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

 

친구와 부딪쳐서 그대로 나자빠진 나츠.

 

선생님 : 괜찮아? 안 아파?

 

나츠 : ... 뭐가요? 하늘이 예뻐서 보는 것 뿐인데....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떨리는 목소리였습니다.

 

 

 

 

[친구생각]

 

선생님 : 도넛이 두 개 있습니다. 한 개는 나츠가 먹었습니다. 몇개가 남았을까요?

나츠 : 0개

선생님 : 아깝다! 한 개야!

나츠 : 왜요! ** 한테도 도넛 주고 싶은데!

 

...... 원래는 잘못 계산했다고 알려줘야 하는데.... 그러나 이번에는 애정이 듬뿍 담긴 계산법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츠는 친구를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아이예요. 정답입니다!

 

 

======== 아이들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는 그저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감탄 뒤에 이어지는 스스로에 대한 반성. 이 책을 들여다보게 된 것은 [남자 아이가 종이 상자를 잘라서 검을 만들더니 "선생님, 이것봐요!"하면서 내게 자랑했다. "우와, 멋지다! 누굴 무찌를거야?" "누굴 무찌르는게 아니에요! 누굴 지킬 거냐고 해야죠!" 왠지 부끄러워졌다. 그 마음을 소중히 지켜갔으면] 이라는 짧은 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가볍지만 울림이 있는 글이 많다. 이 모든 이야기가 6살짜리 꼬맹이들이 한 이야기라니. 놀라울뿐이다.

 

 

 

 

 

 

 

 

 

 

책 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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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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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여름방학 숙제로 자화상 그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거울도 잘 안보는 내가 자화상을 꼼꼼히 그렸을리는 없고, 개학 한 후 숙제 검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한명씩 그림을 갖고 나와 감상과 평의 시간을 가졌을 때 대부분 다 고만고만한 그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고만고만한 그림들 중에서 유독 한 친구의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시더니 우리를 향해 '정말 잘 그린 그림이다'라고 칭찬을 하셨었다. 우리가 모두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지 선생님은 그림을 다시 보고 친구의 얼굴을 보라고 하면서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자화상에 딱 맞게 자기 자신의 얼굴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라고 설명하셨다고 기억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화상이란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사진같은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명화가 내게 묻다]를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그림은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게 그림은 그런것이다.

 

[명화가 내게 묻다]에는 수많은 그림이 실려있다.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데 그 그림을 보는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는 물음이 달려있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이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답일뿐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흥미롭다. 솔직히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저자의 이야기가 그저 그랬다.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느낌으로 바라 본 그림 해설인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그녀의 글은 나를 대신해 쓴 것이기도 하고, 내 친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림의 겉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표정과 마음을 같이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 대한 물음, 일, 관계, 마음에 대한 물음으로 크게 네 파트로 구분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의 그림을 선택하여 그 그림을 통해 하나의 물음을 던져놓는다. 내가 예상치 못한 물음을 던질때는 그림을 다시 한번 더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한다. 그림을 보며 빈칸을 채워보라고 하기도 하는데 대답이 일치할때는 역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렁크를 열어 웨딩드레스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그림을 보면서 저자는 저자의 위치에 맞는 상상을 펼쳐보이고 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의 상상을 펼쳐보이면서 사람마다 삶의 모습이 다르듯 그림을 보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은 내가 흔히 봐왔던 그림들은 아니다. 몇몇의 그림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처음 본 그림이 많다. 평소같으면 내 취향이 아니라며 그냥 지나쳤을 그림들인데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왠지 다시 한번 더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그녀가 언급하지 않은 저 구석의 자그마한 꼬마 모습이나 풍경의 쓸쓸함도 바라보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공감 너머 또 다른 나의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아, 그래서 '명화가 내게 묻다'라는 책의 제목이 더 와닿게 되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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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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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소설을 읽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는 책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만화의 소재로도 등장했으며 미래, 과거로의 시간여행뿐만 아니라 행성을 오가는 시공간의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런데 은 그런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첫느낌부터 낯설었다. 어느 날 갑자기 과거로 빨려들어간 곳에서 내가 자유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니, 좀 더 솔직히 내 느낌을 이야기해보자. 언제나 백인의 관점에서 과거로 간다면 미래를 점지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거나 미래로 간다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온갖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되는 것, 이런것이 타임슬립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킨은 한세기 이전의 과거로 타임슬립을 했는데 그 시대에는 노예제도가 있었고 그곳으로 타임슬립하게 된 사람이 백인이 아닌 흑인이라면...

