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지음, 이순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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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각 지역은 전쟁중이다. 아니 요즘이 아니라 언제나 전쟁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 모든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종교 갈등과 민족주의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파고들어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학창시절 세계대전의 시작이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한 세르비아 청년에 의해 암살된 것이 발단이 되어 본격적인 전쟁으로 퍼져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그게 무슨 말이람, 이란 생각을 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와는 동떨어져 있는 그들의 정치적인 목적과 종교, 민족 분쟁 같은 수많은 이야기가 얽혀있는 역사를 우리가 세세히 살피며 공부를 할 이유가 없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나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세계사를 공부한 것이겠구나 싶다.

 

이 책 발칸의 역사는 "문명의 교차로이자 유럽의 화약고, 발칸의 명암을 그린 균형 잡힌 조감도"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한번 쓰윽 읽어본 나로서는 아직도 뭔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만 계속 살피고 있는 느낌이다. 이건 분명 나의 지식과 이해력의 부족탓이겠지만 아무런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처음 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라는 의문을 가졌는데 그 모든 것이 발칸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그곳의 지리적 환경에서 시작되는 생존의 방식에서 부터 조금씩 집단이 형성되고 그들에게 있어서 민족주의나 종교주의 같은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발칸은 세계의 화약고가 되어버린 것일까, 였다.  오래전에 그들의 민족, 종교적 갈등에 대해 정리한 신문기사를 되풀이 해 읽으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어려운 문제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발칸의 역사를 읽고 나니 오히려 과거의 그러한 것들이 발칸의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려 하지 않고 눈에 드러나는 갈등만을 보면서 전쟁을 규정하려 했던 것이 그곳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을 더 어렵게 한 건 아닌가 싶다.

민족에 대한 부분은 쉽게 정리가 되지 않지만 종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괜히 더 쉽게 이해가 되어 기억에 남는데, 실제로 종교적인 갈등과 민족분쟁으로 처참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곳의 실생활은 또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1993년에 쓴 한 기고문에서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보스니아 내전을 "문명의 충돌"이라 말하고, 발칸을 이 충돌의 단층선상의 하나에 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그 관점이 어떤 가치를 발휘하든, 이제 그것은 발칸의 과거를 말해주는 모델의 기능은 할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다. 오스만 정부와 이슬람 종교 지도자들이야 물론 이슬람, 정교회, 가톨릭 간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 지어놓았다. 그러나 실생활에서는 이 셋의 구분이 그다지 뚜렷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 유라시아 힘의 균형 속에 이들 경계지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 분쟁은, 그것이 토착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든, 서로 공유하고 있는 지역 관습으로 무뎌지거나 진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120)

 

요즘 크림반도의 분쟁이 심각하다. 오늘 잠시 나갔다 오는 길에 지나치며 본 TV화면에는 친러성향의 사람들이 투표를 하려고 한다 그랬나? 아무튼 그들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지금의 이 사태를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처럼 발칸의 역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크림반도의 분쟁이든 유럽의 화약고라는 발칸지역의 분쟁이든 어떠한 이유를 갖다댄다 하더라도 전쟁이라는 것은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 맞는것 아닐까.

"제1차 세계 대전으로도 민족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정치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모든 민족에게 자결권이 골고루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189)라 말하고 있지만 실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문제의 해결이 무엇일까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꽃보다 누나로 인해 크로아티아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불과 이십여년전의 전쟁으로 폐허가 되고 피를 흘리는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는 이들의 모습에서 종교적 갈등이든 민족, 정치적인 분쟁이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참혹한 전쟁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발칸의 역사를 통해 그들 모두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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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거리 창비청소년문학 58
김소연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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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이 지났다. 언젠가부터 삼일절은 기념일이 되어버렸고, 소심하게 만세 삼창을 외치는 것으로 기념행사마저 끝내버리고 마는 '노는 날'이 되어버렸다. 비극적이고 야만적인 시대의 기억은 너무 마음이 아픈거라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며 생각을 바꿔야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드라마 각시탈을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그나마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살아갔던 수많은 민초들의 삶과 조국의 해방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투신을 했던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려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더이상 비극의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야만의 거리'는 그러한 내 마음보다 더 강하게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야겠다는 소명으로 나온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시대의 무게에 억눌리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 세상을 헤매던 생명들'이 있었음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정체성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뗀 이들'이 틀림없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야만의 거리에서 우리는 그 빛나는 삶을 살아간 이들의 자취를 찾아가게 된다.

 

평안도의 산골 구석 강씨가문의 집성촌이 형성된 구성에 살고 있는 동천은 강대감의 아들이지만 어머니가 종의 신분이라 제대로 된 양반의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신분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집성촌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은 여전히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일제의 문화통치정책은 산골에까지 영향을 미쳐 단발령이 시행되고 서당이 폐쇄되고 아이들은 소학교를 다니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소학교 졸업 이후 미래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던 동천은 강대감의 죽음 이후 자신과 어머니를 동네에서 쫓아내려는 강진사에게 휘둘리지 않으려 일본행을 결심한다.

