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거리 창비청소년문학 58
김소연 지음 / 창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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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이 지났다. 언젠가부터 삼일절은 기념일이 되어버렸고, 소심하게 만세 삼창을 외치는 것으로 기념행사마저 끝내버리고 마는 '노는 날'이 되어버렸다. 비극적이고 야만적인 시대의 기억은 너무 마음이 아픈거라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하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며 생각을 바꿔야한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드라마 각시탈을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그나마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제 강점기에 살아갔던 수많은 민초들의 삶과 조국의 해방 독립을 위해 목숨 걸고 투신을 했던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려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더이상 비극의 역사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야만의 거리'는 그러한 내 마음보다 더 강하게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야겠다는 소명으로 나온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저자는 '시대의 무게에 억눌리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 세상을 헤매던 생명들'이 있었음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정체성을 향해 묵묵히 걸음을 뗀 이들'이 틀림없이 있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야만의 거리에서 우리는 그 빛나는 삶을 살아간 이들의 자취를 찾아가게 된다.

 

평안도의 산골 구석 강씨가문의 집성촌이 형성된 구성에 살고 있는 동천은 강대감의 아들이지만 어머니가 종의 신분이라 제대로 된 양반의 대접을 받지는 못한다. 신분제가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집성촌에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은 여전히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일제의 문화통치정책은 산골에까지 영향을 미쳐 단발령이 시행되고 서당이 폐쇄되고 아이들은 소학교를 다니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소학교 졸업 이후 미래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하던 동천은 강대감의 죽음 이후 자신과 어머니를 동네에서 쫓아내려는 강진사에게 휘둘리지 않으려 일본행을 결심한다.

우여곡절끝에 일본으로 건너 간 동천은 동경의 헌책방에서 숙식하며 일을 하게 되고 꿈에 그리던 대학에도 입학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박열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달아가기 시작하는데...

 

야만의 거리는 동천의 삶이 역사속에서 어떻게 바뀌게 되고 운명을 개척해나가는지를 일제 강점기 시대의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면서 끌어가고 있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읽는 재미, 과연 동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을뿐만 아니라 동천이 만나는 인물들을 통해, 그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의미가 더 깊이 다가오고 있어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될 것이다.

일제의 조선 수탈이 어떠한 형태로 이뤄지고 그로 인해 조선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은 동천의 친구 거복이 정미소를 하면서 겪는 일들에 대한 대화를 통해서도 언급이 되고 있으며, 일본 관동 대지진 때 무차별하게 죽임을 당한 조선인들의 모습, 일본 야쿠자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으로 간 조선 노동자들의 노예와 같은 삶.... 이러한 것들은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보상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을 유린한 일제의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선과악이라는 이분적인 구조가 아니라 친일을 행한 조선인의 비열한 모습과 조선인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역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그래서 야만의 거리는 소설이면서도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가 담겨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천의 일본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뭔가 좀 아쉬웠는데 '야만의 거리'는 동천의 이야기의 시작일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깨닫고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나는 동천과 친일의 행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동천의 강진사의 아들인 조카 형섭과 소학교 시절 선생님으로서 자신에게 꿈을 주었지만 이제는 일제의 군인이 되어 조선인을 핍박하게 될 다케다 시로, 그리고 동천에게 운명의 여인이 되지 않을까 예상되는 요시코의 미래까지... 야만의 거리 2부 '승냥이'가 더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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