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가 내게 묻다 - 당신의 삶에 명화가 건네는 23가지 물음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여름방학 숙제로 자화상 그리기를 한 적이 있었다. 거울도 잘 안보는 내가 자화상을 꼼꼼히 그렸을리는 없고, 개학 한 후 숙제 검사를 하면서 선생님이 한명씩 그림을 갖고 나와 감상과 평의 시간을 가졌을 때 대부분 다 고만고만한 그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내 눈에는 고만고만한 그림들 중에서 유독 한 친구의 그림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시더니 우리를 향해 '정말 잘 그린 그림이다'라고 칭찬을 하셨었다. 우리가 모두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던지 선생님은 그림을 다시 보고 친구의 얼굴을 보라고 하면서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는 자화상에 딱 맞게 자기 자신의 얼굴을 솔직하게 표현했다'라고 설명하셨다고 기억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자화상이란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사진같은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명화가 내게 묻다]를 읽으며 나는 다시 한번 그림은 사진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게 그림은 그런것이다.

 

[명화가 내게 묻다]에는 수많은 그림이 실려있다.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데 그 그림을 보는 시각을 달리 할 수 있는 물음이 달려있다. 그에 대한 저자의 답이 있지만 그것은 하나의 답일뿐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흥미롭다. 솔직히 처음 글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저자의 이야기가 그저 그랬다. 자신의 이야기와 자신의 느낌으로 바라 본 그림 해설인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그런데 글을 읽다보니 그녀의 글은 나를 대신해 쓴 것이기도 하고, 내 친구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림의 겉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표정과 마음을 같이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나에 대한 물음, 일, 관계, 마음에 대한 물음으로 크게 네 파트로 구분하여 글을 전개하고 있다. 하나의 그림을 선택하여 그 그림을 통해 하나의 물음을 던져놓는다. 내가 예상치 못한 물음을 던질때는 그림을 다시 한번 더 유심히 보게 되기도 한다. 그림을 보며 빈칸을 채워보라고 하기도 하는데 대답이 일치할때는 역시 사람들의 마음은 다 비슷한가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렁크를 열어 웨딩드레스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그림을 보면서 저자는 저자의 위치에 맞는 상상을 펼쳐보이고 나는 또 다른 나 자신의 상상을 펼쳐보이면서 사람마다 삶의 모습이 다르듯 그림을 보는 것도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이 책에 실려있는 그림은 내가 흔히 봐왔던 그림들은 아니다. 몇몇의 그림은 익숙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처음 본 그림이 많다. 평소같으면 내 취향이 아니라며 그냥 지나쳤을 그림들인데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왠지 다시 한번 더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그녀가 언급하지 않은 저 구석의 자그마한 꼬마 모습이나 풍경의 쓸쓸함도 바라보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공감 너머 또 다른 나의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아, 그래서 '명화가 내게 묻다'라는 책의 제목이 더 와닿게 되는 것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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