우여곡절끝에 일본으로 건너 간 동천은 동경의 헌책방에서 숙식하며 일을 하게 되고 꿈에 그리던 대학에도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박열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아가기 시작하는데...

 

야만의 거리는 동천의 삶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바뀌게 되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지를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면서 끌어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재미, 과연 동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동천이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그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고 있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일제의 조선 수탈이 어떠한 형태로 이뤄지고 그로 인해 조선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동천의 친구 거복이 정미소를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도 언급이 되고 있으며, 일본 관동 대지진 때 무차별하게 죽임을 당한 조선인들의 모습, 일본 야쿠자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으로 간 조선 노동자들의 노예와 같은 삶.... 이러한 것들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보상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을 유린한 일제의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선과악이라는 이분적인 구조가 아니라 친일을 행한 조선인의 비열한 모습과 조선인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야만의 거리는 소설이면서도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담겨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천의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뭔가 좀 아쉬웠는데 '야만의 거리'는 동천의 이야기의 시작일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나는 동천과 친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동천의 강진사의 아들인 조카 형섭과 소학교 시절 선생님으로서 자신에게 꿈을 주었지만 이제는 일제의 군인이 되어 조선인을 핍박하게 될 다케다 시로, 그리고 동천에게 운명의 여인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 요시코의 미래까지... 야만의 거리 2부 '승냥이'가 더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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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파워 - 당신은 제대로 미쳐본 적이 있는가
김종식 지음 / 오우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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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처럼 한다면 나는 이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계발서를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얼마나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이상 계발서는 읽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이 책의 내용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셀퍼들은 설사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일을 ‘홀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멘토의 조언에 귀기울이고 그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고자 노력하듯, 일을 통해 배우는 가르침을 깊이 새기고 그것을 실천하고자 힘을 쏟는다. 자신의 일에 대한 존중에서 자존심을 지키고 자기만족을 끌어내는 것, 이것이 셀퍼들의 자세다.

‘최배달’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최영의는 수많은 고수와 대결했지만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전설로 유명하다. 이전까지 건달들의 기술에 불과했던 무술을 도예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창시한 극진 가라테는 오늘날 전 세계 수천만여 명이 수련하는 국제무술로 자리잡았다. 생전 그는 아들에게 늘 이런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세상을 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숨을 거는 거다. 네가 하고자 하는 일에 너를 바쳐라.”
자신이 하는 일을 존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신뢰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 일과 ‘자웅동체’의 삶을 사는 사람을이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것이 셀퍼의 막강한 경쟁력이다."

 

사실 내 마음을 울린 말은 '자신의 일을 존중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신뢰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을 바치는사람... 이것이 셀퍼의 막강한 경쟁력이다'라는 것이었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해 그런 자부심을 갖게 될까 궁금해졌다. 더구나 나는 한 직장에 놀랄만큼 오래 있으면서 내가 공적으로 하는 업무보다 그 외의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만족을 하며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업무를 진행했었다. 변화가 별로 없는 비슷한 업무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가끔 새로운 규정에 의해 업무 내용이 바뀌고 업무 협조를 위해 다른 직원들을 교육시키기도 하면서 좀 더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일을 하게 되기도 했는데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었다.

그런 내게 '셀프 파워'는 어떤 의미가 될까, 나 역시 셀퍼가 될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오래전에 셀프 토킹이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그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기 부여라기 보다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말하는 특별한 언어, 즉 자신을 긍정하고 자신감을 갖게 하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변화의 원천이다. 반쯤 채워진 물컵을 보면서 누군가는 반이 비었다고 얘기를 하고 또 누군가는 반이 차 있다고 얘기한다. 이 책은 컵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을 건네라고 한다. 당신은 스스로에게 무엇이라고 얘기를 해 주겠는가, 라고 묻고 그 해답을 찾으라고 한다. 해답을 찾는 것이 바로 긍정적인 삶의 태도 변화일 것이다.

 

셀프 파워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오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할 수 있는 그 변화의 원천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앞부분을 읽으면서는 그러한 마음이 강했고 조금씩 읽어나가면서는 괜히 책에서 언급되는 이들의 이야기와 나의 현실에 대한 괴리감에 괜한 부러움이 생기고 나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는 생각으로 나 자신이 셀퍼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책을 다 읽어나갈즈음에야 나 자신이 스스로 셀퍼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다시 생각을 정리해보고 있다.

내 일에 대한 자긍심이 없는 것은 나 스스로 나의 일을 깎아 내리는 것인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오히려 다른 직원들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치켜세워주고 오래 일을 한만큼 상사가 전적으로 내가 하는 일을 믿고 맡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니 셀퍼의 막강한 경쟁력이라는 것은 누군가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그러한 막강 셀퍼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자신감으로 막강 셀퍼가 되어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어쩌면 나는 지금 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시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나게 미친듯이 일한다는 것이 지금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그리 될 수 있지 않을까?