이야기의 시작부터 허를 찔리는 느낌이었지만 그 전개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노예제도의 인권유린과 차별은 그 어떤 논픽션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마지막 여행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킨은 갑자기 과거로 불려가는 다나의 타임슬립 이야기이다. 첫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 흔한 영웅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누군가는 이 첫 문장에서부터 강렬함을 느끼고 멋진 시작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는데, 나는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은 후 첫문장이 이렇게 시작되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만큼 영웅에 대해 떠올렸던 이미지는 사라져버렸다. 과거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아야 현재의 내가 있게 된다는 것에 집중을 하다가 다나가 타임슬립해 간 과거의 시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노예 학대와 다나가 흑인이라는 것에 허를 찔린 느낌이 한동안 나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어쩌면 나 역시 은연중에 흑백의 차별이라는 것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저 한마디 말로 인종차별과 노예제도, 성차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이 담고있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차별이 비인간적이고 세상에서 사라져야 할 악행이라는 것은 타임슬립을 한 다나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현시대에 백인과 흑인의 결혼은 그리 이상할 것이 없지만 노예제도가 있던 시대에 가면 상상도 못 할 일이 된다. 과거로 타임슬립해 간 흑인인 다나는 백인인 케빈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것은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일이 되어버린다. 자유노예가 되었다 하더라도 백인들이 붙잡아 자유증서를 찢어버리면 그는 바로 노예가 되어버리고 노예무역상에게 팔려가기도 한다. 아무런 잘못이 없지만 아이들이 친부모에게서 떨어져 팔려가버리고 주인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어쩔수 없다. 저항을 하다가 목숨을 잃어도 바뀌는 것은 전혀 없다. 이중삼중으로 고통당하는 여성흑인노예의 삶은 처절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이지만 당시에는 - 어쩌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 현실이라는 것을, 자유롭게 살아가던 현대의 다나가 타임슬립해 간 곳이 철저한 계급사회이고 흑인 노예가 사람으로 취급되지도 않던 시대라는 것이 더욱 대조적으로 강렬함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흑백 인종차별로 인한 사건이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흑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는 잠재하고 있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 물론 흑인뿐만 아니라 동양인에 대한 차별도 심하겠지만 백인 경찰이 유색 인종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으며 저항하지도 않는 이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있으며, 지금은 그에 대한 반격으로 백인 경찰들이 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생겨나기도 했다.

왜 이런 인종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어쩌다 보니 케빈이 모은 2차 세계대전 관련 책 한 권에 빠져들기도 했다. 정치범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회고를 발췌하여 묶은 책이었다. 구타, 굶주림, 오물, 질병, 고문, 그밖에 가능한 모든 인간성 훼손의 예가 들어 있었다. 마치 미국인이 이백 년 가까이 하려고 했던 일을 독일인은 몇 년 만에 이루려고 했던 것 같았다.

책 때문에 우울해지고 겁먹은 나는 케빈의 수면제를 가방에 넣었다. 나치 못지않게 전쟁 전 남부의 백인도 고문에 대해서 꽤 잘 알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싶지 않을 만큼은."(221)

 

뭔가 해결은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모든 인간성 훼손의 시대가 있었고 어쩌면 지금도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는 그러한 일들에 대해 이성과 지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두 번 다시 그 시대가 도래하지 않기를, 우리의 후손들은 그러한 시대를 살아가지 않기를 바라며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옥타비아 버틀러의 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지만, 그 이전에 SF 소설로서도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있는 대단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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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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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장의 '품격'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글쓰기는 다른 삶을 만든다'라는 광고문구도 그냥 그랬다. 그런데 문득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에서 마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사실 나는 날마다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꽤 오랫동안 '일기장'이라는 걸 갖고 글을 써 왔다. 아니, '글'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지만 어쨌거나 일기를 써 왔다는 말이다. 더구나 올해는 같은 노트가 두 권이나 생겨 이걸 어쩌나.. 하다가 아침 저녁으로 기록을 좀 제대로 해 볼까 싶어 가장 꺼내기 좋은 곳에 다이어리를 꽂아뒀다. 요즘 저녁에는 한달정도 꺼내보지 않았고 그나마 아침에는 늦잠을 자거나 맘 편히 일어나고 싶은 주말 같은 때를 빼면 조금은 빼곡하다.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뭐 별다를 기록이 있겠냐 싶어 한동안 글은 서너줄인데 그림만 한가득 그려넣을때도 있다. 날마다 일러스트 연습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그러니 내가 어찌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이라는 말에서 마음을 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조선의 문장가 일곱명의 글을 편집한 책이다. 저자는 그들을 요즘으로 따지자면 파워블로거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했는데 파워블로거라기보다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 7인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닐까?

