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품격 -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
안대회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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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장의 '품격'이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글쓰기는 다른 삶을 만든다'라는 광고문구도 그냥 그랬다. 그런데 문득 '조선의 문장가에게 배우는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에서 마음이 떠나지를 않는다.

사실 나는 날마다 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꽤 오랫동안 '일기장'이라는 걸 갖고 글을 써 왔다. 아니, '글'이라고 하기에도 좀 민망하지만 어쨌거나 일기를 써 왔다는 말이다. 더구나 올해는 같은 노트가 두 권이나 생겨 이걸 어쩌나.. 하다가 아침 저녁으로 기록을 좀 제대로 해 볼까 싶어 가장 꺼내기 좋은 곳에 다이어리를 꽂아뒀다. 요즘 저녁에는 한달정도 꺼내보지 않았고 그나마 아침에는 늦잠을 자거나 맘 편히 일어나고 싶은 주말 같은 때를 빼면 조금은 빼곡하다. 날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뭐 별다를 기록이 있겠냐 싶어 한동안 글은 서너줄인데 그림만 한가득 그려넣을때도 있다. 날마다 일러스트 연습이라도 해볼까, 싶어서.

그러니 내가 어찌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쓰는 법'이라는 말에서 마음을 뺄 수 있겠는가.

 

이 책은 조선의 문장가 일곱명의 글을 편집한 책이다. 저자는 그들을 요즘으로 따지자면 파워블로거라고 지칭할 수 있다고 했는데 파워블로거라기보다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젊은 작가 7인이라고 할만한 것이 아닐까?

허균,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에 의한 구분이기는 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이용휴와 이옥의 글을 처음 읽어봤다. 특히 이옥의 글은 하나의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하기도 하고 짧은 에세이를 읽는 듯 하기도 해서 꽤 흥미로웠다.

첫 시작은 허균의 글이었는데 익히 알고 있는 홍길동전을 떠올리듯이 어떤 혁명적인 시각을 느낄 수도 있어서 그 역시 꽤 좋았다. 언급하지 않은 다른 이들의 글이 별로였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글이 그저 일상적인 서간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깨고 꽤나 흥미로운 글들을 적었다는 뜻이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제문도 그렇고, 박제가의 농담이 담겨있는 듯 하지만 애정이 넘쳐나는 장인에 대한 제문도 참 좋았다.

각 본문의 끝에는 저자인 안대회의 해설이 담겨있어서 본문의 문장과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해설을 읽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지만 문장에 대한 이해가 짧은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장의 품격'이라는 제목이 여전히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치밀하고 섬세하게 일상을 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일상의 소소한 것을 기록한다고 하더라도 그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과 관점이 담겨있을 것이고, 자신의 사상과 주장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글로 적어내기는 쉽지가 않은 것이다.

나도 이제는 다른 삶을 꿈꿔보며 글쓰기로 세상을 바꿔보는 시도를 해 볼까... 최소한 세상이 안바뀐다해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바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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