 

"새해 계획 따윈 세우지 마세요. 시간 낭비니까요. 올해는 살을 빼야지 혹은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같은 충동적인 신년 계획은 며칠을 가지 않아요. 적어도 5-6시간 혹은 며칠을 들여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파악해 순위를 매겨야 해요. 삶에는 여러가치가 있죠. 경제적으로는 풍요롭게 사는 것, 자신의 직업에서 인정받는 것,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것,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등... 모두 인생에서 중요해요. 하지만 시간관리를 위해선 우선 순위, 즉 지배가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들이 서로 상충할 때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기 때문이죠. 결과적으로는 자신이 어떤 인간유형으로 살고 싶은지 알아가는 과정입니다"(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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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격 - 내가 제대로 키우고 있는 건가
최효찬.이미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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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에게도 자격을 따질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그런데 성당에서 오랜 시간 교리교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부모에게도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하는 친구를 넌지시 부모에게 알리면, 눈에 빤히 보이는 거짓말이어도 자신의 아이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하고 어떤 부모는 아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교사를 아이의 감시자로 여기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시로 인한 강압적인 교육이나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아닌데 그런 잘못을 범하는 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공장소에서 천방지축 떠들어대고 소동을 부리는 아이에게 제대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아이를 말리는 어른에게 자기 아이 기를 죽인다고 덤벼드는 부모도 봤었다. 그런 부모에게서 아이는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과 버릇없음만을 배우게 된다는 것을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미래가 점점 더 무서워지는 것은 그런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이유다.

그래서 '부모의 자격'을 봤을 때 이것은 '자격'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모든 부모들이 한번쯤은 새겨봐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 책에는 '자식 문제로 상처받은 당신을 위한 리얼 공감 스토리'라는 부제가 담겨있는데, 이론적인 이야기들보다는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례들을 통해 실패와 노력, 극복의 단계를 거쳐가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이가 없고 조카들도 그리 큰 말썽없이 자라고 있어서 아주 강한 실감을 체험하지는 못했다. 더구나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왕따도 없었고, 부모님이 학교 성적에 대해 스트레스를 주거나 나 스스로도 성적 스트레스를 받아 본 기억도 없다. 학원에 다녀보지 않아도 공부가 힘든 시절을 지낸것도 아니어서 친구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기 위해 맞벌이를 해야한다는 것도 조금은 낯설기만 했다. 하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즐기는 조카가 우열반을 나누는 학급에서 최상위권 친구들과 수업을 같이 받는데, 모두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 선생님조차 그것을 전제로 수업을 해서 학교 수업 따라가는 것이 힘에 부치더라는 얘기를 했을 때 지금 아이들의 고충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모의 자격]을 더 공감하며 읽게 되는 이유는, 이론적으로 맞는 이야기들만을 성인군자처럼 늘어놓지 않아서이다. 올곧게 커나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의 뜻과 가르침과는 달리 엇나가는 아이들, 사춘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스스로 망가져버리는 아이들, 주위 환경과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갑자기 변해버리는 아이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인생 낙오자처럼 자신을 비하하게 되는 아이들의 모습도 담겨있다. 그러한 것을 부모의 탓으로도 아이의 탓으로도 돌리지는 않는다. 다만 실례를 통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주고 있을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잘 해결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교육과 대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가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명문대,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수 있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감있게 자신의 행복을 찾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끝에 부모의 자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부모가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식에게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무조건'이라는 것 속에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부모가 깨달아야 한다. 마음이 아프더라도 절제할 수 있는 사랑과 단호함이나 냉정함을 유지할 수도 있어야 하고, 자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기다려주는 자세와 경제적인 독립을 위해 아이 스스로의 독립성을 키워줘야 한다. 결핍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에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쉽지 않은 일들이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 아이를 훌륭한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우는 부모의 자격요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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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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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의 대가가 쓴 작품이라서 흥미가 생긴다기보다는 그녀가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흥미를 떨어트리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선입견은 이래저래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을 먼저 접한 친구의 추천은, 더구나 그 친구의 추천이 결코 실패한적이 없었기에 또다른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은 책을 읽은 것에 만족하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것에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그 자체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인간 내면 심리의 묘사와 행동양식을 표현한 것은 그녀의 진가를 다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조앤이 아픈 딸을 간호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갔다가 그곳에서 육로를 통해 런던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폭우로 인해 열차가 도착하지 않고 사막의 역에 머물러 있는 시간동안, 그러니까 '몇 날 며칠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조앤의 내면의 묘사로 시작되고 있다.

모자람이 없는 풍족한 가정 생활, 변호사인 남편의 안정적이고 적절한 권위도 내세울 수 있는 직업과 수입, 반듯하게 자라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 전혀 모자람없이 풍요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넘치던 조앤은 사막에서의 무료한 생활중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그 만족스러운 삶을 하나 둘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허물어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213)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반전의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조앤이 회상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에피소드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것 이상으로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현실이고,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하긴 세상이 그런거지. 붙어 있어야 할 때는 그만두고, 내버려 두어야 할 때는 매달리고. 한순간 인생이 너무나 멋져서 이게 현실일까 믿기지가 않다가, 이내 지옥 같은 고민과 고통속을 헤매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데 - 그런데 그렇지가 않지 -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이제 절대 위로 올라가 숨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잖아. 그런 게 인생이잖니?"(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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