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추리소설의 대가가 쓴 작품이라서 흥미가 생긴다기보다는 그녀가 추리소설이 아닌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가 조금은 흥미를 떨어트리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선입견은 이래저래 걸림돌이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 책을 먼저 접한 친구의 추천은, 더구나 그 친구의 추천이 결코 실패한적이 없었기에 또다른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은 책을 읽은 것에 만족하고 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것에 결코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는 그 자체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인간 내면 심리의 묘사와 행동양식을 표현한 것은 그녀의 진가를 다시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야기는 조앤이 아픈 딸을 간호하기 위해 바그다드로 갔다가 그곳에서 육로를 통해 런던으로 돌아가는 여정에서 폭우로 인해 열차가 도착하지 않고 사막의 역에 머물러 있는 시간동안, 그러니까 '몇 날 며칠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조앤의 내면의 묘사로 시작되고 있다.

모자람이 없는 풍족한 가정 생활, 변호사인 남편의 안정적이고 적절한 권위도 내세울 수 있는 직업과 수입, 반듯하게 자라 각자의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 전혀 모자람없이 풍요롭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감이 넘치던 조앤은 사막에서의 무료한 생활중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의 그 만족스러운 삶을 하나 둘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허물어져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213)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반전의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조앤이 회상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주위의 모든 사람이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이는 에피소드들이 추리소설을 읽는 것 이상으로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흥미진진하다. 더구나 결말에 이르러서는...

왠지 허무한 느낌이 들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지독한 현실이고, 진실의 여부와 상관없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음에 감탄하게 된다.

"하긴 세상이 그런거지. 붙어 있어야 할 때는 그만두고, 내버려 두어야 할 때는 매달리고. 한순간 인생이 너무나 멋져서 이게 현실일까 믿기지가 않다가, 이내 지옥 같은 고민과 고통속을 헤매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데 - 그런데 그렇지가 않지 - 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이제 절대 위로 올라가 숨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잖아. 그런 게 인생이잖니?"(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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