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떠날 용기 - 29개국 67개 도시 340일간의 세계여행
이준호 지음 / 알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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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 둘이서 배낭여행을 간다고 했다. 구체적인 일정이 잡힌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보고 싶었던 이탈리아의 소도시와 프랑스를 간다는 이야기에 내 마음도 솔깃하여 함께 가자고 청했었다. 그런데 계획한 여행일자가 가까워오는데도 도무지 계획을 세울 생각도 없고 심지어 항공권 예매조차 할수가 없었다. 여행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중에 쉽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가 그렇게 또 쉽게 여행을 포기했던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무작정 떠날 용기'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저자가 이야기하는 '무작정'이라는 것은 그런 대책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여행이라는 것은 내가 계획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준비가 좀 덜 되었다 하더라도, 내가 여행을 떠나도 될까 라는 의구심이 들어도 일단은 한 걸음을 내딛어봐야 하는 것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무심코 책을 펼쳐들었는데 29개의 나라, 67개의 도시, 340일간의 세계여행에 대해 시시콜콜이 드러내지 않아도 한 걸음 한 걸음 떠난 여행이 그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장면에 마음이 움직이는지, 어떤 공간, 냄새, 소리에 설레이는지 직접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확인할 때야 비로소 내가 찾고 있던 아름다움과 좋음의 실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나를 성장시킨다. 내가 누구인지, 어떠한 사람인지 더욱 깊게 이해하는 과정이다."(197)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여행'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기에 오히려 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결하게 자신이 겪은 체험과 느낌, 깨달음을 적어내려가고 있는데 군더더기 없는 글들이 오히려 더 많은 생각과 느낌을 담고 있다고 느껴진다.

저자의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의 시선에서 사람에 대한, 사물에 대한, 스쳐가는 수많은 풍경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면 그리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없었을 것이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왠지 모를 호기심을 발견하게 되고 그 너머에 있는 신나는 웃음에까지 도달하게 된다. 여행이란 그런것이겠지.

나도 조금은 무작정 떠날 용기를 얻어볼까, 하고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했지만 차마 그 용기 한조각을 얻지는 못하고 그저 그가 흘려놓은 사진들만 바라보다 세계일주를 끝내버렸다. 하지만 뭐, 언젠가는 그 사진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까지 끝내버린 것은 아니다.

 

"커다란 흰색캔버스가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싶은 대상은 명확하다. 어떻게 그려야겠다는 아이디어도 물론 차고 넘친다. 하지만 붓을 손에 들고 한참을 서서 어떻게 그려나갈지 고민만 하다간 결국 그림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다행히 붓에 물감이라도 묻혔다면 상황은 한결 나아질지 모른다. 물감이 채 굳어버리기 전에 캔버스에 점 하나라도 찍어야 할 테니까. 그렇게 그림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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