허균,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구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이용휴와 이옥의 글을 처음 읽어봤다. 특히 이옥의 글은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하기도 하고 짧은 에세이를 읽는 듯 하기도 해서 꽤 흥미로웠다.

첫 시작은 허균의 글이었는데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전을 떠올리듯이 어떤 혁명적인 시각을 느낄 수도 있어서 그 역시 꽤 좋았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이들의 글이 별로였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글이 그저 일상적인 서간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꽤나 흥미로운 글들을 적었다는 뜻이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제문도 그렇고, 박제가의 농담이 담겨있는 듯 하지만 애정이 넘쳐나는 장인에 대한 제문도 참 좋았다.

각 본문의 끝에는 저자인 안대회의 해설이 담겨있어서 본문의 문장과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해설을 읽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문장에 대한 이해가 짧은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장의 품격'이라는 제목이 여전히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일상의 소소한 것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관점이 담겨있을 것이고, 자신의 사상과 주장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글로 적어내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다.

나도 이제는 다른 삶을 꿈꿔보며 글쓰기로 세상을 바꿔보는 시도를 해 볼까... 최소한 세상이 안바뀐다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바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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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차일드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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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게 왜 그토록 SF에 집착하느냐고 묻는다. 난 집착하지 않았다. 그저 상상력이 나를 이끄는 곳으로 달려왔을 뿐.

SF 속에서, 당신 또한 상상 가능한 곳으로 얼마든지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이 글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상상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SF는 현실의 모습에 독특한 상상을 더하여 미래를 보여주는 것임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상상의 모습이 어떠한지 전혀 예측이 안되는 이야기에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들은 그 예측되지 않는 흥미진진함과는 뭔가 조금 다른 독특함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책에는 일곱편의 소설과 두편의 에세이가 실려있는데 옥타비아 버틀러는 단편의 이야기를 늘이고 싶지는 않지만 각각의 단편에 대해 뭔가 말하고 싶어 단편마다 짧은 후기를 덧붙였다고 말하고 있다. 후기라면 독자들의 재미를 망칠 염려 없이 소설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기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부의 이야기에는 굳이 후기를 읽지 않아도 그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후기를 읽다보면 작품을 읽으며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와 다시 그 작품을 되새기며 읽어보게 된다.

그러니까 옥타비아 버틀러의 단편들은 아무런 정보 없이, 선입견도 없이 무심히 한번 읽어보고난 후 저자 후기를 읽어보고 다시 되돌아가 그 단편을 다시 읽어보면 새로운 단편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표제작인 블러드 차일드를 예로 들자면, 블러드 차일드의 이야기 역시 숙주에 기생하며 생명을 탄생시키는 비정함에 대해서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그 끔찍함을 떠올리며 비정한 세계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의 후기를 읽으며 노예 이야기라거나 남성 임신이라거나 다른 두 존재간의 사랑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읽힐수도 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물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저자가 블러드 차일드에서 시도한 또 한가지가 집세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집세라고 하니 뭔가 좀 이상하지만 그 의미가 숙주에게 모종의 숙박료를 내야할 것 같다는 것이지만 원래 우리 것이 아닌 행성의 주인들이 인류가 가진 무엇을 거주 가능한 공간과 맞바꾸자고 할지모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불해야하는 것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는 것일수도 있다는 것에 블러드 차일드는 조금 더 무한상상을 하게 하기도 한다.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들을 좀 더 깊이있게 들어가 볼수도 있지만 굳이 성차별, 인종차별에 대한 언급이 없어도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분위기와 놀라움을 담아내고 있는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미 작품의 후기에 작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고 있으니 이 놀라운 작품들을 읽었을뿐인 보잘 것 없는 독자는 그저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을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할뿐 별로 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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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6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