘 안먹는데다가 왠만한 감기 정도는 일주일을 골골거리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으려니 하며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간혹 약을 먹으면 효과가 금방 나타날때도 있어서 약이 좋긴 좋은가보다,라는 생각도 하긴 하지만. 그런데 약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자주 다니게 되면서부터이다. 사고로 오랫동안 병원에 계셨던 어머니는 몇년동안 온갖 약을 드셨었는데, 그 약들이 신장기능을 악화시키기도 했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나이가 들면서 장기기능이 약해지고 나빠진다고는 하지만 어머니는 특히 콩팥이 안좋아지고 있어서 의사선생님이 주의를 해야한다고 했는데 꼭 필요한 약 외에는 안드시는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때쯤 귀에 딱지가 앉아 이비인후과를 갔었는데 심장전문의의 소견을 전하며 약처방을 꼭 받아야하냐는 우리 말을 무시하더니 항생제 약처방에 주사까지 맞아야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그대로 했는데 그날 한밤중에 약 부작용으로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수많은 검사를 하고 누워계시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왔다.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냈지만, 어머니는 혈전이 혈액의 순환을 막아 몇번 쓰러지셨었고 다행히 위급한 상황은 넘겼는데 그 후 전문의를 만나 약처방을 잘 받은 후 지금까지 몇년동안 큰 문제없이 평균수치를 유지하며 잘 지내고 계신다. 지금 드시는 약이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큰일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무서워지곤한다.
그만큼 약은 필요하지만 또 한편으로 잘못쓰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라는 경험치를 갖게 되니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런 내게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라는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공감하게 만들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을 쓴 저자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는데 '독성학'을 전공한 전문가이고, 막연히 외국인 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우리나라 저자라는 것에 더 반가웠다. 책의 내용이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다가올 것 같은 예감에 책을 읽기 전부터 좋았는데 역시 여러가지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많았다. 특히 디톡스에 대해서는 몸의 독성을 빼주는 것이고 과일이나 야채같은 자연식품을 이용해 만든 천연음료이기 때문에 당연히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에게나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내용을 읽으며, 새삼 우리에게는 좋기만한 시금치나 상추가 어머니에게는 좋지 않다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천연재료의 음식도 그러한데 인위적인 화학작용으로 만들어낸 약은 더 조심스럽게 먹어야하는 것이다.
약의 기원이나 발견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 코카인 같은 중독성이 있는 마약성분이 들어가거나 어떤 성분의 내용물이 들어갔는지 모르지만 만병통치약으로 판매되던 약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데 특허기간이 지나며 복제약이 만들어지고 대형 제약회사가 자회사의 약을 판매하기 위해 타사의 약 효능에 대해 부정하거나 명확히 증명되지 않은 부작용에 대한 로비성 홍보를 하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조금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